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있는 PM은 AI로 더 강해지고, 경험 없는 PM은 AI와 경쟁한다
AI가 대체한다는 말의 오류
AI가 PM을 대체한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나머지 절반이 더 중요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AI는 PM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PM 시장을 양극화시키고 있다. 경력 있는 PM이 AI를 도구로 쓰면 생산성이 2-3배 오른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빠르게 판단하고, 더 넓은 범위를 커버한다. 몸값도 따라 올라간다. 반면 경험이 없는 PM은 AI와 직접 경쟁하는 위치에 놓인다. 이 두 집단이 같은 시장에서 점점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구조는 PM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모든 지식노동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PM은 이 양극화가 특히 선명하게 드러나는 직군이다. PM이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이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리포트 생성이기 때문이다. AI가 가장 잘하는 영역이 바로 그것들이다.
AI를 도구로 쓰는 사람과, AI와 경쟁하는 사람
경력 있는 PM이 AI를 쓰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르다. 5년 이상 현장에서 일한 PM은 이미 판단의 기준이 있다. 어떤 문제가 중요한지, 어떤 데이터가 의미 있는지, 어떤 방향이 맞는지를 경험으로 안다. AI는 그 판단을 실행하는 속도를 높여준다. 경쟁사 분석 리포트를 만드는 데 하루가 걸리던 것이 두 시간으로 줄고, 기획서 초안을 잡는 데 반나절이 걸리던 것이 한 시간으로 줄어든다. 판단의 질은 그대로이고, 실행 속도만 빨라진다.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AI는 레버리지다.
경험이 없는 PM은 다른 상황에 놓인다. 판단의 기준이 아직 없다. 어떤 문제가 중요한지, 어떤 데이터를 봐야 하는지, 어떤 방향이 맞는지를 아직 모른다. 이 상태에서 AI를 쓰면 실행 속도는 빨라지지만 방향이 없다. 빠르게 틀린 방향으로 달리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경험 없는 PM이 하던 일, 즉 문서 작성, 분석 리포트, 회의록 정리 같은 작업들을 AI가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한다. 그 영역에서 사람이 AI보다 잘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구조가 만들어내는 결과는 단순하다. 경험 있는 PM은 AI 덕분에 더 강해지고, 경험 없는 PM은 AI와 경쟁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같은 기술이 두 집단에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AI가 잘하는 영역에서 사람이 이길 확률
AI가 잘하는 영역이 어디인지를 먼저 정확하게 봐야 한다. 문서 작성, 데이터 정리, 분석 리포트 생성, 경쟁사 조사, 회의록 요약. 이것들은 AI가 사람보다 빠르고, 더 일관되고, 더 오래 할 수 있다. 피로도도 없다. 이 영역에서 사람이 AI와 경쟁하면 이길 확률은 없다. 속도에서 지고, 분량에서 지고, 일관성에서도 진다.
나는 이 사실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을 이해한다. 신입 PM이나 경력이 짧은 PM에게 이 영역은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다. 시니어 PM이 전략을 짜는 동안, 주니어 PM은 문서를 만들고 데이터를 정리하고 리포트를 썼다. 그 역할이 AI로 대체되고 있다. 불편한 현실이지만, 이것을 외면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
다만 AI가 못하는 영역도 분명히 있다.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 사용자가 실제로 겪는 맥락을 이해하는 것, 조직 내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방향을 조율하는 것. 이것들은 경험과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AI는 이 판단을 대신할 수 없다. 판단의 재료를 빠르게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판단 자체는 사람이 해야 한다.

기본기가 없으면 AI도 쓸 수 없다
역설이 있다. AI를 잘 쓰려면 기본기가 먼저 있어야 한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맞는지 틀렸는지를 판단하려면, 그 판단의 기준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메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AI가 만든 분석 리포트를 받으면, 그게 좋은 리포트인지 나쁜 리포트인지 알 수 없다. 형식은 그럴듯하지만 내용이 틀렸을 때, 그것을 잡아낼 수 없다. 기본기가 없으면 AI의 결과물을 검증할 수 없고, 검증할 수 없으면 AI를 제대로 쓸 수 없다.
나는 이것을 직접 경험했다. 도메인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AI를 쓸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결과물 품질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도메인을 알면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에서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는지 즉시 보인다. 어디를 수정해야 하는지, 어떤 질문을 추가해야 하는지도 보인다. 도메인을 모르면 그 결과물이 좋은지 나쁜지조차 판단하지 못한다. AI는 기본기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기본기를 가진 사람의 속도를 높여주는 도구다.
이러한 구조가 양극화를 더 가속시킨다. 기본기가 있는 사람은 AI로 레버리지를 만들고, 기본기가 없는 사람은 AI를 쓰려 해도 제대로 쓸 수 없다. 기본기의 유무가 AI 활용 능력의 유무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생산성과 몸값의 격차로 이어진다.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가 예전보다 훨씬 빠르다.
양극화는 이미 시작됐다
결국 이 글이 말하는 것은 하나다. AI 시대에 기본기는 더 중요해졌다. 예전에는 기본기가 없으면 실행 속도가 느려졌다. 지금은 기본기가 없으면 AI와 경쟁하는 위치에 놓인다. 피해의 성격이 달라졌다. 동시에 기본기가 있는 사람이 AI를 잘 쓰면,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속도로 일할 수 있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하고, 더 넓은 범위를 커버하고, 더 빠르게 검증한다. 격차가 벌어지는 구조다.
양극화는 이미 시작됐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다. 기본기를 쌓는 것이 AI를 배우는 것보다 먼저다. 기본기가 있어야 AI가 도구가 된다. 기본기가 없으면 AI는 경쟁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