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비즈쿠키입니다.
세계 최대 VC a16z의 투자자 Robin Guo의 <I left a16z to go build> 에세이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꽤 재밌게 읽은 글입니다.
독자분들께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세계 최대 VC에서 배운 5가지
저는 이제 a16z를 떠나 직접 무언가를 만들러 갑니다.
거의 4년 전, 모르는 상태에서 보낸 '콜드 메일' 한 통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그동안 정말 다양한 일을 해왔죠. 최고의 전문가들로부터 투자를 배웠고, 독립해서 게임 펀드를 설립했으며, 초기 창업 팀의 일원으로서 'a16z 스피드런(speedrun)'을 일구어냈습니다. 투자자, 영업사원, 초대 관리자, 소프트웨어 PM, 프로그램 매니저, 그로스 해커, 제품 고문, 그리고 때로는 상담사 역할까지 수행했습니다. 제 20대 후반을 보내기에 이보다 더 도전적이고 보람있는 방법은 없었을 것입니다.

다음 행보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꽤 오래전부터 창업을 고민해 왔고 이제 뛰어들려 합니다. 그러다 최근 기회를 발견했습니다. 제 뿌리이자 열정의 원천인 과학, 소비자, 그리고 바이오테크가 맞닿아 있는 분야죠. 사실 저는 여러 해 전 의공학자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당분간은 스텔스 모드(비공개 준비 단계)로 운영하겠지만, 바이오나 소비자 헬스케어 분야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계신 분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이 글의 목적은 제 개인적인 회고록을 남기기 위함이 아니라, 지식의 공유에 있습니다. a16z에서의 4년 동안 얻은 배움을 압축해 여러분께 그 값진 지혜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어떤 교훈은 단순하고 뻔해 보일 수 있지만, 가장 단순한 교훈일수록 내면화하기가 가장 어려운 법입니다.
제가 a16z에서 배운 다섯 가지 인생 교훈을 소개합니다.
1. 열정을 좇지 마라
제가 받은 최악의 조언은 "당신이 열정을 느끼는 일을 찾아라"였습니다. 애초에 그게 무슨 뜻일까요? 저는 과학을 사랑하지만 제약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싫어했습니다. 골프를 사랑하지만 프로 골퍼가 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열정은 유용한 길잡이일 뿐, 눈을 멀게 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캘리포니아와 a16z로 오게 된 계기는 게임에 대한 열정이었지만, 여기서 배운 점은 과도한 열정이 오히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열정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하고 당신을 엉뚱한 길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훌륭한 산업이고 저 또한 즐겁게 일했지만, 자본 집약적이고 공급 과잉인 데다 사용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경쟁이 너무 치열해 장기적인 침체기를 겪고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시장 구조는 성공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듭니다.
또 다른 요소는 기회비용입니다. 한동안 저는 AI에 대해 배우기를 고집스럽게 거부했습니다. 너무 뻔한 유행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죠. '남들과 반대로 가는 것이 유행에 편승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열정은 저를 '이성적인 역발상가'가 아닌 '감정적인 반항아'로 만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벤처 캐피털리스트로서 치명적인 실수인, 기술의 근본적인 세대 교체를 놓치고 뒤늦게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정말로 파악했어야 하는 것은 '내가 무엇을 정말 잘하는지', '내가 가진 스킬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시장에 어떻게 적용할지'였습니다.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디인가를 고민했어야 합니다.
자신이 정말 잘하는 일을 할 때 느끼는 만족감은 그 무엇보다 큽니다. 물론 행동의 근간이 되는 동기는 중요합니다. 그것이 열정일 수도 있지만, 지위, 경쟁, 돈, 가족일 수도 있죠. 무엇이든 깊은 갈망과 '내 모든 것을 걸었다'는 절박함이 있을 때, 비로소 승리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게 됩니다.
한때 저도 동력을 잃은 적이 있었습니다. 제 안의 '야성(dawg)'이 사라진 것이죠. 게임에 열중해 뉴욕의 모든 것을 버리고 왔는데, 그 열정이 생각만큼 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돈이나 지위에는 큰 미련이 없었기에, 꿈의 직장에 있으면서도 열정이 사그라드는 묘한 기분을 느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속 가능한 다른 동기들을 찾아야 했습니다.
- 창업자들의 성공을 돕는 것: 함께 고생한 팀이 잘되는 것을 보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습니다.
- 경쟁: 이기는 것을 좋아해 어릴 적부터 게임을 했습니다. 유능한 상대와 겨루는 것 자체가 즐거움입니다.
- 흥미로운 문제 해결: 공학자 출신으로서,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사물의 작동 원리를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지적 도전이 그리웠습니다.
- 타인에게 영감을 주고 이끄는 것: 제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큰 기쁨을 느낍니다.
제가 다시 바이오테크 창업자가 되려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가족 중에 당뇨와 알츠하이머 환자가 있어서 그 고통을 가까이서 지켜보았고, 의공학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었으며, 이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많은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단순한 '열정'이라기보다, 제가 완수할 수 있는 '사명'에 가깝습니다. 열정을 잃어본 경험이 오히려 저를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만드는 법을 고민하게 해주었습니다.
아, 그리고 뉴스레터를 만들었습니다.
실리콘밸리 대가들의 에세이와 인터뷰를 번역한 글을 매주 수요일 저녁에 받아보실 수 있어요 :)
한 가지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쓸모 있는" 글만을 보내드린다는 것이에요.
어떤 경우에도 읽는 분들의 "시간을 빼앗는" 글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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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n분의 1'이 아닌 단 하나가 되라
a16z는 약점을 보완하기보다 강점에 집중하는 곳입니다. 대학이나 맥킨지에서 강조하던 다재다능한 인재 교육과는 정반대였죠. 하지만 강점에 집중하면 몇 가지 확실한 이점이 있습니다.
- 대체 불가능성: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조직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 시장 가치: 시장은 경쟁적입니다. 평범한 기술의 가치는 하락하지만, 독특함은 더 높은 몸값을 보장합니다.
- 창업자의 무기: 스타트업은 자본과 인력이 부족합니다. 팀원들의 고유한 재능을 극대화해야만 대기업을 이길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시장에 내놓은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해보세요. 목표는 '독점'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야 해자(직업 안정성), 가격 결정력(높은 연봉), 그리고 레버리지(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일할 권리)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기 독점'을 이룰까요? RPG 게임의 스킬 트리와 비슷합니다. 힘, 카리스마, 지능 등의 스탯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클래스가 나뉩니다. 지능만 극도로 높은 '마법사(소프트웨어 천재)'가 될 수도 있고, 여러 스킬을 고루 갖춘 '팔라딘(훌륭한 CEO)'이 될 수도 있죠.
저의 경우, 동료들로부터 PM 스킬과 소비자 투자 심리학을 배웠고, 창업자와 정서적 유대를 쌓는 저만의 강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 익힌 글쓰기 실력과 대학 때 배운 바이오 의학 지식이 뜻밖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시장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타인이 시키는 대로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여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3. 선택의 독립성과 사고의 독립성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 생각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타인의 결정에 의존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주식을 남들이 사니까 사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이라서 싫어도 다닙니다.
이는 ‘모방적 결정(Decision by mimesis)’입니다. 남들이 원하는 것을 나도 원하게 되는 것이죠. 저 또한 맥킨지에 간 것이나 a16z에서의 몇몇 투자가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는 실수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타인의 의견을 참고하되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나만의 의견을 형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데이터가 부족한 초기 투자 단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질문과 조사를 통해 빠르게 결정하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VC업계는 역발상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집단 사고'가 지배하는 곳입니다. 후속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구조적 이유 때문에 소위 ' 핫한' 딜에 몰리는 경향이 강하죠. 인센티브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모두가 "아니오"라고 할 때, 혹은 친구들이 나의 판단을 의심할 때, 비판을 감수하며 내 신념을 밀어붙일 수 있는가? 그것이 진짜 확신이 있는지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이건 정말 지독하게 어려운 일입니다.
4. 자기 절제와 자기 측정
매우 단순하지만 강력한 두 가지 진실이 있습니다.
- 위대한 일은 작은 발걸음이 모여 이루어진다.
- 측정되지 않는 것은 개선되지 않는다.
저는 전 동료 조던 메이저(Jordan Mazer)를 통해 이를 배웠습니다. 누구나 절제가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실천은 다른 문제입니다. 조던은 매일 새벽 6시에 출근해 9시면 어김없이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SNS 활동을 즐기지 않았지만, 그것이 결과(조직의 채용과 홍보)를 만든다는 것을 알았기에 매일 반복했습니다.
"한 가지 일을 어떻게 하느냐가 곧 모든 일을 어떻게 하느냐를 결정합니다(How you do anything is how you do everything)."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절제를 연습해야 합니다. 헬스장에서 적당히 타협하면 업무 메일을 보낼 때도 마지막 한 통에서 타협하게 됩니다. 작은 습관들이 모여 실질적인 결과를 만듭니다. 또한,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위해 지표로 스스로를 측정해야 합니다. 이제 저는 창업자이기에 감시하는 상사가 없습니다.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할 지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5. 전시(War-time) vs 평시(Peace-time)
a16z는 매우 진지하고 엄격한 곳입니다. '일류 비즈니스를 일류의 방식으로' 처리하죠.
이곳의 분위기는 '전시와 평시' 비유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전 직장인 라이엇 게임즈는 전형적인 '평시' 기업이었습니다. 해적 테마 카페, 게임기, 훌륭한 식당이 있었고 동료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며 정을 쌓는 유대감 중심의 문화였습니다. 참 좋았죠.
반면 a16z에서 저는 '전시' 모드가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높은 긴박함과 기준, 실수에 대한 엄격한 책임 추궁, 군대처럼 효율적인 소통과 승리를 위한 전략.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전 팀원이 한 방향으로 얼라인 되어 각자의 강점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이는 동료들과 사적으로 덜 친해질 수 있고 문화가 공격적일 수 있음을 의미하지만, 진짜 결과를 만드는 데는 필수적입니다. 전쟁터에서 중요한 것은 '의도'가 아니라 누가 승리하여 역사를 만드느냐이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4년 동안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지만, 제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지혜'입니다. 결정을 내리기를 두려워했던 제 모습을 직시할 지혜, 확신을 갖고 선택할 지혜, 그리고 다음 여정을 위해 떠날 시점을 아는 지혜 말입니다.
제 인생의 스탯 중 단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결단력(Decisiveness)'**을 꼽겠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능력 말이죠.
여러분도 부디 좋은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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