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에 빠져야 하는 이유
· 고객의 모든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
· 전략적 선택..? 됐고 무시하셔라.
· Delegation 멈추세요.
1️⃣ 달라진 한국에서의 투자 기준.
예전에는 (불과 2-3년 전이지만) 똑똑한 팀, 빠른 팀, 기술 있는 팀이 보이면 투자했다. 지금은 조금, 아니 많이 다르다.
요즘 내가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아주 단순한데,
“이 팀은 이 문제를 10년 붙잡을 사람들인가?” 이다.
한동안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나에겐 아래 3가지가 주된 투자기준이었다.
1/ Coachability / 수용력
2/ Speed of Execution / 빠른 실행력
3/ Technical Moat / 원천 기술 역량
이는 파운더의 적응력과 사업적+기술적 실행력, 즉 “iteration 속도가 다다”에 기반한 투자 Thesis이며, 창업자 시절에 내가 미국에서 직접 경험한 플레이북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팀들을 가까이서 코칭하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빠른 실행만을 강조하곤 했는데, 이는 단순 현상만을 강조한 코칭이 아니었나 싶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정말 무서운 팀은 빠른 팀이 아니라 집요한 팀이다.
빠르게 움직이는것에만 집중하는 팀이 성공하는 경우는 없다. 아니 아예 없다.
느리게 집요하게 가는 팀의 성장이 빠른거다.
빠르게 움직이는 느낌이 성공을 보장하는게 아니다.
2️⃣ Speed of execution은 이제 옛날 말.
Speed of execution은 그렇게 희귀한 능력이 아닌게 되지 않았나. 요즘은 툴도 많고, AI도 있고, 코드도 빨리 쓸 수 있어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팀이 끝내 못하는 것이 따로 있는데 바로,
한 문제를 비정상적으로 오래 붙잡고 있는 능력
이다. 이 능력은 아래 3가지로 분류할수 있다:
A. 완벽주의에 가까운 집착
대부분의 파운더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집착하는데 (이는 Ai 때문에 쉽게 런칭할수 있기에, 만들기에만 집중하지 정작 제대로 살펴보고 시장이 원하는것을 천천히 듣지 못하는 역설을 낳는다) 대부분이 “충분히 괜찮다”는 지점에서 멈춘다. 하지만 어떤 팀은 거기서 10번을 더 고친다. 이건 비단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다. “이 정도면 됐다”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는 팀이 되어야 한다.
B. 모든 고객의 요구를 한 번은 끝까지 들어보는 팀
VC들 그리고 선배창업가들이 “모든 고객 요구 다 들어주면 안 된다”라는 말을 종종하는데, 나는 이 조언이 정말 많은 스타트업들을 죽이는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훌륭한 프로덕트가 런칭된 그 시점 후에서 뒤를 봤을때, 그때 삽질했던 기능들이 필요없었겠다고 생각하는거다. 하지만, 지금의 프로덕트가 성공한데에는 삽질 총량이 있었다. 그런 삽질이 고객의 흔들리는 마음을 잡았고, 큰 기업 고객이 발설하지 않은 내부 정치에 영향을 줬다. 심지어 삽질했던 기능이 고객도 모르게 락인시킨 기능이었을수 있다.
고로 현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고객의 요구를 다 들어본 팀이 어떤 요구를 무시해야 하는지 시간이 가면서, 더 정확히 안다. 고객을 충분히 겪어보지 않은 팀, 선배, VC야 말로, “전략적 선택”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됐고 무시하셔라.
C. 피드백을 무시할 줄 아는 팀
초기 스타트업에서 듣는 피드백의 대부분은 투자자의 관점, 고객의 관점, 직원의 관점 이렇게 3가지로 이뤄져 있다.
근데 문제는 이 세 관점이 대부분 서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림보 상태에 놓인 파운더가 결국, 모두를 듣고 수렴하되, 아무도 따르지 않는 상태에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어렵다. 무슨 말인고 하니,
앞서 B에서 얘기한데로, 파운더는 모두의 피드백을 듣되 파운더 자신에게 모아진 팩트들을 조합하여 파운더가 내릴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데이터가 없는 상태의 결정이고, 맹목적인 타인의 의한 결정이다.
3️⃣ Delegation을 언제해야 하는가.
요즘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시스템 만들자, 자동화하자, Delegation 하자, 우리는 앞으로 경영만 해야 한다 등의 로직이다. 하지만 PMF 이전의 회사에서 너무 빨리 Delegation을 시작하면 파운더는 문제의 깊이를 전혀 이해, 공감하지 못한 채 회사를 운영하게 된다.
초기 스타트업의 핵심 문제들은 대부분 파운더가 직접 겪어봐야만 이해되는 종류들이어야 PMF가 오래간다.
그래서 어떤 팀은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더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특히 첨언하면, 우리가 이해하는 문제의 깊이가 얕으면 얕을 수록 AI가 우리를 대체하기에 쉬워지니 Delegation을 늦추고 Agency/Apprenticeship 모델로 초기를 보내는것도 전략이겠다.
결론.
얕은 스타트업들은 앞으로 더더욱 빠르게 실패할 전망이다.
자본과 기술력을 갖고 창업하는 팀들이 싹쓸이하는 양극화는 비단 VC만이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진즉에 시작되었다고 본다. 이럴땐 빠른 팀보다 버티는 팀이 결국 이긴다.
그리고 버티는 팀의 특징은 놀랍게도 대부분 비슷하다.
조금은 고집스럽고, 조금은 완벽주의적이고, 조금은 말을 잘 안 듣는다.
요즘 나는 완벽주의적인 파운더를 오히려 더 좋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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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Hayes Mill Bakery, Si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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