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팀 페리스(Tim Ferriss)가 하버드 경영대학원(HBS) 강의실에 섰습니다. 《나는 4시간만 일한다》로 유명한 저자이자, 실리콘밸리 엔젤 투자자. 팟캐스트 역사상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콘텐츠 중 하나를 만든 사람입니다. HBS 학생들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까?"
페리스의 답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루틴이 아니었습니다. 집중력 훈련도 아니었습니다. 명상 앱 추천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체성 다각화(identity diversification)가 경쟁 우위입니다."
하나에 올인하라는 시대에, 여러 개를 가지라는 말이었습니다.
나는 무엇과 나 자신을 동일시 하는가?
우리는 오랫동안 이런 이야기를 듣지 않았나요? "한 우물을 파라." "하나에 집중하라." "올인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창업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메시지가 더욱 강렬합니다. 스타트업에 전부를 걸어라. 주말도 없고 휴가도 없다. 네가 쉬는 동안 경쟁자는 달린다.
이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다만, 이게 모든 상황에 진리인 것처럼 말해진다는 거죠. 페리스가 지적한 것은 단순한 생산성 팁이 아닙니다. 그것은 훨씬 더 근본적인 질문을 건드립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습니까.
집중이 성공을 만든다
틀리지 않은 명제입니다. 심리학자 Anders Ericsson은 수십 년간 전문성을 연구했습니다. 그의 결론은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최정상에 오르려면 1만 시간 이상의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이 필요합니다. 분산된 관심으로는 깊이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이건 실제로 작동합니다. 창업 초기, 제품과 시장을 찾는 단계에서 집중력은 생존 조건입니다. 이 시기에 분산된 에너지는 치명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올인"을 미덕으로 배웠습니다.
그런데 그 '올인'이 당신을 부수고 있다면
페리스는 HBS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십 명의 창업가들이 '스타트업=자아 가치'라는 지표가 몇 달간 흔들리자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게 왜 일어납니까? 창업자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구조의 문제입니다.
인간의 정체성은 단일 출처에 기대도록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규제 변화 하나, 투자자의 마음 변화 하나, 핵심 팀원의 이탈 하나가 회사를 흔들 때, 그것이 곧 '나'를 흔드는 경험이 됩니다. 회사가 잘 안 되는 게 아니라 내가 실패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McKinsey의 2023년 연구가 이것을 데이터로 보여줍니다. 번아웃을 경험한 리더 중 59%가 '역할 불명확성(role ambiguity)'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쉽게 풀면 이겁니다. 나는 이 회사고, 이 회사가 흔들리면 나도 흔들린다. 그 상태에서는 아무도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더 날카로운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에만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람은 위기 앞에서 선택지가 없습니다. 피벗을 해야 할 때도, 사업을 접어야 할 때도, 방향을 바꿔야 할 때도, 그 결정이 곧 '나'를 부정하는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합니다. 전략의 실패가 아니라 심리의 마비입니다.
집중과 다각화는 대립이 아니다
페리스의 핵심 주장은 여기 있습니다. "주 40~80시간을 스타트업에 쏟더라도, 자체 성장 지표가 있는 활동을 병행하면 회사가 흔들려도 사무실 밖 성과로 상쇄할 수 있습니다. 이건 저렴한 심리적 보험입니다." 예를 들어, 러닝이든, 암벽 등반이든, 요리든, 그림 그리기든, 글쓰기든, 사이클링이든 그 자체로 성장이 측정되는 영역을 하나 가지고 있는 것, 그것이 '나'라는 정체성이 단일 출처에 종속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구조적 장치라는 말입니다.
이건 단순히 취미를 가지라는 말이 아닙니다. 자아의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라는 말입니다. 투자에서 우리는 당연히 '포트폴리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압니다. 하나의 자산에 전 재산을 넣는 것은 위험합니다. 수익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리스크를 관리하는 겁니다. 같은 논리가 정체성에도 적용됩니다.
페리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그는 이것이 "지구력에 의존하는 게임에서 막대한 경쟁 우위"라고 말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페리스의 말이 맞습니다. 회사가 흔들릴 때 무너지지 않는 사람과 그 순간 정신적으로 붕괴되는 사람은 무슨 차이가 있는 거죠? 같은 위기 앞에서 완전히 다른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전자의 경우 냉정하게 다음 수를 보는 것이고, 후자는 생존 모드에서 나쁜 선택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페리스가 HBS에서 한 말 중 가장 도전이 되는 지점
학생 한 명이 물었습니다. "HBS 학생들이 과도하게 중시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페리스의 답이 꽤 직설적이었습니다. "투자은행이나 경영 컨설팅의 암묵적 약속,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 원하는 걸 하면 된다'에 너무 매료되어 있습니다. 그 분야에 몇 년 이상 머무른 비기술직이 스타트업을 창업할 확률은 창업 경력자가 다시 투자은행에 뛰어들 확률과 거의 같습니다. 즉, 매우 낮습니다."
이건 IB와 컨설팅이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그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퇴출 계획을 세우지 않는 한, 나는 예외가 될 거라는 베팅은 하지 마세요.” 우리가 발을 내딪은 어떤 경로에는 관성이 있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그 관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페리스가 28세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
그의 대답이 흥미롭습니다. "저는 텍사스 중고 매장에서 구입한 자수 격언을 내게 말해 줄 겁니다. '오늘은 어제 당신이 걱정하던 그 내일입니다.'"
매우 단순한 문장인데 곱씹으면 꽤 날카롭습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내일의 상당수는 실제로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진짜로 어려운 날이 왔을 때, 그날을 버티는 힘은 '걱정의 총량'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낸 경험의 총량'에서 나온다는 겁니다.
그래서 다시 묻겠습니다. 당신의 자아는 지금 몇 개의 출처(자원)에 기대고 있습니까? 만약 그중 하나가 내일 사라진다면 당신은 여전히 멘탈이 무너지지 않고 건강하게 서 있을 수 있습니까? 혹시 그렇지 않다면 지금 당장, 여러분을 지탱시킬 수 있는 자원들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할 때입니다.
Editor H.
One Good Question에서 발행된 글이에요. 좋은 ‘질문’은 길을 잃지 않게 돕는 ‘지도’가 됩니다. 정답을 빠르게 복제하는 세상에서 나만의 질문을 품고 천천히 답을 찾아가는 이들을 위한 뉴스레터, One Good Question을 구독해 주세요. 이메일만 입력하시면 신청이 됩니다. 👉 3초 만에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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