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70%가 이직을 고민하지만, 45%는 이직 후에도 불만족한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아마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입니다.
"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연봉은 올랐고, 직급도 생겼고, 남들이 보기엔 꽤 잘 나가는 커리어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월요일 아침이 두렵고, 퇴근하고 나면 무언가를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는 계속 옵니다.
이 감각은 게으름도 번아웃도 아닙니다.
이건 우리 마음이 보내는 방향 신호입니다.
우리는 지금 번아웃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2024년 6월, 잡코리아가 국내 직장인 34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직장인 10명 중 7명, 정확히는 69%가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30대는 75.3%로 가장 높았고, 40대도 60.5%가 극심한 피로와 무기력을 느껴봤다고 응답했습니다.
번아웃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은 이직입니다. 같은 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20~40대 정규직 근로자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40대 직장인의 70%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직 고민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품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불편한 진실 하나가 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이직 경험자 중 45.2%는 이직 후에도 현 직장에 불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직의 이유로 꼽았던 처우, 연봉, 조직문화가 새 직장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불만족의 이유를 물으니 "처우가 더 안 좋아졌다(40.9%)"거나 "이전 직장과 별 차이가 없다(17.4%)"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직을 했는데, 왜 달라지지 않는 걸까요?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직을 결심할 때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있는 공고 중에 가장 좋은 곳으로 가자."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기회들을 훑어보고, 연봉이 더 높거나, 회사 이름이 더 알려졌거나, 복지가 더 좋은 곳을 고릅니다. 이것은 매우 합리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16년간 5,600시간 이상 코칭하며 직장인들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나누면서 저는 이 방식이 반복적인 불만족을 만들어내는 근본 원인임을 목격해왔습니다.
출발점이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40대의 이직은 달라야 합니다. 20대의 첫 이직과는 상황이 다릅니다. 이미 10년 이상 직장 경험을 해봤고, 그 과정에서 '나'가 빠진 선택을 반복해왔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운이 좋아서 잘 맞는 환경에 들어간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설계가 아니라 우연이었습니다. 그 우연이 다음 직장에서도 반복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출발점이 '기회'인 사람은 이런 질문을 합니다.
"이 회사, 나한테 맞을까?"
반면 출발점이 '나'인 사람은 이런 질문을 합니다.
"나는 어떤 환경에서 가장 잘 작동하는 사람인가?"
얼핏 보면 이 두 질문의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결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전자는 주어진 옵션 안에서 최선을 고르는 것이고, 후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먼저 정의한 뒤 그에 맞는 옵션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이번 이직만큼은 출발점이 달라야 합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반드시 '나'여야 합니다.
왜 우리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잃어버리는가
그렇다면 '나'를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요?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인간이 가장 몰입하고 활력을 느끼는 상태를 플로우(Flow) 라고 불렀습니다. 이 상태에 있을 때 인간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피로를 잊고, 자신이 무언가에 완전히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경험합니다. 중요한 것은 플로우가 아무 일에서나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철저히 개인의 강점과 과제 사이의 교차점에서만 발생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복잡한 문제를 분석할 때, 누군가에게는 사람을 설득하고 움직일 때, 또 누군가에게는 아무도 관심 없는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낼 때 플로우가 찾아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개인적인 플로우 코드를 찾으려는 노력 없이, 그저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데만 집중하며 커리어를 쌓아왔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 당신이 느끼는 그 무기력감입니다.
에너지 피크: 당신만의 커리어 강점 공식
커리어 코칭 현장에서 저는 에너지 피크(Energy Peak) 라는 개념을 씁니다. 에너지 피크는 단순히 기분 좋았던 순간이 아닙니다. 다음 세 가지가 동시에 충족될 때 나타나는 경험입니다.
첫 번째는 몰입감입니다. 그 일을 하는 동안 시간이 빠르게 흘렀고, 잡념이 없었습니다.
두 번째는 효능감입니다. "나 이거 잘하는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는 의미감입니다. 결과와 무관하게 그 일 자체가 가치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 세 가지가 겹치는 순간이 바로 에너지 피크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 피크들을 커리어 타임라인 위에 찍어보면, 거기서 반복되는 패턴이 드러납니다. 그 패턴이 바로 ‘나’를 출발점으로 생각하는 자신만의 커리어 공식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개념을 들으면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그런 순간이 없었던 것 같은데요.”
하지만 단언컨대, 에너지 피크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너무 오랫동안 그 감각을 억눌러왔기 때문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입니다. 현실적이어야 했고, 어른스러워야 했고, 가족을 책임져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에 대한 감각 자체가 무뎌졌을 뿐입니다.
커리어의 답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에 있다
이직을 고민할 때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봅니다. "앞으로 어떤 산업이 뜰까?", "몇 년 후에 어떤 직무가 유망할까?" 하지만 이 질문들은 대부분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질문이지, 진짜 자기 삶의 방향을 찾는 질문이 아닙니다.
반면 과거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16년간 코칭을 하면서 한 가지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커리어에서 진짜 도약을 이룬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미래를 예측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것을 다음 선택에 활용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한 40대 중반의 영업 관리자는 번아웃으로 퇴사를 결심한 상태로 코칭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나는 영업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커리어 타임라인을 함께 짚어나가면서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가 에너지를 가장 많이 느꼈던 순간은 영업 자체가 아니라, 신입 직원들에게 영업 노하우를 전수하고 그들이 성장하는 것을 목격할 때였습니다. 그는 영업이 싫었던 것이 아니라,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일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그는 기업 내부 트레이너로 전환해 커리어의 두 번째 챕터를 매우 만족스럽게 쓰고 있습니다.
이런 선택은 출발점이 "더 좋은 회사"였다면 이 전환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출발점이 '나'였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는 3가지 질문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지금 5분만 시간을 내어 아래 세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보세요.
Q1. 지금까지 커리어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직무 종류가 아니라 행위 단위로 떠올려보세요. "보고서를 썼다"가 아니라 "복잡한 정보를 정리해서 한 장으로 만드는 것", "팀 미팅을 했다"가 아니라 "침묵하던 사람이 말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처럼요. 직무명이 아닌 행위의 언어로 기억을 꺼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Q2. 누군가에게 칭찬받았을 때, 스스로도 "맞아, 이건 나 잘하지"라고 동의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외부의 인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내부의 확신도 함께 있었던 순간이면 더욱 좋습니다. 그 두 가지가 일치하는 지점에 진짜 강점과 효능감이 있습니다. 칭찬받았지만 "별거 아닌데"라고 느꼈다면 그건 강점이 아닐 수 있습니다. 칭찬받으면서 동시에 스스로도 자랑스러웠던 순간을 찾으세요.
Q3.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돈이 안 되도, 계속 하게 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바로 답이 떠오른다면, 당신은 이미 자신의 에너지 피크 근처에 있는 겁니다. 이 질문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것 자체가 중요한 신호입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억눌러왔다는 뜻이니까요.
이 질문들에 바로 답하기 어렵다면
솔직히 말하면, 많은 분들이 이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합니다. 이유는 보통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감정을 언어화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성과를 숫자로 표현하는 법은 배웠지만, 자신의 감정과 에너지를 언어로 옮기는 법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막연히 느끼는 감각이 있어도, 그것을 커리어 결정에 연결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두 번째는 너무 오랫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왔기 때문입니다. 취업 준비를 할 때부터 우리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갈 수 있는 곳"을 기준으로 선택해왔습니다. 그 습관이 10년, 20년 쌓이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흐릿해집니다. 이건 당신의 결함이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게 살아온 것이 얼마나 단단하고 대단한 일인지, 저는 압니다.
다만 이제는, 조금 다른 질문을 시작해도 될 때입니다.
커리어의 다음 챕터를 쓰기 전에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퇴사를 생각하고 있다면, 혹은 그냥 지금 이대로가 맞는지 확신이 없다면, 그 결정을 내리기 전에 먼저 한 가지를 해보시길 권합니다.
당신의 에너지 피크를 찾으세요.
이직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직을 하더라도, 독립을 하더라도, 지금 자리에 남더라도,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출발점이 '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어진 기회 중에서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장 빛나는 조건을 먼저 정의하고 그에 맞는 기회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이번 선택을 지난번과 다르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 작업을 도와드리기 위해, 16년간의 코칭 경험에서 가장 효과적이었던 도구들을 하나의 워크시트로 정리했습니다. 커리어 전반에 걸친 감정 흐름을 시각화하고, 자신만의 에너지 패턴을 발견하는 심리 기반 감정지도 워크시트입니다.
결정을 서두르기 전에, 먼저 자신을 한 번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믿는 분들께 이 도구가 닿기를 바랍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됐다면, 지금 바로 아래 질문 하나에만 댓글로 답해보세요.
"나는 언제 가장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나?"
당신의 답이, 이미 다음 챕터의 첫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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