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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일을 진짜로 해내는 사람들의 한 가지 차이

올해도 1월에 결심했습니다. 주 3회 러닝 하기. 운동 앱을 깔고, 러닝화도 새로 샀습니다. 1월은 해냈습니다. 2월에 비가 오는 날, 날이 추운 날에 쉬었습니다. 3월 말, 앱을 열어보니 캘린더는 빈칸 투성이었습니다. 빈칸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날씨, 야근, 컨디션.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유는 매번 달랐어도 결과는 늘 같았습니다. 안 한 겁니다.

운동만 그런 게 아닙니다. 아침 글쓰기, 사이드 프로젝트, 독서 루틴. 결심하고 실패하는 것의 반복.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아침에 책을 쓰기로 했는데, 자료 하나만 찾아보겠다고 ChatGPT를 켜고, 기사를 하나 읽다가, 추천 기사를 클릭하고, 30분 후에는 여름 휴가 계획만 세우고 있었다고. 다음 날 아침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또 반복했다고 합니다.

정말 의지의 문제일까요? 시간 관리를 못 해서일까요?

이전 글에서 파킨슨 법칙으로 시간이 늘어지는 걸 막아봤습니다. 결정 피로를 줄여봤습니다. 시작의 감정적 장벽도 낮춰봤습니다. 분명 도움이 됐는데, 한 가지가 남았습니다. 왜 같은 방법을 써도 어떤 일은 끝까지 해내고, 어떤 일은 작심삼일로 끝나는 걸까?

뇌과학의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나다운 일"이라고 느끼는가 아닌가의 차이입니다.

 

나의 가치관이 반영된 캘린더 설계하기

 

"건강에 좋으니까 운동해"가 안 통하는 이유

"건강에 좋으니까 운동하세요." "생산성이 올라가니까 아침에 글 쓰세요." "경력에 도움이 되니까 사이드 프로젝트 하세요."

객관적으로 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한 달을 못 넘길까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에밀리 폴크(Emily Falk) 교수는 저서 What We Value(번역본 : 선택의 뇌과학)에서 그 이유를 뇌의 가치 평가 메커니즘으로 설명합니다. 뇌는 모든 선택지에 주관적 가치를 매기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이 자기 관련성 시스템(self-relevance system)입니다.

 

 

쉽게 말하면, 뇌는 "이것이 나와 관련이 있는가?"를 끊임없이 물어봅니다.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면 가치를 높게 매기고,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면 아무리 객관적으로 좋은 일이라도 우선순위를 낮춰버립니다.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객관적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는 러너가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러닝은 자기 관련성이 낮은 일입니다. 뇌가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은 버텨도 한 달을 넘기지 못합니다.

뇌 영상 연구에서 이를 담당하는 영역은 복내측 전전두피질인데, 흥미로운 점은 이 영역이 "좋다/나쁘다"라는 가치 판단과 "이건 나다/나답지 않다"라는 자기 판단을 동일한 패턴으로 처리한다는 것입니다. 뇌에게 "나다운 것"은 곧 "가치 있는 것"입니다.

 

같은 러닝인데, 왜 어떤 사람만 끝까지 하는가

에밀리 폴크 교수 자신이 이 원리를 경험했습니다. 가족이 모두 러너였지만 본인은 "나는 과학자이지, 러너가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러닝이 건강에 좋다는 말은 아무리 들어도 와닿지 않았습니다.

전환점은 동생의 한마디였습니다.

"누나는 목표를 세우고 그걸 이루는 사람이잖아. 러닝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아?"

이 순간, 러닝이 "건강을 위한 운동"에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나다운 도전"으로 재정의됐습니다. 실제로 하는 행동은 같은 러닝입니다. 하지만 "나다운 일"로 들어온 뒤에는 훈련을 설계하고, 기록을 추적하고, 마치 연구하듯 러닝을 했더니 실제로 잘 달리는 러너가 됐다고 합니다.

장동선 박사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냥 건강해지기 위해서 운동해야 된다는 이야기는 전혀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지만,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을 해내는 사람이라는 나의 정체성과 부합한 형태로 러닝이 들어왔을 때 해낼 수 있었다." 연습 과정은 똑같습니다. 차이는 그것을 나의 정체성 안에 심었느냐 아니냐뿐입니다.

이것이 원하는 일을 진짜로 해내는 사람들의 비밀입니다. 의지력이 아니라, 그 일을 "나다운 일"로 만드는 것입니다.

 

Self-Relevance: 내가 무엇을 우선시하는지 아는 것

"나다운 선택"이라고 하면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이렇습니다.

Self-relevance란, 내가 개인적으로 무엇을 우선시하는지 인지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진심을 다해 경험한 것들을 총망라해서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느끼는 감각. 이것이 뇌의 자기 관련성 시스템에 저장되어 있고, 매 순간의 선택에서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이 감각이 선명한 사람은 선택이 빠릅니다. "이건 나다운 일이니까 한다." , "이건 나답지 않으니까 안 한다." 에너지를 아껴서 중요한 곳에 쓸 수 있습니다.

반면, 이 감각이 흐릿한 사람은 매번 흔들립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시작했다가 금방 그만둡니다. 새해 결심이 3주를 못 넘기는 이유는 의지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그 결심이 나의 정체성과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치관에 맞는 메시지만 행동을 바꾼다

나다운 선택은 실험으로도 증명됐습니다.

에밀리 폴크 교수팀은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금연 메시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의 가치관을 먼저 파악한 뒤, 돈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담배에 쓰는 돈이 아깝지 않으세요?"를, 건강과 운동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계단만 올라가도 숨 차지 않으세요?"를 보냈습니다.

결과: 본인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받은 그룹이 유의미하게 높은 금연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fMRI로 뇌 활동을 측정했을 때, 자기 관련성이 높은 메시지에 노출된 참가자들의 내측 전전두피질이 더 강하게 활성화되었고, 이 활성화 수준이 실제 행동 변화를 예측했습니다.

같은 "금연하세요"인데, 나의 가치 체계에 맞는 방식으로 들어올 때 비로소 뇌가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운동도, 글쓰기도, 사이드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다움은 혼자서 자라지 않는다

나다움이라는 것은 혼자서 형성되지 않습니다.

에밀리 폴크 교수가 강조하는 두 번째 시스템이 사회 관련성 시스템입니다. 뇌는 "이것이 나다운가?"를 판단할 때, 동시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도 모니터링합니다.

장동선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혼자 뛰라고 하면 두 달 뛰다가 그만뒀을 수도 있어요. 예능 방송에서 16명이 같이 뛰면서 서로 응원하고, 내 목표를 공유하고, 그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는 것이 엄청난 힘이 됐습니다."

나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뇌 안의 가치 시스템이 강화됩니다. "나는 런너야"라고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러닝 크루와 함께 뛸 때 그 정체성이 훨씬 단단해지는 것처럼요.

그래서 원하는 일을 해내고 싶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나다움을 아는 것, 그리고 그것을 공유하는 것.

 

나다움을 찾는 두 가지 실전 방법

1. "긁히는 포인트"를 관찰하세요

내가 어떤 말에 방어적이 되는지를 보면, 정체성의 핵심이 보입니다.

맞춤법을 지적받으면 유독 화가 나는 사람은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있는 겁니다. 러닝 기록을 깎아내리는 말에 긁히는 사람은 "나는 러너"라는 정체성이 형성된 거죠. 먹는 것에 대해 뭐라 하면 참을 수 없는 사람은, 음식이 그 사람의 가치 체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정체성이 단단한 영역에서는 같은 말을 들어도 덜 긁힙니다. "그건 저한테 해당되지 않는데요"라고 편하게 받아들일 여유가 생기거든요.

내가 무엇에 긁히는가를 관찰하면, 내가 무엇을 진짜로 중요하게 여기는지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2. "가치 확언"을 해보세요

에밀리 폴크 교수의 동료인 강윤아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글로 적어보는 것만으로 이후 선택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갑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 "나는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일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나는 깊이 몰입하는 시간이 소중하다." 이렇게 적어보세요.

어떤 가치를 적든 상관없이, 이 행위 자체가 뇌의 자기 관련성 시스템을 활성화시켜서 다음 선택에서 "나다운 것"을 고를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나다운 선택을 할수록, 그것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보상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주체성 없이 시간에 쫓겨 살고 있지는 않은가

여기까지 읽으면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하루는 나다운 하루인가?"

캘린더를 열어보세요. 거기에 적힌 일정들을 훑어보세요. 그중에서 "이건 내가 진심으로 원해서 넣은 시간"이 얼마나 되나요? 그리고 "누군가가 넣어줬거나 해야 하니까 넣은 시간"이 얼마나 되나요?

나다움을 알아가려면, 내가 시간을 실제로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복기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말로는 "도전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캘린더에 도전과 관련된 시간이 단 한 블록도 없다면, 그건 나다움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캘린더를 "나답게" 설계하면 실행력이 달라집니다

 

나의 가치 기준으로 카테고리 설계하기 : 카테고리를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구성하세요

아치 캘린더의 스페이스는 단순한 카테고리가 아닙니다. "업무", "개인", "기타"처럼 기능적으로 나누는 대신, 나의 가치 기준으로 나눠보세요.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은 이런 조언을 합니다. "카테고리를 명사로 정의하지 말고, 동사로 정의하세요." 정적인 분류가 아니라 동적인 분류를 하라는 겁니다. "업무"라는 명사 대신 "몰입할 일", "조율할 일", "떠받들 일"처럼 내가 그 시간에 하는 행위의 본질로 이름을 붙이는 거죠.

이렇게 하면 스페이스 이름 자체가 나의 가치 체계를 반영합니다. "도전할 일"이라는 스페이스에 사이드 프로젝트, 새로운 기술 학습, 러닝 훈련을 넣고, "연결할 일"이라는 스페이스에 가족 식사, 친구 약속, 멘토 미팅을 넣는 식으로요.

캘린더를 열었을 때 "오늘 하루가 나다운 하루인가?"가 한눈에 보입니다. 그리고 스페이스의 이름이 동사이기 때문에, 그 시간이 되면 뇌가 자연스럽게 "지금은 몰입할 시간이다", "지금은 연결할 시간이다"라고 인식합니다. 명사로 된 "업무" 블록보다 훨씬 강력한 실행 신호가 됩니다.

 

원하는 일을 "나다운 언어"로 적으세요

캘린더에 "운동"이라고 적지 마세요. "6월 하프마라톤 도전: 오늘 5km 훈련"이라고 적으세요. "블로그 쓰기"가 아니라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시간"이라고 적으세요.

같은 행동이지만, 나의 정체성과 연결된 언어로 적으면 뇌가 부여하는 가치가 달라집니다.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나다운 일"이 되는 순간, 그 블록을 지킬 확률이 올라갑니다.

 

Analytics로 나다움과 현실의 간극을 확인하세요

아치 캘린더의 Analytics는 지난 한 주를 스페이스별로 시각화해줍니다. "도전"에 몇 시간, "관계"에 몇 시간, "루틴"에 몇 시간을 실제로 썼는지가 숫자로 보입니다.

금요일 주간 리뷰에서 "나는 도전하는 사람이다"라고 적어둔 가치 확언을 꺼내보고, "도전" 스페이스에 실제로 배분한 시간을 비교해 보세요. 말과 행동 사이의 간극이 숫자로 보이면, 다음 주 캘린더를 설계할 때 자연스럽게 조정이 이루어집니다.

이것이 나다움을 알아가기 위해 시간을 복기하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입니다.

 

원하는 일을 진짜로 해내는 법

에밀리 폴크 교수가 책에서 강조하는 핵심은 이겁니다. 어떤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해도 늘 후회하고, 어떤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든 좋은 결과로 만들어갑니다. 차이는 A를 골랐느냐 B를 골랐느냐가 아니라, 그 선택을 나의 것으로 가져가서 맞는 답으로 만들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그 힘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아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앎은 내가 시간을 실제로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원하는 일을 진짜로 해내는 일정 설계하기

나다운 일로 채워진 캘린더는 지키기 쉽습니다. 그리고 지켜진 캘린더는 나다운 하루를 만듭니다. 그 하루가 쌓이면, 원하는 일을 진짜로 해내는 사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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