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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의 위기는 500년 전에도 있었다. 정말 바빠서 집중을 못하는 걸까, 집중할 대상을 찾지 못해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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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전에 할 일이 많았던 사람들의 시간 관리는?

 

1657년, 코펜하겐의 한 의학도는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같은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책상 위에는 읽어야 할 책이 쌓여 있었습니다. 해부학 논문, 신학 사본, 철학 저작, 의학 교재.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발명된 지 200년이 흐르면서, 유럽 전역에서 지식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옥스퍼드 올소울즈 칼리지의 과학사학자가 최근 발표한 에세이는 이 시기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1500년대 이후 인쇄술의 발전과 함께 지식은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세상에 쏟아졌다."

그리고 이것은 당시 지식인들에게 절박한 질문을 남겼습니다.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얼마나 읽어야 하는가? 모든 챕터를 발췌해야만 하는가?

Danish Scientist, Pioneer in Anatomy and Geology, Nicolaus Steno (1638 - 1686)

 

그 의학도의 이름은 Nicolaus Steno. 훗날 가톨릭 주교이자 지질학의 아버지로 불리게 될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찾아낸 해법은 놀라울 만큼 단순했습니다.

"오전에는 의학 공부만 한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는 개인 노트에 이렇게 썼습니다. "해로운 서두름은 피해야 한다. 해결책은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오전 시간 전체를 메디치 도서관에서 교부 문헌과 성경 사본을 읽는 데만 썼습니다. 오후에는 의학 실습. 저녁에는 철학. 세상의 다른 모든 것은 그 시간 안에서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 시대랑 지금이 얼마나 다른데요. 그때는 스마트폰도 없었잖아요. 슬랙 알림도 없었고, 유튜브 쇼츠도 없었고."

맞습니다. 17세기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딱 한 가지가 같습니다. 사람들은 그때도 지금과 똑같이 "너무 많은 것들이 있어서 집중을 못하겠다"고 불평했다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집중력의 문제는 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집중력 문제를 환경의 문제로 이해합니다. 스마트폰이 나쁘다, 소셜 미디어가 뇌를 망쳤다, 알림이 너무 많다. 이 말들이 틀린 건 아닙니다. 그러나 스테노가 살던 1650년대에도 사람들은 '정보 과잉'으로 허덕였고, 그 시대의 가장 명석한 두뇌들은 이미 딥워크와 타임블로킹, 그리고 느린 생산성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일까요?

우리가 집중을 못하는 진짜 이유는, 어쩌면 시간이 없어서가 아닐지 모릅니다. 방해물이 너무 많아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는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해서 우왕좌왕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선택의 역설

 

행동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 Barry Schwartz는 2004년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에서 이런 실험을 소개합니다. 슈퍼마켓의 잼 진열대에 6종류를 놓았을 때와 24종류를 놓았을 때, 실제 구매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측정한 것입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6종류일 때 구매율이 10배 높았습니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아무것도 고르지 못하는 겁니다.

Schwartz는 이것을 '선택의 마비(choice paralysis)'라고 불렀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마비가 단순히 구매 결정에만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늘 무엇을 먼저 할지, 어떤 프로젝트에 에너지를 쏟을지, 어떤 기회를 잡을지.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우리 뇌는 결정 자체를 회피해 버립니다. 그리고 결정을 회피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모든 것, 혹은 많은 것에 조금씩 반응하는 것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단 한가지는 무엇인가

 

AI 기업을 창업하고 CEO로 이끌었던 한 경영자는 최근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회사가 미국 최고 성장 기업 20위 안에 들었을 때, 저는 매일 밤 이런 걱정을 했어요. 사람을 빠르게 채용할 수 있을까? 고객들은 만족하고 있을까?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모든 결정의 병목이 되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는 무엇인가?"

그가 찾은 답은 관계였습니다. 미션을 중심으로 사람과 고객을 연결하는 것. 그 하나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전부 위임했을 때, 오히려 회사는 더 빠르게 움직였다고 합니다.

그는 이것을 321 시스템으로 정리했습니다. 세 가지 역할(만드는 사람·관리하는 사람·연결하는 사람), 두 가지 국면(전시·평시), 그리고 하나의 절대 원칙. "지금 나만 할 수 있는 하나를 찾아라."

이 시스템이 흥미로운 건 생산성 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하나의 질문입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지금 저는 실행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실행 없이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제가 말하는 논리는 이것입니다. "실행보다 더 어렵고, 실행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무엇이 옳은가'를 찾는 일이 그것이다." 그 하나를 찾지 못한 채 아무리 열심히 실행을 해도, 그것은 가구 배치를 이리저리 바꾸면서 집 자체가 더 나은 집이 된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뿐입니다.

다시 이 글을 시작하면서 언급한 스테노로 돌아가 봅시다. 그가 "오전에는 의학만 한다"고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자기관리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의학을 통해 신과 자연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 그 목적이 명확했기 때문에, 오전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는 자동적으로 결론이 났던 겁니다.

현대 신경과학은 이것을 뒷받침합니다. 유명한 스탠퍼드 신경과학자 Andrew Huberman은 도파민의 작동 원리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도파민은 쾌락을 느낄 때 분비되는 게 아니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추구(pursuit)' 상태에서 분비된다. 목표가 선명할수록 추구의 질감이 달라지고, 도파민 시스템이 안정된다. 반대로 목표가 불분명하면, 뇌는 자극이 있는 곳으로 계속 끌려간다. 스마트폰 알림, 새 이메일, 누군가의 반응. 이것들이 일시적으로 도파민을 채워 주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스마트폰을 자꾸 확인하는 이유는 스마트폰보다 더 강력하게 우리를 끌어당기는 무언가, 정말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겁니다.

스테노에게 그 무언가는 있었습니다. 당신에게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까?

이 질문이 누군가에게는 매우 불편한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우선, 이것에 답하려면 잠시 멈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할 일 목록을 내려놓고, 카톡 창을 닫고, 슬랙 탭을 닫고, 진짜로 앉아서 생각을 해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답이 선명하지 않을 때 느끼는 불안. 어쩌면 그게 무서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중요하지도 않은 일들에 나를 바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바쁨은 훌륭한 마취제입니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도 되고, 진짜 질문을 피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열심히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니까요. 그러나 500여 년 전 수많은 읽을거리와 연구거리 속에서 집중했던 뛰어난 과학자 스테노가 1657년에 말합니다. 집중력은 기술이 아니다. 집중력은 결과다. '무엇에 집중할지'를 안다는 것의 결과.

당신이 오늘 집중하지 못한 건, 시간이 없어서인가요, 아니면 '이게 맞다'는 확신을 아직 찾지 못해서인가요?


Editor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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