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알렉스입니다.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의 저서 <Zero to One>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해 번역했습니다.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아, 그리고 뉴스레터를 만들었습니다.
실리콘밸리 대가들의 에세이와 인터뷰를 번역한 글을 매주 수요일 저녁에 받아보실 수 있어요 :)
한 가지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쓸모 있는" 글만을 보내드린다는 것이에요.
어떤 경우에도 읽는 분들의 "시간을 빼앗는" 글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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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 질문>
저는 누군가를 채용하기 위해 면접을 볼 때면, 항상 이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진실 중, 이에 동의하는 사람이 극히 드문 것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은 명료하게 들려서 쉬울 것 같지만, 사실 대답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학교 교육을 통해 모두가 배우는 지식은, 이미 보편적으로 동의가 이루어진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답변자는 심리적으로도 고통스럽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대중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그 내용을 소신 있게 밝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통찰력은 희귀하지만, 천재성보다 더 부족한 것이 바로 용기입니다.
대부분의 면접에서 제가 듣는 흔한 답변들은 이렇습니다.
* 우리 교육 시스템은 문제가 많으니 시급히 개혁해야 합니다.
* 미국은 특별한 나라입니다.
* 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들은 좋은 답변이 아닙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주장은 사실일지 몰라도, 이미 이에 동의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입니다. 세 번째 주장은 그저 익숙한 논쟁에서 한쪽 편을 선택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훌륭한 답변은 다음의 형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X라고 믿지만, 진짜 진실은 X의 정반대입니다."
이러한 역발상적 질문이 미래와 대체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미래는 단순히 '아직 오지 않은 모든 순간'의 집합일 뿐입니다. 하지만 미래를 중요하게 만드는 본질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세상이 현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띠게 될 시간이라는 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 우리 사회가 앞으로 100년 동안 아무런 변화를 겪지 않는다면, 미래는 100년도 더 후에나 올 것입니다. 반대로, 다음 10년 안에 상황이 급격히 바뀐다면, 미래는 이미 코앞에 다가와 있는 것입니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두 가지는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미래는 지금과 다를 것이며, 반드시 현재의 세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역발상 질문에 대한 대부분의 대답은 현재를 이해하는 다양한 방식에 머무르지만, 진정으로 좋은 답변은 우리가 미래를 엿보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미래를 논할 때, 바라는건 발전하는 미래입니다. 이 발전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첫째, 수평적 또는 외연적 발전은 이미 효과가 입증된 것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입니다. 1에서 n으로 나아가는 방식이죠. 이는 이미 그 모습을 알고 있기에 상상하기 쉽습니다. 둘째, 수직적 또는 내포적 발전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0에서 1로 나아가는 방식입니다. 이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하므로 훨씬 더 어렵습니다. 만약 타자기 한 대를 가지고 100대를 더 만든다면, 그것은 수평적 발전입니다. 타자기를 가지고 워드 프로세서를 개발해낸다면, 바로 그것이 수직적 발전입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수평적 발전을 단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계화입니다. 이는 어딘가에서 성공한 방식을 전 세계에 퍼뜨려 적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중국은 세계화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중국의 20년 계획은 오늘날의 미국처럼 되는 것입니다. 그들은 선진국에서 효과를 보았던 모든 것을 거리낌 없이 모방해 왔습니다. 19세기 철도, 20세기 에어컨, 심지어 도시 전체를 복제했습니다. 유선 전화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무선 통신으로 가는 것처럼 일부 과정을 생략할 수는 있지만, 그들의 행보는 여전히 모방에 기반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수직적이며 0에서 1로 나아가는 발전을 나타내는 단어는 기술입니다. 최근 수십 년간 정보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실리콘 밸리는 보편적인 "기술"의 상징적인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컴퓨터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습니다.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무언가를 하는 새롭고 더 나은 방법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화와 기술은 서로 다른 발전 방식이기에, 이 둘이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고, 하나만 혹은 둘 다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815년부터 1914년까지는 기술 발전과 세계화가 모두 빠르게 이루어진 시기였습니다. 1차 세계 대전부터 1971년 키신저의 중국 방문을 통한 관계 재개까지는 기술 발전은 활발했으나 세계화는 미미했습니다. 그리고 1971년 이후에는 급속한 세계화와 함께 (주로 IT 분야에 국한된) 제한적인 기술 발전만을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세계화의 시대는 앞으로 수십 년간 더 많은 수렴과 획일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쉽게 예측하게 만듭니다. 심지어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조차 일종의 기술적 역사의 종말을 시사합니다. 세계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구분하는 것은, 선진국은 이미 달성 가능한 모든 것을 이루었고, 가난한 나라들은 그저 선진국을 따라잡기만 하면 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시각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역발상 질문에 대해 스스로 내린 답변은 이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세계의 미래가 세계화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실은 기술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기술적인 변화가 없다면, 중국이 향후 20년간 에너지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경우, 대기 오염도 두 배로 늘어날 것입니다. 인도의 수억 가구가 오늘날 미국인이 누리는 생활방식대로, 현재의 도구들만을 사용하며 살게 된다면, 그 결과는 환경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입니다. 부를 창출하는 낡은 방식을 전 세계에 확산하는 것은 풍요가 아닌 파멸을 초래할 뿐입니다. 자원이 한정된 세상에서, 새로운 기술 없는 세계화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은 대개 새로운 벤처, 즉 스타트업에서 탄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규모 조직에서는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가 어렵고, 혼자서는 아예 불가능합니다. 관료적인 계층 구조는 느리게 움직이며, 기존의 기득권은 위험을 회피하려 합니다. 다른 극단으로, 한 명의 고독한 천재는 걸작 예술이나 문학을 만들 수는 있지만, 산업 전체를 창조할 수는 없습니다. 스타트업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하지만, 실제로 그 일을 해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작은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운영됩니다.
긍정적으로 정의하자면, 스타트업이란 '다른 미래를 건설할 계획'에 당신이 동참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가장 큰 집단입니다. 새로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새로운 사고방식입니다. 민첩함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작은 규모 덕분에 깊이 있는 사고를 할 공간이 확보된다는 점입니다. 즉, 기존의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즈니스를 완전히 밑바닥부터 다시 생각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