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픽하이는 2001년에 결성되었고 2003년에 데뷔했다. 20년 넘게 이어진 그들의 관계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찐친'에 가깝다.
2. 영상에서 거침없이 나오는 비속어와 서로 투닥거리는 모습은 그들의 관계가 연출이 아닌 검증된 진짜 우정임을 보여준다.
3. 시청자들은 TV나 광고에서 봐왔던 '연출된 관계'가 아닌 '날것 그대로의 찐친 케미'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4. 이는 인지적 피로감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연출된 관계는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피로감을 유발한다. 늘 '가면'이나 '광고성 의도'를 의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5. 반면 에픽하이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은 숨겨진 의도를 찾을 필요 없는 안전지대를 제공한다. 최근 전지현-홍진경-장영란-이지혜 영상에서 "콘셉트가 과하다"는 반응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6. 이는 유튜브에서 '브이로그(Vlog)' 카테고리가 탄생한 이유와도 연결된다. 브이로그의 핵심은 '1인칭 시점'이다.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같은 3인칭 관찰이 아닌, 시청자와 1:1로 대화하는 듯한 친밀감을 제공하며 'WithMe(함께해요)' 콘텐츠로 진화했다.
7. 유튜버와 함께 출근 준비를 하는 '겟 레디 위드 미(Get Ready With Me)'는 2019년 구글 코리아가 대표 콘텐츠로 꼽았으며, 1인 가구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역할을 한다.
8. 트렌드모니터 2020년 조사에 따르면, 브이로그 시청 이유의 38.8%가 "인간관계의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어서"였다. 브이로그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사회적 결핍을 채워주는 '돌봄 콘텐츠' 역할을 하고 있다.
9. 그래서 '아가리어터(46만)' 같은 찐친 브이로그뿐 아니라 엄마와의 데이트, 육아 일상처럼 가족의 화목한 모습을 담은 콘텐츠도 인기를 끈다.
10.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는 외로움을 불안과 우울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고, <유 퀴즈>에 출연한 서울대 김수영 교수는 "고소득 1인 가구일수록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고 밝혔다.
11. 여러 연구에서 경제적 부유함은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행복에 영향을 주지 못하며, 결국 '관계'가 행복의 핵심이라고 한다. 1인 가구 증가로 '관계적 허기'를 채워주는 콘텐츠가 유행하는 이유다.
12. 20년 넘은 우정이지만 여전히 친구처럼 욕도 하고 투닥거리는 에픽하이 채널이 빠르게 100만을 돌파하고 현재 134만 구독자를 확보한 배경이다.
13. 여성 듀오 '다비치'도 마찬가지다. 강민경 브이로그에 이해리가 자주 출연해 20년 우정의 티키타카를 보여주고, 에픽하이와 다비치의 '찐친 테스트' 영상은 165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14. 카더가든, 넉살, 오존의 콘텐츠도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한다. 누군가는 '조롱'이라 하지만, 이들 콘텐츠의 핵심 역시 날것 ‘기반의 찐친 케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