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운영 #마인드셋
중요한 결정은 왜 항상 ‘전날’ 공유될까

타이밍이 메시지를 이긴다. (이슈 관리)

빠른 성장으로 좋은 M&A 기회를 잡은 제조사 A
한 딥테크 스타트업의 이야기다. 제조업에 로보틱스 기술을 접목한 회사로 많은 투자자의 기대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수백억대 시리즈 B 투자까지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시절, 회사의 기술 가치를 알아본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연구개발에 필요한 투자금 유치도 수월했고, 비상장 기업 가치도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창업자 3명이 전 직원을 모았다. 그중 한 명이 운을 띄웠다.
“회사가 매각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회사는 미국의 한 제조기업의 일원이 됩니다.”

소식을 들은 구성원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이 소식을 미리 들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인사, 재무, 홍보 등 주요 보직자뿐 아니라, 다수 인원이 포진한 개발팀 리더들조차도.

주요 리더와 직원들은 회사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에 불만을 가졌고, 이미 결정된 보상 패키지에는 더 협상할 여지도 없었다. 창업자들이 각 직원의 기여도를 평가해 보상을 확정한 이후였기 때문이다. 곧 회사를 떠나게 될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고, 업계에는 회사의 결정 방식과 창업자에 대한 평판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상황은 빠르게 전개됐다. 회사는 인수 기업과 조건을 이미 상당 부분 조율해 놓은 상태였다. 핵심 기술을 미국 기업에 이전하는 조건이었기에, 이 회사에 남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조직은 빠르게 해체 수순을 밟았고, 대표와 창업자들의 엑싯 스토리는 외부에 ‘성공 사례’로 포장되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특정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R&D 자금 충당을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한 B사
또 다른 딥테크 스타트업 이야기다. 바이오 분야에 투입되는 막대한 R&D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상장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상증자를 이어갔다. 자체 개발 중이던 임상은 지연되고, 글로벌 기업과 계약했던 후보물질이 반환되면서 자금 압박은 더욱 커졌다. 현금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대표는 사모펀드, 해외 파트너십 등 다양한 조달 방안을 검토한 끝에 결국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는 주식 발행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이므로, 일반적으로 주가 하락을 동반한다.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 결정을 유관 부서 직원들에게 공시 하루 전에 전달했다. 대응 계획을 수립할 시간도 없이 시장에 소식이 공개되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시장은 증자 소식에 싸늘하게 반응했다. 주가는 급락했고, 부정 기사가 쏟아졌으며, 통제되지 않은 메시지들이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확산되었다. 명백한 대응 실패였다.

이슈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미리 준비하기’

스타트업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이 두 회사는 무엇을 놓쳤을까?  바로 대응(Preparedness)이다. 

대부분의 경영진은 ‘의사결정’에는 시간을 쓰지만 ‘전달’에는 시간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이슈나 변화를 동반하는 중요한 사건일수록, 무엇을 결정했는가보다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결과를 좌우한다. 

효과적인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통제되지 않은 메시지로 인해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한꺼번에 잃게 된다.

  • 첫째, 직원의 신뢰를 잃는다.
    직원은 회사의 첫 번째 이해관계자다. 특히 스타트업일수록 핵심 인재와의 신뢰는 자산 그 자체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이 어렵고, 이후 어떤 메시지도 진정성을 얻기 힘들다.
  • 둘째,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잃는다.
    자본시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믿고 투자해 달라”는 요청이다.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논리와 근거, 그리고 타이밍이 함께 준비되어야 한다. 준비 없는 공시는, 무방비 상태로 전쟁에 나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 셋째, 대중 평판을 잃는다.
    주가 하락과 부정 기사, 내부 불만이 결합되면 기존에 쌓아온 브랜드 평판은 빠르게 훼손된다. 평판은 쌓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몇 가지는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 의사결정 직후,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먼저 가동하라.
    인사, 재무, 홍보 등 핵심 부서 리더에게 즉시 공유하고, 이해관계자별 메시지를 설계해야 한다. 누구에게 먼저 말하느냐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중요하다.
  • 핵심 이해관계자별 메시지를 분리하라.
    직원, 투자자, 언론은 같은 사실을 보더라도 다른 질문을 한다. 하나의 메시지로 모두를 설득할 수는 없다.
  • 컨피덴셜리티와 준비 사이의 균형을 맞춰라.
    비밀 유지 조항이 있더라도, 최소한의 내부 리더들에게는 공유해 대응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나친 비밀주의는 오히려 리스크를 키운다.

 

결론

중요한 의사결정은 조용히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결정이 세상에 전달되는 순간은 결코 조용하지 않다.

좋은 결정도, 잘못 전달되면 나쁜 결과를 낳는다.
반대로 어려운 결정도, 잘 설계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신뢰를 지킬 수 있다.

스타트업이 성장할수록 더 많은 ‘중요한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때마다 기억해야 한다.

신뢰는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라는 것을. 

 

* 이 글은 <스타트업, 커뮤니케이션 좀 합시다> 연재의 일환으로 스타트업의 커뮤니케이션 의사결정을 돕는 루미스 커뮤니케이션에서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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