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어떻게 해야 대체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전직 작가였던 저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실리콘밸리로 30일간 떠났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영어도 못 하던 제가 만난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며 깨달은 것들을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담낭이 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연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마치고 삼성전자에 근무하다 미국 샌디에고를 거쳐 현재는 실리콘 밸리의 AMD에서 시니어 스태프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습니다.
- 한국으로 치면 과장에서 부장 넘어가는 직책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느낀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유튜브와 커뮤니티를 운영 중입니다.
실리콘 밸리에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한국 삼성전자에 있을 때는 박사학위도 받았고, 좋은 회사에 입사도 했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으니 "내 인생은 이렇게 정해졌구나" 싶었어요. 미래가 딱 보이니까 그렇게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팀 이동을 한다 해도 큰 변화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실리콘 밸리에 와서 이직도 해보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여기는 꿈에 그리던 빅테크 회사들도 많고, 언제든 내 몸값에 따라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어요. 제 분야만 해도 한국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세부적으로 갈 수 있는 곳들이 정말 많습니다.
또한 저는 퀄컴에서 AMD로 올 때 직급을 두 단계나 올려서 왔어요. 한국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죠. 그리고 매년 내 커리어를 어떻게 더 발전시킬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내 삶이 액티브하게 흘러가는 느낌이에요.
실리콘 밸리에서는 왜 이런 일이 가능한가요?
여기서는 6개월에서 1년마다 내 커리어를 계속 갈고 닦지 않으면 언제든지 잘릴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습니다. 반면에 조금만 더 잘 쌓으면 더 좋은 오퍼, 더 좋은 직급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죠.
한국에서는 하이닉스든 삼성이든 연봉이 비슷한데, 여기는 회사마다 천차만별이에요. 그리고 뉴스에 나오는 제품들에 내가 실제로 참여했다는 것도 뿌듯하고요. 리사 수(AMD CEO)를 직접 만나는 것도 엔지니어로서는 아이돌 만난 것 같은 느낌이죠.
출처 : 담낭이님 링크드인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레이오프(정리해고)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AI로 인해 신입사원 채용도 줄어드는 추세인데, 반도체 업계는 어떤가요?
반도체 업계도 비슷하지만, 조금 결이 다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지만, 반도체는 아직 AI를 전면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어서 자유롭게 데이터를 쓸 수 있지만, 반도체 설계 코드(RTL, Verilog 같은)는 각 회사의 IP이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만 학습시킬 수 있거든요. 그래서 발전 속도가 소프트웨어 대비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반도체 업계에서 AI를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엔비디아 같은 경우는 채용 공고에 "AI 에이전트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자격요건으로 들어가 있어요. 실제 면접에서도 단순히 "ChatGPT 써봤어요"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 프롬프팅하고 실제로 활용했는지 사례를 물어봅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보안 때문에 AI 사용을 꺼리지만 이제는 회사 내부용 AI 솔루션을 만들고 있어요. AMD도 엔비디아도 마찬가지죠.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같은 모델을 가져와서 회사 내에서 쓸 수 있게 커스터마이징하고 있습니다.
실제 현업에서 저희 부서는 데이터 전처리 작업을 AI로 처리하면서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했습니다. 예전에는 빅데이터 분석 전에 데이터 포맷 바꾸고 정리하는 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했는데, 이제는 회사 내 LLM(대규모 언어 모델)으로 다 처리합니다.
엔비디아의 Senior AI Engineer, Agents and Developer Workflows 직무 요건
AI 때문에 반도체 업계 채용이 줄어들고 있나요?
아직은 미미합니다. 2~3년 전이면 데이터 전처리하는 인턴을 뽑았을 텐데 이제는 AI로 되니까 안 뽑는 정도의 영향이에요. 하지만 일의 형태나 방향성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EDA(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올해 계속 발표했어요. 설계를 AI가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요. 구글도 작년에 칩 라우팅을 AI로 했다고 발표했고요. 2~3년 후에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이것 때문에 대량 해고가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요즘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걱정하는 내용은 내가 준비한 게 AI로 대체 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하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I가 모든 걸 다 한다고 해서 안 배워도 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내가 Verilog 문법이나 하드웨어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아야, AI가 만든 코드가 맞는지 틀린지 판단해서 쓸 수 있잖아요. 기본 지식은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오히려 AI를 통해서 학습을 더 빠르게 할 수 있어요. 제가 박사 때만 해도 논문 찾고 검색하고 분석하는 게 다 일이었거든요. 이제는 딸깍하면 되니까 학습을 훨씬 빨리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니어에게 요구되는 역량 자체가 높아지는 건가요?
그렇죠. 또 주니어에게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회사에 온보딩할 수 있는지. 즉, 내가 새로운 분야를 습득할 수 있는지 능력입니다. 회사는 그걸 제일 먼저 봐요.
예를 들어, 문과 친구를 데려와서 전기전자 엔지니어 일을 시킬 때 걸리는 시간과, 전기전자 학생을 데려왔을 때 걸리는 시간은 다르잖아요. 그 정도의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 얼마나 빨리 적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다른 분야 학생이더라도 AI를 활용해서 빠르게 백그라운드를 이해할 수 있다면 오히려 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어요.
모르는 분야에 AI를 활용해서 빠르게 적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결국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전기전자 물리도, 전자회로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기본은 알아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어요.
어떤 분야를 하고 싶으면, 그 분야가 어떤 식으로 공부되고 어떤 갈래가 있는지 하나하나 알아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공채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씀 해주셨는데요. 왜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이제는 막연하게 "좋은 대학, 좋은 학과, 좋은 대학" 기존의 성공 공식만을 따라가서는 안 됩니다.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지, 하다못해 창업을 한다 해도 내가 뭘 어떻게 할지가 구체화되어 있지 않으면 취업이 점점 더 어려워질 거예요.
한국도 공채가 없어질 것입니다. 점점 미국처럼 바뀌는 것이죠. 대규모로 뽑아서 교육시키는 시간낭비, 돈낭비를 안 하게 될 거예요. 미국은 무조건 인턴을 해봐야 정규직 오퍼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학교 다닐 때부터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할지 세부적으로 알아두고, 거기서 일하기 위해 어떤 지식이 필요한지 미리 알아둬야 합니다. AI 툴로 빠르게 학습할 수 있지만, 그 전제는 내가 뭘 배워야 하는지 아는 거예요.
*사라지는 공채 내용
그렇다면 전공 공부 외에 해당 직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현직자들과 먼저 이야기해보는 게 가장 좋습니다. 반도체에서 무슨 분야가 있는지, 어디를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고 많은 학생들이 얘기해요.
일단 반도체가 설계부터 테스트, 검증까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전 과정을 쭉 훑어보고, 각 과정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야죠. ChatGPT가 이런 것도 다 알려주거든요.
그중에서 내가 관심 있는 부분을 골라서 현직자들과 이야기하면서 선택을 미리 할 수 있어요. "일단 삼성 들어가서 3년 후에 생각해야지"가 아니라, 지금 생각해야 합니다. 3년 후에도 똑같은 고민만 하고 있을 거예요.
미국에서는 취업을 위해 네트워킹과 레퍼럴이 필수라고 들었는데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네 맞습니다. 네트워킹과 레퍼럴은 필수입니다.
제가 항상 느끼는 게, 한 달에 많을 때 인도 친구들한테 다섯 개, 열 개씩 링크드인으로 연락이 와요. 다짜고짜 "나는 이런 사람이고, 어디서 인턴했고, 너희 팀에서 혹시 레퍼럴 있니? 없어도 내 레주메 갖고 있다가 인터널 기회 있을 때 해줄 수 있니?" 이렇게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보냅니다.
근데 한국 사람들한테는 거의 그런 연락을 못 받아요. 받더라도 "아... 죄송한데 혹시 가능할까요?" 이런 식이에요.
그렇게 얘기하지 말고 비즈니스처럼 자신감 있게, 확실하게 자기가 뭘 하는지 어필하면서 접근해야 합니다. 네트워킹과 레퍼럴이 이제 90~95% 이상 필요한 시대가 됐어요. 한국도 공채가 사라지면 결국 그렇게 될 겁니다.
레퍼럴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본인에게 어필할 무기가 있어야 합니다. 아무것도 없는데 갑자기 해달라고 하면 할 수가 없죠.
인도 학생들 보면 달라요. 대학교 3~4학년인데 벌써 "나는 앞으로 커리어를 이렇게 쌓아가려고 이런 수업 듣고, 이런 인턴 하고, 이런 현업 경험을 했다"는 게 명확하게 보여요.
예를 들어, 내가 구글에 가고 싶으면 구글의 아무한테나 연락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는 분야의 사람을 찾아서 접근해야죠. 그러려면 대학교 때부터 본인만의 방향을 생각하고 관련된 걸 쌓아야 합니다.
AI 시대에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책임을 지는 겁니다. 이게 가장 큰 차이예요.
제가 하는 일이 불량 분석인데, 수백만 가지 케이스 중에서 진짜 불량을 결정해서 파운드리(TSMC 같은 곳)에 보내요. AI도 자동으로 할 수 있겠죠. 근데 그걸 과연 우리가 믿고 보낼 수 있나요?
한번 잘못 보내면 몇만 달러씩 손해가 나는데, 그 책임은 결국 사람이 져야 합니다. 아무리 AI가 분석을 잘한다고 해도, 회사에서 어떤 문제를 정의하고 그걸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계속 남을 수밖에 없어요.
의사결정을 잘 내리고 그걸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교체하기 어렵습니다. 이게 핵심이에요.
출처 namsee
그래서 주니어 채용이 줄어든 건가요? 의사결정과 책임을 질 수 있는 역할을 주니어가 하기는 어려우니까요.
네 맞습니다. 책임을 지지 않는 일들은 주니어들이 했는데, 이제 AI가 대체를 하게 되어 주니어 채용이 많이 줄었어요. 반면 시니어 채용은 비슷합니다.
다른 시니어 매니저분들도 "우리는 빨리 자리를 잡아서 다행이다. 요새 친구들이 더 힘들다"고 얘기해요. 지금 경험을 빨리 쌓지 않으면 나중에 기회가 더 없겠구나 하는 위기의식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도체 업계에서 어떤 분야가 앞으로 주목받을까요?
베리피케이션(검증) 엔지니어를 정말 많이 뽑을 것 같아요.
새로 설계된 회로가 정말로 잘 동작하는지 검증하는 일이에요. 만들어주는 건 AI가 잘하니까, 이게 정말 우리 스펙대로 잘 만들어졌는지 책임지고 검증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더 필요한 거죠.
엔비디아 채용공고 보면 베리피케이션 쪽을 정말 많이 뽑더라고요. AI가 됐습니다라고 해도, 실제 실리콘으로 구웠을 때 진짜인지 책임지고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은 필요하니까요.
물론 기술이 더 발전해서 의심의 여지 없이 100%가 된다면 그 수요마저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쉽게 그날이 오진 않을 것 같아요. 특히 비용이 많이 들거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거나,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은 더욱 그렇죠.
AI 시대에 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요?
일단 해보는 겁니다. 이게 AI와 꼭 국한된 얘기는 아니지만, 정말 중요해요.
해도 최악의 상황이 되더라도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왜냐면 해보지 않으면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르니까요.
제일 최악의 케이스가 뭐예요? 안 돼 아니면 거절당하는 거잖아요. 내가 손해 볼 일도 없고요.
일단 무조건 해보는 거, 그게 정말 중요합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처음으로 링크드인에서 낯선 사람한테 메시지를 보냈어요. 엔비디아 다니는 분한테요. 뭐라고 보냈냐면... "Hi, my name is 담낭이. Nice to meet you. I'm a DFT engineer." 그리고 끝.
누가 대답하겠어요? 무시당했죠. 그 정도로 몰랐어요. 어떻게 하는지도.
근데 그렇게 한 번, 두 번 하다 보니까 알게 됐어요. 나중에는 구글 다니는 분한테 제대로 메시지를 보냈더니 "알겠어, 내부 레주메 줘봐"라고 답장이 오더라고요.
헬로 하이 하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이제 어떻게 보내는지 아는 거죠. 시행착오는 해봐야 줄어듭니다.
그래도 AI시대 AI를 활용해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물론이죠. AI한테 워크플로우를 물어보는 방법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요.
또한 내가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을 때, AI한테 조사를 시키면 나랑 비슷하게 일하는 사람을 추천해줘요. 그 사람한테 레퍼럴을 보내면 확률이 높아지죠.
저는 일단 AI한테 한번 물어보고, 그걸 관련 전문가한테 한번 확인해요. "내가 이런 워크플로우를 고려하고 있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한 번 짚어줄 수 있니?" 이렇게 마랗면 더 답변으로 돌아오더라고요. 하지만 가장 좋은 건 대가리 박으면서 직접 해보는 겁니다. 답지를 보고 해보는 게 아니라, 해봐야 내 걸로 습득되니까요.
만약 지금 다시 신입사원으로 돌아가서 일을 한다면 어떻게 일하실 것 같나요?
미국에 와서 퀄컴과 AMD에서 일하면서 "아, 내가 삼성에서 이렇게 일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삼성에 있을 때는 불만이 많았어요. "나한테 일도 안 주고, 비저빌리티있는 일도 없고, 나는 계속 묻혀 있겠구나" 이런 생각만 했죠.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는 선배들과 팀리더, 부서장이 다 챙겨줬어요. "이거 이렇게 해" 하면서 주어진 일만 하다 보니 시야도 없었던 거예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다릅니다. 내가 아래 직급이어도 알아서 프로젝트를 찾고, 내 비저빌리티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에요.
퀄컴 때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영어로 해야 하는데, 다 경력 있는 사람들인데 이걸 어떻게 하지?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답답했죠.
AMD에 와서 경력이 5~6년 차 넘으니까 조금 보이더라고요. "아, 이런 식으로 일을 벌리고 키우는 거구나."
구체적으로 실리콘배릴에서는 어떻게 일을 벌리고 키웠나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 일에 관련된 사람이 누군지, 각각의 사람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협업 관계를 맞춰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큰 인사이트가 있어야 해요.
그때 당시에는 제 일만 보다 보니 어떻게 협업할지도 몰랐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던 것 같아요.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같이 일했던 다른 부서에 놀러가서 거기 직원들이랑 얘기해보고, 워크플로우를 한번 파악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걸 못 하고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안 주어지지?" 하면서 지쳤던 게 아쉽더라고요.
그러면 현재 지식을 가지고 신입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커리어패스 전략을 짜실 건가요?
일단 2~3년 동안은 기본적인 업무 지식과 우리 부서가 어떻게 일하는지, 다른 부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시야를 열심히 쌓을 거예요. 매니저랑도 많이 얘기하고요.
그다음 2~3년 후부터는 다른 부서 사람들과 협업 프로젝트를 하나씩 시작하면서, 매니저랑 계속 얘기하며 비저빌리티를 어떻게 올릴지 고민할 것 같아요.
5년 정도 될 때까지 이걸 정말 열심히 할 거예요. 비저빌리티는 가만히 앉아서 주어지는 게 아니니까요.
AMD에서는 어떻게 비저빌리티를 올렸나요?
제가 AMD에서 꼭 해야 할 것들을 정했어요.
첫 번째 미팅 때 한 마디라도 하기. 처음에는 힘들지만, 한 마디라도 하다 보면 아는 거 나오면 또 얘기하고, "너 이거 알아? 한번 해볼래?" 이렇게 기회가 생겨요.
두 번째 시니어 디렉터랑 2주에 한번은 커피챗 하기. 높은 사람들이 워낙 바쁘지만, 얘기하면서 이 사람이 뭘 필요로 하는지, 왜 바쁜지 보는 게 정말 중요해요.
한국에서도 그랬어야 했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삼성에 있을 때도 임원급 분들 만남이 있었는데, "또 이거 왜 해?" 하면서 귀찮아했거든요.
그런 분들이랑 얘기하면서 "나는 이런 일을 하는데 혹시 어떤 것들이 좋을까요?" 물어봤으면 좋았을 텐데. 나이 많은 사람 앞에서 좀 숙이고 그랬잖아요. 근데 미국에서는 그런 게 덜해요.
시니어 디렉터급, 임원급 사람이랑도 일대일로 자주 얘기하고, 그냥 가서 "뭐 없어?" 약간 이런 식으로도 얘기해요.
AI가 못 하는 건 결국 책임을 지는 일라고 하셨는데, 다른 건 없을까요?
사람간의 신뢰입니다. AI가 아무리 99%로 "이 직원이 우리 회사에 맞습니다"라고 해도, 과장이 "이 친구 전에 제가 같이 일했는데 일 잘하던데요"라고 하면 과장의 말을 듣죠. 훨씬 더 믿음직스러우니까. 신뢰가 있으니까.
그래서 커뮤니티가 필요한 건가요?
정확합니다. 커뮤니티에 있는 분들도 결국 네트워킹 목적이 큰 것 같아요. 자기 분야랑 맞는 사람들끼리 얘기하고, 제 단톡방 내부에도 또 단톡방들이 있어요. 분야별로 모이는 분들도 있고, 지역별로 모이는 분들도 있고.
특히 아날로그 분야 분들이 많이 모이시는데, 레퍼럴이나 네트워킹 확장하는 데는 AI가 해줄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누군가의 "김과장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네트워킹이 필요한 거잖아요.
커뮤니티가 필요한 다른 이유도 있나요?
사람들끼리 있을 때의 안정감이요. 예를 들어 면접이 잘 안 됐을 때, "왜 안 됐는지" 같은 티에 있는 사람들은 이해하지만 다른 사람은 이해 못 할 수 있잖아요.
AI한테 물어봐도 비슷한 대답은 해주지만, 실제 메타 현직자분이 "다음에 이런 식으로 준비하면 좋겠다. 다음에 레퍼럴 해주겠다"라고 하면 심리적 안정감이 완전히 다르죠.
AI가 해줄 수 없는 사람들 간의 관계, 그 신뢰가 정말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주변 학부생들, 대학원생 친구들에게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제가 미국에 와서 가장 많이 느낀 건 "아, 내가 그때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입니다. 만약 제 연구실에 미국에 있던 선배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내 삶이 좀 바뀌지 않았을까?
모두가 다 실리콘 밸리에 올 필요는 없어요. 안정적인 걸 추구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하지만 뭔가 도전해보고 싶고, 다양한 걸 해보고 싶고, 특히 실리콘 밸리 엔지니어로 일하는 게 목표인 분들이라면 지금부터라도 네트워킹을 계속하고, 자기 분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많이 해서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 나도 그걸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커뮤니티를 만든 거고요. 많이 열심히 하시면 좋겠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었습니다.
이 뉴스레터는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작성되고 있습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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