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지 마세요. 지금 시작하세요. 처음엔 아무도 당신의 웹사이트나 소셜미디어를 보지 않으니까요."
-사라 리, 글로우 레시피 공동창업자
"나도 사업 한번 해보고 싶은데… 근데 돈도 없고, 경험도 없고, 실패하면 어쩌지?"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꿈꾸면서도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가 딱 여기 있습니다. 두려움. 그리고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어"라는 생각.
오늘 소개할 창업자 스토리는 이런 두려움을 가진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회사를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의 두 사람. 그들은 아이디어가 있었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단 5만 달러(한화 약 6,800만 원)의 저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 그들은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두 사람이 만든 뷰티 브랜드 글로우 레시피(Glow Recipe)는 연 매출 3억 달러(한화 약 4,000억 원)를 돌파한 K뷰티의 글로벌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글로우 레시피의 공동창업자 사라 리(Sarah Lee)의 이야기를 통해, 창업의 첫 발을 내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사업을 만든 과정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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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을 꿈꾸지만 아직 시작하지 못한 분 "아직 돈이 없어서", "아직 때가 아니야서", "아직 준비가 덜 됐어서"라는 말을 자신에게 반복하고 있다면, 이 글이 그 '아직'을 '지금'으로 바꿔줄 수 있습니다.
✅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부업이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고민하는 분 사라 리와 사라의 파트너 크리스틴은 L'Oréal(로레알)이라는 대기업에서 수십 년간 일한 경험을 고스란히 창업에 활용했습니다. 직장 생활이 창업의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 마케팅이나 콘텐츠 전략에 관심 있는 분 광고비 없이 SNS와 언론 홍보만으로 3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긴 사례로, 작은 기업에서 참고할 수 있는 마케팅 사례 입니다.
글로우 레시피 공동창업자 사라 리(Sarah Lee)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사라는 어릴 때부터 피부 관리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예뻐지고 싶다는 욕심이 아니라,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대를 이어 전해져 온 피부 관리라는 문화적 의식(ritual)에 대한 진심 어린 사랑이었습니다.
사라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는 주말마다 할머니, 이모, 어머니와 함께 대중 목욕탕에 가던 시간이 있습니다. 목욕탕에서 우유를 피부에 바르고, 오이를 잘라 서로의 얼굴에 올려주곤 했습니다. 어릴 땐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우유에는 피부를 밝게하는 젖산이 들어 있었고, 오이도 피부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어릴 적 원인은 모르지만 그냥 했던 할머니의 민간요법이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검증된 피부 관리법이었던 것이죠.
오이팩 (출처- 핀터레스트) (어릴 적 우유탕에 들어가고, 오이팩을 하고, 쌀뜨물 세안을 하던 시절이 있었죠)
이런 경험들이 사라를 자연스럽게 뷰티 업계로 이끌었습니다. 사라는 꿈에 그리던 L'Oréal(로레알) 코리아에 입사했고, 이후 뉴욕 본사로 발령을 받아 총 11년간 마케터, 브랜드 빌더, 제품 개발자로 근무했습니다.
그리고 사라는 로레일 재직 중에 평생의 파트너를 만납니다. 바로 글로우 레시피의 공동창업자 크리스틴 장(Christine Chang)을 만납니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
운명처럼 이어진 두 사람의 만남
사라와 크리스틴은 로레알 뉴욕 오피스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두 사람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었고, 뉴욕에서 살고 있었으며, 한국어와 영어 모두 유창했습니다. 그리고 둘 다 한국과 미국 양쪽의 뷰티 업계 경험을 갖고 있었죠!
당시만 해도 로레알 뉴욕 오피스에는 약 1만 명의 직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 중에 한국과 미국 양쪽의 뷰티 업계 경험을 보유했다는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은 사라와 크리스틴, 딱 두 사람 뿐이었습니다.
이러한 동질감으로 사라와 크리스틴은 함께 자주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퇴근 후 사라의 뉴욕 아파트에서 시트 마스크팩을 붙이고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루틴이 되었습니다. 이 루틴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피부 관리와 뷰티 트렌드 이야기로 이어졌죠.
그리고 사라와 크리스틴은 한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갈 때마다 한국의 최신 스킨케어 제품을 캐리어 가득 담아 뉴욕으로 돌아왔습니다. 사라와 크리스틴은 한국의 최신 스킨케어 제품들을 함께 써보며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눴죠.
사라 리(왼쪽)과 크리스틴 장 글로우 레시피 공동 창업자 (*출처- 조선비즈)
"K뷰티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
두 사람은 로레알에서 제품 개발자로 일하며 항상 ‘다음 트렌드가 무엇인가’를 연구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라와 크리스틴은 공통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한국 스킨케어가 세계 뷰티 시장의 다음 큰 흐름이 될 것이다."
항상 트렌드를 연구하던 사라와 K-뷰티는 운명과도 같았습니다.
당시 로레알에서는 여러 공급업체와 제조사들이 최신 혁신 제품들을 들고 와 발표하는 '랩 데이(Lab Day)'가 정기적으로 열렸는데, 사라는 그 자리에서 어떤 업체의 제품인지도 모른 채 항상 특정 제품군에 끌렸다고 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제품군이 모두 한국 기업의 제품이었습니다. 텍스처(질감)가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컨셉이 있고, 결과가 탁월하면서도 '재미있는' 한국 스킨케어였던 것이죠.
2014년, 사라와 크리스틴은 시트 마스크팩을 붙이고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하다가 마침내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합니다.
"우리가 직접 해보자."
시장이 놓치고 있던 것
당시 아마존이나 이베이에서는 이미 한국 뷰티 제품들이 팔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라와 크리스틴이 보기에는 뭔가 결정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스토리가 없었습니다. 제품이 왜 좋은지, 어떤 철학으로 만들어졌는지, 한국의 어떤 문화적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 아무것도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가격이 저렴하다거나 성분이 이국적으로 들린다는 이유만으로 팔리고 있었죠.
사라와 크리스틴은 그 빈자리를 보았습니다. 그들은 한국 뷰티를 ‘이국적인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한국 스킨케어의 철학과 문화, 스토리를 함께 전달하는 큐레이션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글로우 레시피(Glow Recipe)가 탄생했습니다.
가진 거라곤 5만 달러와 두 손 뿐
5만 달러로 시작한 이커머스 사이트
2014년, 사라와 크리스틴은 각자 모아둔 저축을 털어, 총 5만 달러의 자금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이 돈은 세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재고(Inventory) - 한국에서 큐레이션한 스킨케어 제품들
PR 시딩(PR Seating) - 제품 샘플을 미디어와 인플루언서에게 보내는 비용
웹사이트 - 온라인 쇼핑몰 구축 비용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라와 크리스틴은 포토샵을 직접 배우며 웹사이트를 꾸몄고, 디지털 광고는 단 한 푼도 쓰지 않았습니다. 처음 몇 달 동안의 고객은 가족과 친구들뿐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맨땅에서 시작한 것이죠.
두 사람이 설정한 데드라인 목표: ‘1년 안에 100만 달러’
창업 초기, 사라와 크리스틴은 스스로에게 솔직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는 뷰티 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했어. 노하우도 있고, 인맥도 있고, 시장도 알아. 그런데 만약 1년 안에 매출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이건 우리한테 맞지 않는 길이라는 신호일 거야."
이 데드라인 목표가 사라와 크리스틴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적당히 해보는 것이 아니라,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전력 질주를 시작했습니다.
밤잠 2시간으로 버텨낸 시간들
700명에게 보낸 맞춤형 이메일
사라와 크리스틴의 첫 번째 큰 도전은 단순했습니다.
"어떻게 세상에 알릴 것인가?"
광고비도 없고, 유명세도 없는 사라와 크리스틴이 선택한 방법은 오직 하나, ‘직접 연락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잡지사, 언론사,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 약 600~700명의 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리스트를 반반씩 나눠 각자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우리 제품 좋아요, 한번 써보세요" 식의 홍보 이메일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사라와 크리스틴이 선택한 방법은 훨씬 더 공을 들인 것이었습니다.
사라와 크리스틴은 흡사 이런 모습이었을 거 같습니다. (*출처- 핀터레스트)
초개인화 맞춤 접근
사라와 크리스틴은 동일한 내용을 복사+붙여넣기 하지 않았습니다. 연락하는 상대에게 온전히 맞춤형으로 접근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뷰티 에디터에게 연락하기 전에, 그 사람이 최근 3개월 동안 쓴 기사를 모두 읽었습니다. 유튜버라면 최근 영상을 모두 시청했습니다. 그 사람의 피부 고민이 무엇인지, 어떤 제품을 좋아하는지, 어떤 성분에 관심이 있는지를 파악한 후, 그에 맞게 개인별 맞춤 스킨케어 루틴을 제안했습니다.
이 작업을 600~700명에게 반복하려면 어마어마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사라와 크리스틴은 이 프로젝트를 끝내기 위해 몇 주 동안 하루에 2시간밖에 자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찾아온 첫 번째 기적
비효율적으로 보이던 이런 노력은 결실을 맺었습니다. 인플루언서와 에디터들의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그들이 감동받은 것은 제품 자체보다 "나에 대해 이렇게까지 공부해서 연락해왔구나"라는 진심이었습니다.
응답을 받으면 사라와 크리스틴은 점심이나 커피를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각 에디터의 피부 타입과 고민에 맞게 준비한 스킨케어 루틴을 직접 설명하고, 제품들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이 왔습니다.
Refinery29의 에디터가 그 선물 받은 제품들을 실제로 써보고 진심으로 반해버렸습니다. 이 에디터는 자발적으로 글로우 레시피만을 위한 개인 체험 기사를 썼습니다. 이건 광고가 아닌, 순수한 리뷰였습니다.
그 기사 한 편 덕분에 글로우 레시피 사이트의 제품들이 거의 다 팔려나갔습니다. 그리고 MSN, Yahoo 등 다른 미디어들이 그 기사를 인용하며 기사를 냈고, 사라와 크리스틴은 그 새로운 에디터들에게 또 맞춤 루틴을 보내며 관계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렇게 창업 3개월 만에 두 사람은 손익분기점 돌파했습니다. 목표로 했던 1년 안에 매출 100만 달러 달성했습니다. 이건 기적이 아니라, 치밀한 계획과 극한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샤크탱크(Shark Tank) 도전기
창업 6개월 만인 2015년 4월, 사라와 크리스틴은 미국 ABC 방송의 인기 스타트업 투자 프로그램 샤크탱크(Shark Tank)에 지원합니다. (샤크탱크는 창업자들이 투자자들(Sharks, 상어들) 앞에서 자신의 사업을 피칭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입니다.)
당시 공개 오디션은 뉴욕 센트럴파크 인근 ABC 스튜디오에서 열렸습니다. 4월임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으로 추운 날, 새벽부터 줄을 선 수백 명의 창업자들이 있었죠. 스튜디오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밀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사라와 크리스틴은 그 줄 안에 서 있으면서도 남들과 달리 시트 마스크팩을 붙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눈에 띄려는 전략이었죠.
크리스틴과 사라 (*출처- Glow Recipe 공식 인스타그램)
그런데 막상 공개 오디션 피칭에서는 긴장한 나머지 대사를 잊어버렸습니다. 사라와 크리스틴은 포기하기 보단, ‘올해는 안 되겠구나, 내년에 다시 도전하자’고 생각하며 나왔습니다.
그런데 몇 달 후 놀랍게도 샤크탱크 제작진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사라와 크리스틴은 샤크탱크 촬영에 출연할 수 있었습니다.
방송 출연 전, 사라와 크리스틴은 당시까지 방영된 샤크탱크의 모든 에피소드를 시청했습니다. 그리고 예상 질문과 답변을 만들어 서로 번갈아가며 시뮬레이션 하듯 연습했습니다. 이 과정이 두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사업 수치와 전략을 완벽하게 이해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방송 당일, 다섯 명의 투자자들이 쉼 없이 질문을 퍼부었습니다. 사라는 땀이 났고, 입술이 말랐다고 회상합니다.
(*사라와 크리스틴이 출연한 샤크탱크 영상. 투자자들의 압박 질문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준비한 대로 답변했고, 결국 다섯 명 중 세 명의 투자자에게서 투자 제안을 받았습니다.
사라와 크리스틴은 60만 달러에 10% 지분을 제안했고, 투자자 로버트 허사빅(Robert Herjavec)이 42만 5천 달러에 25% 지분으로 악수를 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최종적으로 투자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그들은 이미 현금흐름이 흑자였기 때문에 돈이 절실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그들이 찾는 것은 돈보다 멘토십이었는데, 그 부분에서 기대하는 방향이 맞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방송 효과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무려 900만 명이 시청한 방송이 나간 후, 글로우 레시피 사이트는 수일 만에 전 제품이 품절되었습니다. 사이트가 폭주로 다운되었고, 두 사람은 브루클린에 있는 창고로 달려가 직접 주문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심지어 인력 부족으로 크레이그리스트(구인 사이트 ex.알바몬)에 급하게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를 올렸습니다. 2주간 매일 직접 포장하고 배송하면서 정신없이 버텼습니다.
그 과정에서 크레이그리스트를 통해 채용된 한 직원이 너무 뛰어나 즉시 정규직으로 고용했는데, 그 직원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회사의 핵심 운영 인력으로 남아 있습니다.
웃지 못할 실수들
사라와 크리스틴은 사업이 성장하면서 실수들도 생겼습니다.
한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미국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비용을 아끼려다 보니, 재고가 부족해질 때마다 항공 화물(Air Freight)로 긴급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항공 화물은 선박 화물에 비해 몇 배나 비쌌고, 이것이 수익 구조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여유 재고를 넉넉하게 확보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좋았겠지만,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또한, 경험 많은 인재를 너무 늦게 채용한 것도 아쉬운 점으로 남습니다. 초반에 "아직 우리 규모엔 필요 없어"라는 생각으로 시니어 인재 채용을 미뤘는데, 돌아보면 그 결정이 성장을 늦추고 팀의 부담을 가중시켰습니다.
그리고 타인의 조언을 너무 맹목적으로 따랐던 경험도 있습니다. 업계의 선배 창업자나 멘토들이 "이게 잘 되는 방법이야"라고 말하면 그대로 따랐는데, 막상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각 브랜드에게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큐레이션 사이트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빠른 성장, 그리고 더 큰 결단
창업 후 3년간 글로우 레시피의 성장 곡선은 가팔랐습니다.
2014년 (1년차) → 매출 100만 달러 (약 13억 원)
2015년 (2년차) → 매출 300만 달러 (약 40억 원)
2016년 (3년차) → 매출 700만 달러 (약 95억 원)
매년 2~3배씩 성장하는 아주 눈부신 실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라와 크리스틴은 이쯤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계속 큐레이션 사이트로 갈 것인가, 아니면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 것인가?"
첫 번째 자체 제품 탄생 - 수박에서 영감을 얻다
사라와 크리스틴이 자체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했을 때, 첫 번째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놀랍게도 어린 시절 기억에서 나왔습니다.
한국에서 여름에 더위를 많이 타는 아이들이 팔, 등, 무릎 뒤쪽에 땀띠가 생기곤 했는데, 그때 할머니들이 써주던 것이 바로 수박 껍데기였습니다. 수박 껍데기를 땀띠가 난 피부에 문질러주면 놀랍도록 빨리 진정이 되고 촉촉해졌습니다. 사라와 크리스틴 모두 같은 추억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라와 크리스틴은 이 아이디어를 현대적인 스킨케어 제품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수박의 효능을 중심으로, 과학적으로 검증된 성분들인 AHA(각질 제거)와 히알루론산(보습)을 더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을 밤새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는 슬리핑 마스크(Sleeping Mask)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글로우 레시피의 첫 제품 기획의 철학은 단순했습니다.
"하루에 2시간밖에 못 자도, 다음 날 아침 8시간 자고 일어난 것 같은 피부가 되게 하자."
제품의 외관도 신경을 썼습니다. 내용물이 보이는 유리 용기. 열어보면 맑고 산뜻한 젤 형태. 향기만 맡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청량한 수박 향. SNS에 올리고 싶어지는 예쁜 패키지.
뷰티 업계 출신인 사라와 크리스틴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공유하면서, 광고 없이 제품 자체가 스스로 홍보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세포라 입점을 위한 ‘하얀 항아리와 아이패드’ 피칭
제품력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 사라와 크리스틴은 제품 개발에는 무려 1년 반 이상 걸렸습니다. 수백 번의 배합 수정, 다양한 피부 타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포커스 그룹 테스트, NDA(비밀유지협약)를 체결한 베타 테스터들에게 샘플 발송 등 수정에 수정을 수백번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제품을 들고 사라와 크리스틴은 세포라(Sephora) US 최고 머천다이징 담당자에게 피칭을 했습니다. 당시 사라와 크리스틴이 들고 간 것은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아니었습니다. 딱 두 가지였습니다.
하얀 유리 항아리에 담긴 실험실 샘플
아이패드로 보여준 컨셉 슬라이드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세포라의 담당자는 즉시 ‘전국 매장에서 론칭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 제품은 론칭 직후 8번 연속 품절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첫 자체 제품 출시가 글로우 레시피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된 것입니다.
큐레이션 사업을 과감히 접은 이유
자체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두 사람은 어렵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바로 ‘큐레이션 비즈니스’를 접는 것 이었습니다.
큐레이션 사이트에서 판매하던 한국 브랜드들의 제품은 수백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브랜드들의 창업자들은 이미 절친한 친구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라와 크리스틴에게 큐레이션 사업을 접어, 그 제품들을 갑자기 내리는 것은 돈도, 관계도 잃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명확했습니다. SNS에 올리는 콘텐츠 중 자체 브랜드 관련 콘텐츠의 인게이지먼트(좋아요, 댓글, 공유 등 반응)가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커뮤니티가 자체 브랜드에 더 열광하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큐레이션 사업을 단계적으로 종료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이 옳았습니다. 팀 전체가 하나의 방향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제품 혁신 속도도 빨라졌으며, 브랜드 정체성도 더 선명해졌습니다. 또 기존에 다루던 한국 브랜드들은 미국 대형 리테일러에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우정을 지켰습니다.
소셜 미디어 전략 - TikTok의 선구자
글로우 레시피는 틱톡(TikTok)을 뷰티 업계에서 가장 먼저 적극 활용한 브랜드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소셜 미디어 전략에는 일반 브랜드와 다른 세 가지 원칙이 있었습니다.
글로우 레시피의 공식 틱톡 영상
① 투명성 (Transparency) 글로우 레시피는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처음으로 카메라에 담아 공유한 스킨케어 브랜드였습니다. 실제 공장과 실험실의 모습, 컨베이어 벨트, 배합 과정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지금은 많은 브랜드들이 이런 콘텐츠를 만들지만, 당시에는 전례가 없는 시도였습니다.
② 진정성 (Authenticity) 지나치게 다듬어진 콘텐츠 대신,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창업 초기에는 두 창업자가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들의 스타트업 일상을 공유했습니다. 시청자들은 이 여정에 감정적으로 동참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글로우 레시피의 팬이 되었습니다.
③ 개인의 다양성 존중 (Real Skin Acceptance) 글로우 레시피는 마케팅에서 ‘완벽한 피부’, ‘결점 없는 피부’, ‘나이를 모르는 피부’ 같은 표현을 절대 쓰지 않겠다는 서약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대신 ‘피부에는 기복이 있고, 그게 정상이야. 우리는 그 여정을 함께 걷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 선언은 커뮤니티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받은 콘텐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글로우 레시피 공식 틱톡에 올라온 비하인드 영상
교육 콘텐츠 마케팅의 힘
글로우 레시피가 광고 없이도 성장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블로그와 교육 콘텐츠였습니다.
사라와 크리스틴은 스킨케어에 대한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몰랐던 팁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The Best K-beauty Skincare Tip #DitchtheTowel | Glow Recipe (*출처- Glow Recipe 유튜브)
예를 들어, ‘타월을 버려라(Ditch the Towel)’라는 제목의 글은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내용은 ‘세안 후 타월로 얼굴을 닦으면, 피부를 당기고 문질러 미세한 상처가 생긴다. 이것이 쌓이면 피부 장벽이 약해지고, 건조함, 과도한 피지 분비, 피부 트러블로 이어진다. 따라서 세안 후에는 패팅(두드리기)으로 물기를 없애거나 자연 건조가 좋다.’ 였습니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런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당시 저도 모 아이돌이 세안 후 타월을 쓰지 않는다고 말해서, 안쓰는 게 좋다는 건 알았지만 이유는 몰랐습니다.)
이런 작은 팁 하나가 소비자들에게 ‘아, 이 브랜드는 진짜 전문가구나’라는 신뢰를 심어줬습니다.
세포라에서 1위 브랜드로
이 모든 것이 쌓이고 쌓여, 2024년 글로우 레시피는 미국과 영국의 세포라 매장에서 스킨케어 부문 1위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5만 달러로 시작한 두 직장인의 이야기가, 10년 만에 연 매출 3억 달러(약 4,000억 원) 이상의 글로벌 K뷰티 제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친구와 사업하면 안 된다"는 편견을 깨다
많은 창업 멘토들이 "친구와 사업하지 마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조언은 ‘서로 보완적인 능력을 가진 공동창업자를 찾아라’입니다. 보통 기술 전문가 + 비즈니스 전문가, 또는 CFO(재무 책임자) 성격 + CMO(마케팅 책임자) 성격의 조합이 이상적이라고 하죠.
그런데 사라 리와 크리스틴 창은 이 두 가지 통념을 모두 어겼습니다. 절친한 친구였고, 거의 동일한 배경과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둘 다 로레알 출신의 뷰티 마케터이자 제품 개발자, 브랜드 빌더였죠.
그런데 결과는 어땠을까요? 사라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크리스틴 외에 다른 사람과는 이 사업을 공동 창업하지 않았을 거예요. 크리스틴도 같은 말을 해요."
그 이유는 의외의 곳에 있었습니다.
① 설명할 필요가 없다 비슷한 배경과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어떤 아이디어나 전략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즉시 이해했습니다. 소통에 드는 시간이 극적으로 줄었고,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② 서로의 업무 윤리를 완전히 신뢰한다 친구이기 이전에 같은 회사에서 같은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어떻게 일하는지 완벽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일에 대한 기준, 접근 방식, 꼼꼼함의 수준이 같았습니다.
③ 유연하게 역할을 나눌 수 있다 사라와 크리스틴, 두 사람 모두 엄마입니다. 한 사람이 가족 사정으로 자리를 비워야 할 때, 다른 사람이 전체를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서로가 상대방의 역할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④ 이견이 소규모 포커스 그룹이 된다 두 사람이 어떤 주제에 대해 의견이 다를 때, 그것은 ‘나 vs 너’의 싸움이 아닙니다. 비슷한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은,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같은 의견 차이가 있을 거라는 신호입니다. 즉, 내부 토론 자체가 일종의 시장 조사가 되는 것입니다.
사라 리가 당신에게 직접 건네는 말
사라 리는 두 그룹의 사람들에게 각각 다른 조언을 전합니다.
‘아직 시작을 못 하고 있는 당신에게’
"크게 꿈꾸는 것, 괜찮습니다. 사람들이 당신을 이상하게 볼까봐 두렵죠? 이게 절대 안 될 것 같아 두렵죠? 하지만 성공한 창업자들은 모두 남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무언가를 시작한 사람들이에요."
"행동이 고민보다 낫습니다. 오래 생각하는 것보다 일단 시작하는 것이 나아요.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도 당신의 웹사이트나 소셜 미디어를 보지 않아요.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세요.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단 시작하고, 해보면서 배우면 됩니다. 이 길이 맞는지 아닌지는 해봐야 알 수 있어요."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 당신에게’
"믿을 수 있는 동료 창업자, 멘토, 친구들로 이루어진 나만의 '부족(Tribe)'을 만드세요. 그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을 수 있어요. 회사 밖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자산이 됩니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하세요."
글로우 레시피 공동창업자, 사라와 크리스틴 (출처- Katie Couric Media)
📌글로우 레시피 이야기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
1. 직장 경험은 창업의 방해물이 아니라 최강의 무기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 다니면서 어떻게 창업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라 리는 11년간의 로레알 재직 경험이 없었다면 글로우 레시피도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시장을 아는 것,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을 아는 것,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을 아는 것.이 모든 것이 회사에서 배운 것들이었습니다.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이든, 그 경험이 언젠가 당신만의 사업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2. 불공평한 이점(Unfair Advantage)을 찾아라
글로우 레시피의 성공을 단 하나의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아무도 갖지 못한 불공평한 이점"이었습니다. 1만 명의 로레알 직원 중 한국어와 영어 모두 유창하고, 한국과 미국 양쪽의 뷰티 산업을 모두 알고, 뉴욕에 거주하는 사람이 딱 두 명뿐이었습니다.
당신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조합은 무엇인가요? 특정 업계 경험 + 특정 문화적 배경 + 특정 지역 지식… 이런 것들이 합쳐지면 아무도 복제할 수 없는 경쟁력이 됩니다.
3. 양보다 질 - 맞춤형 접근의 힘
600~700명에게 맞춤형 이메일을 보내기 위해 밤잠 2시간으로 버텼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비효율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냥 대량 이메일 보내면 되지 않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결과를 보면 다릅니다. 맞춤형 접근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진심 어린 관계 형성으로 이어졌습니다. Refinery29 에디터가 자발적으로 기사를 써준 것, 그 에디터가 나중에 사라의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할 정도로 친구가 되었죠. 이 모든 것이 맞춤형 접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효율보다 진심이 더 강력합니다.
4.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를 두려워하지 마라
글로우 레시피는 처음에 큐레이션 플랫폼으로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성공하자 자체 브랜드를 추가했고, 결국 큐레이션 사업을 완전히 접고 자체 브랜드에 집중했습니다. 매번의 전환에는 두려움과 상실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와 커뮤니티의 반응을 따라 과감하게 결정했고, 그 결정이 옳았습니다.
사업 모델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시작점과 도착점이 다를 수 있고, 그것이 오히려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5. 제품이 스스로 말하게 만들어라
글로우 레시피의 제품들은 광고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제품 자체가 홍보 도구가 되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예쁜 포장, 독특한 질감,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어지는 비주얼, 직관적인 제품명 - 이 모든 것이 의도적인 기획의 결과였습니다.
‘어떻게 광고할까’보다 ‘고객이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싶어지는 제품을 어떻게 만들까’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6. 커뮤니티는 숫자가 아닌 사람이다
글로우 레시피는 매주 월요일 전체 팀 미팅을 시작할 때 매출 숫자가 아니라 고객 이메일과 DM으로 시작합니다. 70세 할머니가 처음으로 K뷰티를 써보고 남편에게 피부 칭찬을 들었다는 이야기, 피부 트러블로 고생하던 누군가의 자신감이 회복되었다는 이야기 등. 이런 것들이 팀 전체를 움직이는 에너지가 됩니다.
숫자 뒤에 있는 사람을 기억하는 기업이 오래갑니다.
7. 자신만의 길을 걸어라
사라 리가 돌아보며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는 "업계 사람들이 이렇게 하면 된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했더니 안 됐다"는 것입니다. 남의 성공 공식이 내 브랜드에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조언은 들어도, 결정은 자신이 해야 합니다.
2014년, 두 직장인은 와인과 시트 마스크로 가득 찬 뉴욕의 작은 아파트에서 꿈을 꿨습니다. 그 꿈은 ‘한국 피부 관리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하고, 진심 어린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5만 달러와 두 손,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광고도 없었고, 투자자도 없었습니다. 있었던 건 공부하고 또 공부하며 600명에게 맞춤 이메일을 보내는 집념, 밤잠 2시간으로 버티는 체력, 그리고 ‘우리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세상과 나누고 싶다’는 열정뿐이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꿈은 연 3억 달러짜리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당신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만이 갖고 있는 경험, 지식, 관점은 무엇인가요?
그 답 안에 당신만의 글로우 레시피가 숨어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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