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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이 당신을 구해줄 거라는 착각'... 카네기멜런대 교수가 말하는 AI 시대 생존법

AI 시대에 아이들이 대학에 꼭 가야 할까요? 

차라리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게 낫지 않을까요?

대학이 필요 없지 않냐는 이 질문을 던진 이 사람, 무려 대학 교수입니다. 그것도 컴퓨터과학 분야 세계 최상위권인 카네기멜런 대학교의 수학 교수죠. 10년 가까이 미국 수학 올림피아드 국가대표팀을 이끌며,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들을 가르쳐온 사람이 하는 말입니다.

 

포셴 로 카네기멜런 대학교 수학 교수 (출처: EO)

 

💡 포셴 로(Po-Shen Loh)는 카네기멜런 대학교(Carnegie Mellon University) 수학과 교수입니다. 카네기멜런은 US News 미국 종합대학 20위이며, AI 학부 프로그램은 미국 1위,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12년 연속 글로벌 톱25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포셴 로는 2014년부터 약 10년간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IMO) 미국 대표팀 코치를 맡아 4회 세계 1위(2015, 2016, 2018, 2019)를 달성했으며, 교육 스타트업 엑스피아이(Expii)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은 포셴 로 교수의 인터뷰를 정리했습니다. 수학 올림피아드 코치이자 교육 창업자인 그가, AI가 이만큼 똑똑해진 세상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티클 내비게이션]

  1. 창의성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2. 학생이 아니라 채점자가 되어라
  3. AI가 우리에게서 훔쳐가는 두 가지 자질
  4. 브로드웨이 배우와 수학 천재가 만나면 벌어지는 일
  5. 핸드폰도 안 쓰는 시골에서 발견한 놀라운 잠재력

 

1. 창의성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뛰어난 존재였죠. 하지만 곧 그렇지 않을 겁니다."

2024년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AI가 6문제 중 4문제를 풀어냈습니다. 이 대회는 전 세계 100개국 이상이 참가하는 수학 올림픽입니다. 출제위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이전 어디에서도 나온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문제들이 출제되죠. 

각국 대표팀 코치들이 한자리에 모여 "비슷한 문제가 전 세계 어디에서든 출제된 적 있는지"를 일일이 확인할 정도로 독창성에 공을 들입니다. 그런 문제를 AI가 풀어버린 겁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를 창의적으로 푸는 것 — 인간만의 영역이라 믿었던 걸 AI가 해냈습니다.

 

AI가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은메달의 성과를 내다

  

AI 시대에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포셴 로도 동의합니다. 다만 거기에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창의성만으로는 부족하다고. AI의 창의성이 인간을 넘어서는 일은 이미 시작됐으니까요.

그러면 우리에게 남는 건 뭘까요.

머지않아 AI가 웬만한 일은 다 처리하게 됩니다. 코딩, 분석, 글쓰기, 디자인까지. 그때 누군가가 나를 팀에 넣고 싶어하는 이유는 뭘까요. 내가 똑똑해서? 일을 빨리 끝내서? 그런 건 AI가 더 잘합니다. 

결국 남는 건 하나뿐입니다. '이 사람이랑 같이하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 나와 함께하면 진짜 도움이 되겠다는 신뢰. 포셴 로는 이것이야말로 AI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가치라고 봅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더 또렷해집니다. 남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람은 팀에 끼지 못합니다. 팀에 끼지 못하면 기회가 없고, 기회가 없으면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쓸 곳이 없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기회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지니까요.

포셴 로는 올림피아드 코치 시절에 이걸 직접 목격했다고 합니다. 엄청나게 똑똑하고 능력 있는 학생들이 졸업 후 크게 좌절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봤습니다. '남보다 뛰어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 삶의 전부였던 아이들은, 더 이상 경쟁 상대가 없어지면 방향을 잃었습니다.

"인생의 목표가 남을 이기는 것이 되면 절대 만족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남을 기쁘게 하는 데서 보람을 느끼면, 다섯 명을 기쁘게 하던 사람이 500명, 1,000명까지 범위를 넓히고 싶어지죠. 재미있는 건, 그게 우리가 보통 '성공'이라 부르는 것과도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포셴 로가 정작 가장 걱정하는 건, AI가 얼마나 똑똑해지느냐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연습 자체를 안 하게 되고 있다는 겁니다.

 


 

2. 학생이 아니라 채점자가 되어라

요즘 학교에서 학생들이 AI를 가장 많이 쓰는 영역은 글쓰기입니다. 챗GPT 같은 AI가 가장 능숙하게 해내는 일이기도 하죠.

학생 입장에서는 편합니다. 글쓰기 숙제를 AI에게 맡기면 금방 끝나니까요. 하지만 글쓰기 숙제는 단순히 점수를 매기려고 내주는 과제가 아닙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스스로 정리하는 연습을 시키려는 거죠. 글을 쓰려면 머릿속에 흩어져 있는 생각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야 하니까요. 읽기, 쓰기, 소통, 논리 — 이런 능력이 결국 올바른 사고력의 토대가 됩니다.

포셴 로는 이걸 운동에 빗댑니다. 글쓰기 숙제를 AI에게 시키는 건, 운동하러 나가서 차를 타는 것과 같다고요. 그렇게 해서 체력이 붙겠습니까. 생각하는 힘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 때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물론 이미 충분한 사고력을 갖춘 어른이 업무 효율을 위해 AI를 쓰는 건 괜찮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 능력을 키우고 있는 학생이 AI에게 사고 과정을 통째로 넘겨버리면,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랍니다. 남이 주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의존적인 사람이 되는 거죠.

포셴 로는 교육의 양 극단을 직접 경험한 사람입니다. 한쪽에서는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국가대표를 훈련시키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학 선생님조차 없는 학교에서 6학년 수업을 직접 맡았습니다.

그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학교에 가서 문제 푸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제는 문제를 푸는 사람이 아니라, 답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챗GPT에게 "이 문제 풀어줘"라고 하면 깔끔하고 자신감 넘치는 답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안에 빠진 조건이 있을 수도 있고, 전제가 잘못됐을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접근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AI의 답을 그대로 믿는 사람과, 그 답을 한 번 더 따져보는 사람 — 이 차이가 앞으로 점점 벌어집니다.

문제는 지금의 교육이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사교육 시장은 학생에게 가능한 한 많은 유형의 문제를 미리 풀게 합니다. 시험장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나올 수 있는 모든 문제를 반복 학습시키는 방식이죠.

하지만 처음 보는 문제 앞에서 당황하고, 이리저리 시도하고, 틀리고, 다시 생각하는 과정 — 그게 바로 사고력이 자라는 순간입니다. 사교육이 미리 답을 알려주면, 그 순간 자체가 사라집니다. 아이는 문제를 '풀어본' 것이지, '생각해본' 것이 아닌 거죠.

그래서 포셴 로가 만든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학교에서 절대 나오지 않을 문제만 다룹니다. 수학 실력을 올리려는 게 아니라, 자기 머리로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는 힘을 키우는 게 목적입니다.

“목표는 평생 우리 수업을 듣게 하는 게 아닙니다. 가능한 한 빨리, 어떤 수업도 필요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게 진짜 목표죠.”

 

📌 AI를 '잘' 쓴다는 건

그런데 생각하는 힘만으로 충분할까요? 포셴 로는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입니다.

포셴 로는 내슈빌 출장 중에 바에서 실력 좋은 가수를 보고, 문득 궁금해졌다고 합니다. "내슈빌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려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할까?" AI에게 물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포셴 로가 AI를 쓴 방식입니다. 답만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답의 근거가 되는 자료까지 함께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료를 하나하나 직접 확인하면서 — 이 무대가 어떤 곳인지, 여기 서는 가수들은 어떤 경력을 가졌는지 — 자기 나름의 판단을 세워나갔습니다.

AI에게 결론을 대신 내려달라고 한 게 아니라, AI가 모아준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판단한 겁니다. 포셴 로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공연 전문가를 찾고 있었기에, 이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실제 업무의 일환이었습니다. 포셴 로는 이렇게 상대방이 처한 세계를 자기 머릿속에 그려보는 능력을 '세상을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이라 부릅니다.

 


 

3. AI가 우리에게서 훔쳐가는 두 가지 자질

포셴 로는 AI가 인간에게서 빼앗아 가는 것이 두 가지라고 말합니다.

 

🎨 첫 번째: 자기표현

사람은 원래 자기만의 것을 만드는 데서 재미를 느낍니다. 그림을 그리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옷을 입고, 나만의 방식으로 뭔가를 꾸미는 것. 이런 자기표현 자체가 삶의 재미이고, 내 삶에 내 몫을 더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AI가 매번 효율적인 정답을 알려주고, 우리가 그걸 따르기만 하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 뭘 입을지, 어떤 글을 쓸지, 어떤 선택을 할지까지 AI에게 맡기는 습관이 붙으면, 내가 나를 표현할 기회가 점점 줄어듭니다.

 

🔍 두 번째: 진실을 가려내는 힘

이쪽이 더 심각합니다.

세상은 복잡합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각도에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모두 사실인 말들만 늘어놓고도, 정반대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게 가능하죠. AI는 여기에 탁월합니다. 설득력 있고 완벽해 보이는 답을 만들어내는 데 뛰어나거든요. 이야기의 절반만 담고 있으면서도 마치 전부인 것처럼 포장할 수 있습니다.

포셴 로는 여기서 날카로운 지적을 합니다.

"클로드, 오픈AI, 제미나이, 딥시크 — 지금 세상에 AI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75억 개의 관점이 있습니다. 사람이 75억 명이니까요."

어떤 기술이든, 만든 사람의 시각이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2+2=4는 누가 계산해도 똑같지만, "삶의 목적이 뭐냐"는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런데 AI가 딱 하나의 깔끔한 답을 내놓으면,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그걸 정답처럼 받아들이게 됩니다.

포셴 로는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관점이 다른 뉴스를 동시에 본다고 합니다.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시각에서 어떻게 해석하는지 비교하면서, 어디서 의견이 갈리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면서 포셴 로는 솔직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저도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저는 더 '사려 깊은'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가능한 많은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는 재미를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입니다."

누구든 무언가를 말할 때는 나름의 목적이 있게 마련입니다. 포셴 로는 자기 목적을 솔직하게 밝힌 셈이죠. 그러면서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만약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리면, 누군가의 말이 나에게 해가 될 때 알아챌 방법이 없다고.

 


 

4. 브로드웨이 배우와 수학 천재가 만나면

스스로 생각하고 타인과 교감하는 능력을 잃지 않기 위해, 포셴 로는 아이들이 직접 부딪히며 배울 수 있는 판을 짰습니다. 

포셴 로의 교육 사업은 10년 전, 아주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습니다. 수학과 과학을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모은 웹사이트를 하나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몇 달이면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생각해서 다행이죠. 아직도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교육 플랫폼 엑스피아이(Expii)가 탄생했습니다.

사이트는 만들었지만, 계속 운영하려면 수익이 필요했습니다. 포셴 로의 말을 빌리면, "돈이 곧 행복은 아니지만,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거죠. 멈추지 않고 계속하려면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가 있어야 합니다. 2019년부터 직접 수학 강의를 촬영해 유료로 판매했고, 어느 정도 수입은 생겼습니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습니다.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건 녹화 강의가 아니었습니다. 실력 있는 전문가와 실시간으로 직접 만나 배우는 경험. 그것도 잘 가르치면서 친절한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문제는 이게 교육에서 가장 확장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훌륭한 선생님은 드물고, 한 명이 가르칠 수 있는 학생 수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전환점은 뜻밖의 곳에서 찾아왔습니다.

5~6년 전, 포셴 로는 소통 능력을 키우려고 즉흥 연기 수업을 들었습니다. 수학밖에 모르던 교수가 연기 수업을 듣고 나니, 사람들을 훨씬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이 경험은 사업의 방향을 바꾸는 아이디어로 이어집니다.

 

포셴 로 교수의 강의 모습

 

카네기멜런 연극학과에 가보니, 브로드웨이나 할리우드급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안정적인 파트타임 일자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무대 위에서는 빛나지만, 생활비가 필요한 사람들이었죠. 그리고 반대편에는 수학에 뛰어난 고등학생들이 있었습니다. 문제 풀이 실력은 탄탄한데,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서툰 아이들.

“갑자기 셋 다 이기는 구조가 보였습니다.” 

수학을 배우고 싶은 중학생, 소통 능력을 키워야 하는 수학 영재 고등학생, 유연한 일자리가 필요한 연기 전공 학생. 이 세 그룹이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만납니다. 중학생은 재미있게 배우고, 고등학생은 가르치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연기 전공 학생은 코칭으로 수입을 얻습니다. 누구 하나 손해 보는 사람 없이, 각자에게 배움과 성장과 수입이 돌아가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거죠.

💡 엑스피아이(Expii)는 포셴 로가 설립한 교육 스타트업입니다. 수학·과학의 무료 설명 플랫폼으로 시작해, 현재는 '엑스피아이 라이브(Expii LIVE)'라는 실시간 온라인 수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학 영재 고등학생이 중학생을 가르치고, 전문 배우가 소통 코칭을 맡는 독특한 구조입니다. 수업 화면은 게임 방송을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합니다.

 

엑스피아이 라이브(Expii LIVE) 온라인 수업 화면 - 게임 방송처럼 화려한 인터페이스가 특징 (출처: EO / Expii)

 

포셴 로가 특히 신경 쓰는 건 고등학생들입니다. 미성년자이고 학업으로 바쁜 나이니까요. 이 프로그램에서 고등학생에게 어떤 활동을 제안하려면, 반드시 그 학생의 부모에게 '왜 이 활동이 아이에게 좋은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쁜 고등학생이 시간을 쓸 만한 가치가 있는 활동인지, 부모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납득시킬 수 없으면 시키지 않습니다. 그게 포셴 로의 원칙입니다.

실제 수업 화면은 독특합니다. 화면이 화려하고, 가르치는 사람은 수학을 잘하면서도 활짝 웃고 있습니다. 처음 보는 학부모들은 "이게 진짜 수업이야?"라는 반응을 보이고, 그 놀라움이 입소문으로 퍼집니다. 

이 온라인 수업 플랫폼을 설계하는 데 8년, 본격적으로 키우는 데 2년이 더 걸렸습니다. 포셴 로는 이 모델이 미국에서만 고등학생 튜터 10만 명, 중학생 학습자 100만 명 규모까지 갈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 고등학생의 약 1%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는 사무실에서 나온 게 아닙니다. 직접 사람을 만나러 나가면서 비로소 완성된 구조입니다.

 


 

5. 핸드폰도 안 쓰는 시골에서 발견한 놀라운 잠재력

포셴 로에게는 확신이 있습니다.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으면 진짜 문제를 알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공원에서 수학 수업을 열었습니다. 웹사이트에 일정을 올려두면 누구든 올 수 있게 했습니다. 스피커와 장비를 직접 차에 싣고 미국 방방곡곡을 돌았는데, 작은 규모임에도 한 곳에 50~100명이 모일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수학 수업으로 시작했지만,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서 포셴 로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수천 명의 학부모, 학생과 대화하며 이들이 실제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한 겁니다. 

연기 수업에서 떠올린 구조가, 이 공원 투어를 통해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만났던 중학생들이 모두 함께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이미 뛰어난 학생들은 더 다듬어져 각자의 커리어에서 성공을 이루게 하는 것. 그게 포셴 로가 그린 큰 그림이었습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다니며 수학 수업을 여는 포셴 로 교수

 

전 세계를 다니며 학교에 직접 들어간 경험 중, 포셴 로에게 가장 깊이 남은 건 시골 지역의 한 초등학교입니다.

4학년 교실에 대체 교사로 들어갔습니다. 칠판에 "1+3+5+7+9="이라고 적었습니다. 등호를 쓰는 순간, 교실 뒤쪽에서 아이들이 일제히 정답을 외쳤습니다. “25!”

홀수를 순서대로 더하면 그 개수만큼의 제곱수가 된다는 패턴(예: 홀수 5개를 더하면 5의 제곱인 25)인데,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알아낸 겁니다. 포셴 로는 수많은 교실에서 같은 시도를 해봤지만, 아이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면서도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는 교실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직접 가르쳐본 교실 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이었다고요.

그런데 이 학교가 있는 동네는 빈곤률이 높은 가난한 지역이었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 포셴 로는 아이들이 왜 이렇게 생기가 넘치는지 궁금했습니다. 

안내를 맡은 분에게 아이들이 평소에 핸드폰으로 게임을 많이 하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폰이 없다고요. 형편이 안 돼서요.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집도 많다고 했습니다. 그럼 뭘 하며 노느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직접 규칙을 만들어 자기들만의 놀이를 만들어낸다고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없이 자란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궁금해하고 스스로 만들어보는 힘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포셴 로는 이 아이들이야말로 AI 시대에 가장 준비된 세대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미국 시골 곳곳에, 세상이 아직 제대로 주목하지 못한 거대한 잠재력이 숨어 있다고요. 언젠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과학과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릴 힘이 될 수 있다고. 

 


 

포셴 로 교수와의 인터뷰는 뉴욕에서 진행됐습니다. 포셴 로는 카네기멜런이 있는 피츠버그에서 뉴욕까지 — 서울에서 부산 정도 되는 거리를 — 야간 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밤에 장거리 버스를 타면 어떤 사람과 나란히 앉게 될지 모르잖아요. 보통은 꺼리는 일인데, 포셴 로는 오히려 좋았다고 합니다. 

“다양한 현장에 직접 들어가보지 않으면 세상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론만으로는 진정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사람을 직접 만나고,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수록, 더 정확한 문제를 발견하고 더 좋은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수학 올림피아드 코치에서 교육 창업자가 된 포셴 로가, AI 시대를 살아갈 우리에게 남기는 말입니다.


 

 👆 카네기멜런 수학 교수 포셴 로가 말하는, AI 시대에 정말 살아남는 능력은 무엇인지 영상으로 확인해 보세요!


| 편집: 김지윤 | 글: 서용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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