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AI 시대, 심사기준은 어디까지 왔는가
ChatGPT의 등장 이후, 생성형 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재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성형 AI 관련 특허 출원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허청도 이러한 기술 변화에 발맞추어 심사기준을 지속적으로 정비해 오고 있다. 한때 AI 기술에 대해서는 오픈소스 라이브러리(TensorFlow, GitHub 등)가 APACHE 2.0 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있어 특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른바 'AI 특허 무용론'이 힘을 얻기도 하였다. 그러나 생성형 AI 시대에 특허의 핵심은 모델 자체가 아니라 모델을 활용한 서비스와 응용에 있다는 점이 명확해지면서, 이러한 무용론은 급속히 설득력을 잃고 있다.
지식재산처는 이전에 발행한 「기술분야별 심사실무가이드」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중심으로 생성형 AI 발명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 사례를 최초로 제시하였다. 이후 2026년 1월에는 「인공지능 분야 심사기준」을 개정하면서, 사례11(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한 전문적인 답변 제공 방법)과 사례13(인공지능 기반 로고 이미지 생성 및 배포 방법)이라는 새로운 심사 사례를 추가하였다. 이들 사례는 생성형 AI의 특허 심사가 헬스케어라는 특정 도메인을 넘어 보다 범용적인 기술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2026년 심사기준에 새롭게 추가된 사례 중 생성형 AI관련 사례인 사례11과 사례13의 내용을 심층 분석하고, 기존 헬스케어 중심 심사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생성형 AI 특허 전략의 핵심 포인트를 도출하고자 한다. 나아가, 생성형 AI 시대에 효과적인 특허 확보를 위해 실무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제시한다.
2026년 심사기준 사례11 및 사례13의 분석
사례11: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한 전문적인 답변 제공 방법

사례11은 사용자의 음성 질의를 텍스트로 변환한 후, 프론트 엔드 AI 모델(딥러닝 또는 LLM 기반)이 질의의 도메인을 분류하고, 분류된 도메인에 대응하는 전문 AI 엑스퍼트 모델(거대 언어 모델을 파인튜닝한 모델)을 선택하여 전문적 답변을 음성으로 출력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이 사례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AI 음성 비서 서비스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기술로서, 산업적 파급력이 큰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사례에서 핵심적으로 주목할 점은 진보성 판단의 분기이다. 청구항 1은 프론트 엔드 AI 모델을 이용한 도메인 분류와 전문 AI 엑스퍼트 모델 선택이라는 구성을 제시하였으나, 이러한 구성 자체가 거대 언어 모델을 다수의 전문 분야에 활용하는 공지의 기술적 사상에서 용이하게 도출 가능하다는 이유로 진보성이 부정되었다. 반면, 청구항 2는 사용자의 연령을 식별하여 연령에 적합한 프롬프트 레이아웃을 선택하는 구성을 추가하였는데, 특히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기술적 구현이라는 구체적 목적과 결합되어 진보성이 인정되었다. 이는 단순히 LLM을 특정 분야에 적용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 특성에 따른 프롬프트의 동적 설계가 기술적 구성 요소로서 인정받은 것이다.
사례11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생성형 AI 모델의 단순한 조합이나 적용만으로는 특허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특정 사용자 그룹이나 상황에 맞춘 맞춤형 프롬프트 설계가 기술적 구성으로서 진보성 인정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단순한 질의 작성 기법을 넘어, 하나의 독립적인 기술적 구성 요소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실무적 의의가 크다.
사례13: 인공지능 기반 로고 이미지 생성 및 배포 방법

사례13은 사용자 입력(상호명, 업종, 제품명, 설명, 로고 스타일)을 기반으로 생성형 AI 모델을 이용하여 로고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디지털 사이니지 콘텐츠 시스템에 배포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이 사례는 텍스트-이미지 생성 모델(예: DALL-E, Stable Diffusion 등)의 실무적 활용과 직결되며, 생성형 AI의 출력물이 현실의 하드웨어 환경과 결합되는 경우의 특허성을 판단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청구항 1은 생성형 AI를 이용한 로고 이미지 생성과 디지털 사이니지 배포라는 기본적 구성만을 제시하여 진보성이 부정되었다. 이는 범용 생성형 AI 모델에 텍스트 프롬프트를 입력하여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배포하는 것 자체가 공지 기술의 단순 적용으로 판단된 것이다. 그러나 청구항 2는 타겟 디지털 사이니지 장치의 특성 정보(위치, 해상도, 크기, 주변 조도)를 수집하고, 날씨 정보를 획득하여 제품 카테고리를 분류한 후 적합한 배경 이미지와 합성하며, 장치별 스펙에 맞게 이미지 크기와 선명도를 자동 조정하는 구성을 추가함으로써 진보성이 인정되었다.
사례13의 핵심은 '생성 이후의 기술적 처리'에 있다. 생성형 AI로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 자체는 진보성을 인정받기 어렵지만, 생성된 콘텐츠를 실제 환경(디지털 사이니지)에 최적화하기 위한 장치 특성 수집, 환경 정보(날씨, 조도) 반영, 자동 적응 등의 후처리 기술 구성이 결합될 때 진보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생성형 AI의 출력물을 현실 세계의 특정 하드웨어나 환경 조건에 맞추어 가공하는 기술이 독립적인 진보성의 근거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기존 생성형 AI 심사사례와 신규 추가 사례(2026년)의 비교
기존 「기술분야별 심사실무가이드」의 생성형 AI 심사 사례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한정된 것이었다. 해당 사례에서는 생성형 AI를 거대 언어 모델(LLM)의 일종으로 정의하면서, 파인튜닝 방법의 구체적 기재와 프롬프트의 구체적 실시예 기재를 핵심 기재 요건으로 강조하였다. 특히 의료 데이터(DAIC-WOZ, PHQ-9 등)를 활용한 파인튜닝, 사용자 연령에 따른 초기 질문 라이브러리 구축 등 헬스케어 도메인 특유의 전문 지식이 기술적으로 반영된 사례를 중심으로, 도메인 지식의 기술적 구현이 생성형 AI 특허의 핵심임을 설명하였다. 이에 비해 2026년의 사례11과 사례13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중대한 변화를 보여준다.
적용 분야의 확장: 헬스케어에서 범용 기술 영역으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생성형 AI 심사 사례의 적용 분야가 헬스케어라는 특정 도메인에서 벗어나 음성 비서(사례11)와 디지털 사이니지(사례13)라는 보다 범용적인 기술 영역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2024년 사례가 의료 분야의 높은 전문성과 안전성 요구를 배경으로 파인튜닝과 프롬프트의 엄격한 기재를 요구한 것이라면, 2026년 사례는 일상적 기술 서비스 분야에서도 생성형 AI의 진보성 판단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됨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는 특허청이 생성형 AI 심사기준을 특정 산업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산업 전반에 적용 가능한 범용적 원칙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진보성 판단 기준의 정교화: 인정과 부정의 명확한 분기
2024년 헬스케어 사례에서는 파인튜닝과 프롬프트의 구체성이 주된 기재 요건 차원에서 논의되었다면, 2026년 사례에서는 보다 정교한 진보성 판단 구조가 드러난다. 사례11에서는 '프론트 엔드 AI + 전문 AI 엑스퍼트'라는 모델 아키텍처 조합은 진보성 부정, 연령 기반 프롬프트 레이아웃 선택은 진보성 인정이라는 명확한 분기를 제시한다. 사례13에서도 'AI 이미지 생성+배포 자체는 진보성 부정, 장치 환경 적응형 후처리는 진보성 인정'이라는 판단 구조를 보여준다. 이러한 판단 구조는 2024년 사례에서 강조되었던 '도메인 지식의 기술적 구현'이라는 원칙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진보성의 경계선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를 출원인에게 보다 명확하게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생성 이후 처리'라는 새로운 진보성 유형의 등장
2024년 사례가 주로 파인튜닝과 프롬프트 설계, 즉 생성형 AI의 '입력 단계'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2026년 사례13은 생성형 AI의 출력물에 대한 후처리(post-processing) 기술이 독립적인 진보성의 근거가 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는 생성형 AI 특허 전략에 새로운 차원을 추가하는 것으로, '생성 전(前) 단계'(파인튜닝, 프롬프트)뿐만 아니라 '생성 후(後) 단계'(후처리, 환경 적응, 장치 최적화)도 특허의 핵심 구성 요소로 포섭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IoT, 디지털 사이니지, 모바일 환경, 로봇 등 다양한 하드웨어와 결합되는 생성형 AI 서비스가 확산되는 현 시점에서, 이 판단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기술적 지위 격상
2024년 사례에서 프롬프트의 구체적 기재는 주로 기재 요건(명세서의 충실성) 측면에서 논의되었다. 그러나 2026년 사례11에서는 사용자 연령에 따른 프롬프트 레이아웃 선택이 직접적으로 진보성 인정의 근거가 되었다. 이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단순한 발명의 설명 보충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청구항의 기술적 구성 요소로서 진보성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격상되었음을 보여준다. 실무적으로는 프롬프트의 동적 선택, 조건부 구성, 사용자 맥락 반영 등 프롬프트 설계의 기술적 정교함이 특허 등록의 성패를 가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생성형 AI 특허 확보를 위한 전략적 시사점
2026년 심사기준 분석과 기존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도출되는 실무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단순 적용'과 '기술적 구현'의 경계를 인식해야 한다. 사례11과 사례13 모두에서 생성형 AI 모델을 특정 분야에 단순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AI 서비스 자체의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기술적 성능의 우월을 주장하기보다, 이제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비즈니스를 AI 기술을 이용하여 시도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되, 해당 분야의 도메인 지식이 어떻게 기술적으로 구현되어 기존 기술 대비 차별화된 효과를 달성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 청구항 설계에서 다층적 기술 구성을 확보해야 한다. 사례11의 청구항 2는 '연령 식별 + 프롬프트 레이아웃 선택 + 미성년자 보호'라는 다층적 구성을, 사례13의 청구항 2는 '장치 정보 수집 + 환경 정보 반영 + 이미지 적응 처리'라는 다층적 구성을 통해 진보성을 확보하였다. 하나의 기술적 아이디어만이 아닌, 복수의 기술적 구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청구항 설계가 필수적이다. 특히 AI가 배제된 서비스 자체의 각 단계를 명확히 구체화한 후, 그 위에 AI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셋째, 생성 전(前) 단계뿐 아니라 생성 후(後) 단계에도 주목해야 한다. 기존 전략이 파인튜닝과 프롬프트라는 '입력 단계'에 집중하였다면, 사례13이 보여준 바와 같이 생성된 출력물의 후처리, 환경 적응, 장치 최적화 등 '출력 단계'의 기술적 구성도 진보성의 독립적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미지 생성, 텍스트 생성, 음성 합성 등 생성형 AI 출력물이 실제 환경에서 활용되는 모든 장면에서 이러한 후처리 기술이 핵심적인 특허 포인트가 될 것이다.
넷째, 파인튜닝과 프롬프트에 대한 구체적 기재는 여전히 필수적이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일관되게 강조되는 원칙은 파인튜닝 방법과 프롬프트 설계의 구체적 기재이다. 학습 데이터의 종류와 수집 방법, 전처리 과정, 파인튜닝 전략, 프롬프트의 구체적 실시예 등이 발명의 설명에 충분히 기재되어야 하며, 이것이 기재 요건의 충족뿐 아니라 진보성 인정에도 직결된다.
다섯째, 예측 불가능한 현저한 효과의 정량적 입증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히 정성적인 효과 주장이 아닌, 실험 데이터나 시뮬레이션 결과 등 정량적 근거의 제시가 중요시 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생성형 AI와 같은 복합 기술 분야에서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실험 데이터 또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발명의 설명에 포함되어야 해당 기술이 단순 개념적 아이디어가 아닌 생성형 AI기반 기술인 것으로 심사관에게 어필 할 수 있다.
결론: 입체적 특허 전략의 시대
2026년 인공지능 심사기준에 새롭게 추가된 사례11과 사례13은 생성형 AI 특허 심사의 방향이 더욱 정교하고 범용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 헬스케어 중심의 심사 사례가 생성형 AI 심사의 '첫 번째 문'을 열었다면, 2026년의 사례들은 음성 비서, 디지털 사이니지 등 다양한 분야로 '두 번째 문'을 열며 보다 체계적인 진보성 판단 기준을 정립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조감하면, 특허청의 심사기준은 생성형 AI 기술이 다양한 산업과 결합되는 현실을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분야의 구체적 심사 사례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성형 AI 시대의 특허 전략은 더 이상 모델 자체의 우수성이나 단순한 분야 적용에 의존할 수 없다. 특정 도메인의 전문 지식이 어떻게 기술적으로 구현되는지(도메인 지식의 기술적 반영), 프롬프트 설계가 어떤 기술적 의미를 갖는지(프롬프트의 기술적 구성 요소화), 생성된 출력물이 어떻게 현실 환경에 최적화되는지(생성 후 처리의 진보성)를 총체적으로 고려한 입체적 특허 전략이 요구된다. 이 세 가지 축은 생성형 AI 특허의 세 기둥이라 할 수 있으며, 이를 균형 있게 설계하는 것이 앞으로의 특허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들이 이러한 심사기준의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기술의 본질적 가치를 특허로 적절히 보호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를 기대한다. 특허는 단순한 권리 문서가 아니라, 기술 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사기준의 진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만이 생성형 AI 시대의 지식재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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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기현 변리사는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를 졸업하고 2015년 52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국내 대기업의 기술 권리화, 특허 분쟁 대응 및 컨설팅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율 주행, 영상 처리, 의료기기, 기계학습, 디스플레이, 단말 UI/UX, IP 포트폴리오 설계 및 IP 심판 소송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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