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Frontier EP91 노정석·최승준 대담 정리 — AI Transformation의 구조적 함정과 돌파구
이 글은 AI Frontier EP91 영상을 보고 핵심 논점을 정리한 것이다. 노정석 대표님(Scionic)은 자신의 회사에서 4년 넘게 AI를 사업에 적용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AX의 현실을 짚었다. 에이전트를 전사에 배치하고, 메타 에이전트를 쌓고, CEO의 의사결정까지 객관식으로 바꿔놨다. 그런데도 회사의 생산성이 10배가 됐냐고 물으면, 답은 "아직 아니다"였다. AX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는 대담이었다. 핵심을 추린다.
AI를 투입하는 방향은 두 가지다
노정석 대표님은 AI 투입의 방향을 두 축으로 나눴다. 하나는 기존에 100이 들던 비용을 10으로 줄이는 것(1/10x 효율). 다른 하나는 새로운 곳에서 900을 창출하는 것(10x 신사업). 대부분의 기업 AX는 전자에 머물러 있다. better, faster, cheaper. 기존 업무를 AI로 가속하는 데 집중한다.
이 두 게임의 본질적 차이는 objective의 성격에 있다. 효율화 게임에서는 목표와 평가 기준이 명확하다. 비용을 얼마나 줄였는지, 처리 시간이 얼마나 단축됐는지 측정할 수 있다. 이것은 optimization problem이다. 모델에 computation을 투입하면 수렴한다. 신사업 게임은 구조가 다르다. objective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다. 무엇이 성공인지조차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노정석 대표님과 최승준 님 사이에서 이런 교환이 있었다. "아무리 효율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후자로는 점프할 수 없는 거잖아요." "못 가죠, 못 가죠." 두 게임은 독립적(orthogonal)이다.

돌고 돌아 바닐라가 답이다
효율화 게임의 정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노정석 대표님의 회사에서는 다양한 방법론을 시도했다. Pydantic을 쓰는 엔지니어, LangChain을 쓰는 엔지니어, 자체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엔지니어가 각각 자유도를 갖고 실험했다. 목표와 평가 기준이 명확하니 이것도 optimization 문제로 귀결됐고, 각자의 방법론이 수렴하면서 하나의 답이 나왔다.
그 답은 "안 만드는 게 베스트"였다. 데이터 커넥터를 깔끔하게 만들고, 프롬프트를 잘 쓰고, 프론티어 모델과 Claude Code 같은 코딩 하네스를 붙이면 성능이 가장 좋았다. 한 명의 엔지니어가 이 방법론으로 다른 모든 접근법을 압도했다. 핵심은 엔지니어링 파워가 아니라 도메인 이해도였다. 그 도메인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이해하고, 회사의 데이터를 파악하고, 프롬프트로 정확하게 기술하니 일이 끝났다.
최승준 님은 이것을 "돌고 돌아 순정 바닐라"라고 표현했다. 노정석 대표님도 인정했다. "그동안 썼던 어마어마한 노력들이 돌고 돌아서 모델의 capability overhang에 기대는 게 답이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축적된 시행착오의 분포가 자신의 가치라고 덧붙였다. 무엇이 안 되는지를 아는 것, 그것이 바닐라를 선택할 수 있는 판단력의 기반이다.

AX의 함정: "도와주세요"가 아니라 "없애세요"
기업들이 AX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흔히 취하는 구조가 있다. AX 팀을 만들고, 현업 팀을 돌아다니며 요건을 수집하고, 무언가를 만들어 준다. 노정석 대표님은 이 접근이 실패하는 이유를 지적했다. "만들어줘 봐야 어차피 안 써요."
문제는 인센티브 구조에 있다. 마케터든 기획자든 매니저든, 어떤 직무의 사람이 여러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 AI가 그중 하나를 없앤다고 치자. 그 사람이 빈 시간을 더 생산적인 업무로 채울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여기까지 오려고 엑셀과 파워포인트 단축키를 익혔는데, 난 계속 이거 하고 싶어"가 현실의 반응이다. 도구를 바꿔줘 봐야 파워포인트를 다른 것으로 교체하는 데 불과하다. 회사 입장에서 한계 생산성 증가는 없다.
노정석 대표님이 제시한 AX의 출발점은 과격하지만 명확했다. "저 팀을 도와주세요가 목표가 되는 게 아니라, 저 팀을 통째로 없애세요가 성공하는 AX의 출발점이다." 사람을 자르라는 뜻이 아니다. 해당 업무 자체를 완전히 소멸시키고, 그 사람을 새로운 직무로 전환시키라는 뜻이다. 업무에 AI를 보조적으로 얹는 것과 업무 자체를 제거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접근이다.

10x 신사업은 entrepreneur의 영역이다
효율화에서 혁신으로는 점프할 수 없다. 그렇다면 10x 신사업은 어떻게 만드는가. 노정석 대표님의 답은 간결했다. "리딩하는 사람이 비전을 느끼지 않으면 무조건 안 된다." 사장이 미션을 내려보내도, 받는 사람에게 그것이 better-faster-cheaper가 아니라 innovation의 문제로 느껴지면 진전이 없다. 이 영역은 스타트업 창업과 본질적으로 같다.
10x lawyer 아티클이 이 구조를 잘 보여줬다. 로펌에서 시니어 변호사 한 명이 에이전트와 결합해서 팀 전체보다 더 싸고 빠르게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키기 시작하면, 수요 측에서 기존의 비싼 구조를 유지할 이유가 사라진다. 10x engineer, 10x doctor 무엇이든 같은 패턴으로 나타난다. 한 명의 탁월한 개인이 AI와 결합하여 기존 팀 단위의 서비스를 대체하는 구조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사람의 특성이 곧 entrepreneur의 기질이라는 것이 노정석 대표님의 결론이었다. 단순 반복 업무는 AI가 더 잘한다. 명확한 metric이 있는 최적화 문제도 AI가 더 잘한다. 남는 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objective를 스스로 설정하고, 그것에 생존을 거는 사람들의 영역이다.
AI Native Talent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
노정석 대표님의 조직론은 현실적이면서도 날카로웠다. 회사에서 변화를 리딩하는 소수의 AI native talent를 빠르게 찾아서 새로운 것에 투입하고, 인센티브를 극강화해야 한다. moderate하게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효율 추구를 맡기면 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AI native talent가 지나간 자리에는 "가혹한 하네스"가 탄생한다.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그 하네스 안에 넣어지게 된다. "사람이 명령하고 AI가 수행하는 게 아니라, AI가 만든 하네스로 인간들이 들어가는 디스토피안적인 세상으로 들어가게 될 확률이 지금은 훨씬 높다." 사람이 AI를 도구로 쓰는 세상과, AI가 만든 틀 안에서 사람이 일하는 세상은 전혀 다르다.
이 대담의 배경에는 OpenClaw Seoul 밋업에서 만난 20대 빌더들의 존재가 있었다. 하네스를 직접 만들고, 가재 가족이라 이름 붙인 AI 에이전트 조직을 운영하고, GitHub 이슈 하나로 프로젝트의 optimization loop를 돌리는 사람들이다. 노정석 대표님은 이들을 "젊은 신선들"이라 불렀고, 그들이 다음에 어떤 사업 영역으로 갈지를 궁금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AI 시대의 진짜 경쟁은 효율화 경쟁이 아니라, 이 사람들이 만들어낼 10x의 방향에서 시작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