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오버그가 처음부터 "나는 브랜드 창업자가 될 거야"라고 다짐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죠.
에밀리는 캐나다에서 자랐고, 어릴 때부터 스트리트웨어(streetwear)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트리트웨어란 쉽게 말해 힙합, 스케이트보드, 스포츠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캐주얼하고 편안한 스타일의 패션을 말합니다. 나이키, 슈프림, 오프화이트 같은 브랜드들이 대표적이죠.)
에밀리는 소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유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곤 했습니다.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었어요. 그냥 좋아서, 재미있어서 하는 순수한 취미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에밀리에게 콤플렉스(Complex)라는 미국의 유명 미디어 회사에서 예상치 못한 스카웃 제안 연락이 옵니다. 콤플렉스는 스트리트웨어, 힙합, 팝 문화 전반을 다루는 미디어로,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매체 입니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 688만명인 채널)
콤플렉스(Complex) 유튜브 채널
그들이 에밀리에게 제안한 직책은 에디토리얼 프로듀서(Editorial Producer), 즉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콤플렉스는 인쇄 매체에서 온라인으로, 그리고 온라인에서 영상(YouTube)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시기였습니다. 모든 미디어 회사들이 ‘동영상이 답이다’라고 외치던 바로 그 시절이었죠.
에밀리는 망설임 없이 이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콤플렉스 시절 - 패션 미디어의 세계에서 배운 것들
에밀리는 콤플렉스에 재직한 4년을 ‘가장 좋았던 4년’이라고 말합니다.
이 시기에 에밀리는 단순히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넘어, 패션 브랜드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직접 두 눈으로 목격했습니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것을 가까이서 보면서, 에밀리는 역설적으로 "브랜드는 정말 어렵구나. 내가 굳이 그 세계에 뛰어들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품게 됩니다.
이 경험은 훗날 에밀리가 스포티 앤 리치를 키우는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많이 본 사람’이 ‘잘 아는 사람’이 되고, ‘잘 아는 사람’이 ‘실수를 피하는 사람’이 되니까요.
콤플렉스 재직 시절, 에밀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인연을 맺습니다. 바로 키스(Kith)의 창업자 로니 파이그(Ronnie Fieg)와의 만남입니다. (키스는 뉴욕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로,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유명합니다.)
에밀리는 콤플렉스에서 키스를 자주 취재하면서 로니와 개인적인 친분을 쌓게 됩니다.
키스(Kith)로의 이동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다
콤플렉스에서 4년을 보낸 후, 에밀리는 중요한 결정을 내립니다.
미디어(콘텐츠를 만드는 곳)에서 브랜드(제품을 만드는 곳)로 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로니 파이그는 마침 키스의 여성 라인을 론칭하려던 참이었고, 에밀리에게 여성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직을 제안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브랜드의 전체적인 시각적 방향성과 정체성을 이끄는 사람)
에밀리는 이 기회를 받아들였고, 키스에서의 경험은 약 1년에 불과했지만, 에밀리는 이 시기에 브랜드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실전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에밀리의 마음속에는 점점 더 큰 확신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결국 나는 내 길을 걸어야 한다."
브랜드는 회사가 아니라 ‘무드보드’에서 시작됐다
많은 사람들이 스포티 앤 리치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브랜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시작은 훨씬 일찍이부터 있었습니다.
에밀리는 일찍부터 텀블러(Tumblr)를 즐겨 사용했습니다. (*텀블러는 이미지와 짧은 글을 공유하는 블로그 플랫폼으로, 특히 패션, 음악, 예술 분야에서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리고 뉴욕으로 이사한 지 약 1년 후인 2015년경, 에밀리는 스포티 앤 리치(Sporty & Rich)라는 이름의 계정을 인스타그램에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무드보드(mood board) 계정이었습니다. (*무드보드란 특정 분위기나 느낌을 전달하는 이미지들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요즘 인스타그램에는 이런 계정이 수도 없이 많지만, 당시만 해도 이런 형태의 계정은 매우 드물었습니다.)
Sporty&Rich 공식 인스타그램 피드 피드만 봐도 에밀리가 추구하는 무드가 보인다.
에밀리는 분명히 말합니다.
"브랜드를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냥 좋아서 했을 뿐이라고요. 오히려 콤플렉스(이전 직장)에서 수많은 브랜드들이 뜨고 지는 것을 봐온 터라, "그 세계는 내가 건드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인스타그램 계정은 그냥 취미로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에밀리는 이 계정을 일종의 온라인 매거진처럼 운영했습니다.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쓰고, 전 세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들을 찾아 기여를 받았습니다. 총 4개의 이슈를 발행했고, 가끔씩 스웨트셔츠, 티셔츠, 모자 같은 제품을 아주 소량으로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에밀리는 여전히 키스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본업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래서 Sporty & Rich는 단순히 사이드 프로젝트였고, 사업이라기보다 취향이 쌓인 작은 실험이었습니다.
에밀리에게 Sporty & Rich는“무엇을 팔까?”보다 “나는 어떤 세계를 좋아하지?”에서 출발한 브랜드였습니다.
자기 이해로부터 나온 결단
에밀리가 진정한 의미의 사업가로 발걸음을 내딛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기업 세계는 저와 맞지 않아요. 너무 많은 정치가 있고, 제가 원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 역학 관계가 있어요. 저는 항상 나만의 길을 만들고 싶다는 본능이 있었어요."
이것은 단순한 충동이 아니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온 결단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아무리 좋은 역할을 맡더라도,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100%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에밀리는 일찍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에밀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명확했습니다. 이미지를 만들고, 세계를 구축하는 것.
운명적 만남에서 시작된 사업 - 파리에서 온 비즈니스 파트너
스포티 앤 리치가 그냥 취미에서 진짜 사업으로 발전하는 데는 한 사람의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바로 에밀리의 비즈니스 파트너(운영 파트너)입니다.
이 파트너는 에밀리보다 먼저 패션 브랜드를 운영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에밀리는 콤플렉스에서 일하던 시절, 에밀리는 이 사람의 브랜드를 취재하고 기사까지 썼던 적이 있었습니다.
파트너를 만날 당시 에밀리는 브랜드들을 위해 아트 디렉팅(시각적 방향 제시)을 컨설팅 형태로 해주고 있었고, 에밀리는 용기를 내어 그에게 컨설팅 제안고 함께 연락을 했습니다.
"당신 브랜드 너무 좋아요.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두 사람은 협업을 시작했고, 어느 순간 연인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현재는 이별 후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를 유지 중)
비즈니스와 로맨스가 동시에 시작된 것이죠.
이 파트너가 에밀리에게 가져다 준 것은 정말 컸습니다. 에밀리가 "크리에이티브(창의적인 부분)"에 강점이 있다면, 파트너는 도매, 물류, 생산, 이커머스 시스템 등에 강점이 있었습니다. 즉, 에밀리가 모르는 비즈니스의 뒷면을 완벽하게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에밀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번 해봐. 여기에 뭔가 진짜가 있는지 확인해봐."
그 말이 에밀리를 움직였습니다.
순조로웠던 첫 시작 - 프리오더의 완판
파트너의 격려를 받은 에밀리는 첫 번째 프리오더(pre-order) 론칭을 시작했습니다. (*프리오더란 제품을 먼저 주문받고, 그 주문서를 바탕으로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미리 돈을 받고, 그 돈으로 제품을 만들어서 배송하면 돼서, 돈이 없을 때 매우 유용한 방법입니다. 재고를 미리 쌓아둘 필요도 없고, 팔리지 않을 위험도 없습니다.)
이 첫 번째 프리오더 론칭 결과는 예상보다 잘 됐습니다.
그래서 에밀리와 파트너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오, 이거 진짜일 수도 있겠는데?"
에밀리는 당시 사진 촬영(모델, 사진작가 섭외)에 총 2,000달러(약 260만 원) 정도를 썼다고 합니다. 머리와 메이크업은 직접 했고, 스타일링도 직접 했고, 촬영장에 먹을 것도 직접 챙겨갔습니다. 총 초기 비용은 5,000달러(약 650만 원) 이하였습니다. 쇼피파이(Shopify) 사이트 개설 비용도 몇 천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프리오더 시스템으로 운영하던 초기 6개월 동안, 스포티 앤 리치는 월 약 4만 달러(약 5,2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작은 숫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엄청난 시작이었습니다.
스포티 앤 리치 룩북 (출처- Sporty&Rich 홈페이지)
폭발적 성장 - 도매에서 코로나까지
프리오더로 가능성을 확인한 에밀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갔습니다. 바로 도매 채널을 개척하는 것이었습니다. (*'도매'란 브랜드가 직접 소비자에게 팔지 않고, 백화점이나 편집샵 같은 유통 채널을 통해 파는 방식입니다. 규모는 작아도, 유명한 가게에 입점하면 브랜드 신뢰도와 인지도가 한 번에 올라갑니다.)
에밀리의 첫 번째 도매 파트너는 영국의 명품 백화점 셀프리지스(Selfridges)였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셀프리지스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스포티 앤 리치의 최대 도매 파트너로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파트너가 가장 큰 파트너가 된 것이죠.
그렇게 매출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1년 차: 약 10만 달러(약 1억 3,000만 원)
2년 차: 약 600만 달러(약 78억 원)
3년 차: 약 1,200만 달러(약 156억 원)
4년 차: 약 3,000만 달러(약 390억 원)
에밀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장이 정말 빨랐어요."
그리고 가장 폭발적인 성장을 이끈 사건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코로나 팬데믹이었습니다.
코로나가 가져다 준 기회 - 예상치 못한 대박
2020년, 전 세계가 멈췄습니다. 에밀리도 처음에는 두려웠습니다.
"브랜드가 망할 것 같았어요. 사람들이 일도 못 하고 집에 있는데, 어떻게 돈을 쓰겠어요?"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집에 있었고, 온라인 쇼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사람들은 외출하지 않아도 입을 수 있는 편안한 스웨트슈트(sweatsuit, 트레이닝복 세트)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마침, 당시 스포티 앤 리치가 팔던 제품들이 바로 스웨트슈트었습니다.
게다가 모델들, 유명 셀럽들, 인플루언서들이 스포티 앤 리치를 자연스럽게 입기 시작했습니다. 브랜드가 인스타그램에서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죠.
그리고 전설적인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크루넥 한정 판매(crew neck drop, 일명 맨투맨)에서 단 하루 만에 60만 달러(약 7억 8,000만 원)의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에밀리는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흥분과 공황이 동시에 왔어요. '세상에, 우리가 이걸 어떻게 처리하지?'라는 생각과 동시에 와, 우리가 진짜 뭔가를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포티 앤 리치의 주요 제품군 (*출처- Sporty & Rich 홈페이지)
작게 시작하는 건 쉽지만, 커지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폭발적 주문 앞에서 무너진 공급망
하지만 이 엄청난 성공은 곧바로 엄청난 위기를 가져왔습니다.
60만 달러의 주문이 들어왔는데, 공장이 그 양을 감당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당시 스포티 앤 리치의 브랜드의 시스템이 그 성장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죠.
공장은 물량을 감당하지 못했고, 배송은 지연됐고, 물류는 엉망이 되었고, 고객 문의는 폭주했습니다.
당시 에밀리는 고객 서비스 담당자도 없이 직접 인스타그램 DM과 이메일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수천 개의 항의 메시지가 몰리자 결국 에밀리는 감정적으로 무너졌고, 일부 고객들에게 화를 내는 실수까지 하게 됩니다.
에밀리 팀은 한 달 동안 완전한 위기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갑자기 해야 할 일들이 쏟아졌습니다. 새로운 공장을 찾고, 제대로 된 물류 창고 확보하고, 물류 관리를 위한 기업용 관리 시스템 도입 등 에밀리 자신도 모르는 시스템들에 대해 빠르게 배워야만 했습니다.
"한 달 동안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브랜드는 끝이다'라는 생각으로 달렸어요."
이 경험은 에밀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성공이 갑자기 찾아왔을 때, 그것을 감당할 시스템이 없으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입니다.
스포티 앤 리치 공식 인스타그램 (*출처- Sporty&Rich 인스타그램)
창업자가 모든 걸 직접 하지 말아라 - "내가 잘 모르는 것을 알아라"
에밀리에게 사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에밀리는 주저 없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당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많은 창업자들이 "내가 다 할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출발합니다. 창업자이자 홍보 담당자이면서, 디자이너이고, 마케터이고, 재무 담당자이고, 물류까지 다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에밀리는 명확하게 말합니다.
"아무도 그 모든 걸 다 잘할 수 없어요. 절대로요."
에밀리가 선택한 방법은 이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잘하는 것 - 이미지 만들기, 브랜드 세계관 구축, 크리에이티브 방향 설정
자신이 잘 못하는 것 - 재무, 물류, 생산, 도매 운영
그리고 잘 못하는 부분에는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붙였습니다. 파트너, 공장, 물류 센터... 지금도 처음에 함께한 파트너들과 계속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스포티 앤 리치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입니다.
빠른 성장보다 느리지만 자유로운 성장 - 에밀리의 선택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VC(벤처캐피탈) 투자를 받는 것이 마치 성공의 지표인 것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그러나 에밀리의 선택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저는 아직도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투자를 받은 적도 없고, 대출도 없고, 부채도 없습니다."
에밀리가 이런 선택을 한 건 이유가 있습니다. 에밀리는 많은 브랜드들이 VC 자금을 잔뜩 받고 시작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빠른 시간 안에 수익을 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이 생깁니다. 그 압박이 생기면, 브랜드의 본질이 흔들립니다. ‘왜 이걸 하는가’라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유보다 숫자가 먼저가 되는 것이죠.
에밀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투자를 받으면 브랜드의 진정성이 사라질 수 있어요. 이사회도 생기고, 목표치를 달성해야 하고, 내 뜻대로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됩니다. 그 스트레스가 브랜드의 마음을 빼앗아가요."
물론 투자를 받으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압니다. 에밀리 스스로도 "투자를 받으면 500만 달러짜리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때 내 지분이 얼마나 남을지, 내 통제권이 얼마나 남을지, 그리고 내가 행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지금 에밀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여전히 매일 아침 너무 신나서 일어나요. 오늘은 뭘 할까, 기대가 됩니다. 빠른 성장을 추구했다면 이 느낌이 사라질 수도 있었을 거예요."
에밀리 오버그 (*출처- Sporty&Rich)
작은 브랜드를 크게 키운 에밀리의 방법
빠르게 테스트하고, 천천히 확장하라
스포티 앤 리치의 또 다른 성공 전략은 소규모 테스트 후 확장입니다.
에밀리의 팀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큰 기업들처럼 여러 부서를 통해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에밀리가 "이거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바로 소규모로 시도해볼 수 있죠.
이 유연성 덕분에 스포티 앤 리치는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스웨트슈트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뷰티(beauty) 제품도 출시했고, 서울 등 주요 도시에 오프라인 매장도 열었으며, 심지어 센슈얼 스포트(Sensual Sport)라는 성인 웰니스 브랜드까지 만들었습니다.
에밀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작은 규모로 시도해보고, 잘 되면 더 깊이 들어가요. 안 돼도 큰 손해가 아니에요. 우리 팀이 작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 있어요."
이것은 사업의 애자일(agile) 전략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큰 계획을 세우고 한 번에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작게 시작해서 반응을 보고, 잘 되면 확장하는 방식입니다.
온라인에서 세계관을 만들었다
스포티 앤 리치는 단순히 제품을 판 브랜드가 아닙니다. 온라인에서 아주 강한 라이프스타일 무드를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스웨트셔츠를 사기 전에 이미 그 브랜드의 세계를 먼저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즉, 제품보다 먼저 브랜드가 어떤 감정과 삶을 제안하는지를 보여준 겁니다.
오프라인 매장 - 온라인을 넘어선 경험의 확장
스포티 앤 리치는 처음에 완전히 온라인 기반 브랜드였습니다. 하지만 에밀리는 어느 시점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히 옷을 파는 곳이 아니에요. 스포티 앤 리치의 세계가 어떤 느낌인지, 어떤 소리가 나는지, 어떤 냄새가 나는지를 경험하는 곳이에요."
매장에서는 어떤 음악이 흘러나오는지, 카페에서는 어떤 스무디를 파는지, 직원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손님을 대하는지... 이 모든 것이 브랜드의 세계관을 직접적으로 전달합니다. 온라인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경험이죠.
에밀리는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소호(Soho, 뉴욕)에 열었고, 머지않아 LA(로스앤젤레스)에 두 번째 매장을 열 계획입니다.
에밀리는 앞으로도 자체 매장을 계속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매 채널에 의존하는 것은 결국 브랜드의 이미지를 다른 곳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지만, 자체 매장은 브랜드의 이미지와 경험을 100%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도 매장이 생긴 스포티 앤 리치 (*출처- 롯데면세점 제공, 롯데월드타워점 8층 스포티앤리치 매장 전경)
매달 두 번의 드롭(한정 판매) - 알고리즘의 함정
스포티 앤 리치는 현재 한 달에 두 번, 때로는 세 번 신제품을 출시합니다. 매 출시마다 약 35가지 스타일(SKU)이 포함됩니다. 계산해보면, 한 달에 최대 105가지 새 스타일이 나오는 셈입니다.
이렇게 매번 어마어마한 신제품을 출시하지만, 에밀리는 오히려 제품을 줄이고 싶다고 말합니다.
"알고리즘은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해요. 그래서 이 싸이클에 갇혀 버려요. 새로운 걸 내야 하고, 또 새로운 걸 내야 하고, 끝이 없어요. 마치 햄스터가 바퀴를 계속 돌리는 것 같아요."
에밀리는 앞으로 ‘적지만 더 좋은(less but better)’ 방향으로 가고 싶다고 합니다. 더 적은 수의 제품을, 더 높은 품질로, 더 의미 있게 만들고 싶다는 것입니다.
숫자로 보는 스포티 앤 리치의 성장
에밀리가 공개한 스포티 앤 리치의 성장 숫자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초기 프리오더 (월 기준) → 약 4만 달러 (월)
1년 차 → 약 10만 달러
2년 차 → 약 600만 달러
3년 차 → 약 1,200만 달러
4년 차 → 약 3,000만 달러
현재 (올해 목표) → 약 4,000만 달러
내년 목표 → 약 6,000만 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올해 목표는 약 520억 원, 내년 목표는 약 780억 원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투자자 없이, 외부 자본 없이, 100% 자체 자금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브랜드가 처음에 단 5,000달러(약 650만 원)의 초기 자금으로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사업 최대의 실수 - "고객에게 화를 낸 적이 있어요"
에밀리는 자신의 가장 큰 실수를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코로나 시절, 온라인 쇼핑이 급등하면서 배송 지연이 심각했습니다. 택배 회사들이 주문 폭주로 지연을 거듭했고, 고객들은 화가 났습니다. 그 분노는 인스타그램 DM과 이메일로 쏟아졌습니다.
당시 에밀리는 고객 서비스 담당자가 없어서, 모든 DM과 이메일을 직접 관리하고 있었죠.
하루에 수천 개의 메시지가 쏟아졌습니다. "사기꾼", "돈 돌려줘", "이게 무슨 브랜드야"라는 내용들이 넘쳤습니다.
그리고 에밀리는 이걸 보고 고객의 분노에 맞받아쳤습니다.
"저도 고객들한테 화를 냈어요. 그냥 폭발해버린 거예요.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당시에는 정말 한계였어요. 하루에도 수천 개의 메시지가 오고, 회사는 물에 빠질 것 같고, 공장도 힘들고, 물류도 힘들고, 저도 힘들고... 누군가가 저를 사기꾼이라고 할 때 그냥 침묵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이 경험을 통해 에밀리는 자신이 잘 못하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걸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왜냐면 에밀리는 고객 응대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거든요.
"저는 고객 지원 이메일이나 DM을 다루는 것에 잘 못해요. 그걸 인정하는 게 중요해요."
로맨스는 깨졌지만 여전히 함께하는 비즈니스
에밀리와 에밀리의 비즈니스 파트너는 연인이었다가 헤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비즈니스 파트너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같이 일하면서 같이 살다보니, 대화의 모든 것이 일 이야기가 됐어요. 밤에도 일 이야기만 했죠. 그래서 '우리는 아마 그냥 더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인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헤어지고 나서 회사를 같이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겨냈습니다. 지금은 서로 좋은 친구이자 비즈니스 파트너로 남아있습니다.
에밀리는 이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은 이유가 있어서 당신의 삶에 등장해요. 그가 제 삶에 등장한 이유는 분명히 있었고, 브랜드에 엄청난 도움이 됐어요. 우리가 개인적으로 함께하지 않더라도, 비즈니스적으로는 여전히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해요."
물론, 새로운 연인이 생기면 "전에 사귀었던 사람이 비즈니스 파트너야"라는 것을 설명해야 하는 어색한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에밀리는 그것도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질투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저도 반대 상황이었다면 질투했을 거예요."
에밀리 오버그 (*출처- 에밀리 오버그)
여성 창업자로 살아가기 - 세상의 미움을 이겨낸다
에밀리는 여성 창업자로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특히 지난 1년간 세상이 얼마나 여성을 싫어하는지가 더 눈에 잘 보여요. 남성에게서만 오는 게 아니에요. 여성에게서도 와요. 사방에서, 항상 옵니다."
에밀리는 여성이 자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도 믿습니다.
에밀리의 조언은 단순합니다.
"두꺼운 피부를 길러야 해요. 멈추지 않을 거니까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마세요. 세상은 이런 식이에요. 더 나아지길 바라면서 우리 자신이 그것을 퍼뜨리지 않도록 하면 됩니다. 결국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강해지는 것뿐이에요."
에밀리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요즘 어떤 의견을 말해도 논란이 돼요. 어떤 의견이든 모두를 기쁘게 할 수 없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우리는 모두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갖고 있으니까요."
SNS 시대의 브랜딩 - 알고리즘과 싸우지 말고, 진정성을 지켜라
스포티 앤 리치의 인스타그램 피드
에밀리가 말하는 초기 브랜드를 위한 SNS 전략
에밀리는 ‘지금 브랜드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소셜 미디어 전략을 어떻게 조언하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첫째, 왜 하는지 확실히 하라.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이유로 브랜드를 만들려 해요. 저는 처음에 아카이브 이미지들을 연구하고, 과거에서 영감을 받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그게 순수한 열정이었죠. 100만 달러짜리 사업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둘째, 작게 시작하라.
"프리오더 모델로 시작하세요. 큰 자금 없이도 가능해요. 사진 촬영도 2,000달러면 돼요. 직접 헤어도 하고 메이크업도 하고 음식도 챙기면 돼요."
셋째, 팔로워 수가 전부가 아니다.
에밀리는 소셜 미디어 팔로워 수와 진짜 팬은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팟캐스트처럼 매주 1시간씩 콘텐츠를 소비하는 충성도 높은 팬이, 그냥 스크롤하다 눌러버린 팔로워보다 훨씬 가치 있습니다.
넷째, 알고리즘에 끌려다니지 마라.
알고리즘은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합니다. 하지만 그에 맞추다 보면 브랜드의 정체성이 흐려집니다. 에밀리는 지금 그 사이클을 끊고 싶다고 말합니다.
스포티 앤 리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에밀리가 그리는 스포티 앤 리치의 미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오프라인 매장 확장: LA 2호점을 비롯해 앞으로 더 많은 자체 매장을 열 계획입니다.
제품 카테고리 확장: 의류를 넘어 뷰티,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전 영역으로 나아갑니다.
제품 수 축소: 더 적지만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합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 빠른 성장보다는 브랜드의 영혼을 지키는 성장을 추구합니다.
올해 4,000만 달러(약 520억 원), 내년 6,000만 달러(약 780억 원)를 목표로 하면서도, 에밀리는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우리가 500만 달러짜리 브랜드가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때 내가 얼마나 갖고 있을지, 얼마나 통제권이 있을지, 그리고 내가 행복할지... 모르는 거잖아요. 숫자는 크게 들리지만, 그것이 다른 것들을 함께 가져와요."
📌에밀리 오버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 10가지
에밀리 오버그 (*출처- 에밀리 오버그)
1) 취향도 사업이 될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은 결국 남들과 다른 감각을 갖게 됩니다. 그 감각은 충분히 사업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2) 계정 하나로도 시작할 수 있다
처음부터 법인, 사무실, 팀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에밀리도 인스타그램 무드보드 계정에서 시작했습니다.
3) 콘텐츠가 먼저인 브랜드는 강하다
제품만 파는 브랜드보다 세계관과 감도를 먼저 쌓은 브랜드가 더 오래갑니다.
4) 프리오더는 초기 창업자에게 강력한 모델이다
재고 리스크를 줄이고, 수요를 먼저 확인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5) 도매는 초기 브랜드 확장의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자사몰만이 답은 아닙니다. 좋은 유통 파트너를 만나는 것도 큰 성장 레버리지입니다.
6) 갑작스러운 성장은 시스템 없이는 독이 된다
잘 팔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성장을 감당할 구조를 갖추는 것입니다.
7) 창업가에게는 더 단단한 내면이 필요하다
에밀리는 세상이 특히 여성을 향해 더 날카롭다고 느낀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계속 가야 한다면, 결국 단단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8) 성공의 기준은 매출만이 아닐 수 있다
에밀리는 더 크게 갈 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여전히 이 브랜드를 사랑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건 정말 중요한 기준입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증거
에밀리 오버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 신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어떻게"에 대한 구체적인 답입니다.
특별한 배경 없이, 큰 자본 없이, 그냥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진정성을 지키면서,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성장하는 것.
스포티 앤 리치가 오늘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에밀리가 "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닙니다. 에밀리도 고객에게 화를 냈고, 공급망이 무너지는 위기도 겪었고, 연인과 헤어지면서 회사를 유지해야 하는 힘든 시간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신나서 일어난다고 말하는 에밀리.
그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나는 여전히 이것을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당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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