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마인드셋 #커리어
전사 AI 교육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

도구가 아니라 암묵지가 병목이고, 꼭짓점부터 뒤집어야 한다


바이브 워킹의 시대에 엔터프라이즈만 멈춰 있다

바이브 코딩이 화이트칼라 전체로 번지고 있다. 2026년 2월 Anthropic이 Claude Cowork를 출시하면서 CNBC는 이를 "바이브 워킹"이라 불렀고, 발표 전날 iShares Tech-Software ETF가 5% 급락할 만큼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1인 기업과 스타트업에서는 AI 활용 사례가 쏟아진다. 나 역시 AI로 하루에 처리하는 업무량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는 경험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속도가 조직 단위로 넘어가면 갑자기 멈춘다.

기업 현장에서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는다. 전사 AI 교육을 해봐도 달라지는 것이 없고, AI 도구를 도입해도 실무는 그대로다. 이 막막함의 원인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암묵지다. 기업 업무의 절반 이상이 ERP에도 SaaS에도 담기지 않은 채 사람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노하우와 맥락으로 돌아가고 있다. AI는 이 보이지 않는 영역을 건드리지 못한다.

88%가 도입하고, 6%만 전환에 성공한다

McKinsey가 2025년 105개국 1,993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88%가 최소 하나의 기능에 AI를 사용하고 있었다. 전사적 스케일업을 달성한 곳은 7%. 실질적 EBIT 임팩트를 만든 곳은 6%에 불과했다. BCG도 1,250개 기업을 분석해 비슷한 결론을 냈다. AI에서 실제 수익을 창출한 곳은 5%, 60%는 막대한 투자에도 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Gartner는 2026년 1월 "지난해 말까지 GenAI 프로젝트의 최소 50%가 개념 증명 이후 폐기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실패의 원인은 기술이 아니다. BCG의 "10-20-70 법칙"에 따르면 AI 전환 노력의 10%가 알고리즘에, 20%가 인프라에, 나머지 70%가 사람과 프로세스 적응에 투입된다. 대부분의 기업이 이 70%에 과소 투자하면서, AI 전환의 3분의 2 이상이 "사람과 프로세스"에서 무너진다. Deloitte의 2026년 조사에서 AI 준비 항목 중 "인재 준비도"가 20%로 최하위를 기록한 것은 이 구조의 단면이다. 알고리즘은 충분히 좋다. 문제는 그 알고리즘이 작동해야 할 현장의 맥락이 디지털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엔터프라이즈 AI 도입 깔때기: 88% 도입 → 7% 스케일업 → 6% EBIT 임팩트, BCG 10-20-70 법칙

도구가 아니라 암묵지가 병목이다

기업 업무를 나무에 비유하면 구조가 보인다. 회계, 인사, 구매, 물류 같은 메인 프로세스는 ERP라는 큰 가지가 감싸고 있다. 그런데 이 큰 가지에서 뻗어나온 수많은 잔가지들, 조직마다 내려오는 업무 노하우와 예외 처리 방식, 개인 엑셀 템플릿과 메모에만 존재하는 프로세스는 어느 시스템에도 담기지 않는다. Nonaka와 Takeuchi가 1995년에 체계화한 이 "암묵지"는 직접 경험을 통해 체득되며 완전히 언어화하기 어려운 지식이다. ERP가 닿지 못하는 이 영역이야말로 기업 업무의 진짜 두께다.

IDC는 2026년 3월 보고서에서 기업 AI가 스케일링에 실패하는 원인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직접 지목했다. 전 세계 89%의 조직이 데이터 품질 문제를 인정하고, AI 이니셔티브의 절반 이상이 파일럿에서 멈추고 있다. MIT NANDA Initiative 연구에 따르면 엔터프라이즈 GenAI 파일럿의 95%가 측정 가능한 손익 임팩트를 만들지 못했다. 기술이 아니라 맥락의 부재가 원인이다. 기술은 충분히 성숙했는데, 그 기술이 작동할 토양이 디지털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작은 조직에서 AI가 잘 작동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인 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는 본인의 암묵지만 정리하면 된다. 머릿속 노하우를 AI에게 직접 전달하면 끝이다. 큰 조직에서는 개인, 팀, 기업 단위의 암묵지가 겹겹이 쌓여 있고, 이 모든 층위를 건드려야 AI가 의미 있게 작동한다. 전사 AI 교육으로는 이 벽을 넘을 수 없다. 개인에게 도구 사용법을 가르쳐봐야, 그 개인이 들고 있는 암묵지가 조직의 자산으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꼭짓점부터 뒤집어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하는가. 답은 바텀업이 아니라 탑다운에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의 꼭짓점, 즉 팀장급 리더를 먼저 바꿔야 한다. 꼭짓점에 있는 사람은 팀 또는 조직 전체의 암묵지를 센싱하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존재다. 이 사람이 기존 업무 도구를 내려놓고 AI를 통해서만 일하도록 전환하면, 그 순간부터 암묵지가 AI를 통해 흘러가기 시작한다. 바이브 코딩이 시니어 개발자의 능력을 대중화한 것처럼, 바이브 워킹은 리더의 판단력을 AI와 함께 조직으로 확장시키는 방향이다.

현대카드가 2026년 3월에 팀장급 이상 200여 명을 대상으로 "바이브 코딩" 4시간 의무 교육을 실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무자 먼저가 아니라 리더 먼저. "AI로 일하라"가 아니라 "AI에게 일 시키는 법을 배우라"는 방향이었다. 처음에는 완벽하지 않다. 지금 Claude Cowork를 써봐도 원하는 수준으로 결과가 뾰족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 이것은 방향이기 때문에 가야 한다.

리더의 업무가 AI를 매개로 전환되면, 기업에게 전혀 새로운 자산이 생긴다. AI 에이전트,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그 사이에 축적되는 업무 맥락이다. 이것을 컨텍스트 그래프라고 부를 수 있다. 기업만의 프로세스와 노하우, 소통 맥락이 구조화되어 쌓인다. Daimler Trucks North America는 Neo4j 기반 지식 그래프와 Claude LLM을 결합해, 분사 과정에서 수십 년간 문서화되지 않았던 시스템 간 의존관계를 발굴했다. 담당자는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것조차 몰랐다"고 회고했다.

바텀업(전사 AI 교육) vs 탑다운(꼭짓점 전략): 개인 생산성 vs 조직 자산화

PM이 해야 할 일: 암묵지의 흐름을 설계하라

PM의 관점에서 이것을 실행으로 옮길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팀 리더의 일상 업무를 AI 매개로 전환하는 것이다. 파워포인트, 엑셀, 워드를 직접 만지는 시간을 줄이고 AI에게 시키는 구조로 바꾼다. 보고서 초안, 데이터 정리, 회의록 요약 같은 단순한 것부터 시작한다. 리더가 물리적으로 도구에 손을 대는 시간을 없애고, 방향과 판단에만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이 PM의 역할이다. 도구를 다루는 스킬은 AI가 대신한다.

이 전환이 자리잡으면 예상하지 못한 것이 드러난다. 리더가 AI와 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판단 기준, 우선순위, 예외 처리 방식이 있다. 기존에는 구전되거나 암묵적으로만 전달되던 것들이다. AI를 매개로 일하면 이 맥락이 기록되고 패턴화되어 재사용 가능한 형태로 남는다. 의도적으로 추출하려 하지 않아도, 업무의 흐름 자체가 암묵지의 표출 경로가 된다.

이렇게 축적된 맥락은 조직의 자산이 된다. 개인에게 귀속되어 있던 노하우가 조직의 컨텍스트 그래프로 남고, 사람이 떠나도 맥락은 남는다. Adobe의 연구에 따르면 직원 세 명 중 두 명이 원본 문서를 찾지 못해 처음부터 다시 만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가 퇴직하면 문서화되지 않은 지식이 함께 사라지고, 이 "재생산 비용"이 연간 수천 시간의 엔지니어링 시간으로 곱해진다. 컨텍스트 그래프는 이 기업 기억상실에 대한 구조적 해법이다.

개인 생산성이 아니라 조직의 맥락이 해자다

전사 AI 교육은 개인의 생산성을 높일 수는 있다. 몇몇 일잘러들이 파편화된 도구를 써서 생산성을 두세 배 올리던 것을 AI가 대중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기업의 암묵지가 구조화되지 않는다. 바텀업으로 스타 플레이어를 양성하는 것과 조직의 맥락을 자산화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게임이다. BCG의 데이터가 말하듯, AI 전환의 70%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과 프로세스이지 알고리즘이 아니다.

AI 시대에 기업의 진짜 해자는 코드도 데이터도 아니다. 그 기업만이 가진 업무의 맥락과 노하우다. 꼭짓점부터 시작해서 암묵지가 AI를 통해 흐르게 하는 것, 그 흐름이 자연스럽게 조직의 컨텍스트 그래프로 축적되게 하는 것이 엔터프라이즈 AX의 본질이다.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가건 이 방향으로 준비하는 기업은 안전하다. 결국 경쟁력은 어떤 AI를 쓰느냐가 아니라, AI가 흘려보내는 맥락의 두께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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