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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갈고 닦은 전문성이 하룻밤에 '기본값'이 되는 시대" - 커리어 사다리를 부순 사람들


TensorFlow 5년차 전문가는 울고, 리서치→프로덕트→영업을 떠돌던 '잡캐'가 웃는 이상한 역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AI 시대, 직선형 엘리트가 아니라 지그재그형 인재가 알파(초과수익)를 독식하는 구조.

회의실에서 커리어를 설명하면 대부분 대차대조표처럼 들립니다. 애널리스트 → 매니저 → 디렉터 → '시니어 리더십'이라는 이름의 편안한 고원. 수십 년간 이게 정답이었죠.

그런데 요즘 제일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사람들은 사다리를 타는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듯 커리어를 굴립니다. 투자자가 비유동 시장에서 알파를 쫓는 거랑 똑같은 원리입니다. 근데 왜 자기 커리어에는 그 논리를 안 쓰냐는 거죠.

AI 쪽에서 이게 특히 잔인하게 드러납니다. 수년 동안 특정 기술 하나에 올인한 사람의 스킬이 어느 날 갑자기 '아, 그거 기본 아니야?'가 되어버린 사이, 리서치에서 프로덕트로, 프로덕트에서 GTM으로 이리저리 옮겨 다닌 사람은 AI가 실제로 어떻게 세상에 나오고, 어떻게 돈이 되는지를 몸으로 알게 됐습니다.
기술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 판단력'이 제품을 만든 겁니다.

1. 직선형 커리어 신화의 종말 - 사다리가 썩었는데 왜 아직도 올라가나

• 20세기엔 기업이 예측 가능한 부품 같은 노동자를 원했습니다. 일찍 전문화하고, 충성하고, 근속 연수에 보상받는 구조. HR 시스템 자체가 조립라인이었습니다.
• 그 예측 가능성이 증발했습니다. 자동화가 반복 업무를 지우고, 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뒤집히고, 하이브리드 워크가 분야 간 벽을 허물었습니다.
• 소름 끼치는 산수가 하나 있습니다. 평균 직장인의 커리어 수명은 60년인데, 스킬의 유통기한은 5년. 사다리 자체가 몇 년마다 철거되고 새로 세워지는 판에, 한 방향으로만 올라간다는 계획은 성립 자체가 안 됩니다.
•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시즌제처럼 돌아오는 시대. 오래 일한다고 안전하다는 착각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건물 꼭대기에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번아웃이 충성심의 자리를 꿰찬 지 오래입니다.

2. 비선형 커리어란 - 계단이 아니라 에피소드

• 비선형 커리어는 고정된 계단이 아니라, 시즌제 드라마처럼 에피소드의 연속입니다. 제품 출시하고, 펀드 클로징하고, 턴어라운드 이끌고, 안식년에 AI 공부하고, 다시 데이터팀 리드하는 식.
• 각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자산이 쌓입니다. 스킬, 관계, 성과 증거. 시간이 지나면 이게 복리로 돌아갑니다. 랜덤으로 떠도는 게 아니라, 호기심이 방향을 잡고 규율이 속도를 잡는 의도적 경로입니다.
• 여러 정체성을 갖되, 하나의 관통 주제가 필요합니다. 운영자이면서 크리에이터이면서 자문역이면서 투자자여도 됩니다. 단, 그걸 한 문장으로 꿰뚫는 테마가 있어야 합니다.
• 스킬의 '유동성(liquidity)'이라는 개념도 중요합니다. 리크루터가 내 역량을 빠르게 이해하고 가격을 매길 수 있으면 유동성이 높은 겁니다. 가치는 실재하는데 이력서만 봐서는 평가가 안 되면 비유동. 가독성을 높이면 고유한 경로의 업사이드를 잃지 않으면서도 시장에서의 거래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3. 지그재그가 돈이 되는 4가지 이유

• 비유동성의 역설: 금융에서 비유동 자산은 밸류에이션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초과수익을 냅니다. 커리어도 똑같습니다. 정형화된 틀에 안 맞는 이력서를 시장이 저평가합니다. 그 '미스프라이싱'이 곧 기회. 
• 적응력 배당: 세계경제포럼 기준, 전체 근로자 절반이 리스킬링이 필요하고, 기술 스킬의 유효기간은 계속 짧아지고 있습니다. 직선형 커리어는 이 속도를 못 따라가지만, 비선형 전문가는 변화 자체를 훈련해왔기 때문에 오히려 유리합니다. AI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제품도 만들어보고, 고객도 상대해보고, 팀도 관리해본 사람은 시스템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본능적으로 압니다. 
• 창의성과 관점 효과: 창의성은 직선에서 거의 안 태어납니다. 한 영역의 아이디어가 다른 영역의 문제와 부딪힐 때 폭발합니다. 혁신 연구를 보면, 다양한 배경의 팀이 연결되지 않은 점들을 잇기 때문에 더 많은 브레이크스루를 만들어냅니다. 점진적 개선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크로스도메인 관점이 진짜 레버리지입니다.
• 의미의 복리 효과: 직선형 커리어는 예측 가능성을 위해 '의미'를 교환합니다. 그 순간엔 합리적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에너지가 빠집니다. 비선형 커리어는 매번 재정렬이 가능하니까 에너지가 복리로 쌓이고, 순응이 아닌 확신에서 나오는 퍼포먼스가 따라옵니다.

4. 비선형 항해의 심리와 전략 - 불확실성을 무기로 바꾸는 법

• 모호함과 함께 사는 게 전제 조건입니다. 직함과 정체성이 계속 바뀌고, 이력서가 상대 템플릿에 안 맞아서 판단받는 불확실성. 이건 실재합니다. 그런데 이건 버그가 아니라 피처. 인내력 스포츠라고 생각하고 페이스 조절하면서, 결과로 진척을 측정하면 됩니다.
• 원칙 1 - 가독성(Legibility) 확보: 바쁜 외부인이 3분 안에 스캔할 수 있는 성과 증거를 만들어야 합니다. 분기마다 하나씩 내구성 있는 결과물을 공개하면, '지그재그 이력서'가 '증거 포트폴리오'로 탈바꿈합니다.
• 원칙 2 - 옵션성(Optionality) 확보: 실험에는 활주로가 필요합니다. 현금 버퍼든, 유연한 수입원이든, 기본을 커버하는 파트타임 앵커든. 사회적 활주로도 키워야 합니다. 경로가 남들과 다를수록, 관계가 지원서보다 훨씬 빨리 문을 열어줍니다.
• 원칙 3 - 서사적 일관성(Narrative Coherence): 에피소드들을 하나의 관통 테마로 엮으세요. "나는 zero-to-one 시스템을 만든다", "나는 지저분한 GTM 문제를 푼다", "나는 정책 제약을 제품 전략으로 번역한다" 같은 한 문장. 
• 포트폴리오 매니저처럼 생각하기: 유동성 높은 자산 몇 개로 시장 가치와 캐시플로를 안정시키고, 업사이드가 확실한 곳에 선별적으로 비유동 베팅을 걸고, 학습이 멈추면 리밸런싱. 

5. 조직이 깨달아야 할 것 - 지그재그 이력서는 경고등이 아니라 전략 자산

• 아직도 대부분의 회사가 비선형 이력서를 보면 충성도나 집중력부터 의심합니다. 그런데 그 사고방식은 느린 시대의 잔재입니다. 변동성이 일상인 환경에서, 이미 변화를 체화한 사람은 이상 징후가 아니라 자산입니다.
• 스킬 기반 채용: 학벌이 아니라 역량과 측정 가능한 결과물로 역할을 정의하고, '뭘 해봤나'만이 아닌 '여기서 뭘 배울 수 있나'를 물어야 합니다.
• 내부 이동성: 사다리 대신 래티스(격자). 수평·순환 이동을 장려해서 호기심이 퇴사로 이어지지 않게 만들어야 합니다.
• 편향 교육: 비선형 배경을 '리스크'가 아니라 '범위'로 재교육. 두 번 피벗한 후보가 학습 속도가 두 배일 수 있습니다.
• 보상 재설계: 근속이 아니라 크로스펑셔널 성과도 동등하게 인정. 새로운 프로세스 런칭, 사일로 연결, 팀 간 멘토링.

6. 투자자와 창업자의 렌즈

• 투자자: 학벌이 아니라 학습 속도와 반복 가능한 판단력에 가격을 매겨야 합니다. 맥락을 넘나드는 실행 결과물이 있는지, 에피소드를 하나의 테제로 연결할 수 있는지, 피드백 루프를 몇 주 단위로 닫는지. 이 세 신호를 읽으면, 대부분의 VC가 이력서 가독성 부족으로 테이블에 남겨둔 알파를 줍습니다.
• 창업자: 둘 이상의 맥락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고 영수증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하세요. 업무(task)가 아니라 문제(problem)를 주고, 짧은 사이클로 돌리고, 라이브 지표로 점수판을 운영하세요. 채용을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대하면 됩니다. 유동성 높은 스페셜리스트 몇 명 + 업사이드 높은 제너럴리스트에 선별 베팅. 모든 스타트업이 엣지를 놓고 싸우는 세상에서, 남은 가장 큰 차익거래는 '사람'입니다.

7. 비선형 세상에서 커리어를 미래 방어하는 법

• 직함이 아닌 테마를 정하라 - 역할은 바뀌지만 방향은 유지됩니다. 풀고 싶은 문제, 마스터하고 싶은 영역, 계속 탐구하고 싶은 아이디어. 이게 매번의 피벗을 사후적으로 '말이 되게' 만듭니다.
• 분기마다 보이는 증거를 출시하라 - 꾸준한 작은 성과의 흐름이 완벽한 커리어 보다 학습 속도를 훨씬 잘 증명합니다. 시장은 증거를 신뢰합니다.
• 기능과 산업을 넘나드는 네트워크를 만들라 - 투자자와 대화하는 디자이너, 정책학도를 멘토링하는 엔지니어가 '운'을 더 빨리 만듭니다. 관계의 범위가 기회의 범위를 결정합니다.
• 활주로를 지켜라 - 대담한 움직임에 두려움 없이 '예스'할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진짜 커리어 보험입니다.
• 학습 루프를 짧게 유지하라 - 새 스킬이 새 기회의 표면적을 열어야 합니다. 빠르게 피드백 루프를 닫고, 뭐가 남았는지 측정하고, 반복. 


AI 시대에 살아남는 사람은 가장 곧은 경로를 가진 사람도, 가장 깊은 한 우물을 판 사람도 아닐 겁니다. 변화에 가장 가까이 붙어서, 의도를 갖고 움직이고, 다음 챕터가 부를 때 점프할 여백을 남겨둔 사람, 지그재거.

출처: Ruben Dominguez, "Career Zigzaggers Are Winning in AI: Why Non-Linear Paths Create Alpha", The AI Corner (Substack), 2025.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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