#사업전략 #프로덕트 #트렌드
'열심히'가 변별력을 잃은 시대. AI의 등장은 실행의 민주화를 넘어, 실행의 '하향 평준화'를 불러왔다.

'열심히'가 변별력을 잃은 시대

 

과거에는 카피라이팅 능력, 디자인 감각, 데이터 추출 기술 같은 '실행 기술(Hard Skills)'이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가르는 기준이었다. 숙련된 마케터가 꼬박 이틀을 밤새워 짜낸 기획안과 신입 사원이 대충 써 내려간 기획안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격차가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프롬프트 한 줄이면 10년 차 카피라이터 못지않은 문장이 쏟아지고, 이미지 생성 AI는 몇 초 만에 고퀄리티의 비주얼을 만들어낸다. 이제 '누가 더 빨리, 더 많이 실행하는가'를 겨루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실행의 비용이 0에 수렴하고 속도가 무한대에 가까워지면서, 역설적으로 실행 그 자체로는 그 어떤 차별화도 만들어낼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술의 상향 평준화가 가져온 함정

 

실행이 평준화되었다는 것은 모두가 '평균 이상의 결과물'을 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는 비즈니스 환경을 극도로 상향 평준화된 레드오션으로 밀어 넣는다. 너도나도 AI를 써서 매끄러운 문장과 화려한 이미지를 쏟아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 거기서 거기인' 정보의 홍수에 갇히게 된다.

 

여기서 무서운 함정이 발생한다. 많은 조직이 AI 덕분에 업무 효율이 좋아졌다고 착각하며 더 많은 '쓰레기'를 더 빨리 생산하는 데 집중한다. "AI로 하루에 블로그 포스팅 100개를 해요", "인스타그램 릴스를 매일 10개씩 올려요"라고 자랑하는 이들은 실행의 평준화가 가져온 '가짜 생산성'의 늪에 빠진 것이다. 모두가 똑같이 빨라진 세상에서 단순히 속도를 높이는 것은 제자리걸음을 더 빨리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제 승부처는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 엮는가'이다.

 

실행이 평준화된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진짜 질문은 "어떻게 더 빨리 실행할 것인가"가 아니라, "AI가 대신해줄 수 없는 영역, 즉 '의도'와 '맥락'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여야 한다.

 

AI는 벽돌을 순식간에 찍어낼 수는 있지만, 그 벽돌로 어떤 집을 지을지, 그 집이 이 마을의 풍경과 어떻게 어우러져야 사람들의 발길을 끌지 고민하지 않는다. 실행이라는 노동은 AI의 몫이 되었고, 그 실행들을 엮어 수익이라는 결과물로 치환하는 '설계(Structure)'만이 인간 전문가의 유일한 전장이 되었다.

 

내가 제안하는 가치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실행력은 이제 시장의 기본값이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평준화된 실행의 파편들을 모아, 남들은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만의 독보적인 '비즈니스 흐름'을 만드는 일이다. 실행이 쉬워질수록, 그 실행을 통제하는 전략가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솟구칠 수밖에 없다.

링크 복사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추천 아티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