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프로덕트 #트렌드
TBPN 호스트, 그들은 누구인가

주 5일 하루 3시간 라이브쇼가 가능한 이유

 

실리콘밸리의 가장 ‘힙’한 라이브쇼

2024년 가을 시작된 TBPN은 실리콘밸리 테크 업계에서 급부상한 신생 미디어입니다. 두 명의 실리콘밸리 창업가 출신 호스트 존 쿠건(John Coogan)과 조르디 헤이스(Jordi Hays)가 진행하는 라이브 쇼인 TBPN은 주 5일 매일 3시간씩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테크 산업과 비즈니스에 관한 뉴스 전반의 이슈들을 다룹니다.

처음에는 두 공동 호스트의 가벼운 대화 및 뉴스 리뷰 및 코멘터리로 시작한 이 쇼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실리콘밸리가 가장 ‘힙’하다고 느끼는 테크 업계의 Meet the Press로 성장했습니다. X(트위터), 유튜브 등 주요 플랫폼에서 수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고, 2025년에는 약 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될 만큼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How 'TBPN' Became Silicon Valley's Newest Obsession - The New York Times
TBPN 공동 호스트 조르디 헤이즈 (왼쪽) 그리고 존 쿠건 (image credit: NYTimes)

TBPN의 형식은 라이브 스트리밍과 팟캐스트의 결합입니다. 매일의 테크 뉴스를 스포츠 중계처럼 생동감 있게 다루는 것이 특징으로, 두 호스트가 주요 뉴스를 자유롭게 분석하고 다수의 인터뷰 코너를 통해 기술 업계의 유명 창업자와 투자자들을 연이어 출연시키며 그날 그날의 이슈를 전합니다.

특히 AI 인재 영입전을 다룰 때는 연구자들을 선수 트레이드 카드로 묘사하는 그래픽을 공유하고, 업계 동향을 ESPN 스포츠센터 식으로 해설해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런 엔터테인먼트화된 기술 뉴스 포맷 덕분에 TBPN은 단기간에 실리콘밸리 투자자들과 창업자들의 “알고리즘” 상단을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프로그램 초기부터 마크 안데르센(a16z), 알렉스 카프(팔란티어 CEO), 알렉시스 오해니언(레딧 공동창업자) 등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출연하며 힘을 실었고, 최근에는 마크 저커버그와 사티야 나델리까지 게스트로 나서며 설립 1년 만에 CNBC나 블룸버그에 준하는 영향력을 확보했다는 평가입니다.

TBPN's Video on X
TBPN에 출연한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 (왼쪽)

이제 TBPN은 “실리콘밸리의 최고 영향력 토크쇼”로 불리며, 테크 업계 관계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거나 소식을 전하려 할 때는 TBPN을 최우선 선택지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혜성같이 나타난 공동 호스트 존 쿠건과 조르디 헤이즈는 실리콘밸리 인사이더들에게도 다소 낯선 인물들이죠. 과연 이들은 어떤 경력을 거쳐 TBPN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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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쿠건(John Coogan) – 실리콘밸리 연쇄창업자의 미디어 도전

 

TBPN의 공동 진행자 존 쿠건(36세)은 이미 실리콘밸리에서 두 차례 창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연쇄창업자입니다. 2013년 대체 식품회사 “소일렌트(Soylent)”를 공동 창업해, 편리하고 영양가 높은 식사 대용 쉐이크로 주목을 받습니다. 소일렌트로 성공을 거둔 후 그는 다시 루시 (Lucy Nicotine)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하여 무담배 니코틴 껌 등 담배 대체제를 선보이는 등 실리콘밸리에서도 비주류로 불리는 F&B 분야에서 ‘기존의 통념을 깨는’ 제품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패턴을 학습합니다.

Soylent
소일렌트 창업 시절 존 쿠건 (맨 오른쪽)

 

이러한 창업 경력으로 업계에 이름을 알린 쿠건은 두 번째 회사를 정리한 후 피터틸이 이끄는 파운더스펀드에 EIR (Entrepreneur-In-Residence, 사내 창업자)로 합류하게 됩니다. 과거 소일렌트 시절 투자 유치를 위해 피터 틸을 비롯한 파운더스펀드 파트너들에게 피치를 한 인연이 있었고, 펀드 주최 컨퍼런스 연사로도 참석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쌓아둔 것이 계기가 되었죠. 마침 파운더스펀드 측에서 영상 미디어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고 있었고, 팬데믹 기간 중 취미 삼아 시작했던 쿠건의 테크 뉴스 유튜브 채널이 눈에 띄면서 이 경험을 살릴 역할로 EIR 제안을 받은 것이죠.

쿠건은 2023년 중반 파운더스펀드에 합류하여 펀드의 포트폴리오 기업들, 특히 앤두릴, 스페이스X 등 국방기술 분야 스타트업에 관한 브랜디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펀드의 스토리를 전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콘텐츠 역량을 더욱 발전시켜 장기적으로 어떤 사업을 할지 모색하는 기회로 삼았다고 밝힙니다.

2024년 말 즈음 쿠건은 오랜 친구이자 후배 창업자인 조르디 헤이스와 함께 “테크 업계에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줄 라이브 쇼를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했고, 결국 파운더스펀드의 지원과 자신의 콘텐츠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TBPN을 론칭하게 됩니다.

테크 업계엔 팟캐스트가 차고 넘치지만, 정작 라이브로 매일 돌아가는 뉴스쇼는 없다.

쿠건은 스타트업을 일구던 집요함과 실행력을 미디어 사업에도 적용하여, 불과 첫 에피소드 공개 두 달만에 주 3회 업로드로 증편했고 이듬해 1월부터는 주 5일 라이브 방송 체제를 구축하는 추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조르디 헤이스(Jordi Hays) – Party Round 창업자에서 미디어 스타로

 

TBPN의 또 다른 얼굴인 조르디 헤이스(29세) 역시 실리콘밸리에서 잔뼈가 굵은 젊은 창업자 겸 투자자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나고 자라 대학 재학 중부터 창업에 몰두한 그는 UC 산타바버라 시절 “브랜디드 네이티브(Branded Native)”라는 유튜브 광고 네트워크 사업을 시작해 수십억 원 대의 수익을 내는 흑자 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20대 중반에 브랜디드 네이티브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조르디는 2021년 아내 사라 체이스와 함께 파티 라운드(Party Round)라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공동창업하며 다시 한번 주목을 받습니다.

2021년 7월 파티라운드 $7Mn 펀딩 기사

 

파티라운드는 스타트업들이 투자금을 조달 받을 때 필요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SAFE 기반 소액 투자 유치를 자동화해주는 플랫폼으로, 일종의 “창업자 친화적 펀딩 플랫폼”을 표방했습니다. 뛰어난 바이럴 마케팅 전략 덕분에 출시 초기부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7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단번에 유치하는 등 화제를 모았죠. 특히 알렉시스 오해니언의 776 펀드, a16z 파트너 등 실리콘밸리 유명 투자자 다수가 초기 투자자로 참여하며 유명세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Jordi Hays: Co-Founder & CEO of Capital (formerly Party Round) and Tech  Media Host
파티라운드 창업 당시부터 토크쇼 ‘호스트’에 관심이 많았던 조르디 헤이스

 

하지만 팬데믹 당시 광풍과도 같았던 초기 투자 붐이 사그라들자 회사는 2022년 “캐피탈(Capital)”이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하여 스타트업을 위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피벗하였습니다. 그리고 2023년 8월 회사를 동종업계 경쟁사였던 비즈니스 뱅킹 플랫폼 “Rho”에 매각하며 엑싯에 성공합니다. 이후에는 엔젤 투자와 스타트업 스튜디오 형태로 여러 신생 기업의 출범을 도우며 투자자 겸 연쇄 창업가로 활약하다가 2024년 11월 존 쿠건과 함께 TBPN을 시작하게 됩니다.

조르디는 TBPN에서 실행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초기 사업 측면에서 광고주 확보 및 비전 수립을 주도했고, 거금을 들여서 TBPN.com 도메인 구매를 밀어붙인 것도 조르디였습니다. 실제로 TBPN 출범 초창기부터 램프, 에잇슬립 등 유명 스타트업들을 초기 스폰서로 확보하고, 뉴욕증권거래소 IPO 현장이나 워싱턴 DC 정책 행사에 라이브 출장 방송을 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간 데에는 헤이스의 추진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타트업 마인드로 본 TBPN의 전략

TBPN의 행보를 보면 두 호스트가 미디어를 하나의 스타트업처럼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초기에 “테크+비즈니스 미디어 분야의 화이트 스페이스(white space)”를 발견하고, 과감한 실행으로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극단적 전략을 펼쳤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TBPN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되어 일종의 차별적 우위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의도적으로 찾은 ‘미디어 공백 지대’

쿠건과 헤이스는 TBPN을 시작하며 기존 테크 미디어 포맷의 한계를 정면돌파하고자 했습니다. 성공한 창업자나 투자자가 주 1회 정도 여가로 진행하는 팟캐스트, 특히 이른바 “조 로건” 스타일로 알려진 1:1 인터뷰가 이미 널린 상황에서, 그와 아예 반대 방향으로 승부하기로 한 것입니다.

테크 업계나 벤처캐피탈 관련 팟캐스트들은 호스트들이 부업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어 보였습니다. 풀타임으로 매일 3시간씩 라이브 방송을 하는 것만으로도 차별점이 될 수 있다고 봤죠.

그 결과 TBPN은 “미디어가 주업”인 팀이 매일 쏟아내는 시의성 높은 콘텐츠를 선보이며 기존 팟캐스트들과 완전히 다른 궤적을 걷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전방위 몰입 전략 덕분에 TBPN은 짧은 시간에 콘텐츠 볼륨과 다양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었고, 청중들은 더 이상 일주일을 기다릴 필요 없이 실시간으로 업계 뉴스를 소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벨(barbell) 전략 – 두 극단은 성공한다

존 쿠건은 스스로를 ‘바벨 전략’의 신봉자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TBPN을 일컬어 유명 팟캐스트인 Acquired의 가장 반대되는 극단에 존재하는 미디어라고 표현합니다.

How Acquired became a top business podcast
또다른 ‘테크 브로’ 팟캐스트로 유명한 액콰이어드 (Acquired)의 두 호스트

 

Acquired: 많아도 한 달에 한 번,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깊이 있는 기업 분석, 4시간이 넘는 팟캐스트 분량

TBPN: 주 5일 하루 3시간씩 라이브 방송, 매일 이슈 및 펀딩 뉴스 등 테크+비즈니스 산업 흐름에 대한 코멘터리와 당사자 인터뷰 중심

또한 콘텐츠 포맷 면에서도 한쪽 끝에서는 짧은 하이라이트 클립(쇼츠 영상, 밈 이미지 등)을 쏟아내고 다른 한쪽 끝에서는 풀 영상 및 팟캐스트로 길고 꾸준히 소비하게 하는 양극화 전략을 취합니다. 헤이스는 이를 두고 “우리는 매일 등장해야 가치가 생기는 뉴스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정의합니다.

A Tech Show Bring Sports-Style Insights to the AI Talent Wars - Business  Insider
현장 생중계까지 마다하지 않는 TBPN의 스트리밍 전략

실제로 두 사람은 매일 방송 후 자체 피드백 회의를 통해 “어떤 섹션을 개선할지, 어떤 뉴스를 더 준비해야 했는지” 등을 점검하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고빈도 실험과 개선을 통해 1년 만에 방송의 완성도를 꾸준히 높여왔고, 이제는 웬만한 케이블 뉴스 못지않은 프로 수준의 진행과 형식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TBPN 모델은 복제 가능한가

물론 이러한 모델이 미국 실리콘밸리라는 특수 환경 덕분에 가능했다는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TBPN 호스트들은 스스로 매일 방송을 시작할 때 “The Temple of Technology, The Fortress of Finance, The Capital of Capital (테크의 사원, 금융의 요새, 자본의 수도)”에서 생중계되는 뉴스쇼라고 우렁차게 소개하는데, 이는 곧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라는 방대한 뉴스풀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About - TBPN
TBPN의 스폰서 리스트

TBPN의 포맷은 이처럼 풍부한 뉴스거리와 열광적인 청중이 있는 생태계 위에서라야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테크 업계의 활동량이 적은 지역이나 시장에서는 TBPN식 모델이 통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TBPN의 성공은 환경을 정확히 읽은 스타트업적 통찰과 극단을 실행에 옮긴 담력이 맞아떨어진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TBPN은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테크 뉴스를 소비하게 함으로써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창업자 출신 호스트들의 내공과 네트워크, 그리고 스타트업처럼 민첩하고 대담한 실행력이 어우러져 이제는 실리콘밸리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앞으로 TBPN이 어떤 진화를 거쳐갈지, 그리고 이 모델이 다른 분야나 지역에도 확산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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