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봇 #사업전략 #프로덕트
크리에이터를 억지로 붙잡지 않기로 했다

크리에이터 소속사를 만든지 5년차, 한 가지 질문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지금 소속 크리에이터분들이 내일 당장 모두 나가신다면, 회사는 어떻게 됩니까?"

 

불편한 질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동안 이 문제를 외면한 건 아니었습니다.

크리에이터분들이 떠나지 않도록 한 분 한 분 최선을 다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빠르게 응대하고, 더 좋은 브랜드를 연결하고, 더 세심하게 챙기는 것.

거기에 몇 년간 집중해왔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저는 만족도를 높이는 것과 이탈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관계는 결국 흔들립니다.

담당자가 바뀌면, 성과가 한 번 꺾이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나타나면 — 아무리 잘 쌓아온 관계도 그 순간 취약해집니다.

 


 

대부분의 MCN은 이 문제를 규모로 해결하려 합니다.

크리에이터 수를 늘려서 한 명이 빠져도 전체 매출이 흔들리지 않도록.

합리적인 접근이지만, 이건 충격을 분산시키는 것이지 구조를 바꾸는 건 아닙니다.

 

저는 다른 방향에서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힌트는 어느날 보았던 맥도날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파운더’에서 얻었습니다.

맥도날드는 계약으로 가맹점을 묶기도 하였지만, 진짜 핵심은 따로 있었습니다.

제가 발견한 건 '각 매장이 운영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원재료를 본사가 직접 공급하는 구조'였습니다.

가맹점주가 시장에서 따로 재료를 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심지어 매장을 운영할 땅도 본사가 제공해주었죠.

본사가 공급하는 것이 더 싸고, 더 안정적이고, 더 품질이 좋기 때문에 가맹점주는 기쁜 마음으로 사용합니다.

 

강제성이 아닌 합리적인 구조. 포인트는 하나입니다

크리에이터가 어차피 써야 할 시간과 비용을, 우리가 더 잘 해결하는 것.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가져가는 게 아니라, 함께할수록 양쪽 다 이득이 되는 것.
그렇기에 지속 가능한 구조.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우리가 크리에이터분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원재료는 무엇일까. 이분들이 어차피 써야 할 시간과 비용을, 우리가 더 잘 해결해줄 수 있는 영역이 어디 있을까."

 


 

메가급 크리에이터분들과 함께하면서 알게 된 게 있습니다.

이분들의 고민은 수익만이 아닙니다.

수익이 늘어도 매일 콘텐츠를 만들고, 제품을 분석하고, 사람을 관리하고, 외부 미팅을 소화하는 일은 그대로입니다.

가장 잘하는 일에 써야 할 에너지가, 그 외 수많은 일을 처리하는 데 먼저 소진됩니다.

 

모든 MCN은 크리에이터의 비즈니스 영역을 대행하여 광고를 연결해줍니다.

따라서 이 영역 외의 차별성을 찾아야했습니다.

제가 찾은, 골든웨일즈가 공급하려는 핵심 원재료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콘텐츠 제작 인프라입니다.

뷰티 MCN 업계에서 콘텐츠 제작은 크리에이터의 영역입니다.

기획, 촬영, 편집, 업로드 — 어느 MCN도 이 영역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전제를 깨기로 했습니다.

편집자를 회사가 직접 고용해 콘텐츠 제작 일부를 회사가 책임집니다.

올해 이사 가는 사무실에는 롱폼, 숏폼, 인서트 컷 전용 스튜디오를 각각 만들 예정입니다.

크리에이터가 몸만 와도 촬영이 가능하도록, 크리에이터별 촬영 세팅값을 미리 준비해두고, 제품은 카테고리별로 올리브영처럼 진열해둘 겁니다.

이후 편집부터 업로드까지 골든웨일즈에서 맡고 크리에이터는 피드백만 주면 됩니다.

 

두 번째는 대규모 커머스 운영 역량입니다.

수억 원 규모의 마켓을 하려면, 수천만 원 규모의 마켓과는 아예 다른 구조가 필요합니다.

만원짜리 화장품으로 10억 원의 매출을 만들려면 10만 개를 팔아야 합니다.

이건 남는 재고로 할 수 있는 수량이 아닙니다.

별도 생산을 해야 하고, 다른 유통 채널의 재고와 1년 전체 마케팅 플랜까지 고려해서 설계해야 하는 규모입니다.

최저가 협상부터 대량 트래픽을 감당할 판매 페이지 준비, 물류, CS, 이슈 대응까지 — 크리에이터 혼자, 혹은 작은 팀으로 단기간에 구축하기는 어렵습니다.

골든웨일즈는 이 구조를 5년 넘게 반복 실행하면서 쌓아온 회사입니다.

 

이 두 가지 인프라 위에, 크리에이터의 시간과 에너지를 지키기 위한 지원도 함께 갖춰갑니다.

스케줄 관리와 리마인드, 주요 행사 이동 시 의전 차량 지원, 세무·법률·자산관리 전문가 자문까지.

크리에이터가 시간을 더 확보할수록, 가장 잘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혼자 할 때보다 더 잘되는 것, 그리고 더 편해지는 것.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할 때 비로소 우리가 구축하는 인프라는 의미가 생깁니다.

 


 

처음에 저를 멈추게 했던 질문이 있었습니다.

"크리에이터분들이 모두 나가시면 회사는 어떻게 됩니까?"

 

예전의 저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계에 최선을 다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다르게 봅니다.

물론 관계에 최선을 다하는 건 기본이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관계가 좋아서 남는 것과, 여기 있는 게 합리적이라서 남는 것은 다릅니다.

전자는 흔들릴 수 있지만, 후자는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건 떠나지 않게 붙잡는 것이 아니라, 함께할수록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 구조가 단단해질수록, 처음의 질문은 자연스럽게 의미를 잃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링크 복사

신홍규 주식회사 골든웨일즈 · CEO

뷰티 시장에서 키워드 기반 소비 생태계를 만듭니다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추천 아티클
신홍규 주식회사 골든웨일즈 · CEO

뷰티 시장에서 키워드 기반 소비 생태계를 만듭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