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소스 부족에 허덕이는 모두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스타트업의 모든 구성원은 언제나 리소스 부족에 시달립니다.
개발자는 밀려드는 티켓에, 마케터는 광고 효율에, 대표는 지표와 런웨이에 치여 삽니다.
이때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일을 처리하는 것'에만 급급한 수행자가 되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생존하고 성장하는 팀은 단순히 '열심히'만 일하는 팀이 아닙니다.
이들은 어떤 문제가 가장 해결 가치가 높은지를 끊임없이 판단합니다.
이를 위해 검증된 경영학 도구인 'Impact / Effort Matrix'를
우리 스타트업 실무에 맞게 시각화한 우선순위 사분면을 소개합니다.
| 사분면 | 명칭 | 위치 (Effort / Impact) | 성격 |
|---|---|---|---|
| 1사분면 | Do IT Now 🚀 | 낮은 노력 / 높은 효과 | Quick Wins (빠른 승리) |
| 2사분면 | Do IT Always ⚙️ | 높은 노력 / 높은 효과 | Major Projects (주요 프로젝트) |
| 3사분면 | Do IT Next 🕒 | 낮은 노력 / 낮은 효과 | Fill-ins (자투리 업무) |
| 4사분면 | Don't Do IT 🗑️ | 높은 노력 / 낮은 효과 | Thankless Tasks (하지말아야 할 일) |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선 Effort(노력) 축에는 나 혹은 우리 팀이 실제 투입해야 할 시간과 리소스를 냉정하게 계산해 보세요. 그리고 Impact(효과) 축에는 그 일이 만들어낼 결과의 무게를 담는 거죠. 이때 '임팩트'의 기준은 현재 여러분의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설정하시면 됩니다. 프로덕트를 만드는 중이라면 ‘고객 경험의 개선’이 기준이 될 것이고, 사내 프로세스를 다듬는 중이라면 ‘업무 시간 단축 및 효율화’가 기준이 됩니다.
만약 어떤 일이 어디에 속할지 판단하기 모호하다면, 머릿속으로만 고민하지 말고 각 항목에 1점부터 10점까지 직접 점수를 매겨 좌표를 찍어보세요. 주관적인 막연함이 객관적인 수치로 변하는 순간, 지금 당장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우리 팀의 업무는 어디에 있나요?
스타트업의 각 직무 분야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예시들을 사분면 위에 올려보겠습니다.
1사분면 : Do IT Now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과)
가장 먼저 실행하여 동기부여를 얻고 가시적인 성과를 확보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 프로덕트: 전환율이 높은 페이지의 CTA 버튼 문구를 직관적으로 수정하거나, 이탈률이 높은 특정 구간의 UX를 개선하는 일.
- CS/운영: 반복되는 단순 문의 5가지를 선정해 FAQ 상단에 배치하여 고객센터 인입량을 즉각 감소시키는 일.
- 마케팅: 광고 효율이 검증된 기존 소재의 썸네일이나 카피만 살짝 바꿔서 성과를 재점화하는 작업.
2사분면: Do IT Always (큰 성과를 위해 지속하는 엔진, 핵심 주요 프로젝트)
성과는 크지만 시간과 자원이 많이 소요되는 핵심 업무입니다. 계획을 철저히 세워 분할 실행합니다.
- 전략/경영: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시장 조사, 핵심 인재 채용을 위한 브랜드 구축 및 프로세스 정립.
- 개발: 서비스 확장을 대비한 인프라 아키텍처 재설계 및 누적된 기술 부채의 단계적 해결.
- 마케팅: 장기적으로 오가닉 트래픽을 가져올 수 있는 SEO(검색 엔진 최적화) 전략 및 콘텐츠 자산 구축.
3사분면: Do IT Next (틈틈이 챙기는 자투리 업무)
노력이 적게 들지만 영향력도 크지 않은 일들입니다. 업무 사이사이에 루틴하게 처리합니다.
- 운영: 사내 위키나 문서의 오타 수정, 비품 재고 확인, 정기적인 주간 보고서 폼 정리.
- 디자인/프로덕트: 기능에 지장은 없지만 시각적으로 미세하게 어긋난 마이너한 UI 디테일 다듬기.
- 마케팅: 브랜드 채널의 현상 유지를 위해 기계적으로 발행하는 소셜 미디어 게시물.
4사분면: Don't Do IT (우리를 갉아먹는 해서는 안될 일)
공은 많이 드는데 성과는 거의 없는 늪입니다. 과감히 삭제하거나 자동화해야 합니다.
- 전략/전체: 데이터 근거 없이 "경쟁사가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할 것 같은" 복잡한 기능을 개발하는 것.
- CS/운영: 자동화 시스템 구축이 충분히 가능한데도 관성적으로 수동 작업을 반복하고 있는 것.
- 프로덕트: 소수의 극성 유저만을 만족시키기 위해 대다수 유저의 사용성을 해치는 대규모 커스텀 기능 개발.
마치며: '하지 않을 일'을 결정하는 리더십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건, 결국 소중한 팀의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일입니다.
모두 다 잘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리더나 구성원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현상 너머의 진짜 문제를 정의하고, 그 가치를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해줘'라고 말하는 사람 위에, '무엇을 해결할지' 결정하는 사람이 서는 시대입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막막할 때 이 사분면을 한번 들여다보세요.
'Don't Do It'은 과감히 내려놓고 'Do It Now'부터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어느새 복잡했던 문제들이 하나둘 풀리며 기분 좋게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그리고 팀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