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빌딩 #사업전략 #마인드셋
빨리 망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사람을 뽑으세요

12/16자 [신대리의 비즈니스 프롬프트 뉴스레터]에서 발행된 아티클입니다.

글로벌 혁신 기업가의 경영 인사이트와 함께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프롬프트를 매주 엄선해 들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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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실리콘밸리의 유령 ‘속도’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파괴하라(Move fast and break things).”

지난 10년간 실리콘밸리를 지배한 페이스북의 이 문장은
한국의 스타트업 씬까지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우리는 속도가 곧 생존이자 미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24살의 천재 개발자 K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명문대를 중퇴하고 창업 전선에 뛰어든 K는
“경쟁자가 나오기 전에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빛났고,
투자자들은 그에게서 ‘제2의 마크 저커버그’를 기대하며 시드 머니를 안겨주었습니다.

통장에 투자금이 찍힌 다음 날부터 K는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을 시작했습니다.
제품이 완성되기도 전에 고액 연봉의 영업 이사와 마케팅 본부장을 영입했습니다.
“지금 안 뽑으면 좋은 인재를 놓친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5명이었던 팀원은 순식간에 50명으로 불어났고,
화려한 강남 오피스는 열기로 가득 찼습니다.
겉보기엔 완벽한 로켓 성장의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1년 뒤, 로켓은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공중분해 되었습니다.
시장은 그들이 만든 제품에 반응하지 않았고,
이미 비대해진 조직은 방향을 틀 수 없었습니다.

불어난 고정비는 매달 회사의 숨통을 조여왔고,
K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직원들을 내보내는 것뿐이었습니다.

폐업 신고를 하던 날, K는 텅 빈 사무실에서 물었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더 빨리 달렸고 더 과감하게 투자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K의 실패는 개인의 무능이나 불운이 아닙니다.
우리가 맹신해온 ‘성공 방정식’ 자체가 틀렸기 때문입니다.

오늘 뉴스레터는 바로 그 잘못된 믿음을 데이터를 통해 파헤쳐 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두 가지 방대한 학술 연구를 통해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진짜 변수를 추적했습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이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왜 우리가 알고 있는 성공 공식이 사실은 ‘실패 공식’에 가까운지 알아보겠습니다.


1. 첫 번째 충격: ‘저커버그 신화’는 통계적 허구다

출처: 드라마 스타트업 中

우리는 미디어가 만든 환상 속에 살고 있습니다.
후드티를 입은 20대 대학 중퇴자가 
기숙사에서 코딩 몇 줄로 세상을 뒤집는 이야기 말입니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서른이 넘으면, 마흔이 넘으면 “이미 늦었다”고 자조합니다.

하지만 27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 상위 0.1% 초고속 성장 기업 창업가의 평균 연령: 45.0세
  • 성공적인 엑시트(IPO 또는 인수)를 한 창업가의 평균 연령: 46.7세

심지어 50세 창업가가 30세 창업가보다 
상위 0.1%의 대박 성장을 만들어낼 확률은 1.8배나 높습니다. 
반면, 20대 초반 창업가는 성공 확률이 가장 낮습니다.

도대체 왜 ‘아재’들이 이기는 걸까요?
연구진은 그 핵심 비결로 ’산업 경험(Industry Experience)’을 꼽습니다.

창업 아이템과 관련된 산업에서 3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창업가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성공 확률이 2배 이상(0.11% -> 0.26%) 뜁니다.

경험이 있다는 것은 단순히 업계 지식이 많다는 뜻이 아닙니다.
언제 엑셀을 밟고, 언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안다는 뜻입니다.
이 노련함의 부재가 젊은 창업가들을 다음 챕터의 지옥으로 밀어 넣습니다.


2. 두 번째 충격: 경험 없는 창업가는 불안해서 사람을 뽑는다

경험이 부족한 초기 창업가는 불안합니다.
“경쟁자가 내 아이디어를 베끼면 어쩌지?”라는 공포(Imitation Risk)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가장 쉬운 선택을 합니다.
바로 채용(Scaling)입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스케일링(Scaling)은 창업자가 직접 하던 일을 위임하기 위해
관리자(Manager)나 세일즈(Sales)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630만 건의 채용 공고를 분석한 데이터는 경고합니다.

  • 창업 후 12개월 이내에 관리자나 영업 인력을 채용해 조기 확장을 시도한 기업은 실패할 확률이 20~40% 더 높습니다.
  • 반면, 이렇게 일찍 스케일링을 했다고 해서 성공적인 엑시트(IPO)를 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플랫폼 스타트업의 경우 이 함정은 더 치명적입니다.
시장의 복잡성을 검증하기도 전에 섣불리 확장을 시도한 플랫폼 기업은
일반 기업보다 실패 확률이 3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경험 있는 창업가가 시장을 관망하며 가설을 검증할 때,
경험 없는 창업가는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 사람을 뽑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회사는 죽음의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3. 메커니즘 분석: 채용은 ‘결재가 끝난 품의서’와 같다

도대체 왜 일찍 사람을 뽑는 게 그토록 위험할까요?
연구진은 이를 헌신 위험(Commitment Risk)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의 조직 문화를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이 혼자 일할 때는 언제든 아이디어를 바꾸고(Pivot), 방향을 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업 전문가를 뽑고 영업팀을 만드는 순간 상황은 달라집니다.

조기 채용은 마치 ‘이미 결재 도장이 찍힌 대형 프로젝트 품의서’와 같습니다.

  1. 조직의 관성이 생깁니다: 영업팀을 뽑아놨는데 제품이 안 팔린다고 해봅시다. 제품을 바꾸려면 영업팀을 설득하거나, 최악의 경우 내보내야 합니다. 이는 엄청난 비용과 내부 정치를 유발합니다.
  2. 보고 체계가 족쇄가 됩니다: 관리자가 생기면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집니다. 빠른 실험과 실패가 필요한 시기에 ‘보고서’를 쓰느라 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
  3. 매몰 비용의 오류에 빠집니다: “우리가 인건비로 얼마를 썼는데...” 창업가는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잘못된 비즈니스 모델에 더 큰 자원을 쏟아붓게 됩니다.

경쟁자가 무서워서 빨리 덩치를 키웠는데,
막다른 길에 다다라서 그 덩치 때문에 방향을 틀 수 없어 벼랑으로 떨어지는 꼴인거죠.


4. 생존을 위한 유일한 탈출구: ‘채용’ 말고 ‘실험’하라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사람을 뽑아야 할까요? 정답은 명확합니다.
“확신이 들 때까지 채용을 미루고, 실험하십시오.”

데이터는 생존의 열쇠가 ‘A/B 테스트’와 같은 실험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A/B 테스트 도구 등을 활용해 시장의 반응을 집요하게 검증한 스타트업은,
설령 조기에 스케일링을 하더라도 실패 확률이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사람이 없어서 일을 못 한다”고 불평하시나요?
다음 비교표를 보고, 지금 당장 당신이 해야 할 ‘진짜 일’을 찾으십시오.

45세의 창업가가 성공하는 이유는 그들이 20대보다 돈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그들은 돌다리를 두드려보는 실험(프로토타이핑 등)이 
무작정 달리는 것보다 더 빠르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한 착각: 당신이 당장 버려야 할 3가지 오해

 

착각 1: 특허는 없는데 경쟁자는 많아요. 빨리 덩치를 키워 방어해야죠!

데이터는 당신의 직관을 배신합니다.
두 번째 연구에 따르면, 특허 유무나 경쟁자의 수(경쟁 강도)는 
조기 확장의 성패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경쟁자가 두려워 덩치를 키우는 것은,
오히려 눈에 잘 띄는 옷을 입는 것과 같습니다.

착각 2: “C-레벨 임원을 모셔와야 회사가 체계를 갖추죠.”

초기 스타트업에게 체계는 독입니다.
관리자(Manager) 채용은 당신이 실험을 멈추고 관리를 시작하겠다는 신호입니다.

PMF를 찾기 전까지, 창업자(팀)은 기획자이자 영업사원이자 CS 상담원이어야 합니다.

착각 3: “투자자(VC)들은 젊고 공격적인 창업가를 좋아해요.”

맞습니다. 첫 번째 연구에 따르면 VC들은 종종 젊은 창업가에게 베팅합니다.
하지만 통계 데이터는 VC의 선택이 틀렸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합니다.

VC의 투자가 당신의 성장을 돕기도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투자는 
당신을 조기 확장의 늪으로 밀어 넣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신대리의 인사이트 리포트: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오늘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뉴스레터 운영자로서 제 관점을 보탭니다.

우리는 ‘성장’이라는 단어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스타트업 관련 기사들은 “월간 성장률 200%”, “최단기간 유니콘 등극” 같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도배됩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같은 젊은 창업가가 조급해지지 않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수백만 건의 데이터가 말해주는 진실은 이것입니다.

“스타트업의 제1 목표는 성장이 아니라 ‘검증된 생존’이다.”

  • 4050 창업가에게: 당신의 경험은 낡은 것이 아니라, 실패를 피해 가는 가장 정확한 내비게이션입니다. 위축되지 마십시오. 통계적으로 당신의 전성기는 지금입니다.
  • 2030 창업가에게: ‘채용’으로 대표 놀이를 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열정을 사람 뽑는 데 쓰지 말고, ‘실험’으로 고객을 증명하는 데 쓰십시오.

 

나비가 되기 위해 서두르지 마십시오.
충분히 먹고, 충분히 웅크린 애벌레만이 가장 화려한 날개를 펼칠 수 있습니다.


결론: 성장이라는 마약에서 깨어나고, 생존을 증명하라

 

오늘 우리는 270만 명의 창업가 데이터630만 건의 채용 공고를 통해,
젊은 천재와 폭발적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얼마나 위험한 도박인지 확인했습니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생존의 법칙은 비정할 만큼 명확합니다.

  1. 첫째, 통계적 성공은 ‘패기’가 아니라 ‘연륜’의 편입니다. 50세 창업가는 30세 창업가보다 상위 0.1% 기업을 일굴 확률이 1.8배나 높습니다. 당신의 나이와 경력은 ‘고인물’의 증거가 아니라, 위기를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생존 본능의 총량입니다.
  2. 둘째, 준비 없는 확장은 ‘자살 행위’입니다. 제품이 검증되기도 전에 사람을 뽑아 ‘대표 놀이’를 시작하는 순간, 당신의 회사가 망할 확률은 20~40% 치솟습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씬은 ‘보여주기식 성장’에 미쳐 있습니다.
투자 유치 기사, 강남 사무실, 늘어나는 직원 수가 마치 성공의 척도인 양 포장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작고 날렵한 보트는 암초를 만나면 유연하게 방향을 틀어 살아남지만,
덩치만 비대하게 키운 유람선은 관성 때문에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침몰합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직을 키우는 것은,
배에 구멍이 났는데 돛만 더 크게 다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언론플레이용 ‘성장 지표’가 아니라,
다음 달 직원 월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현금 흐름’과 ‘충성 고객’입니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기업에게 투자로만 만든 무리한 ‘성장’은 축복이 아니라,
위기 앞에서 가장 먼저 무너질 모래성일 뿐입니다.

이 글을 닫기 전, 대표실 의자에 앉아 스스로에게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던지십시오.
뼈아픈 진실을 마주하는 것만이 당신을 살릴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던져볼 질문]

  • 채용의 진실: 지금 채용 공고를 올리려는 그 자리, 정말 매출이 폭발해서 일손이 부족한 겁니까? 아니면 우리 회사도 이만큼 컸어라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보여주기식입니까?
  • 검증의 냉혹함: 당신의 사업 계획은 지난주에 몇 번의 실험(A/B Test)으로 검증되었습니까? 혹시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뇌피셜과 주변에서 좋다고 하더라는 지인 찬스를 시장 반응으로 착각하고 있진 않습니까?
  • 경쟁력의 실체: 만약 경쟁사가 내일 당장 100억 원을 투자받아 당신과 똑같은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그래도 고객이 당신을 떠나지 않을 단 하나의 대체 불가능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없다면, 지금 당장 채용을 멈추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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