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프로덕트 #마인드셋
💬내 돈으로 창업해, 20년을 버티면 무엇이 남을까

데이제로인사이트

격주 목요일, 창업가들의 인사이트를 메일로 전해드립니다.
창업가들의 Day 0로 돌아가, 그들의 ‘처음’에 담긴 고민과 배움을 살펴봅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

“Never Scoop Again.”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라면 꽤 설레일 문장입니다. 마치 “이제 강아지를 직접 산책시키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말처럼요. 이 문장은 고양이 자동 화장실로 시작해, 연매출 1.5억 달러 펫테크 기업 위스커(Whisker)의 슬로건입니다.

창업자 브래드 백스터(Brad Baxter)는 외부 투자에 기대지 않고, 자신이 가진 자원만으로 회사를 키운 부트스트래핑* 창업가이자 제품 주도형 엔지니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문제를 정말로 해결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집요함이 한 사람을 얼마나 멀리 데려갈 수 있는지를 보게 됩니다. 그는 무려 20년 동안, 외부 투자 없이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창업과 다른 일을 병행하며 버텼냈습니다. 제품에 대한 확신 하나로 시간과 체력을 모두 쏟아붓는 선택이었고, 그 과정에서 주변의 다른 가능성들은 충분히 살피지 못한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이 선택들은 어떻게 이어졌을까요. 리터 로봇을 발명한 브래드 백스터의 Day 0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브래드 백스터 CEO 재임 당시 연매출 1.5억 달러, 2025년 기준 3억 달러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 : 외부 투자 없이 창업가 자신의 자본으로 회사를 일으키고 성장시키는 것

 

오늘의 인사이트 요약
1. 자동차에서 고양이 화장실로 : 황금 수갑을 풀고, 문제를 찾다
2. 독립성을 택한 대가, 그리고 버텨내는 힘
3. 버텨낸 끝에서 마주한 다음 선택

 

1. 자동차에서 고양이 화장실로 : 황금 수갑을 풀고, 문제를 찾다

자동차 매니아였던 미국 시골의 한 소년은 빅3 자동차 회사에서 제품을 설계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 목표를 위해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1989년 포드(Ford)에 입사해 자동차 부품 설계를 맡게 됩니다.

비록 상상하던 역할과는 달랐지만 포드는 그가 동경하던 회사였고, 고연봉에 안정적인 직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업의 느린 의사결정 구조는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브래드는 이 시기를 돌아보며, 마치 황금으로 된 수갑을 찬 것 같았다고 말합니다. 결국 회사를 나와,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럽 자동차 공급업체를 위한 엔지니어링 및 물류 컨설팅 에이전시를 시작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언젠가 직접 제품을 만드는 기업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놓지 않았습니다. 일상 속에서 늘, 하나의 사업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는 문제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키우던 고양이의 화장실을 치우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이 일은 늘 이렇게 번거로울까. 자동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고양이 화장실을 정리하는 브래드 (출처 : 제미나이)

이미 자동 고양이 화장실은 시장에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써본 결과는 기대와 달랐습니다. 손은 더 많이 갔고, 쓰레기는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브래드는 이 제품을 두고 “최악이었다”고 말합니다. 문제를 없앤 것이 아니라, 불편을 다른 방식으로 바꿔놓았을 뿐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기능적으로 분해해서 ‘이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긁어모으는 게 아니라, 덩어리를 분리하는 게 목적이라면 그걸 가장 잘하는 방법은 뭘까를 다시 생각했죠.”

브래드는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는 사람의 손에 주목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고양이가 아니라, 인간이 반복해서 수행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이 일을 어떻게 대신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고, 여기에 포드에서 근무하며 쌓아온 플라스틱 설계 경험을 겹쳐 보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체로 모래를 걸러 배설물만 분리하는 구조, 이른바 ‘쓰레기 로봇’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이미 유사한 개념이 특허로 등록되어 있었지만, 브래드에게 이는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작동하는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해당 특허를 보유하고 있던 돈 라이트(Don Wright)에게 직접 연락해, 이 아이디어를 생산 단계로 옮기고 싶다고 제안합니다

2. 독립성을 택한 대가, 그리고 버텨내는 힘

브래드 백스터 (출처 : 구글이미지)

2000년, 브래드는 이중 생활을 시작합니다. 낮에는 컨설팅 일을 하고, 저녁에는 중앙 냉방도 없는 찜통 같은 지하실에서 제품을 설계하며 하루 14시간 이상을 일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그가 이 시기에 컨설팅 일을 줄이지도, 제품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를 시도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빠르게 외부 자본을 끌어와 속도를 내는 대신, 두 가지 일을 동시에 붙잡는 길을 택했습니다.

“저는 독립성을 잃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했고, 훌륭한 제품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위대한 사업을 일구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죠. 그걸 이루려면 다른 사업도 계속 유지해야 했어요.”

브래드에게 투자는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었습니다. 남의 돈은 결코 공짜가 아니고, 그만큼 간섭과 통제가 뒤따른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는 제품의 성공을 믿었고, 사업의 방향과 속도, 그리고 의사결정의 주도권 만큼은 끝까지 자신이 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현실적인 벽은 분명했습니다. 제품을 직접 설계하고 생산해야 했기에, 초기 금형 제작에만 약 3만 달러가 필요했습니다. 결국 브래드는 아버지를 찾아갔습니다. 아버지는 브래드의 비전에 3만 5천 달러를 투자했고, 그 대가로 사업 지분의 35%를 얻었습니다. 이 선택으로 브래드는 초기 제품, 리터 로봇(Litter-Robot 1)을 완성했습니다.

브래드와 설계하는 직원들 (출처 : 리터로봇 유트브)

같은 해, 브래드는 오토 펫츠(Automated Pet Care Products)를 설립하고 Litter-Robot 1을 온라인 직판 방식으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제품 크기가 워낙 커 오프라인 유통은 애초에 불가능했고, 전자상거래가 아직 익숙하지 않던 시절이라 엉성한 웹사이트를 직접 만들어 판매해야 했습니다.

제품을 처음 본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고양이가 절대 저 안에 들어가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이 돌아왔고, 판매량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몇 년이 지나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브래드는 컨설팅 일을 병행하며 제품 설계와 조립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생산량이 조금씩 생겨나자, 문제는 오히려 더 선명해졌습니다. 제품 가격은 299달러였고, 생산 비용 역시 거의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여기에 간접비까지 더하면 구조적으로 적자가 나는 사업이었습니다. 게다가 제품 대부분을 수작업으로 조립하고 있었기에, 생산량 자체에도 명확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브래드는 이미 개인 자금으로 약 35만 달러를 투입한 상태였습니다. 판매가 늘어날수록 수익이 나기는커녕, 손실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제품도 제조 방식도, 더는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습니다.

그가 처음 선택했던 방식은 자금 감당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선택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는 제품 초기에는 설계 수정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과정을 통해 고도화 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초기 도입 비용의 부담은 적으며 제품 수정이 비교적 쉬운 진공 성형(vacuum molding)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빠르게 확장하기보다는, 혼자서 직접 고치고 배우며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 선택이었죠.

다만 이 방식이 가진 구조적 한계는, 당시에는 그에게 즉각적인 문제로 인식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브래드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제품을 더 잘 만드는 일이었고, 생산 효율이나 비용 구조는 그 이후에야 인지하게 된 문제였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최대한 빨리 제품을 만들어서 수익을 내고 사업을 유지하는 거였어요. 사업가로서 이런 선택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이 문제를 인식한 뒤, 브래드는 과감한 결정을 내립니다. 제조 방식을 바꿔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가 새롭게 택한 방법은 사출 성형(injection molding)이었습니다. 초기 금형 비용은 높지만, 일정 생산량을 넘기면 단위당 비용이 낮아지고 품질이 안정되는 제조 방식입니다.

이전의 시도가 완전히 헛된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진공 성형으로 제품을 만들어온 시간 동안, 그는 실제 사용 환경과 고양이의 행동을 충분히 관찰할 수 있었고, 무엇을 고쳐야 하고 무엇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쌓여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브래드는 18개월에 거쳐 제품 업데이트와 함께 제조 방식을 재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예상대로 설비 전환에는 상당한 자금 부담이 따랐습니다. 브래드는 과거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며 쌓아온 협력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출 금형 비용을 분할 납부하는 방식으로 이 전환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 Editor’s Note: 

회사가 가장 어려웠던 초반, 브래드는 한 경쟁사로부터 특허권 인수를 조건으로 약 20만 달러를 제안받았다. 하지만 브래드는 상대가 이 기술을 더 발전시키기보다는, 인수 후 사업을 정리하려는 것이라 보았고 이 아이디어는 시간이 지나면 훨씬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이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고.

3. 버텨낸 끝에서 마주한 다음 선택

제조 방식 전환 후, 오토 펫츠는 2005년 Litter-Robot 2를 출시했습니다. 디자인과 성능이 한층 안정된 모델이었고, 반응이 폭발적이지는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며 조용히 퍼져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회사는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합니다. 그럼에도 브래드는 여전히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회사를 키우는 일보다, 제품을 고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선택이었습니다.

2015년, 오토 펫츠의 연매출은 약 750만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동시에 스마트 기능과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한 Litter-Robot 3 출시를 앞둔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이때 브래드는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성장이 일정 수준을 넘기 어렵다는 한계를 인정하게 됩니다.

(좌) 제이콥 (우) 백스터 (출처 : 구글 이미지)

브래드는 마케팅 영역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찾았고, 그 선택이 마케팅 컨설턴트 제이콥 주프케(Jacob Zuppke)였습니다. 제이콥은 위스커의 성장을 보다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이끌어갔습니다. 

그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사례가 바로 ‘25 Days of Christmas’ 캠페인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영향력 있는 고양이 계정 25곳을 선정해,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매일 하나씩 제품과 콘텐츠를 연결하며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단순한 노출이 아니라, 브랜드와 사용 경험을 반복적으로 각인시키는 구조였습니다. 캠페인의 목표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그 기대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웹사이트 트래픽은 약 10배로 증가했고, 연매출은 거의 두 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구) 오토페츠 (현) 위스커 단체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이 흐름 위에서 2019년, 폰데라 홀딩스(Pondera Holdings)가 3,100만 달러를 투자합니다. 외부 자본이 들어오며 회사는 본격적인 확장 국면에 접어들었고, 이 자금을 기반으로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한 수요 급증에 대응해 생산 역량을 크게 확대합니다. 이후 회사는 위스커(Whisker)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되며, 제품 라인과 소매 파트너십을 확장해 지금의 기반을 다지게 됩니다.

2019년은 브래드 개인에게도 전환점이 되는 해였습니다. 회사를 창업한 지 약 20년 만에, 그는 외부 투자 없이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이어오던 오랜 ‘병행’의 생활을 완전히 내려놓습니다.

이후에도 제품 개발에는 깊이 관여했지만, 몇 년 뒤인 2022년, CEO 자리에서는 물러나기로 결정합니다. 회사가 더 이상 한 개인의 집념과 기술만으로 움직이는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오늘도 제 사무실에 있고,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제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브래드는 자신의 강점이 가장 잘 쓰일 수 있는 역할을 택했습니다. 운영의 중심에서는 물러났지만, 제품 혁신과 기술 전략을 이끄는 역할로 남았습니다. 그가 CEO 자리에서 물러날 당시, 위스커의 연매출은 약 1억 5천만 달러, 팀 규모는 350명에 이르러 있었습니다.

💡 Insight Note
자기 자금형 성장은 자유를 얻지만, 몰입에 갇히기 쉽다.
투자 기반 성장은 속도를 내지만, 지표에 갇히기 쉽다.
→ 나도 지금 무엇에 갇혀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이 선택은 지금 단계의 나에게 맞는 전략일까?


*이 글은 팟캐스트 How I Built This with Guy Raz의 Whisker/Litter-Robot: Brad Baxter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지난 콘텐츠도 보고가세요


📧 격주 목요일, 가만히 있어도 창업자들의 인사이트가 내 메일함으로 들어옵니다.

격주 목요일, 창업가들의 인사이트를 메일로 전해드립니다.
창업가들의 Day 0로 돌아가, 그들의 ‘처음’에 담긴 고민과 배움을 살펴봅니다.

👉바로 구독하기👈

링크 복사

데이제로 인사이트 데이제로 인사이트 · 콘텐츠 크리에이터

창업자의 좌절, 극복, 성공의 순간을 다루는 뉴스레터

댓글 1
데이제로 인사이트 님의 아티클이 EO 뉴스레터에 실렸습니다. 이번 주 이오레터를 확인하세요!

>>> https://stib.ee/BpFL
추천 아티클
데이제로 인사이트 데이제로 인사이트 · 콘텐츠 크리에이터

창업자의 좌절, 극복, 성공의 순간을 다루는 뉴스레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