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 나눔엔젤스 상무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투자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번 포럼에서 나눔엔젤스 이동건 상무의 강연은 그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것인지를, 그러나 따뜻하게 일깨워줬다.
엑셀러레이터는 투자자가 아니라 러닝메이트다
이동건 상무는 스스로를 엑셀러레이터라고 소개했다. 단순히 돈을 넣는 사람이 아니라, 초기 투자부터 육성, 후속 투자 연결까지 함께 뛰는 역할이다.
한국에는 벤처캐피탈 외에도 500개 이상의 엑셀러레이터가 존재한다. 창업 1년 전후, 고객 검증이 시작되고 재구매가 발생하고 초기 PMF 신호가 보이는 시점이 엑셀러레이터를 만나기 가장 좋은 때라고 했다. 창업은 혼자 하기 너무 힘든 게임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모델 검증, VC 연결은 물론이고 팀 붕괴를 막는 멘탈 관리까지 함께한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스타트업이 망하는 이유는 세 가지뿐이다
강연에서 가장 먼저 나온 핵심 프레임이 있다.
첫째, 시장이 필요하지 않는 걸 만드는 것. 둘째, 제품은 좋은데 자금이 떨어지는 것. 셋째, 공동창업자 갈등이나 팀 붕괴. 이동건 상무는 거의 모든 실패가 이 세 가지 안에서 설명된다고 했다.
듣고 나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피해가는 팀이 얼마나 드문지를 생각하면 전혀 단순하지 않다.
드론 농약 살포에서 IPO 직전까지
실제 투자 사례가 강연의 중심이었다. 인하대 학생 창업팀, 2019년에 드론 농약 살포 아이템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실제 농부 인터뷰를 한 뒤 바로 그 아이템을 폐기했다. 지금은 Series C를 지나 IPO를 준비 중이다.
여기서 이동건 상무가 강조한 건 아이템의 우수성이 아니었다. 고객 인터뷰 후 즉시 피벗하는 실행력이었다. 투자자가 좋아하는 창업자는 피드백을 받고 끝내는 사람이 아니라, 받은 날 바로 실험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미팅 후 같은 날 메일을 보내는 팀은 거의 반드시 투자로 이어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PMF 이전에는 고객이 계속 바뀐다
초기에는 대학생 대상 물 배달로 시작했지만 수익이 나지 않았다. 고객을 계속 바꿔가며 탐색한 끝에 30~40대 주부와 마트 시장을 발견했다. 문제 해결, 수익 모델, 고객 재정의의 반복이 PMF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순간은 초기 성공 이후라고 했다. 한 번 잘 됐다는 자신감이 생기면 가설 검증을 생략하고 돈을 쏟아붓게 된다. 실제 사례로, 정부지원금 1억 원을 받아 바로 마트를 열었다가 6개월 만에 실패한 팀을 소개했다. 성공 경험이 오히려 독이 된 경우였다.
투자는 돈이 아니라 구조 설계다
투자 전략을 설명하는 파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말이 나왔다.
투자금 규모를 먼저 정하는 게 아니라, 1년 목표를 설정하고 필요한 비용을 계산한 뒤 투자금 규모를 산정하고, 부족한 자금의 대안을 설계하고, 지분 희석까지 계산하는 순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말이 오래 남았다.
지분 구조 이야기도 나왔다. 공동창업자가 50:50으로 시작하면 거의 망한다고 했다. 결정권이 대표에게 집중되어야 조직이 유지된다는 이유에서다.
스케일업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볼트온 전략
강연의 후반부에서 가장 주목한 개념이 볼트온 전략이었다. 회사를 키우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모든 것을 직접 만들거나, 주변의 작은 기업을 인수하며 확장하거나.
Series C 단계의 기업이 투자금 일부를 작은 스타트업 인수에 사용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스케일업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합쳐서 만드는 것이라는 관점이다. 처음 접하는 개념이었지만, 시니어 비즈니스처럼 다양한 서비스가 연결되어야 하는 시장에서는 특히 유효한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투자자가 보는 건 세 가지
기술 혁신성, 팀 역량, 시장 적합성. 그리고 이것을 보여주는 방식이 성장 그래프다. 선형이 아니라 J-curve, 즉 한동안 바닥을 치다가 어느 순간 급격히 올라가는 곡선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현금이 버티는 기간, 이른바 Runway가 최소 6개월 이상은 확보되어 있어야 투자자와 제대로 된 대화가 가능하다는 실전 조언도 챙겨두었다.
시니어퓨처 9기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이 세 강연은 모두 시니어퓨처 포럼에서 나온 이야기다. 시니어 비즈니스의 현장을 직접 뛰는 대표들, 투자 생태계에서 창업자를 키우는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시니어퓨처 9기 모집이 진행 중이다. 초고령사회에서 기회를 찾고 싶은 사람, 창업이나 투자를 고민하는 사람, 혹은 단순히 이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권한다.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배우는 것, 그게 가장 빠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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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나눔엔젤스 이동건 상무 포럼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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