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좋으면 판단을 잘한 게 아닌가요?
결과가 좋으면 판단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입니다. 사람들은 대박이 난 투자나 성공한 사업 모델을 보며 그 선택이 옳았다고 치켜세우곤 합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사후 확신 편향'이라고 부릅니다. 결과가 나온 뒤에 모든 과정을 필연적인 논리로 끼워 맞추는 태도입니다. 하지만 운 좋게 복권에 당첨된 사람을 두고 '뛰어난 경제적 판단을 내렸다'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운과 실력을 구분하지 못하는 순간, 의사결정은 위험한 도박이 됩니다.
사실 우리가 마주하는 결과는 수많은 외부 요인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시장의 갑작스러운 변동성이나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은 인간의 통제 밖입니다. 또한 타인의 심리나 경쟁자의 반응 역시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의사결정자는 항상 제한된 정보 속에서 선택을 내리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채로 중요한 선택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선의 선택이 반드시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아무렇게나 내린 결정이 최선의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사결정을 잘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의사결정을 잘한다는 것은 그 '과정'이 합리적인 결정을 말합니다. 스스로 내린 판단에 대해 논리적인 설명이 가능하고, 다른 사람이 보더라도 수긍할 수 있는 추론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내가 왜 이 상황에서 해당 선택을 했는지, 어떤 데이터와 근거를 참고했는지 명확히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고, 통제 불가능한 운의 영역을 겸허히 인정하는 태도 역시 필요합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학습과 개선을 통해 근본적인 역량으로 축적됩니다. 합리적인 결정도 얼마든지 실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인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에 다음 결정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한두 번의 성공은 운으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백 번의 지속적인 성공은 정교한 시스템의 결과입니다. 반복적으로 성공하는 리더들은 일시적인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판단 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성공 확률 자체를 높이는 데에 집중합니다.
반면, 언어로 정의하지 못하는 '직관'에만 의존하는 결정은 위험합니다. "느낌이 좋았다"라는 직관은 그 자체로 판단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결과를 보고서도 학습과 개선의 기회로 삼기 위한 데이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패하더라도 개선할 수 없으니 과거에 옳다고 믿었던 방식을 되풀이하거나 또 다른 운에 결과를 기댈 뿐입니다. 개선할 수 없는 경험은 실력이 아니라 고집이 됩니다.
의사결정의 품질이 바뀌면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작은 판단 우위라도 장기적으로 누적되면 압도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제프 베조스는 고위급 리더가 하루 세 번의 중요한 결정만 제대로 내려도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 기준으로만 계산해도, 성공률을 5% 높인 사람은 1년에 약 39번의 성공 경험을 더 가져갑니다. 하루 3번 결정한다면 그 차이는 연간 55회로 벌어집니다. 이 사소해 보이는 ‘연간 55번의 추가 성공’이 10년 뒤에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거대한 격차를 만들어냅니다.
삶을 바꿀 중요한 결정의 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인생은 단판 승부가 아니라 수많은 선택이 이어지는 긴 여정입니다. 운이 따르면 무모한 결정도 성공으로 둔갑하고, 운이 나쁘면 치밀한 계획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웃는 사람은 정해져 있습니다. 스스로를 훈련하여 우연을 실력으로 치환해 낸 사람만이, 어떤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자신만의 삶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P.S. 제가 연구하는 의사결정 방법론이 누군가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비즈니스 판단이나 개인적 선택의 기로에서 정교한 피드백이 필요하신 분은 아래로 연락해 주세요. 때론 작은 관점의 차이가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들 수 있을테니까요. (decisionhell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