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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가 앱 위에 올라타면, 모든 사업자는 API가 된다

AI Frontier EP91 노정석·최승준 대담 정리 — Bundle-Unbundle 프레임워크로 본 산업 구조 변화


이 글은 AI Frontier EP91 영상을 보고 핵심 논점을 정리한 것이다. 노정석 대표님(Scionic)과 최승준 님이 나눈 이 대담은 기술 본질부터 산업 구조 변화, 기존 사업자의 운명까지를 관통하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엮여 있었다. 그 프레임을 풀어본다.

모든 문제는 search problem으로 수렴한다

노정석 대표님이 이번 대담에서 가장 강조한 명제는 단순했다. "compute를 이용해서 모든 문제를 search problem으로 치환해 버린 거다." RLVR(Reinforcement Learning by Verifiable Rewards)이 수학과 코딩을 넘어 의료, 법무, 화학, 생물학으로 확장되고 있다. 검증 가능한 보상 신호를 만들 수만 있으면 모델이 해당 도메인을 학습하는 구조다. Periodic Labs처럼 로봇이 제어하는 실험실에서 물리적 보상 신호를 만들어내는 회사가 새로운 해자의 사례로 등장하고 있다.

이 구조를 한 단계 위로 추상화하면 딥러닝의 gradient descent와 동형(isomorphic)이다. 목표(objective)를 설정하고, 평가 기준(evaluation metric)을 정의하고, 모델에 computation을 투입해서 최적화한다. 이 세 가지만 갖추면 어떤 문제든 최적화 문제로 전환된다. 노정석 대표님의 표현을 빌리면, "최적화의 대상은 뭐든 될 수 있다. 하나의 .md 파일이 될 수도 있고, 코드 리포지토리가 될 수도 있고, 회사가 될 수도 있다."

이 프레임 위에서 모델과 하네스는 우로보로스처럼 서로를 강화한다. 모델이 좋아지면 하네스가 좋아지고, 좋은 하네스에서 더 좋은 RL 데이터가 나오고, 그 데이터로 모델이 다시 강해진다. 작년에는 하네스가 모델에 흡수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실제로는 강해진 모델 위에 또 새로운 하네스가 올라왔다. 이 순환은 끊이지 않는다.

최적화 동형성 순환: 모델 → 하네스 → RL 데이터 → 모델. 중심: Objective + Eval Metric + Compute = 최적화

에이전트가 기존 앱 위에 올라탄다

이 최적화 프레임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면 첫 번째로 보이는 것이 에이전트 레이어의 등장이다. OpenClaw Seoul 밋업에서 시연된 OMO.BOT이 그 실물이었다. 배달의민족에서 치킨을 주문하고, 쿠팡에서 생수를 시키고, 카카오택시를 부르는 일을 에이전트 하나가 대신한다. API가 있는 서비스는 API를 연결하고, 없는 서비스는 CUA(Computer Use Agent)로 화면을 직접 조작한다.

노정석 대표님은 이 현상의 의미를 명확하게 짚었다. "우리가 알던 모든 앱들이 에이전트가 대신 조작해 주는 레이어 아래로 다 묻힌다." 기존에는 배민 앱을 열고, 카테고리를 고르고, 가게를 선택하고, 메뉴를 담고, 결제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 과정 전체가 에이전트에게는 하나의 function call이다.

더 흥미로운 지점은 OpenClaw가 ChatGPT나 Claude 같은 거대 게이트웨이를 우회하는 경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이 정보에 접근하는 최상단 게이트웨이가 몇 개의 채널이 아니라 각자만의 개인 에이전트로 완벽하게 분화해 버릴 수도 있겠다." 자동차를 한 종류만 타지 않듯이, 에이전트도 각자의 용도와 취향에 맞게 분화한다는 논리다. Sam Altman의 뉘앙스가 "토큰을 미터에 달아서 파는 사업자"로 바뀌고 있다는 관찰도 이 맥락에서 나왔다.

에이전트 메타 레이어 구조: 사용자 → 에이전트 레이어(OpenClaw, OMO.BOT) → 기존 앱(배민, 쿠팡, 카카오택시, 네이버)이 function call로 전환

Bundle-Unbundle: 매체가 바뀔 때마다 판이 뒤집힌다

이 현상을 이해하는 데 가장 유용한 프레임워크가 bundle-unbundle 사이클이다. a16z의 Benedict Evans가 정리한 이 프레임에 따르면, 산업의 판은 매체(distribution layer)가 바뀔 때마다 뒤집힌다. 종이에서 TV로, TV에서 웹으로, 웹에서 모바일로 갈 때마다 기존 강자가 unbundle되고, 새로운 강자가 다시 bundle을 구성했다.

모바일 시대의 앱들은 Oracle과 Excel의 unbundling이었다. Benedict Evans의 표현대로라면, 거의 모든 B2B SaaS는 Oracle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기능을 각 사용 케이스에 맞게 쪼갠 것이다. AI 시대에는 이것이 다시 일어난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ChatGPT unbundling"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초기에는 ChatGPT에서 코딩, 리서치, 법무를 다 했지만, 이미 context engineering, 특화 모델, 전용 하네스를 통한 unbundling이 진행 중이다.

이 사이클은 진화 알고리즘과 닮아 있다. 환경 변화에 따라 diversification이 일어나고, 그중 승자가 selection되고, 승자가 amplification되어 새로운 환경을 만든다. 이 세 단계가 Ralph loop처럼 반복된다. 최승준 님은 OpenClaw 밋업에서 본 "가재 무덤"도 같은 패턴이라고 짚었다. 성공하지 못한 .md 파일들이 fitness function을 통과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구조가 genetic algorithm과 동형이라는 것이다.

Bundle-Unbundle 사이클: 종이/TV(Bundle) → 웹(Unbundle) → 모바일(Re-bundle) → AI/에이전트(Unbundle). B2B SaaS = Oracle unbundling, AI 서비스 = ChatGPT unbundling

기존 사업자의 마찰이 곧 마진이었다

기존 사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상황이 암울하다. 네이버는 검색을, 카카오는 커뮤니케이션을, 배민은 배달을, 쿠팡은 로켓 배송을 점령해서 매체력을 쌓았다. 그 매체력으로 고객과 공급자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며 마진을 만들었다. 이 마진의 실체는 고객이 겪는 UX friction이다. "이걸 하려면 이걸 반드시 해야 돼"라고 짜놓은 UX 흐름, 그 사이의 광고 인벤토리, cross-sell과 upsell 구간이 전부 마찰이자 수익원이다.

에이전트는 이 마찰을 통째로 제거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만 정확히 실행하고 나머지는 건너뛴다. 노정석 대표님의 표현은 직설적이었다. "기존 사업자들은 다른 에이전트의 function call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이것을 막기는 어렵다. 사용자가 자기 에뮬레이터에 로그인해 놓고 에이전트가 조작하면, IP도 다르고 모든 것이 다르다. 사람과 에이전트 트래픽의 구별이 불가능하다.

샤오미가 MiMo Claw를 만들고, Apple과 Google이 자체 에이전트를 내장하면, 이 추세는 더 가속된다. 네이버가 과거에 크롤러를 막고 walled garden을 구축해서 제국을 쌓았던 전략이 에이전트 시대에는 통하지 않는다. 노정석 대표님과 최승준 님의 판단은 일치했다. "못 막는 게임이다." 새로운 업의 본질은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 완료를 파는 것이고, Jensen Huang은 GTC에서 "Are you OpenClaw ready?"라고 물었다.

UX friction 제거 Before/After: 기존 9단계(앱 열기→카테고리→광고→가게→cross-sell→메뉴→upsell→결제) vs 에이전트 1단계(치킨 시켜줘→완료). 사업자의 마찰 = 사업자의 마진

요트 경기의 시대: 바람이 방향을 결정한다

노정석 대표님은 지금의 비즈니스 환경을 요트 경기에 비유했다. 자동차 경주는 돈 싸움이다. 더 좋은 차를 사면 이긴다. 자전거 경기는 체력과 눈치 싸움이다. 둘 다 리더가 게임을 주도하고 후발주자가 리액션하는 구조다. 요트 경기는 다르다. 후발주자가 방향을 바꾸면 선두도 따라 바꿔야 한다. 내가 뭘 잘하느냐보다 밖에서 어떤 바람이 부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AI라는 바람이 지배하는 장세에서, 후발 사업자들이 에이전트 기반의 다른 전략을 쓰면 기존 사업자도 모든 영역에서 대응해야 한다. 공정한 점이 하나 있다면, 후발주자의 제작 단가가 떨어진 만큼 기존 사업자의 단가도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원 경쟁이 아니라 철학과 타이밍의 경쟁이다.

OpenClaw 밋업에서 만난 20대 빌더들의 방법론은 노정석 대표님에게 unlearn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의 결론은 명확했다. "요트 경기다. 젊은 친구들이 하는 거면 나도 무조건 같이 따라가야 된다." 이것이 명확하게 2026년 3월의 스냅샷이고, 내일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방향 자체에 대한 확신은 흔들리지 않았다. 바람이 바뀌면 돛을 돌려야 한다. 바람과 싸우는 배는 없다.

세 가지 경기 비유: 자동차 경주(돈=자원 경쟁, 리더 주도), 자전거 경기(체력=노력 경쟁, 리더 주도), 요트 경기(바람=AI, 적응 경쟁, 후발주자가 방향 결정). 지금은 요트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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