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제로인사이트
격주 목요일, 창업가들의 인사이트를 메일로 전해드립니다.
창업가들의 Day 0로 돌아가, 그들의 ‘처음’에 담긴 고민과 배움을 살펴봅니다.
이번 북노트 콘텐츠는 책 한 권을 다 읽지 않아도 충분하도록, 데이제로 에디터가 먼저 읽고 흥미로운 부분과 인사이트를 골라 정리해 전해드리려 합니다.
함께 살펴볼 책은 야우치 하루키의 『초라하게 창업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입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1. “조금만 더 준비되면…”이라는 생각으로 시작을 미루고 있는 분
2. 창업을 떠올리면 설렘보다 실패 걱정이 먼저 앞서는 분
3. 언젠가 ‘나만의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 있는 직장인
4. 이미 시작은 했지만, 지금 방향이 맞는지 혼자 고민하고 있는 초기 창업자
5. 계속 회사에 다니는 삶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고민해 본 적 있는 분
창업에는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거나, 남들보다 뛰어난 전문성이 있거나, 혹은 솔직하게 말해 돈을 아주 많이 벌고 싶거나요.
『초라하게 창업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 야우치 하루키는 창업에 대해 일반적 인식과 조금 다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저자는 현재의 구조에선 직장인이라는 선택지가 더 이상 청년들에게 최선은 아니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회사가 언제 망할지, 자신이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있고, 회사는 생존을 위해 인건비를 줄이며 한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을 요구하게 되었다고 덧붙이면서요.
생각해 보면 대부분 창업의 이유는 묻지만, 취업 하려는 이유는 거의 묻지 않습니다.
졸업 후 취업은 당연한 다음 단계로 여겨져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제가 흔들리면서 ‘고정적인 월급’과 ‘고용의 안전’은 불확실해졌고, 기술의 발전은 개인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책임을 오히려 더 빠르게 넓혀가고 있습니다.
인내는 여전히 중요한 덕목이지만, 직장 생활이 주던 이점이 희미해진 사회에서 그저 버티는 일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저자는 ‘초라한 창업’이라는 방향을 제시합니다.
거창한 성공을 전제로 한 선택이 아니라, 지금의 불안정한 현실을 전제로 아주 작은 시도부터 시작해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가 말하는 ‘초라한 창업’의 원칙 가운데 특히 인상 깊었던 몇 가지를 추려보려 합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초라하게 준비하자 : 사업 계획서보다 중요한 것
창업을 앞두고 있다면 어떤 방식을 택하실 건가요?
1️⃣ 아이디어 → 시장조사 → 자본금 준비(자기자금·대출) → 상품 기획·소싱 → 판매 채널 개설 → 결제·물류 세팅 → 마케팅 → 운영·개선
2️⃣ 이미 가진 것으로 일단 시작 → 무리 없는 규모로 판매 → 유지 → 필요할 때만 조금 확장
1번 선택지, 그럴듯해 보입니다.
조금 더 준비한다면 예비창업패키지 같은 정부 지원 사업에 도전해 볼 수도 있겠죠. 경쟁률 10:1을 뚫고 자금을 확보한다면, 왠지 성공에 한 발 더 가까워진 느낌도 들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준비한 만큼 성공이 보장되는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애초에 완벽한 준비가 있을까요?
초라한 창업의 태도는 ‘2번’과 가깝습니다. 어차피 사업 계획서대로 흘러가지 않을 테니까요. 저자는 준비만 하다 시작이 자꾸 늦춰지는 것보단 넘어지는 것을 전제로 ‘일단 시작해본다’의 자세를 권유합니다.
예를 들어 뜨개질을 취미로 하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주변에서 “선물로 하나 만들어달라”는 부탁받기도 합니다. 이때 지인 소개로 선물용 제작을 해보거나, 소량의 카톡 주문으로 이어보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시도가 됩니다.
SNS에 뜨개질 이야기를 올리고 있고, 가끔 댓글이나 반응이 달린다면 그 관계를 바탕으로 소량 온라인 판매를 해보며 반응을 확인해볼 수도 있겠죠.
저자가 강조하는 ‘초라한 창업’은 이처럼 하고 있는 일에서 아주 작은 시도를 연결해보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사업이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연결이나 주어진 환경 등의 조건을 바탕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64p-”
2. 초라한 가게를 알리자 : SNS 운영
SNS에 하나쯤 추가되어 있는 비즈니스 계정, 왜 해두었나 떠올려보면 대부분은 구매 직전에 받을 수 있는 할인이나 혜택 때문이었을 겁니다.
저자는 SNS 운영을 권장하면서도, 이런 혜택 위주의 홍보는 이미 찾아주는 고객이 있고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인 브랜드에나 효과가 있다고 말합니다. 아직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잘 모르는 계정의 홍보 글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초라한 창업에서 말하는 SNS 운영은 판매자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솔직하게 말을 건네고, 창업 과정에서 마주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며 한 명 한 명과 관계를 형성하는 친구 계정이 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고객은 ‘이 기업을 이용한다’기보다 ‘이 사람을 응원한다’라는 감각에 가까워집니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는 이런 방식을 잘 나타냅니다.
야심 차게 문을 열었지만, 손님이 없어 속상하다는 카레 가게 사장님의 트위터 글은 그 솔직함 덕분에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퍼져 나갔습니다.
저자 역시 트위터에서 자신을 ‘재미있는 바의 사장’으로 소개하며 글을 올리고 있는데, 지금 바를 찾는 손님들 대부분이 그 글을 통해 저자를 알게 되었고 사람 자체에 흥미를 느껴 찾아온 이들이라고 합니다.
“창업할 때는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완벽한 서비스를 완벽한 비용으로 제공하려면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같은 대형 브랜드와 싸워야 합니다. (…) 그들과 여러분 가게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여러분 자신입니다. 여러분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면, 여러분의 가게는 맥도날드나 스타벅스보다 더 가치 있어질 수 있습니다.-75p-”
비즈니스 채널이라면 부족한 점은 감추고 잘된 모습만 보여줘야 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건 완성된 결과보다, 고민하고 시도하며 잘해보고 싶어 애쓰는 과정 안에 있을 때가 많습니다.
📒 Editor’s Note: 참고할만한 인스타그램 계정을 공유드립니다.
미즈스모: 시니어 여성의류 브랜드, 어머니와 함께하는 브랜드 창업 과정 이야기
헤로키: 1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에피소드 (창업, 폐업 등)
상품컴퍼니: 행주 판매 회사, 노래하며 사용하는 행주 릴스로 유명세
독나이프: 주얼리 판매, 연애인 협찬 비하인드 릴스로 유명세
3. 초라하게 투자 받는 것의 비밀
초라한 창업과 투자라니, 수익성과 계획서 같은 준비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투자는 즐거움과 관련있다’고 말합니다. 쉽게 이어지지 않는 이 두 단어는 우리의 소비를 떠올려보면 조금 명확해집니다.
월세나 식비 같은 고정 지출을 제외하고, 우리가 쓰는 돈의 대부분은 회수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아이돌 조공, 여행, 취미, 게임처럼요. 그럼에도 돈을 쓰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 과정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초라한 창업에서 말하는 투자도 완전히 다르지 않습니다. “이 사람, 이 팀을 조금 더 지켜보고 싶다”는 감정이 생기는 순간, 투자는 더 이상 계산만의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응원하고 싶은 마음, 함께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판단의 일부가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창업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래의 두 사람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후자는 결과보다 태도를 보여줍니다.
1️⃣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본이 없어 시작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
2️⃣ 지금 가능한 수준에서 일단 만들어봤고, 여기까지는 이렇게 해냈다고 말하는 사람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실행했고, 부족한 지점을 드러내며 다음을 고민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런 과정은 보는 사람에게 ‘투자해보는 재미’를 만들어냅니다.
초라한 창업에서 말하는 ‘즐거움’은 잘 되어 보이는 결과가 아니라 지켜볼 만한 태도에서 생기는 감정에 가깝습니다.
야우치 하루키 창업의 시작은 실제로 꽤 초라했습니다.
470만 원을 들여 공간을 빌려 리사이클 숍을 열었고, “실패해도 어차피 살려면 월세는 나가니까”라는 이유로 가게에 직접 거주하며 운영했습니다. 이후에는 소규모 바를 열었는데, 어차피 친구들과 자주 가라오케에 가니 그 비용을 가게 형태로 바꿔보자는 생각이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바는 프랜차이즈로 확장되어 일본 내 10개 매장, 방콕에 1개 매장을 운영하게 되었고, 어학원 운영, 유튜브 채널, 컨설팅으로 이어지며 누적 5만 부 이상 발행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 시작들에는 실행력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야우치 하루키의 창업은 성공을 목표로 충분히 준비한 뒤 움직이기보다 가능한 지점에서 일단 시작해 보는 선택에 가까웠습니다.
회사 생활이 힘들어도 그 자리가 유일한 답인 것처럼 버티고 있거나,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반드시 거창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느껴 망설이고 있었다면, 창업이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부터 조금 가볍게 만들어보는 것에서 시작하면 어떨까요?
커다란 덩어리를 손에 잡힐 만큼 작게 쪼개고,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단위로 바꿔보는 것. 그리고 이미 하고 있는 일 중에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 없는지 주변을 한 번 천천히 살펴보는 것.
우리의 초라한 창업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아주 사소한 계기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이 글은 야우치 하루키의 『초라하게 창업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내용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지난 콘텐츠도 보고가세요
- 결제의 혁신 페이팔, 시작은 ‘망한 보안 앱’이었다
- “잘들 해보세요” 무시당했던 라이엇 게임즈 창업 스토리
- 온라인 결제 시스템의 역사를 바꾼 7줄의 코드. 스트라이프 이야기
- 84조원 배달 플랫폼을 만든 ‘마법의 지팡이’ 전략
- ‘멍청한 아이디어’였던 링크드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 '룰루레몬 창업자는 실패한 억만장자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호랑이 새끼를 키운 맥도날드? 100조원 부리또 브랜드 치폴레
- 4조원 기업가치의 파타고니아는 원래 돈을 벌 생각이 없었다고?
- 전 세계 10억명이 쓰는 위키피디아는 왜 광고를 붙이지 않을까?
- 17살에 BMW를 산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마이클 델 이야기
📧 격주 목요일, 가만히 있어도 창업자들의 인사이트가 내 메일함으로 들어옵니다.
격주 목요일, 창업가들의 인사이트를 메일로 전해드립니다.
창업가들의 Day 0로 돌아가, 그들의 ‘처음’에 담긴 고민과 배움을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