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들이 건물 옥상 위에서, 다리에서 뛰어내립니다. 정상에 오른 CEO가 번아웃으로 쓰러집니다.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새벽 3시에 천장을 바라보며 묻습니다. 이게 다인가?
우리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믿어온 것
성공의 공식은 단순해 보입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높은 연봉, 안정적인 가정. 이 계단을 차례로 오르면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배웠습니다. 실패는 피해야 할 것, 부끄러운 것, 숨겨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달립니다. 스펙을 쌓고, 야근을 하고, 승진을 향해 경쟁합니다. "조금만 더"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면서. 이 레이스에서 뒤처지는 것이 가장 두려우니까요.
이 공식에는 위안이 있습니다. 목표가 명확하면 불안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저 계단만 오르면 된다"는 믿음은 삶을 견딜 만하게 만들어 줍니다. 문제는 계단 꼭대기에 도착했을 때입니다.
실제 인물 스토리 #1
이소연(1978~) 박사는 2008년 4월, 러시아 소유즈 로켓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11일간 체류하며 18가지 과학 실험을 수행한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우주인입니다. KAIST 박사 출신으로, 우주인 배출 사업을 통해 최종 선정되어 한국 우주 개발의 상징적 인물이 되었습니다. 전 국민의 축하를 받았고, 그녀의 이름은 역사에 기록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이룬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귀환 후, 그녀는 언론 인터뷰에서 예상과는 다른 감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자리가 실은 또 다른 출발선이었다는 것. 우주에서 돌아온 우주인에게 세상이 기대하는 것과 자신이 실제로 느끼는 것 사이의 간극. 그 간극이 생각보다 컸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공이라는 무언가"가 그녀를 구원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성공 이후의 공허가 그녀를 혹독하게 시험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놀라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중 많은 사람이 이소연이 도달하고 싶었던 그 자리를 지금 이 순간에도 향해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착 오류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탈 벤-샤하르(Tal Ben-Shahar) 교수는 이 현상을 "도착 오류(Arrival Fallacy)"라고 불렀습니다. 목표에 도달하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믿음. 그러나 연구는 정반대를 보여줍니다. 목표 달성 이후의 고조된 감정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일상으로 가라앉습니다. 우리는 이미 다음 계단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실패에 관한 연구입니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대쉰 왕(Dashun Wang) 교수팀이 2019년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초기 연구비 심사에서 근소하게 탈락했던 과학자들이 근소하게 통과한 과학자들보다 10년 후 오히려 더 높은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실패의 경험이 그들을 단련시켰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책 전도서의 저자, 솔로몬은 이미 3천 년 전에 알고 있었습니다.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슨 유익이 있는가?" (전도서 1:2-3, 새번역) 솔로몬 왕은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지혜도, 재물도, 권력도. 그런데도 공허했습니다. 그가 쌓은 것들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쌓는 이유를 잊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실제 인물 스토리 #2

사라 블레이클리(Sara Blakely)의 아버지는 매일 저녁 식탁에서 자녀들에게 물었습니다. "오늘은 뭘 실패했니?" 자녀들에게 성공을 묻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실패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실패 이야기를 꺼내면, 하이파이브를 해 주었습니다.
블레이클리는 이 기억을 안고 스팽스(Spanx)를 창업했습니다. 7년간 수백 번의 거절을 받았습니다. 제조업체들은 웃으며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실패는 수치가 아니라 시도의 증거였습니다. 스팽스는 이후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2021년, 블레이클리는 스팽스 지분의 절반을 사모펀드 블랙스톤(Blackstone)에 기업가치 12억 달러(약 1조 6,500억 원) 기준으로 매각했습니다. 완전 매각이 아닌 지분 매각이며, 블레이클리는 여전히 상당한 지분을 유지하며 Executive Chairwoman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실패의 정의를 바꾸지 않았다면, 저는 첫 번째 거절에서 포기했을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교훈이 아닙니다. 블레이클리 아버지가 한 일은 더 근본적이었습니다. 그는 딸이 성공과 실패를 측정하는 기준 자체를 바꿔버렸습니다. 시도했느냐, 하지 않았느냐. 그 기준으로.
질문이 먼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나만의 성공을 정의하라"는 말은 너무 쉽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그 조언은 쓸모가 없습니다. 아무도 자기 정의가 "남에게서 빌려온 것"이라는 걸 알면서 달리지는 않으니까요. 문제는 우리가 물려받은 성공의 정의가 워낙 깊이 내면화되어 있어서, 그것이 내 것인지 남의 것인지조차 구분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C.S. 루이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찾기 전까지, 당신은 당신이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향해 달릴 것이다." 그리고 그 착각은 오래 갑니다. 때로는 평생.
그래서 필요한 것은 다른 목적지가 아닙니다. 다른 질문입니다.
"얼마나 빨리 가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것을 이루면 행복해질까?"가 아니라,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것을 하는가?"
이 질문들은 도착점이 없습니다. 한 번 물어서 끝나지 않습니다. 매년, 매 분기, 새로운 목표 앞에 설 때마다 다시 물어야 합니다. 그 반복 자체가 훈련입니다. 그리고 그 훈련이 쌓인 사람만이 정상에 올랐을 때 공허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왜 그 산을 올랐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실패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패가 당신을 무너뜨리느냐, 단련시키느냐는 결과의 차이가 아닙니다. 당신이 그 경험을 어떤 기준으로 읽느냐의 차이입니다. 블레이클리의 아버지가 딸에게 준 것은 낙관주의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해석의 틀이었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넘나드는 삶을 사는 사람들, 그 끝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들은 답을 가진 사람들이 아닙니다. 더 좋은 질문을 계속 품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Editor H.
One Good Question에서 발행된 글이에요. 좋은 ‘질문’은 길을 잃지 않게 돕는 ‘지도’가 됩니다. 정답을 빠르게 복제하는 세상에서 나만의 질문을 품고 천천히 답을 찾아가는 이들을 위한 뉴스레터, One Good Question을 구독해 주세요. 이메일만 입력하시면 신청이 됩니다. 👉 3초 만에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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