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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과 반지하는 더 이상 지옥이 아닙니다

1.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한국 사회에서 고시원과 반지하, 옥탑방은 청년 빈곤의 상징이자 도시 소외의 상징이었다.

2. 가난, 우울, 범죄, 고립을 상징하는 이 공간들에 대한 인식은, 고시원을 타자에 대한 극단적 공포와 출구 없는 우울함의 표본으로 묘사한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2018)>를 시청률 3.9%의 드라마(OCN)로, 관객수 1,031만 명을 동원한 영화 <기생충(2019)>으로 이어졌다.

3. 하지만 코로나를 거치며, 이 취약한 주거 공간은 한정된 자원과 가혹한 경제 조건 속에서 나름의 타협점을 찾은 '실용적 생존의 베이스캠프'로 변하고 있다.

4. 히시월드(8.7만)는 서울 거주 당시, 신림동에 위치한 1.7평 크기의 고시원에서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월 38만 원이며, 보증금 부담도 없다.(조회수 22만)

5. 개인 에어컨과 냉장고가 있고, 공용 주방에서 쌀과 한강 라면 기계를 이용할 수 있으며, 방이 좁아 청소가 20분 만에 끝나 자기만의 시간 여유가 생긴다. 주변 고시 식당을 통해 5,000원 이내로 끼니 해결도 가능하다.

6. 물론 침구류 미제공, 취약한 방음, 공용 주방 특성상 건강한 식단을 해 먹기 어렵다는 단점은 있다. 하지만 고시원은 현대의 1인 가구 청년에게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경제적 기회와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이 된다.

7. 좁음에서 오는 좌절감보다는, 보증금이라는 금융적 장벽이 없고 식비 절감이 되며, 작은 공간은 '빈곤 포르노'가 아닌 자기 계발이나 휴식에 투자할 시간을 확보하게 해 준다.

8. 또한 1.7평이라는 작은 공간은 일상에 대한 효율적인 통제감을 부여하며, 현대인의 만성적 번아웃의 핵심 원인인 ‘직장 내 통제권 상실’을 치유해 주는 역할도 한다.

9. 즉, 고시원은 어쩔 수 없이 밀려나 갇혀 지내는 사회적 유배지가 아닌, 도심 접근성에 맞춘 합리적 거래의 산물이 된 것이다. 특히 해당 영상의 댓글과 함꼐 주목할 부분은 '재래시장 이야기'다.

10. 재래시장은 식비 절감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핵심은 주거 기능의 아웃소싱을 의미한다.

11. 과거엔 요리, 휴식, 여가를 1평 방 안에서 모두 해결하려 했기에 지옥이었으나, 지금 집은 '수면 캡슐'로만 쓰이며, 나머지 기능은 재래시장과 카페 등 집 밖으로 외부화된 것이다.

12. 특히 재래시장에서의 얕은 인간관계는, 깊은 관계의 피곤함 없이 사람의 온기만 느끼는 느슨한 연대를 제공하며, 1인 가구의 치명적 단점인 고립감을 방어하는 최고의 인프라가 된다.

13. 반지하도 마찬가지다. 2022년 팬데믹까지만 해도, 우울한 반지하를 뜯어고치는 인테리어 정보성 영상이 공감을 얻었지만, 이젠 반지하라고 우울할 필요가 없다.

14. 대표적인 채널은 여성 중심의 브이로그 카테고리에서, 남성임에도 독보적인 팬덤을 얻고 있는 이자반이다.

15. 이자반은 2024년 중순부터 채널을 운영했고, 현재 구독자 35.5만 명에 평균 조회수 20~40만이다. 눈 마주치면 먹방하는 시리즈와 함께, 반지하에서 어머니와의 따뜻한 일상은 '효자반'이라는 별명을 만들어 냈다.

16. 즉, 과거 고시원과 반지하가 '관계의 단절'을 의미하는 공간이었다면, 현재는 효율적인 베이스캠프에서 관계를 이어 나가는 공간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17. 최근 이자반은 밀린 쓰레기를 치우는 콘텐츠를 올렸는데, 이는 오드윤이 5개월 전 시작한 쓰레기집 치우기 시리즈와도 맞물린다.

18. 쓰레기집은 <그것이 알고 싶다>의 모텔 살인 사건 첫 장면에서도 등장하듯, 거주자의 일상 유지 능력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 즉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의 붕괴를 의미한다.

19. 한국과 일본의 고독사 다큐에서 빠지지 않는 장면이 바로 '쓰레기집'이다. 하지만 이자반이나 오드윤은 무너진 주거 공간을 치우며 회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20. 특히 오드윤은 쓰레기집을 시리즈화하여 6편까지 공개했는데, "점점 줄어드는 쓰레기집 분량,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28화까지 해주세요”, "우리 집 같아", "밥친구 1위 영상” 같은 댓글이 달린다.

21. 즉, 동질감과 안도감 속에서 위로의 역설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22. 고시원, 반지하, 쓰레기집. 이 공간들은 더 이상 지옥이 아니다. 각자도생 시대, 1인 가구 청년들의 생존 베이스캠프이자 무너진 일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회복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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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힘찬 닥터튜브 · 콘텐츠 크리에이터

1:1 유튜브 '채널 관리' 서비스를 하는 1인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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