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운영 #트렌드
미국에서 돈을 벌어오려면? 2탄


관세전쟁 다음은 특허전쟁, 'K-NPE'가 기회다.

[지난 칼럼]에서 미국 시장의 기회와 사례를 다뤘다면, 이번 칼럼에서는 미국 특허시장의 변화와 우리나라, 우리기업들이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2026년 현재, 미국 지식재산권(IP) 환경은 유례없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특허가 미중 무역 전쟁의 핵심 병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은 관세 전쟁의 시대를 지나, 본격적인 '특허 전쟁'의 소용돌이로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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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 미국 특허전쟁의 성지 ‘마샬 법원’- Sam B. Hall Jr. Federal Building and United States Courthouse

 

 

'무효율 0%' 시대와 트럼프의 강력한 행정명령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특허권자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핵심은 특허무효심판(IPR)의 문턱을 높여 기술 대기업들이 중소 특허권자의 권리를 쉽게 무력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 행정명령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과 상호무역법(Reciprocal Trade Act)을 근거로 삼는다. 미국정부는 이를 혁신가들의 IP 보호를 '국가 경제 안보'와 직결시결과라고 설명하고 있고, 미국 발명가 협회가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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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 스콰이어즈 특허청장(USPTO국장)은 모건 스튜어트 부국장에게 그림과 같이 특허심판원(PTAB)의 재량적 거부 결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위임장을 발급했다.


특히 텍사스 법원 등에서 본안 소송이 빠르게 진행 중인 경우, 특허심판원(PTAB)이 무효심판 개시를 재량적으로 거부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강화하면서, 특정 분야의 IPR 개시 거절률은 사실상 0%에 육박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일단 특허를 확보하면 무효화 걱정 없이 거액의 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특허권자의 전성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금융 기술자'가 장악한 USPTO: 존 스콰이어스 청장의 등장

이러한 정책적 변화의 선봉에는 파격적인 인사가 있다. 상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은 자신이 이끌던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의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출신의 금융권 IP 전문가 존 스콰이어스(John A. Squires)를 USPTO(미국 특허청) 청장으로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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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 2025년 USPTO 국장으로 임명된 존 스콰이어스와 미국 상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스콰이어스 청장은 과거 월가에서 수많은 특허 포트폴리오를 수익화한 경험이 있는 인물로, 업계에서는 그를 대표적인 친(親) NPE 성향의 전문가로 분류한다. 미국 상무부 장관인 하워드 러트닉 역시 400개 이상의 특허에 발명가로 기재된 IP금융 전문가 출신으로, "특허는 수익을 창출하는 금융 상품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미국이 자국 혁신가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 등 해외기업들로부터 거액의 특허 배상금을 받아내는 합법적 루트로 미국 특허법원을 활용할 계획임을 확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미국 내 특허소송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텍사스 오스틴 법원을 기반으로 WIFI 7 표준특허 등을 이용해 중국 기업들을 겨냥한 특허 전쟁이 한창이다. 보고서(Lex Machina (LexisNexis): "2026 Patent Litigation Report")에 따르면 Wi-Fi 관련 SEP 소송은 2020년 대비 2025년에 약 71% 증가했다. 미국 내 특허 침해 배상 판결액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으며, 특허권자 승소율은 70%를 상회한다. (출처: RPX Corporation "2025 Patent Litigation Report") 미국은 이제 관세를 넘어 '특허'라는 정밀 유도탄으로 적대적 경쟁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좋은 기술을 보유한 한국기업들이 미국에서 IP로 돈을 벌어올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 1985년 플라자협정,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이후, 우리나라와 대만은 메모리, 비메모리 분야에서 일본 기업을 대체하면서 ‘원가절감’에 의한 부를 축적해왔다. 하지만, 한국기업들은 주로 ‘수율’을 끌어올리는 생산기술에 집중해왔고, 삼성전자를 포함한 한국기업들이 미국에서 등록 받은 특허들도 주로 협상에서 배상액을 낮출 카드로 사용되곤 했다. 한국기업들은 이제 소극적으로 FTO(Free To Operate)분석만 하지 말고, 공격적인 특허전략을 펼칠 시기이다. 미국 정부가 특허를 통한 자본 회수를 국가적 차원에서 장려하고 있다면, 그 상대는 우리보다는 미국의 경쟁국가 출신의 기업들이 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SPH America와 Netlist: K-NPE의 가능성

한국계 NPE들은 이미 미국 본토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박충수 변호사가 설립한 SPH America이다. 그는 미국 특허법의 허점을 찌르고 한국의 원천기술을 담은 IP들을 무기로 애플, 노키아,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을 상대로 수천억 원 규모의 로열티 수익을 거둬들였다. 물론, 과거 피소된 기업들 중 한국기업들의 억울함이 있을 수 있겠으나, SPH의 성공담은 한국의 우수한 IP가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어떻게 국부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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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 SPH America 홈페이지


최근에는 넷리스트라는 한국계 미국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넷리스트(Netlist, Inc.)는 2000년 LG반도체 출신 홍춘기 대표가 미국에 설립한 기업(NPE)이다. 고성능 서버용 메모리 모듈 및 CXL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스닥(NASDAQ) 상장사로 알려져 있다. 소송이 진행중이나 넷리스트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을 상대로 약 1조원 규모의 판결을 끌어내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등 핵심 반도체 특허의 위력을 증명했다. 물론, 한국기업들이 배상액을 내야하는 상황이 있을 수는 있으나, 오히려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공격모델을 만들면, 충분히 K-NPE라는 사업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KT가 자사의 통신표준특허를 사용해 미국 통신사들로부터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도 있고, LG디스플레이 역시, 중국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IP기반 비즈니스모델을 바탕으로 카스피안 캐피탈, 하잎아이피 등 신규 IP금융기업들이 한국의 우수한 IP를 기반으로 미국에서의 특허소송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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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 넷리스트가 최근(2026년 2월) 받은 연방항소법원 판결문

 

 

여의도 금융권의 과제: '민간 IP펀드'의 결성

미국 언론과 투자 업계의 통계에 따르면, 성공적인 IP 리티게이션(소송) 펀드의 수익률은 200%를 상회한다고 한다. (Burford Capital 2025) 이는 주식이나 부동산 펀드를 압도하는 수치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미국에 공장만 지을 것이 아니라, 공격적인 미국 특허 확보와 이를 기반으로 한 한국형 NPE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원가절감형 기술’이 아닌 ‘원천기술’에 기반한 특허들을 집중적으로 육성, 발굴해야한다. 또한 한국의 금융권과 벤처캐피탈들이 자체적인 IP 분석 역량을 갖추고 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민간중심 'IP Infringement Fund(특허 침해 소송 펀드)' 결성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한다. 미국 내 대규모 배상 판결이 쏟아지는 지금이 자본과 IP가 결합하여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적기이기 때문이다. K-NPE는 단순한 특허 관리를 넘어, 외화를 벌어들이는 국가 전략산업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마무리하며: 스타트업의 Exit, 답은 미국 특허에 있다

일전의 칼럼에도 언급했지만, 우리나라 스타트업인 ㈜하이퍼커넥트가 ‘틴더’를 운영하는 매치그룹(Match Group)에 약 2조원에 매각되었고, ㈜수아랩은 코그넥스에 약 2300억원으로 인수될 수 있었던 핵심 배경에는 그들의 탄탄한 미국 특허 포트폴리오가 있었다. 미국 기업들은 인수합병(M&A) 시 그 기술을 보호할 '방패'와 경쟁사를 공격할 '창'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가장 먼저 따진다. 꼭 공격적인 NPE 모델이 아니더라도, 미국특허 포트폴리오를 미리 보유해야 한국기업으로서 미국기업에 고액에 인수되거나 비즈니스파트너로 인정받을 수 있다.

관세 전쟁의 시대가 가고 특허 전쟁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 ‘미국에서 돈을 벌어오고 싶다면’ 미국에서 시시각각 벌어지는 특허전쟁의 향방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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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엄정한 변리사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하고, 2006년 변리사 시험에 합격(제43회)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특허법인 BLT'을 유철현 변리사와 2013년 공동창업하고, 원천기술 전문투자사 (주)비엘티엔파트너스 (http://bnp.ac)를 설립하여 투자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업진단, 특허전략, 브랜드 전략, 투자유치 전략, 스타트업 마케팅 등의 강의를 수행하고 있으며, 엔젤투자와 스타트업 참여(기획, 마케팅, 전략, IP)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엄정한 변리사 : www.U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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