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매쉬업벤처스 이택경 대표의 저서 <스타트업 투자유치: 창업자 출신 VC가 알려주는 스타트업 펀딩 가이드>에 수록된 이동건 대표 인터뷰와 2025년 매쉬업 패밀리데이 Fireside Chat 일부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매쉬업벤처스의 대표 포트폴리오사 중 하나인 마이리얼트립은 누적 가입자 1,000만 명, 월간 활성 사용자(MAU) 500만 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여행 플랫폼입니다.(2025년 10월 기준) 2012년 창업 이후 13년간, 이 회사는 한국 여행 산업의 패러다임을 ‘패키지 여행’에서 ‘자유 여행’으로 전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았던 여행 산업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2024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마이리얼트립의 이야기는 많은 스타트업에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첫 창업의 실패, 재창업, 모바일 시대 적응 지연,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급감, 그리고 새로운 변화의 AI 시대를 대응하는 이동건 대표의 모습은 올해 실리콘밸리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Airbnb 창업자 Brian Chesky의 'Founder Mode'를 떠올리게 합니다. 다음은 Brian Chesky의 강연을 들은 Paul Graham이 Founder Mode에 관해 작성한 에세이 중 일부입니다.
"좋은 사람을 고용하고 그들이 일할 공간을 주어라. 이렇게 설명하면 훌륭하게 들리지 않는가? 하지만 수많은 창업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이것은 종종 '전문적인 가짜들을 고용해서 회사를 망하게 내버려두라'는 의미가 된다."
"창업자 모드가 무엇으로 구성되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CEO가 직속 부하를 통해서만 회사와 소통해야 한다는 원칙을 깨뜨릴 것이라는 점이다.”
- Founder Mode, Paul Graham
13년간 마이리얼트립을 성장시키며 크고 작은 위기와 변화들을 이겨낸 이동건 대표는 전형적인 매니저의 방식이 아닌 창업자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회사를 이끌어왔습니다. 위기 때는 직원들과 직접적이고 솔직한 소통을 지향하며, AI 시대의 변화에 조직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먼저 나서 3일 만에 제품을 만들어 보이기도 합니다. 정해진 플레이북보다는 자신의 직관을 믿으며 성장해온 이동건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첫 창업의 실패에서 배운 것: “좋아하는 일을 하자.”
Q. 마이리얼트립이 대표님의 첫 번째 창업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첫 번째 창업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여행 플랫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창업자의 부류에는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사업으로 이어지거나,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아이템을 고르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후자에 해당했습니다. 첫 번째 창업은 2010년 대학 재학 중에 시작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었습니다. 아이템 자체는 유망했지만, 솔직히 금융업이나 크라우드 펀딩 자체를 좋아해서 했다기보다는 ‘유망해 보여서’ 선택한 거였어요. 그러다 보니 위기가 왔을 때 그걸 극복하고 건너갈 힘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두 번째 창업을 준비할 때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습니다. 사실 여행은 누구나 좋아하는 영역이잖아요. 2012년 당시만 해도 한국 여행 시장의 60%가 패키지 여행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자유여행을 하고 싶었고, 해외 자유여행에 대한 정보나 예약 수단이 엄청나게 부족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특히 한국어로 된 좋은 정보는 더더욱 찾기 어려웠죠. 항공권과 숙소 예약 쪽은 이미 글로벌 플랫폼들이 시장에 자리잡은 상태였지만, ‘여행지에서 뭐하지?’라는 질문에 대해서 답을 주는 플랫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여기에 정말 큰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마이리얼트립이 시작됐습니다.
Q. 이택경 대표와의 첫 만남이 궁금합니다.
첫 창업 때 후회했던 것 중 하나가 주변의 조언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했던 점이었습니다. 두 번째 창업 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학교의 창업 행사에서 만났던 이택경 대표님께 제 딴에는 큰 용기를 내서 인사 드리고 명함을 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명함도 없었고, 사회 경험도 없었습니다.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선배 창업자들의 경험, 특히 성공해 본 스타트업 선배들의 코칭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인연이 이어져 체험형 여행의 성장 가능성에 공감해주신 이택경 대표님과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님께 첫 투자유치를 받았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의 성장과 위기, Founder Mode의 결정적 순간
Q. 마이리얼트립이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기는 언제였나요?
2018년 항공권 사업에 진출하던 때가 큰 전환점이었어요. 그 전까지는 처음 창업할 때의 방향성에 충실하게 현지 투어 및 액티비티 영역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회원 수가 100만 명이 안됐을 때인데, 목표인 천만 앱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어요. TV 광고 등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마케팅도 진행했죠. 효과가 없지는 않았지만 1,000만 앱으로 가는 key는 아니었어요.
그 때 떠올린 것이 항공권이었습니다. 가이드 투어나 액티비티는 여행에서 ‘옵션’이지만, 항공권은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필수 조건이니까요. 만약 우리가 모든 항공권을 최저가로 판다면, 전국의 모든 여행자가 우리 플랫폼에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전략은 단순했어요. ‘모든 항공권을 최저가에 판다.’ 그러면 마진이 거의 없거나 심지어 0이 되는데, 항공권을 사러 들어온 사람들이 그냥 나가버리면 우리는 아무 수익도 못 내는 거죠. 하지만 저는 확신이 있었어요. 마이리얼트립에 들어오면 항공권만 사고 나가지 않을 거라고. 숙소도 있고, 투어&액티비티도 있으니까요. 이 교차 판매 전략이 제대로 맞아떨어졌습니다. 이 때를 기점으로 마이리얼트립은 크게 성장했고 급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 위기까지 극복해내면서, 지난 10월 누적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했어요.

마이리얼트립은 2025년 10월 누적 가입자 수 1,000만 명, 월간 활성 이용자 수 500만 명을 돌파했다. / 출처: 마이리얼트립
Q. 코로나19 당시 여행업계가 큰 타격을 받았었죠. 마이리얼트립은 어땠나요?
마이리얼트립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2020년 1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며 불과 3개월 만에 매출이 95% 급감했어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당시 제가 잘했던 것이 ‘위기를 빠르게 인식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여행업계 대표님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의견이 너무 달랐어요. 어떤 분은 6개월이면 이 위기가 끝날 것이라고 했고, 또 어떤 분은 여행업의 종말을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낙관적이면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너무 극단적이면 위기 뒤에 숨어있는 기회를 보지 못하게 됩니다. 저도 모르게 자꾸 사고방식이 낙관적으로 흐르려고 하더라고요. 큰 위기가 아니길 바랬지만, 그럼에도 객관적인 판단은 필요했습니다. 과학적 데이터와 뉴스를 봤을 때 이 위기가 짧게 끝나지 않을 것 같지 않았고, 당장 회사에 남은 돈은 3~4개월 치 밖에 없었습니다.
빠르게 전 직원 근무 체제를 주 3일로 전환했고,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해 직원들이 실질적으로 받는 급여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어요. 회사는 6~7개월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벌었지만, 이 결정을 직원들에게 발표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직원들에게는 솔직하게 상황을 인정하고 중장기 계획을 제시했고, 바로 투자 유치에 나섰습니다.
Q. 당시 투자 유치 과정도 궁금합니다.
당시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VC들을 만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여행업이라 특히 더 그랬죠. 결과적으로는 432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 라운드에서 유치된 투자금의 60~70%가 기존 주주들의 추가 투자였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주주 구성의 중요성을 정말 절감했습니다. 기존 주주들이 ‘이 위기 뒤에 마이리얼트립에게 오히려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데 함께 뜻을 모아주신거죠.
또한 K-방역의 성공에 주목하며 한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해외 투자자들의 참여도 있었습니다. 해외 투자자와의 미팅에서는 한국 여행 시장의 구조적 특성과 성장성, 마이리얼트립이 점하고 있는 독점적 위치를 설명하는데 집중했어요. 국내 여행으로 방향을 틀면서 빠른 성장을 이뤄낸 것에 좋은 평가를 받았고, 발상의 전환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어요.
Q.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집중하신 것이 있다면요?
회사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노력했어요. 생존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그냥 생존하는 회사에만 다니고 싶어하진 않아요. 항상 생존 이상을 보죠. 그래서 새로운 비전이 필요했습니다.
첫 번째로 국내 여행 사업을 강화했어요. 코로나 전까지는 국내 여행 관련 부분이 거의 없었지만, 팬데믹을 겪으면서 국내 여행 시장이 엄청 커진 거에요. 이 기회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로는 기술적 기반을 재설계했어요. 가이드 투어 플랫폼에서 출발해 항공권까지 확장하면서 뒷단의 기술적 문제들이 많았어요. 회사가 빠르게 돌아갈 때는 이걸 고칠 시간이 없었는데, 차라리 지금 시장이 멈춰버렸으니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 기술 기반을 완전히 재설계하자고 결정했습니다.
Q.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좋을 때는 다 같이 축하하지만, 회사가 어려워지면 의사결정의 무게를 가장 먼저 느끼게 됩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 위기 당시 부분 휴업 결정이 그랬어요. 아무리 논리적으로 생각해도 최선인 것이 맞았는데, 그 얘기를 하는 것이 엄청 망설여졌어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 좋지 않은 소식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남을 시킬 수도 없는 거잖아요. 제가 대표니까요. 그때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했어요. 저는 원래 운동을 전혀 안 하는 사람인데. (웃음) 정말 사람이 안 하던 것까지 할 정도로 쉽지 않은 상황이었죠.
하지만 다행히 경영진들에게는 제 고민과 어려움을 다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대표님들은 경영진에게도 이런 얘기를 못 하시는데, 저는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지, 얼마나 힘든지 솔직하게 공유했습니다. 그분들이 뭘 해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힘이 됐어요. 또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분들과도 많이 얘기했고, 투자자분들과도 오히려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후의 기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 신뢰하며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었죠.
위기 상황에서는 사람이 단순해집니다. 그 위기를 뚫고 나가는 데는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가 정말 중요해요.
Q. 그 힘들었던 순간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결국은 사람에 대한 믿음과 기대였습니다. 크래프톤 웨이라는 책에 감명받은 구절이 있어요. “대표가 되고 리더가 되면 사람에 대해 실망할 일이 정말 많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기대를 잃는 순간 멋진 경영은 끝이다. 기적을 쓰는 것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투자 유치에 성공한 건 제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성장을 주도한 팀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었어요. 제가 아무리 코로나를 대비할 계획이 있다 한들, 구성원들이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으면 다 계획에서 멈췄을 거예요. 또 실행할 의지와 구성원이 있어도 자금이 없었으면,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으면 어려웠을텐데 투자자분들이 그 역할을 해주셨죠. 가족도 마찬가지예요. 가족이 안정되고 평화로웠기 때문에 전투 같은 사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제가 가장 듣기 좋은 칭찬은 “마이리얼트립엔 정말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 같아요”라는 말입니다. 그게 또 저에게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과거 실수를 통한 학습, 새로운 선택
Q. 지난 13년을 돌아보며, 가장 아쉬운 결정이 있다면요?
창업 초기에 앱 개발을 늦춘 것입니다. 큰 아쉬움이에요. 2012년은 모바일이 완전히 대중화된 시점이었어요. 저도 스마트폰을 쓰고 있었고, 모바일 스타트업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어요. 그런데 마이리얼트립 첫 앱이 나온 때가 2015년 12월, 거의 16년이에요. 창업하고 4년 동안 앱을 안 만든 거죠. 모바일 스타트업인데.
당시 제 생각은 이랬어요. “스마트폰으로 살 수 있는 건 만 원, 2만 원짜리 물건이다. 생수, 티셔츠 같은 것. 여행은 몇백만 원, 가족 여행이면 천만 원이 넘는데, 이걸 앱으로 산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 바보 같은 판단이었죠. 2015년에 마이리얼트립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경쟁사가 앱을 출시했는데, 그 회사는 저희가 3년 걸렸던 성과를 10개월 만에 따라잡았어요.
어떻게 보면 저는 모바일 시대에 사회 경험도 없이, 가장 젊고 모바일을 잘 쓰는 대학생 창업가이면서도 바보 같은 결정을 내렸던 거예요. 제 상상력이 정말 빈곤했구나 싶어요.
Q. 지금 또 새로운 빅웨이브가 오고 있습니다. AI 시대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계신가요?
모바일 시대의 실수를 교훈 삼아, AI 시대에는 한국의 어떤 사업가보다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ChatGPT가 출시된 직후부터 전사적으로 AI 도입을 추진했어요. 하지만 처음엔 쉽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은 답답하다는 피드백을 자주 했고, 좋은 기술이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어요.
그때 깨달은 게 있어요. 직원들에게 자꾸 써보라고 말하는 대신, 제가 제일 먼저 사용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거죠. 리더가 변화를 강요하면 직원들은 형식적으로만 따르거나 흥미로운 프로젝트에만 참여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조직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리더가 먼저 새로운 방식을 직접 실행하고 사례를 만들어 보여줘야 해요. 실제로 저는 3일 만에 제품을 개발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만들었어요. 5년간 코딩 경험이 없던 CTO가 AI를 활용해 제품을 런칭하는 성과도 나왔고요. 대표가 직접 제품 런칭에 참여하고 기술 투자에 솔선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조직 구성원들도 함께 따라오더라고요.
구체적인 AI 활용 사례도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디자이너 1명이 AI를 활용해 환불 불가 숙소를 다른 사용자에게 재판매할 수 있는 ‘리셀 마켓’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개발했어요. 고객의 여행 리스크를 줄여주는 서비스죠. 이런 아이디어들이 매일 쏟아져 나오는 건, 지난 1~2년간의 AI 학습과 경험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결과입니다.
Q. AI를 활용한 조직 운영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RPE(Revenue Per Employee) 지표를 활용해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매출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이상적인 조직은, 한 명이 iOS, 안드로이드, 마케팅, 디자인 등 전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하는 거예요. 고객 문제 해결이 비즈니스의 본질이니까요. 현재 조직이 부서별로 나뉘어 일하는 이유는 인간의 생산성 한계 때문인데, AI 기술이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나아가 요즘은 임팩트가 큰 고객의 문제를 해결한 구성원에게 제시할 수 있는 보상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매쉬업 포트폴리오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 패밀리데이에서 진행된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와의 Fireside Chat 현장
새로운 시작, Next Step을 준비하는 마이리얼트립
Q. 현재 IPO를 준비 중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계신가요?
IPO는 지속 가능한 회사로서 사회에 기여하고,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을 충족한다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입니다. 13년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회사가 훨씬 더 큰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저는 지금을 고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봐요.
투자자들은 초기 투자 시점부터 우상향의 수익률을 기대하며, 성장을 전제로 합니다. IPO 추진을 위해서는 경영자 본인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가 필수적이고, 이에 대한 확신이 매우 높아야 해요. 만약 현재 상황을 고점이라고 판단한다면 IPO를 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성장 기회를 실현하기 위해 IPO를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Q. AI 시대에 여행 산업은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요?
과거 여행 산업의 핵심 가치는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최근 AI 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경쟁 우위가 약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냉정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AI 시대에 앱과 플랫폼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 가능할까?
한 가지 긍정적인 전망은, AI의 발전으로 인간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근로 일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거예요. 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근로 시간이 감소하면 여가 시간이 증가하고, 그러면 여행 산업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거예요. 다만 플랫폼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마이리얼트립은 AI 기술이 여행 추천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프라인 자산을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해도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실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조언: 조급함을 경계하고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기
Q. 후배 창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은 모범생 사회라고 느껴요. 시리즈 A, B, C의 정형화된 플레이북에 얽매이는 경향이 있죠. 최근 뉴스에서 2~3년 만에 기업가치 1조 원을 달성하는 사례들이 나오곤 합니다. 분명 대단한 소식은 맞지만 이런 것들을 나의 목표나 벤치마크로 잡는 순간 정말 어려워진다고 생각해요. 창업자들이 성장 욕구도 강하고 승부욕도 강해서 그런 사례들을 벤치마크로 삼는데, 제가 본 현실은 좀 달라요.
경영이라는 건 시간이 정말 필요합니다. 좋은 회사, 좋은 팀이 되려면 절대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시간이 있어요. 특히 첫 창업이라면 더욱 그렇죠. 제가 늘 창업자 분들께 드리는 말씀은 “초조해하지 말고, 기본적으로 시간이 들어가는 판이라고 생각하세요. 하루하루 자체의 의미를 돌아보세요”입니다. ‘1조 짜리 회사가 되겠다’고만 생각하면 매일매일의 하루를 동기부여 시키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창업이라는 건 너무 힘든 행위니까 매일매일 동기부여가 필요해요.
그래서 너무 거대한 목표보다는, 이게 기본적으로 오래 걸리는 판임을 인식하고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사는 게 중요합니다. 초조해하는 대표님들이 많은 것 같아요. “나 벌써 2년이나 했는데 아무 성과가 없어요.” 13년을 하니까 이제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생긴 것 같습니다. (웃음) “이거 오래 걸려요. 그리고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해요.”
또, ‘창업자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스타일로 기업을 운영할 때 행복한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해요. 시드 단계와 시리즈 A 단계에서 확립한 리더십 스타일은 이후 성장 단계에서 여러 사정으로 인해 변경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초기 단계에서의 선택이 정말 중요해요. 기존 플레이북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판단과 직관을 우선시하세요. 매쉬업 패밀리와 같은 창업자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시도를 공유하는 문화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Q. 투자 유치 직후의 창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투자 유치를 했다는 건 자원이 풍부해졌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도 경험했던 과거의 실수가 ‘돈이 들어오면 모든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좋은 사람이 잘 안 뽑힌다’, ‘마케팅이 아쉽다’, ‘개발이 더 필요하다’ 같은 문제들이 있잖아요. 사실 이런 것들을 푸는 건 보통 돈하고 상관없거든요. 좋은 사람을 모시는 건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고, 돈이 없어도 정말 필사적으로 노력하면 좋은 분을 모실 수 있어요. 다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돈이 딱 들어오면, 갑자기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려는 방향으로만 생각이 흘러가요. 저도 빨리 천만 앱이 되고 싶은데 돈은 있으니까, 깊은 고민 없이 TV 광고부터 했거든요. 돈이 없었으면 엄청 고민했을텐데 말이죠. 성장이 정체됐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많은 분들이 ‘사람을 더 뽑아’, ‘마케팅 예산을 더 써’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성장이 정체된 이유는 사람이나 마케팅이 부족해서가 아닐 수도 있어요.
돈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성장의 본질적인 이유를 고민하지 않고 단순히 자금 투입으로 해결하려는 건 신중한 의사결정을 방해합니다.
이동건 대표의 지난 여정은 단순한 위기 극복 성공담이 아니라, 끈질긴 생존과 꾸준한 성장의 이야기입니다. ‘단단하게 오래가는 회사가 결국 살아남는다’는 이동건 대표의 조언처럼, 매쉬업벤처스도 험난하고 긴 여정에도 흔들리지 않을 방향성과 믿음을 가진 창업자를 찾고 있습니다.
창업자 출신의 파트너로 구성된 매쉬업벤처스는 창업자를 진심으로 이해하며, 창업자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함께 고민합니다. 매쉬업벤처스와 함께 하고 싶은 창업자 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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