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월 4일 모든 채널에 적용된 다국어 더빙 기능.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변환되는, 유튜브만의 압도적 콘텐츠 유통 혁명이다.
2. 원래는 1차 번역 후, 문화적 감수성에 기반 2차 검수 후, 3차로 성우를 쓴다. 미스터비스트 일본판은 나루토 성우 타케우치 준코가 더빙한다.
3. 전반적인 시각은 "글로벌화가 쉬워질 것"이라는 관점이 있지만, 실제로 채널의 방향성과 확장을 고민하는 국내 탑 유튜버들의 공통 의견은 그리 밝지 않다.
4. ‘서구권에 비해 경제적으로 하위에 있는 한국의 콘텐츠를, 과연 서구권이 볼 것이냐?’가 핵심 화두다. 더군다나 그 주체가 '동양인 남성'이라면, 더더욱 안 보지 않겠냐는 시각.
5. 어떤 이들은 넷플릭스를 예로 들며 K-콘텐츠의 위상을 이야기하지만, 그건 <오징어 게임>, <킹덤>처럼 미스터비스트가 말하는 '보랏빛 소’다. 서구권 시청자들이 그동안 보지 못한 그림이기 때문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콘텐츠였다.
6. 실제 데이터를 까보면, 국내 유튜버들이 영어 자막을 달 경우 미국, 캐나다, 영국이 아닌,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위주로 시청자층이 포진돼 있다.
7. 주변을 둘러봐도 동남아, 인도, 아프리카, 중동 콘텐츠를 찾아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8. <쇼미12>에 출연한 태국 아티스트 MILLI가 대표적 사례다. 탁월한 음악성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많지만, 댓글엔 부정적 반응이 꽤 있으며 두 가지로 나뉜다.
9. "한국 힙합 씬도 이해 못하고 한국어도 못하는데, 왜 특정 아티스트가 졌는지 모르겠다." 또는 "잘하긴 하는데, 태국인들이 번역기 돌려서 한국인인 척하는 게 보기 안 좋다. 우리가 밀리 비판하면 인종차별로 모는 것도 어이없다."
10. 이게 바로 한국인 유튜버가 글로벌 더빙했을 때, 서구권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두 가지 현상이다. 문화적 할인율(Cultural Discount)과 문화 제국주의(Cultural Imperialism).
11. 문화적 할인율이란, 콘텐츠가 다른 문화권으로 넘어갈 때 언어·맥락·정서가 완전히 전달되지 않아 가치가 깎이는 현상이다. 밀리가 한국어에 능통하지 못하고, 한국 힙합씬의 서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이것이다.
12. 문화 제국주의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경제·문화적으로 우위에 있는 국가가, 하위 문화권의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는 구조적 편향이다. 한국인이 미국 블랙 코미디를 못 이해하는 건 할인율이고, 동남아 콘텐츠를 클릭조차 안 하는 건 제국주의 영역이다.
13. 즉, 구글 AI 발전으로 다국어 더빙이 고품질이 되어간다 해도, 유튜버가 이 두 가지를 넘어서지 못하면 그 기능의 혜택을 크게 보지 못한다는 뜻
14. 유튜브에서 1순위는 시청자다. 그들이 봐야 광고가 붙으니까.
15. 단, 시청자의 시간은 매우 한정적이다. 하교 후, 퇴근 후다. 그리고 이미 2019년부터 TV 방송국 유입으로 시청자의 눈높이가 높아져 있다.
16. 문제는 2023년즈음부터 미스터비스트 같은 해외 거대 자본 채널이 들어오면서, 눈높이가 한 단계 더 격상됐다는 것.
17. 자본뿐 아니라 정보 퀄리티도 마찬가지다. 세계적 연사들의 AI 최신 담론은 국내 채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하지만 The Diary Of A CEO 팟캐스트는 한국어 자동 더빙을 켰고, 실제로 한국 청취자 비중이 늘고 있다.
18. 그렇다면 유튜브 다국어 더빙 기능은 아예 무쓸모일까?
19. 결국은 콘텐츠의 기획, 구성, 퀄리티다. 여행 카테고리에서 서구권까지 뚫은 대표 사례가 Joe HaTTab이다. 요르단 출신, 사우디에서 자랐으며, 구독자 2,000만 명을 넘긴 ‘중동 남성’이다.
20. FilmMaker답게 초고퀄은 기본이고, 문화적으로 높게 할인되는 여행 브이로그가 아닌 다큐 형식이다. 미국 좀비 마약 거리(4,800만 뷰), 세계 최대 갱단 교도소(9,500만 뷰) 등 서구권이 궁금해할 극한의 주제로 전 세계 트래픽을 모았다.
21. 더빙을 통해 글로벌로 나가고 싶다면, 한국인만 이해하는 서사·맥락 위주의 기획 및 구성을 줄이는 것이 첫째이며, 문화 제국주의를 극복할 만큼의 퀄리티를 뽑아내야 한다.
22. 이 두 가지가 갖춰진다면, 그동안 서구권 중심으로만 펼쳐졌던 시각에서, 한국인이 다루는 시각 자체가 서구권 시청자들에겐 보랏빛 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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