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최동언 수석팀장
Index Robotics는 자체 설계한 감속기와 구동기를 기반으로 초정밀 작업이 가능한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입니다. Figure AI, Tesla Optimus 등 글로벌 빅플레이어들이 범용 휴머노이드의 비전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Index Robotics는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화려한 보행 퍼포먼스 대신,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쓰일 수 있는 '정밀한 손'을 가진 상반신 휴머노이드에 집중하고 있으니까요.
1. 신승훈 대표: 설계에 미쳐있는 사람
초등학생 때 30만원짜리 레고 자동차를 선물받고 밤을 새워 조립했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는 과학상자 대회에 매해 나갔고, 대학에서는 DIY 드론 팀을 직접 만들어 날렸습니다. 카이스트 휴보랩에 들어간 후에는 석박사 8년간 유압식 4족보행로봇을 포함한 로봇 시스템을 A to Z로 3개 이상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습니다. 볼트까지 합치면 2~3천 개의 부품, 직접 설계해서 가공 맡기는 것만 2~300개, 이것들을 조립하여 하나의 모듈을 이루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온 사람.
신승훈 대표는 그런 사람입니다.
신 대표를 만나고 처음 느낀 인상은, 이 사람은 '설계'라는 행위 자체에 중독된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밤을 새우는데, 제작보다 설계하면서 밤새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합니다. 무언가를 만들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말이 그의 삶 전체에서 일관되게 확인됩니다. 대부분의 로봇 회사들이 구동기를 외부에서 사서 시스템을 조립하는 반면, 신 대표는 "구동기부터 무조건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야 큰 로봇 시스템이 가지는 문제점을 바닥부터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죠. 신승훈 대표는 품질을 위해서라면 같은 부품을 수백번도 다시 설계하는 그런 근성이 있는 사람입니다.
2. Sim2Real gap과 초정밀 작업
휴머노이드 로봇이 왜 아직 산업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있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sim2real gap입니다. 시뮬레이션에서 잘 작동하던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차가 누적되어 동작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현상입니다.
보행이나 물건을 들어 옮기는 수준의 태스크에서는 이 갭이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그러나 바늘에 실을 꿰거나, 커넥터를 연결하거나, mm 단위의 정밀 조립을 수행하는 초정밀 태스크에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실제로 자동차 공장에서도 로봇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대표적 작업이 커넥터 연결 같은 초정밀 작업이라고 합니다.
Index Robotics가 주목한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대부분의 휴머노이드 회사들이 걷고, 들어 올리고, 옮기는 범용 태스크에서 데모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는 동안, Index는 정밀한 손작업이라는 아직 누구도 제대로 풀지 못한 시장을 타겟으로 삼았습니다. 고정형 상반신 로봇이라는 폼팩터 역시 이 전략의 연장선입니다. 보행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지금 당장'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형태를 선택한 것입니다.
3. 백래시에 대한 집착과 데이터의 품질
그렇다면 sim2real gap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핵심은 감속기의 '백래시'에 있습니다. 백래시란 기어 사이의 유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치 오차인데, 이것이 로봇의 링크 구조를 따라 끝단으로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됩니다. 일반 유성기어의 경우 백래시가 5~20 arcmin 수준이고, 이는 로봇 팔 끝단에서 수 mm의 오차로 나타납니다. 정밀 조립 작업에서 mm 단위 오차는 곧 실패를 의미합니다.
Index Robotics는 자체 개발한 구동기로 이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유성기어 수준의 순응성과 역구동성을 구현하면서도, 백래시 보정 메커니즘을 더하여 위치 오차를 최소화했습니다. 여기에 구동기 데이터를 수집한 후 신경망 기반 모델링을 통해 잔존 오차까지 학습으로 보정하는 방식을 결합했습니다.
신승훈 대표가 백래시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순히 정밀도 스펙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는 반복적으로 AI소프트웨어가 더 잘 동작하려면 데이터의 퀄리티가 좋아야 하고, 데이터의 퀄리티가 좋으려면 하드웨어가 좋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오차가 적고 일관된 트레이닝 셋이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드웨어의 정밀함이 소프트웨어의 지능을 결정한다는 이 역설적 통찰이, Index Robotics의 기술 전략의 핵심입니다.
4. 시스템 레벨의 극한의 최적화
Index Robotics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이 팀이 하나의 부품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최적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하드웨어를 직접 설계해서 로봇을 만드는 팀은 손에 꼽힙니다. 대부분의 로봇 회사들은 유니트리 같은 곳에서 상용 로봇을 사서 제어하는데, 이 방식으로는 모든 구동기에 대한 풀 액세스가 불가능하고 모터 단위의 세부 제어를 할 수 없습니다. Index Robotics는 모터, 감속기, 모터드라이버(회로), 펌웨어, OS까지 전부 자체 개발합니다. 로봇의 바닥부터 윗단까지를 모두 이해하고 컨트롤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풀스택 접근은 양산 설계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다양한 구동기의 내부 부품 80%를 공용화하고, 소수의 구동기 종류로 관절 전체를 커버하는 모듈화 설계를 완료했습니다. 시드 단계의 회사가 이 정도의 구체적인 양산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는 것은, 처음부터 양산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는 뜻입니다. 결국 부품 하나하나의 성능이 아니라, 모터-감속기-드라이버-제어기로 이어지는 전체 체인이 하나의 설계 철학 아래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이 이 팀의 진짜 경쟁력입니다.
많은 휴머노이드 회사들이 화려한 데모 영상으로 시장의 관심을 끄는 동안, Index Robotics는 감속기의 백래시를 0에 가깝게 만드는 데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이 집착이,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휴머노이드의 미래는 걷는 것이 아니라 정밀하게 일하는 것에 달려 있을지도 모릅니다. Index Robotics가 그 답을 만들어갈 팀이라고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