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제로인사이트
격주 목요일, 창업가들의 인사이트를 메일로 전해드립니다.
창업가들의 Day 0로 돌아가, 그들의 ‘처음’에 담긴 고민과 배움을 살펴봅니다.
“저는 10배 이상을 꿈꿔본 적도, 성장해 본 적도 없어요.”

데이제로 팀에서 국내 창업가를 직접 찾아 다니기 시작한 건, 해외 유니콘 창업자들의 사례를 간접적으로 접할 때는 결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실패의 질감'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달 월급을 못 줄 것 같아서 대출받으러 갔다가 거절당하고 오히려 홀가분했던 그 감각 말이에요.
김수용 대표는 창업을 몇 차례 접은 적이 있습니다. 쇼핑몰도 운영해보고, 세차 사업도 시도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입버릇처럼 회사 동료에게 "너 나중에 나랑 같이 일해야 돼"라고 말하다가, 그 말에 사람들이 진짜로 모이게 되면서 결국 다시 시작했죠.
현재 라이프오아시스는 음성 언어교환 앱 '마음', 직장인 소개팅 '윌유', 크리스천 데이팅 '위러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1년 튜터링* 출신 9명으로 창업했고, 시드 투자 8억 원 이후 추가 투자 없이 자력 흑자를 만들었어요. 2024년 매출 32억, 2025년 60억. 올해 목표는 100억입니다.
*튜터링: 2016년 설립된 1:1 영어회화 앱. 전 세계 튜터와 실시간으로 연결해 모바일 화상 영어 수업을 제공하며, 누적 다운로드 330만 건을 기록했다. 김수용 대표는 이 회사의 1호 마케터(그로스 마케터)로 4년 10개월간 근무했다.
이 숫자가 인상적인 건 규모 때문이 아닙니다. 여러 번 사업을 망해본 사람이, 투자금을 쓰지 않고, 목표를 낮게 잡으면서 그러한 성과를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시급 1,700원 짜리 세차 아르바이트를 하던 신학생 출신 창업자가 어떻게 이런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는지, 오늘은 라이프오아시스 김수용 대표의 Day 0로 돌아갑니다.
오늘의 인사이트 요약
1. 시급 1,700원 세차가 가르쳐준 것
2. 마음의 탄생, 굴러온 기회
3. 만들고 빠지기를 반복한 이유
4. 충분함의 감각, 그리고 그 이후
1. 시급 1,700원 세차가 가르쳐준 것
📒 Editor’s Note:
신학과를 나와 목회자가 되려던 사람이 스타트업 창업가가 된 계기는 꽤 단순합니다. 군 복무 중 선임이 던져준 책 한 권이 시작이었어요. 제목은 『빅데이터, 경영을 만나다』. 2014년에 읽은 책이었는데, 거기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미래에 가장 큰 고액 연봉자는 데이터 분류 기술을 가진 개발자다. 의사보다도 돈을 더 많이 번다."
'개발자'. 본격적인 목회를 시작하기 전, 일반 직업을 가지려던 그에게는 딱 맞는 일처럼 느껴졌죠. 그 후 전역하자 마자 국비 개발 교육 과정에 지원했고, 개강까지 9개월의 시간 동안 이벤트 기획사에서 인턴을 하며 처음으로 웹 기획을 배웠습니다. 6개월 과정을 마치고서는 SI 업체에 계약직으로 취업해 은행 앱 외주 개발을 시작으로 개발 직군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Q. 거기서 첫 창업을 하셨죠?
같이 일하던 분들이 뭔가 해볼 수 있지 않겠냐고 아이템을 제안해줬어요. 영화 속 의상을 똑같이 만들어 판매하는 쇼핑몰 사업이었죠. 당시가 2016년 쯤이었는데, 문제는 제가 마진 개념을 전혀 몰랐다는 거예요. 생산비가 17만 원인데, 옷을 20만 원에 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의류는 생산비의 3배 정도 마진으로 팔아야 하거든요. 근데 그걸 알았을까요? 신학생이. 3만 원 마진 보고 팔고 하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 월급도 제대로 못 줬어요.
그래서 새벽에 따로 돈 벌 일을 찾다가 세차 아르바이트를 시작한거에요. 당시 기준으로 시급 1만 원이라기에 정말 좋은 기회라 생각해서 교회 차를 빌려 한 달 동안 출장 세차를 다녔는데, 알고 보니 1만 원 안에 유류비가 포함된 거였어요. 따져보니 시급이 1,700원쯤 인거에요. 제가 막 사장님께 항의를 하니까 "내가 일도 가르쳐주는 걸 생각하면 이 정도도 많이 받아가는 거다"라고 오히려 역정을 내시는거에요.
억울했지만 그때 같이 화를 내기보다는 여지껏 배운 게 세차니까, 이참에 내가 직접 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당장 중고차 시장에서 다마스 한 대를 270만 원에 사가지고 창업했어요. 전단지 만들어서 그 사장님 업장 근처 아파트에 마구 돌렸죠. 짧은 기간동안 한 57대 가까이 닦은 거 같아요. 한 대당 8만 원쯤 받았으니까 거의 500만 원 정도 되잖아요? 쇼핑몰 창업 멤버인 개발자들도 다같이 뛰어들어 함께 닦았습니다. 심지어 세차에 부가 서비스까지 붙여서 1,000만 원쯤 벌었던 것 같아요. 지나가다도 뭔가 사업이 될 것 같으면 바로 실행하던 게 저였죠.
하지만 하루에 3~4시간밖에 못 자고 이대로 가면 인생이 너무 피폐해지겠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엑셀러레이팅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가 하소연했어요. 하루에 20시간 가까이 일하는데 돈을 못 벌고 있다고. 그러자 멘토가 "가격 책정은 어떻게 하셨냐"고 되묻는 거에요.
그 한마디에 멘붕이 왔어요. 열심히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 구조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겁니다. 그때부터 다시 경영서를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이건 뭐 직원이 5명일 때, 10명일 때, 20명일 때 다가오는 성장통이 더 심각한 거예요. 그래서 결심했죠. 사업을 접고, 어딘가에 들어가서 조직이 성장하는 사이클을 직접 경험한 다음에 다시 창업해야겠다고.
Q. 그래서 튜터링에 합류하게 되신 거군요. 튜터링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그때 엑셀러레이팅 교육 수업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던 분이 튜터링 대표님이었어요. 100명 정도 모인 자리에서 그 분이 제 옆자리에 앉았던 건, 순전히 운의 영역이에요.
당시 검색해보니 삼성전자 출신에, 투자도 이미 받은 회사더라구요. 직원이 3명 밖에 안 되는데 1억 5천 정도 받은 회사였던거에요. 2016년 당시에 1억 5천만 원 받는다는 게 정말 대단한거였거든요.
프로그램이 끝날 쯤, 투자자들이 줄 서서 그분한테 명함을 주는 걸 바로 옆에서 봤어요. 당시 저는 11개 회사에 투자 제안을 했는데, 아무도 안 줬거든요(웃음). 그래서 내가 여기를 무조건 들어가야 되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래서 대표님께 제가 마케팅을 엄청 잘한다고 어필했어요. 사실은 그렇게 잘 아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러면서 월급도 안 받아도 좋다고 제 의지를 강하게 말씀드렸죠. 나중에 그 분이 책을 쓰셨는데, 거기도 제 얘기가 나오더라구요. "알고 보니 그분은 마케팅 전문가가 아니었었다"고 하면서(웃음).
마케터로 입사해서 봤더니, 마케팅에 필요한 데이터를 개발자들한테 요청하면 무조건 안 된대요. 그래서 서버 권한을 달라고 요청해서 제가 직접 데이터를 분석했어요. 2016년 당시 업계에서는 흔치 않게 SQL을 사용하고, 대시보드를 만드는 '그로스 마케터'였던거죠. 그렇게 4년 10개월을 튜터링에서 재밌게 일했습니다.

Q. 4년 동안 조직이 150명 가까이 성장하는 걸 직접 보셨잖아요. 어떤 걸 배우셨어요?
제일 크게 배운 건 성장통이었어요. 직원이 10명일 때, 30명일 때, 50명일 때, 100명일 때 단계마다 오는 성장통을 곁에서 실제로 볼 수 있었거든요. 경영 서적에서 읽었던 내용을 직접 경험한거에요.
그리고 창업 멤버들의 실력과 속도가 어느 시점에는 회사의 성장을 못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을 배웠죠. 그런 걸 보면서 나라면 초기 멤버들의 역량을 미리 끌어올려야겠다고 많이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지금 너가 일하는 자리에 언젠가 경력자가 올 수도 있는데, 결국 너가 그 역할을 주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스스로 준비해서 역량을 갖춰야 된다" 이런식으로요.
이 밖에도 마케팅비를 100억 정도 집행해보기도 했고, CF도 해봤어요.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매체에 거의 다 마케팅을 해봤다고 보면 돼요.
2. 마음의 탄생, 굴러온 기회
Q. 회사의 밸류가 1,000억 원에 가까워지고 있었는데, 초기 멤버로 계시다가 왜 나오셨어요?
지금도 제 책상 포스트잇에 붙여놓은 문장이 있어요. "조직을 떠나야할 때 — 내가 스스로 성장한다고 느끼지 못할 때." 그때 그로스 리드로 12명 정도 팀원을 두고 있었고, 점점 실무보다는 관리 일을 많이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팀에 경력직 팀원도 오고, 7년 차, 10년 차 이런 사람들이 오기도 하잖아요. 어느 순간부터 제가 해야 될 일이 점점 줄어 들더라구요. 거기다 어떤 일은 내가 이 팀원보다 더 잘할 자신이 없는 거에요. 그러다 보니 점점 의견을 내기도 어려워지고, 회사의 밸류는 올라가는데 스스로 성장하지 못하는 감각이 먼저 느껴졌어요.
그렇다고 사실 창업을 다시 할 생각은 없었어요. 이미 두 번이나 했다가 접었으니까, 완전히 질렸던거죠. 근데, 제가 회사 생활하는 동안 입버릇처럼 늘 "너 나중에 내가 창업할 때, 나랑 같이 일해야 돼"라고 말하고 다녔더라구요. 회사를 정리하고 나올 때쯤 "그 말 때문에 왔어요"라고 하는 분들을 한 명씩 만나게 됐어요. 그렇게 튜터링을 거쳤던 9명이 모이게 됐습니다.

Q. '마음'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튜터링에서 일할 당시에 야근이 많다 보니까 아자르*라는 랜덤 영상통화 서비스를 쓰게 됐어요. 진짜 사람과 이야기 할 기회가 없으니까.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어서 서비스를 찾은 건데, 남자라는 이유로 스킵(skip) 당하는 거예요. "최악이다", "뭐 이렇게 생겼냐" 그런 말을 듣고 스킵당한 거죠.
*아자르(Azar): 하이퍼커넥트가 2014년 출시한 글로벌 랜덤 영상통화 앱. 전 세계 230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2021년 미국 매치그룹(소셜 디스커버리 앱 '틴더' 운영사)에 약 2조 원에 인수됐다.
아자르가 당시 연 300~400억 정도 매출을 낸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느낀 페인포인트를 바탕으로 아이템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자신이 하루 동안 겪은 감정을 카드에 기록하고, 그 카드를 보고 타인이 대화를 거는 구조로 만들었어요. 하지만 고객들에게는 그 부분이 오히려 불편하고 피곤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베타 모델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내놓았는데 피드백이 "이 제품은 쓰레기다"라는 거에요. 서비스가 너무 복잡하고 아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그래서, 이후에 서비스에 불필요한 걸 전부 걷어내고 정말 중요한 콘셉트만 남겼어요.
제가 생각했던 핵심 문제는 단순했어요. "모든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자기 지인한테도 얘기하지 못하는 속이야기가 있다. 그런 거를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고객이 찾아올 거다. 그래서 딱 10분 동안 아무한테나 쉽게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다시 만들었어요. 그렇게 론칭하자마자 고객 반응이 오더라구요. 그 가설이 맞았던 거죠.

Q. 초기에 시드투자를 8억 정도 받으셨다고 들었는데, 투자금은 어떻게 유치하셨나요?
창업 초기에 진짜 돈이 없었어요. 당장 멤버들에게 다음 달 월급도 못 줄 판이었거든요. 멤버들한테 어떡하냐고 했더니 "대출이라도 받아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신용보증기금*에 갔는데, 제품이 없는데 어떻게 대출을 받으려는 거냐며 어렵다고 돌아가라고 하더라고요.
*신용보증기금: 담보력이 부족한 기업에 신용보증을 제공해 자금 조달을 돕는 정부 산하 기관. 스타트업 대상 특화 보증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저는 사실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홀가분했어요. 이제 사업을 접을 명분이 생겼으니까.
그렇게 사업을 그만 두어야하나 고민하던 타이밍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보증 승인이 떨어졌어요. 안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것 역시 운이 영역이었죠. 그래서 4억 정도 대출을 실행해서 받고, 그 4억을 장전한 상태에서 딱 3개월 만에 월 매출 3,000만 원을 만들게 됐어요. 그 성과를 가지고 본엔젤스*에서 70억 밸류로 인정받아 7억 원 시드투자를 받았고, 엔젤 투자 1억까지 합쳐서 총 8억 원으로 시드 라운드를 마감했어요.
*본엔젤스 파트너스(BonAngels Venture Partners): 초기 스타트업 전문 벤처캐피탈. 시드~프리A 단계 투자에 강점이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초기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Q. 그때 받은 투자금은 어떻게 쓰셨어요?
안 썼어요. 진짜로 지금까지도 쓰지 않았어요.
직전 회사에서 경험했었거든요. 투자를 5~6번 정도 받으니까 어느 순간 투자자가 갑이 돼요. "왜 못하세요?" 전화가 일반 직원한테까지도 막 와요. 저는 그게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원래부터 시드 투자만 받고 추가 투자는 안 받을 생각이었거든요.
2년 차까지 적자가 매년 4억씩 났는데, 그때의 마이너스는 정부지원금으로 다 메웠어요. 초기창업패키지, 팁스(TIPS) 등 받을 수 있는 건 다 받아서 정부지원금도 총 10억 넘게 확보했거든요. 그래서 투자금은 건드리지 않았고, 3년 정도 지났을 때 흑자 전환과 대출금 상환을 동시에 끝냈습니다.
📒 Editor’s Note:
많은 스타트업이 시드 투자금으로 런웨이를 확보한 뒤, 다음 라운드를 위한 성장 지표를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김수용 대표는 정반대였어요. 투자금은 손대지 않고, 정부지원금으로 적자를 버티면서 자체 매출로 흑자 구조를 먼저 만들었죠. 투자를 많이 받을수록 투자자가 갑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목격한 경험이 이 선택의 배경이었습니다.
3. 만들고 빠지기를 반복한 이유
📒 Editor’s Note:
라이프오아시스에서 김수용 대표의 역할은 독특합니다. 각 팀의 PO에게 의사결정을 상당 부분 위임한다고 해요. 그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이 틀렸던 순간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어서에요.
Q. 리더십에 변화가 생긴 계기가 있나요?
결정적인 경험이 하나 있었어요. 서비스의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데, 저는 제 경험이 답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푸시를 하는 상황이었든요. 근데 한 주니어 멤버가 계속 저와 다른 의견을 내는거에요. 그래도 저는 제 고집을 꺾지 않았어요. 일단 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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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 목요일, 창업가들의 인사이트를 메일로 전해드립니다.
창업가들의 Day 0로 돌아가, 그들의 ‘처음’에 담긴 고민과 배움을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