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검증 #마인드셋 #커리어
AI 없이 수작업으로 엄마 4,000명을 연결한 사업가

“엄마의 반경 1km를 바꾸고 싶었어요”

 

육아를 소비가 아니라 연결의 문제로 본 사람, 육아크루 이가영 대표 인터뷰

아이를 낳는 순간, 엄마의 삶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몸도 바뀌고, 시간도 바뀌고, 관계도 바뀝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절실한 순간에 엄마들은 자주 혼자가 됩니다.

“동네에서 나랑 비슷한 엄마 친구 한 명만 있었으면 좋겠다.”
“급할 때 물어볼 사람만 있어도 훨씬 덜 외로울 텐데.”

육아크루 서비스를 운영 중인 주식회사 다이노즈 이가영 대표는 바로 그 지점에서 문제를 봤습니다. 
그리고 엄마들을 ‘소비자’가 아니라, 연결이 필요한 사람으로 바라봤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육아크루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왜 이 서비스가 단순한 커뮤니티가 아니라 ‘엄마의 생활 반경’을 바꾸는 서비스인지, 
그리고 어떤 창업가로 남고 싶은지까지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이런 분들께 이 글을 추천합니다

✅ 커뮤니티 기반 서비스에 관심 있는 창업가와 기획자
✅ ‘파운더-마켓 핏(Founder-Market Fit)’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
✅ 초기 스타트업의 검증 방식이 궁금한 사람


 

Q. 먼저, 육아크루와 다이노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엄마들을 동네 육아친구로 연결하는 서비스, 육아크루를 운영 중인 (주)다이노즈의 공동창업자이자 대표이사 이가영 입니다.

이번 인터뷰 준비하면서 육아크루를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생각해 봤는데, 저는 요즘 이렇게 말해요.

“엄마의 반경 1km를 바꾸는 서비스.”

 

육아크루의 가장 기본 기능은 같은 동네에서 비슷한 연령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친구로 연결하는 거예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단순히 친구 연결만으로 끝나지 않더라고요. 
엄마들은 결국 “좋은 소아과 어디예요?”, “일요일에 여는 약국 있어요?”, “여기 놀이터 어디가 괜찮아요?” 같은 걸 계속 찾으세요.

그래서 지금은 친구 연결에 더해서, 지역 기반 육아 정보(어린이집/유치원/놀이터/소아과 등), 출산/육아/보육 지원 정책, 어린이 공연 초대 이벤트 등 혜택까지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가 됐어요.

결국 육아크루는 엄마들의 동네 생활 자체를 더 편하고, 덜 외롭게 만드는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Q. 대표님은 원래부터 창업가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었나요?

(주)다이노즈 이가영 대표 (출처- 본인 제공)

 

저는 ‘무조건 창업할 거야’ 이런 생각을 했던 사람은 아니에요.

다만 돌이켜보면, 저는 항상 제가 하는 일 안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회사 다닐 때도 늘 주어진 역할 안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 일이 끼치는 영향과 의미를 중시했어요.

특히 K-팝 기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앱을 만드는 팀에 속해있을 때도, 아이돌과 팬이 얼마나 깊게 연결되는지 바로 옆에서 접하면서 감명을 많이 받았어요. 메시지 하나, 사진 하나가 서로에게 정말 큰 힘이 될 수 있고, 그때 ‘내가 함께 만드는 서비스가 누군가의 행복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통신사에 다닐 때도 새로운 아이폰이나 요금제가 출시되면 영상 광고를 제작하고 TV에 노출했는데, 통신 3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를 어떻게 만들까, 계속 고민했어요. 당시 파트너사였던 제일기획 담당자분들께도 많이 배웠고요. 당시 일기에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다니!’라고 쓴 적이 있을 정도였어요. 당시 저는 직원으로 일하면서도 재밌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버는 상황, 소위 말하는 덕업일치라고 신나서 다녔었어요

그래서 창업은 저한테 완전히 새로운 정체성이라기보다는, 원래 제 안에 있던 성향이 더 강해진 결과 같아요. 저는 원래 삶에서 주어진 걸 끝까지 밀어붙이고 싶어 하고, 제 시간을 밀도 있게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 가장 ‘나답게 한 선택’이 자연스럽게 창업이 됐네요.

다만 기존과 차이가 있다면, 지금 육아크루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이 문제는 저의 내면으로부터 진정성을 느끼는 문제라는 점인 것 같습니다. 굉장히 본능적인 이해에서 시작돼서 육아크루를 통해 표현되고 있는 거 같아요.


 

Q. 그런데 왜 하필 ‘엄마’의 문제였을까요?

 

친한 친구들이 하나둘 엄마가 되기 시작했어요. 그 과정을 보면서 되게 크게 느낀 게 있었어요.

‘엄마들에겐 엄마 친구가 진짜 필요하구나. 그런데 그 친구를 찾는 게 너무 어렵구나.’

제 친구에겐 이미 제가 친한 친구인데, 엄마가 아닌 저 말고, 새로운 엄마 친구가 필요한 거예요. 지금 엄마의 관심사는 온통 아기니까, 비슷한 개월 수의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끼리는 관심사가 무척 비슷하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된 후, 새로운 엄마친구, 그러니까 육아친구를 찾을 곳이 없는 거예요.
누군가는 그냥 “조금 불편하네” 정도로 지나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걸 되게 심각한 문제로 느꼈어요. 이건 꼭 풀고 싶다, 왜 아무도 이걸 제대로 해결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그 갈증이 유독 더 컸어요.

이 지점에서 저는 파운더-마켓 핏(Founder-Market Fit)​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남들은 그냥 지나가는 문제인데, 저는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마음속 깊이, 찌릿하게 느끼는 문제였던 거죠. 
(*파운더 마켓 핏(Founder-Market Fit) - 창업자(Founder)가 자신이 진출하려는 시장(Market) 및 해결하려는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열정,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그 사업을 성공시킬 가장 적합한 사람인지를 나타내는 개념)

 

그리고 되게 개인적으로 말하면, 저는 이게 저희 엄마에 대한 사랑의 확장 같기도 해요. 
저는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는데, 누가 “엄마도 아닌데 어떻게 육아 서비스를 하세요?”라고 물으면 가끔 이렇게 얘기해요.

“엄마와 아기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저는 아기 역할이에요.”

아기한테 엄마는 진짜 전부잖아요. 제가 저희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다른 엄마들에게까지 확장된 것 같아요. 저희집 냉장고에는 엄마가 써준 편지가 한가득 붙어있어요. 제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을 때 엄마가 집에 종종 놀러 오셔서 화분에 물도 주고, 편지도 쓰고, 가끔 미역국도 끓여놓고 가시거든요. 

저희 엄마가 저를 아낌없이 사랑해 주듯, 저의 엄마에 대한 전적인 사랑도 저희 엄마뿐만 아니라, 어딘가에서 아이를 아낌없이 사랑해 주는 다른 엄마에게까지 확장됐다고 생각해요.(웃음)


 

Q. 육아크루를 하면서 가장 크게 붙들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출산 후 여성의 90% 이상이 산후 우울감을 경험했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저는 엄마의 외로움, 고립감, 단절감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특히 산후우울 문제는 정말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느껴요. 
엄마 10명 중 9명이 산후우울을 경험하고, 그중 일부는 자살 충동까지 느낀다는 통계를 접하면서, 저는 이게 단순히 서비스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가 인생에서 가장 유약해질 수 있는 시기, 그런데 동시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내야 하는 시기에, 그 삶을 지지하고 확장해 주는 인프라로서 육아크루가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는 세상, 너무 슬퍼하지 않는 세상.

저는 육아크루가 그런 방향으로 가는 서비스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이런 서비스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씀해 주시는 유저분들을 만나뵈면서, 정말 유저의 삶에 와닿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는 생동감을 느끼고 있어요! 


 

Q. 안정적인 커리어(대기업)를 두고 창업까지 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대기업 마케터로 7년 정도 일했어요. 그쯤 되니까 좋은 오퍼도 많이 들어오고, 일반적으로 말하는 좋은 선택지도 꽤 많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더 성장해야지”, “연봉을 더 올려야지”보다도, ‘내 온몸과 마음을 던질 일을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더 커졌어요.

이전 직장을 퇴사하고, 창업을 준비하며 엄마가 된 친구들을 많이 찾아다녔어요. 초등학교 동창, 대학 선배, 동아리 언니 등 당시 제 친한 친구들은 다 엄마가 되어 있었고, 저는 친구들을 보면서 그때 확 와닿았어요.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푸는 일이 바로 육아크루일 수 있겠다.”

그리고 육아크루 서비스를 운영하는 동안 더 많은 엄마들을 자주 만나면서 확신이 더 커졌어요. 
서비스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우시는 분도 여러 명 만났고, 누가 만든 건지 너무 궁금했다고 말해주시는 분도 있었고, 힘내라고 수박 잘라서 가져다주신 분도 있었어요. 
그런 순간들을 보면서 “아, 내가 진짜 사람 삶에 닿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구나”라는 감각이 들었어요.


 

Q.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모두 경험하고 창업가의 길을 걷고 계신데, 커리어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첫 커리어를 통신사(KT) 마케터로 일하면서, 인하우스로 더 밀접하게 일해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어요. 대기업은 직접 실무를 하기보단, 외주를 많이 주는 시스템이었거든요.

그래서 NC로 이직했어요. 
NC에서는 진짜 스타트업처럼 다 했어요. 발표해서 예산 따오고, 사업 기획하고, 실행하고, 결과 만들고.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동시에 엄청 경쟁적이고 압박도 심했어요. 출근길에 정자역, 판교역에서 실제로 쓰러진 적도 있을 정도였어요. 글로벌 퍼포먼스 캠페인 돌릴 때는 새벽에도 자꾸 깨서 핸드폰으로 보고 최적화하고 다시 자고, 그런 생활을 했거든요. 

그 과정을 겪고 나니까 다음엔 서로를 아껴주고 응원하는 따뜻한 조직에 대한 갈증이 생겼어요. 그래서 결국 저를 진심으로 설득하고 아껴준 대표님이 계신 스타트업으로 가게 됐어요.

매번 상황이 달라졌지만, 스스로를 넘어서고 성장하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던 이 모든 과정이 결국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Q. 육아크루만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육아크루는 처음부터 엄마들을 육아 친구로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예요.

맘카페는 게시판 기반 네XX 카페고, 당X은 원래 중고거래 플랫폼이잖아요.

그런데 육아크루는 출발점 자체가 달라요. 엄마 맞춤형으로 친구를 연결하고, 그 온라인 연결이 오프라인 관계로 이어지게 하는 데 가장 최적화돼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클릭 한 번으로 잘 맞는 육아 친구를 추천해 주고, 접속 중인 동네 친구를 보여주고, 오늘의 추천 친구 같은 기능으로 비슷한 연령대와 관심사의 엄마들을 연결해요.

결국 중요한 건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설계됐느냐예요. 육아크루는 그게 너무 명확해요.

육아크루는 서비스가 커져도 풀고자 하는 문제가 있으니, 그 문제에 대한 포커스를 잃지 않고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밀도 있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육아크루는 구청, 육아종합지원센터 같은 지역 공공기관과의 파트너십을 많이 확장하고 있어요. 이러한 공공기관과의 협업으로 엄마들이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Q. 초기에 모임을 주도한 엄마들은 어떤 분들이었나요?

 

이게 되게 재미있는데요. 보통은 외향적인 분들이 모임을 열 것 같잖아요? 

그런데 꼭 그렇지 않았어요.

너무 친구가 필요해서 내향적인 엄마가 직접 모임을 만들기도 하고, 사람을 집에 초대하는 걸 좋아하는 엄마도 있고, 본인이 만든 뜨개질 아기 핀을 나눠주고 싶어서 모임을 여는 엄마도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느낀 공통점은 성격이라기보다, 그 시기에 시간과 마음을 조금 나눌 여력이 있는 상태였던 것 같아요. 육아휴직 중이거나, 전업주부이거나, 잠깐 주변 도움을 받고 있거나. 그런 여유가 생기면 먼저 손을 내미는 분들이 많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공동육아, 한번 해보면 정말 좋거든요! 다른 모임에 참가자로 함께하셨던 분들이 모임장이 되시는 경우도 많아요.


 

Q. 정식 앱 출시 전 카카오톡으로 4,000명을 모으며 검증하셨다고요.

 

맞아요. 감사하게도 그때 연결해 드린 엄마들 중에 아직도 육아크루를 쓰시는 분들이 많아요.

육아크루 앱이 정식 론칭한 날이 2022년 11월 30일인데, 이날이 OpenAI의 ChatGPT 출시일이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초기 아이디어를 검증하던 그 시절엔 지금처럼 자동화 시스템이나 AI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제가 거의 다 직접 작업했어요. 아파트 위치 보고, 횡단보도 보고, 지도 서비스에서 도보 거리 찍어보고, 생활권 보고 “이 사람과 이 사람은 잘 맞겠다” 하면서 수작업으로 연결했어요.

그 과정을 거치면서 생긴 저희 팀 원칙이 있어요.

“엄마를 찾아가서 물어보자. 실제로 어떻게 쓰는지 지켜보자.”

데이터만 보면 이유를 다 알 수 없거든요. 
기능을 안 쓰는 이유가 단순히 UI 문제인지, 너무 복잡해서인지, 마음이 불편해서인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 거는 게 부담스러워서인지, 그런 건 실제로 만나봐야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엄마들은 보통 한 손에 아기를 안고 앱을 쓰잖아요. 그래서 버튼도 커야 하고, 설명도 직관적이어야 하고, 한 손으로 대충 눌러도 잘 작동해야 해요. 이런 건 진짜 현장에서만 보여요.

그래서 저희는 데이터를 보되,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항상 엄마들의 실제 삶을 중심에 두고 가설을 검증하려고 합니다.

육아크루 크루(유저)분들과 이가영 대표

 

Q. 처음 창업할 때 가장 큰 장벽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컸던 건 막막함이었던 것 같아요.

“이게 진짜 엄마들한테 필요한 서비스일까?”
“만들면 진짜 쓸까?”

그게 제일 궁금했어요.

근데 그걸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하나밖에 없더라고요.

빨리 내보는 것.

그래서 실제로 신청받고, 연결을 해보고, 엄마들의 반응을 봤어요. 그러면서 확신이 생겼어요. 
정말 신청이 들어오고, 매일 들어와서 매칭 이력을 확인하고, 육아친구를 기다리는 걸 보면서 “아, 이건 정말 필요하구나”를 느꼈죠.

그리고 그 시기를 잘 버틸 수 있었던 데에는 당시 공동창업자의 존재도 컸어요.
혼자였으면 훨씬 힘들었을 거예요.


 

Q. 이전의 실패 경험이 지금의 대표님을 만들었을 텐데, 현재 실패를 대하는 방식도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지금도 생각보다 더 자주 실패하는 기분이에요. 그래서 실패가 주는 밑거름도 매번 따끈따끈합니다. 
계획대로 안 되고, 예상대로 안 되고, 그래프도 예쁘게 안 올라가고, 그런 일이 지금도 너무 많아요.

실패가 영어로 failure인데, 그 어원에는 ‘속이다’라는 뜻이 있다고 해요.

그래서 결과가 제 예상과 다르더라도 ‘어디까지 가봤고, 그래서 그게 최선이었다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가’를 저 자신에게 되물어봅니다.

스스로 떳떳하게 납득할 수 있는 실패라면, 저는 실패했다고 해서 거기에 오래 빠져 있지는 않은 편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늘 바로 다음을 생각하거든요.

“이거 안 됐으면, 다음엔 뭐 해보지?”

실패를 보는 동시에 이미 다음 액션을 생각하고 있으니까, 감정에 오래 머물 시간이 별로 없어요.

그리고 저는 최선을 다한 실패는 후회가 덜하다고 생각해요.

대학생 때 정말 원하던 시험을 준비하면서 1년 휴학까지 했는데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적이 있거든요. 근데 그 시기를 지금 돌아보면 후회가 없어요. 학교 도서관 여는 시간에 가서, 도서관 닫는 시간에 마감 노래 들으면서 나오고, 집 가는 길에 달을 보면서 그날 하루를 회고하는 날들을 살았거든요. 비록 그렇게 준비한 입사의 최종면접에서는 떨어졌지만, ‘다시 돌아가도 그 정도로 열심히는 못 한다’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 전/후 저의 성장을 인지할 수 있었어요. 스스로를 투명하게 돌아봤을 때 정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에요.

그 시간이 결국 저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이후 더 다양한 분야의 좋은 기회로도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Q. 대표님의 의사결정 기준은 무엇인가요?

육아크루 모임에 참여한 이가영 대표

 

저는 두 가지를 스스로에게 계속 상기 시킵니다.
 

첫 번째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것.

엄마들은 정말 똑똑해서, 저희가 처음의 문제의식에서 멀어지면 바로 느끼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이게 정말 엄마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선택인가?”이걸 많이 물어요.
 

두 번째는 지금 우리 팀이 이걸 할 수 있는가예요.

좋아 보이는 기회는 많지만, 모든 걸 다 하면 진짜 중요한 걸 놓치게 되거든요.
그래서 목표 기여도와 자원 투입을 같이 봐요. 저희는 아직 작은 팀이기에 가장 임팩트를 낼 수 있는 것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결국은 늘 이런 질문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지금 대표인 나는, 회사를 위해 가장 중요한 무엇을 해야 하지?”


 

Q. 육아크루가 절대 타협하지 않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CS 메시지 마지막에 항상 쓰는 문장이 있어요.

“세상 모든 엄마들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담아, 육아크루 드림.”

그만큼 육아크루는 엄마들에 대한 애정과 존경에서 시작한 서비스예요. 
아이를 키우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대단한지, 얼마나 존중받아야 하는지 그 감각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기도 해요.

회사 내부적으로도 그런 태도를 잊지 않으려고 디테일을 만들어요.
예를 들어 저희는 스타트업에서 자주 쓰는 영어 이름 문화 대신 식자재 이름을 써요.
엄마들이 하루 종일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가 “오늘 우리 아기 뭐 먹이지?”, “오늘 밥 뭐 하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일하는 모든 순간에도 엄마를 잊지 말자는 의미를 상시 기키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모든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는 겨자랍니다.(웃음) 

이가영 대표의 명함에서도 ‘엄마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Q. 커뮤니티를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어떤 건가요?

 

육아크루는 엄마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쓸 수 있도록 신고, 차단 기능은 서비스 전반에 굉장히 촘촘하게 넣어놨어요. AI 모니터링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제가 중요하게 보는 건 속도에요.

문제가 생기면 바로 확인하고, 바로 당사자와 이야기하고, 필요한 조치를 바로 취하고 있어요. 커뮤니티는 신뢰가 생명이니까요.

물론 육아크루는 기본적으로 다들 자기 아기 정보를 입력하고 활동하는 구조라서 아주 큰 문제는 많지 않아요. 그래도 신뢰 자본을 지키는 건 항상 민감하게 보고 있어요.


 

Q. ‘창업하길 정말 잘했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정말 많아요.카카오톡 MVP 시절부터 지금까지 육아크루를 쓰고 계신 엄마가 있는데, 얼마 전에 새해 인사를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우리 아이가 육아크루와 함께 잘 자라난 것 같아요.”

그 문장을 보고 오래 멈춰 있었어요.

그 아이가 자라나는 시간동안, 새로운 곳으로 이사 가고, 새로운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육아크루가 그 엄마와 아이에게 많은 친구를 연결해 드렸고(총 98회 친구 신청), 그 친구들과의 관계가 쌓였고, 가장 친구가 필요했던 시기를 같이 지나간 거잖아요. 
그 모든 시간 속에 육아크루도 같이 있었던 거예요.

그때 되게 크게 느꼈어요.

‘아, 이 서비스는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누군가 인생의 한 시기를 같이 지나가는 존재가 될 수 있구나.’

육아박람회, 베이비페어 등에 참여할 때도 육아크루에서 만나서 친구가 돼서 함께 응원하러 왔다는 엄마들, 고맙다면서 직접 뜨개질한 목도리 선물해 주신 엄마도 계세요. 부스 운영 중인 저보고 좀 앉으라면서 잠깐이라도 작은 거라도 도와주고 싶어 하는 엄마들 등 정말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많아요. 그 순간들이 저를 지탱했던 것 같아요. 

모든 게 숫자로 평가받는 시대에서 ‘육아크루 덕분에 첫 친구를 만났어요!’, ‘이 동네에서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어요.’ 등 이러한 메시지가 숫자 뒤편의 가치를 전달해 주기에, 지속할 수 있었어요.
육아크루의 모든 크루(육아크루를 사용하는 엄마들을 ‘크루’라고 지칭)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육아크루 공식 인스타그램 크루 후기 캡처본

 


 

Q. 육아크루가 완전히 안착한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디지털 시대에 실제로 구현되는 ‘크루 육아 문화를 만드는 것’이 저희의 목표에요.

엄마가 아기를 낳으면 육아크루를 설치하는 게 너무 자연스럽고, 동네 육아 친구를 사귀는 것도 너무 당연한 문화가 되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엄마들에게 정말 두터운 사회적 안전망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힘들 때 물어볼 사람, 가까이에 있어서 언제든 손 내밀 수 있는 사람, 같은 동네에서 비슷한 시기를 보내는 친구가 있다는 건 육아의 지속가능성에 엄청 큰 차이를 만들거든요.

그리고 더 크게 보면, 아이를 키우는 일이 무조건 커리어를 망치고 너무 힘든 일이라는 인식만 있는 게 아니라, 기쁨도 있고, 함께해서 덜 외롭고, 해볼 만한 일이라는 감각이 사회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인식 변화에도 육아크루가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창업가이자 대표라는 자리는 극도의 외로움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가영님은 이 외로움을 어떻게 견디시나요?

 

저는 사실 창업가만 외로운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외로움이 있는 것 같아요.다만 대표는 최종 책임이 저한테 있으니까, 그 방식의 외로움이 분명히 있죠.

그럴 때 저는 저보다 먼저 창업한 분들이나 비슷한 스테이지의 대표님들을 많이 찾아가요.
그런 분들이랑 이야기하면, 꼭 같은 해결책을 얻지 않더라도 “이 시기가 지나가는구나” 하는 감각을 얻을 수 있어서 위로가 돼요.

그리고 저는 좀 특이하게, 외로울 때 오히려 일을 더 하는 편이에요.
부모님은 쉬라고 하시는데, 저는 할 일을 해치우고 나면 마음이 좀 정리되더라고요.
그게 저만의 회복 방식인 것 같아요.


 

Q. 에너지가 고갈될 때는 어떻게 회복하시나요?

 

즉각적인 방법은 되게 단순해요.
그냥 자요. 바로 자고, 다음 날 일어나서 러닝하면 많이 리셋돼요.
 

그리고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건 결국 엄마들이에요.
지치고 힘들 땐 초콜릿 박스처럼 소중하게 모아둔 엄마들과의 기억을 꺼내보기도 하고요.
일부러 대면 인터뷰 등 접점을 만들기도 하는데요. 

첫째 때 육아크루로 친구를 만난 게 너무 좋았어서, 둘째도 비슷한 시기에 낳아 같이 키우자는 식으로 관계가 이어진 분들의 이야기도 생각나고. 
‘육아크루는 육아계의 애플이다! 이렇게 철학이 있는 서비스는 분명히 성공할 것이다!’라며 저보다 육아크루를 더 믿고 사랑해 주시던 그 눈빛들, 
‘우리 남편이 변호사인데 육아크루에게 무슨 일 생기면 법적으로 돕겠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고 안아주신 분들도 생각나요. 

 

그런 순간들을 만나면 다시 힘이 나요. 
육아크루 서비스가 엄마들을 연결하듯, 저도 엄마들과 연결되어 문제의 본질을 다시 보면 에너지가 돌아오더라고요.
내가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육아크루가 엄마들의 일상에 어떻게 닿고 있는지, 육아크루가 만든 연결을 직접 보거나 엄마들의 목소리로 직접 들으면 그 본질이 주는 강력한 힘이 분명히 있어요.

그래서 힘들 때는 더 엄마들을 만나러 가는 것 같아요.

육아크루 모임에 참여한 이가영 대표

 

Q. 창업 직전의 나에게 한마디를 해준다면요?

 

아직은 과거의 저를 위해서 조금 더 미래의 제가 오면 좋을 거 같긴 한데요.(웃음) 
그래도 지금의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예비창업 단계부터 함께했던 공동창업자 윤지 님의 존재에 대해 ‘더 많이 감사하고, 더 많이 표현해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 시기에 전적으로 믿고, 함께 의지하고 나아갈 수 있는 동료가 있었던 게 정말 컸거든요.

두 번째는 사업적으로,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바깥으로 더 많이 눈을 돌려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초반에는 누가 도와주려 하면 ‘내가 실망시키면 어떡하지?’, ‘왜 나를 도와주지?’ 이런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더 많이 손을 잡고, 더 많이 물어보고, 더 많이 열려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실제로 육아크루의 많은 중요한 연결들이 다 예전 인연에서 왔어요.
사업 초기일수록 더 밖으로 열려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어떤 창업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육아크루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가영 대표

 

저는 제가 크게 부각되기보다는, 육아크루가 더 많이 알려지고 더 오래 남았으면 좋겠어요.

엄마들의 반경 1km를 바꾼 사람.
엄마들을 향한 진정성 있는 존경과 애정으로, 엄마들의 삶을 조금 더 덜 외롭게 만든 사람. 
육아를 소비 시장이 아니라, 연결 시장으로 바꾼 사람. 

엄마들에게 뭘 더 팔까보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맞는 친구를 연결할까’, ‘어떤 정보를 주면, 엄마들의 하루가 조금 더 편해질까’저는 그걸 계속 고민하는 창업가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며 육아크루를 직접 이용하고 싶고, 그러면서 육아크루를 더 성장시켜 보고 싶어요. 
육아와 창업이 서로를 갉아먹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제 삶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참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그게 결국 육아크루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냥 ‘육아크루를 처음 시작한 사람’ 정도로 기억되면 충분할 것 같아요. 
저에게는 육아크루가 엄마들 사이에서 의미 있는 연결고리로 오래 남는 게 더 중요해요.(웃음)


 

이가영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육아크루는 단순한 육아 서비스로만 읽히지 않습니다. 
이 서비스의 출발점에는 아주 선명한 질문이 있습니다.

“왜 엄마는 가장 힘든 시기에, 가장 쉽게 혼자가 될까?”

육아크루는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입니다. 
더 비싼 걸 파는 방식이 아니라, 더 잘 연결하는 방식으로. 
엄마의 소비를 자극하는 방식이 아니라, 엄마의 외로움을 줄이는 방식으로.

누군가의 삶에서 너무 오래 방치된 문제를, 한 사람이 끝까지 그냥 지나치지 못했을 때.
어쩌면 세상을 바꾸는 사업은 늘 이런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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