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글 잘 쓰는 법(Paul Graham)

안녕하세요 알렉스입니다.

Y Combinator의 창업자 Paul Graham이 작성한 <Good Writing>이라는 에세이를 번역해보았습니다.

저는 최근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보고 있는데요.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라 공유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

출처: Pinterest <가장 "아름다운" 글을 썼다고 평가받는 러시아의 대표 작가 푸시킨>

 

아, 그리고 제가 뉴스레터를 만들었습니다.

실리콘밸리 대가들의 에세이와 인터뷰를 번역한 글을 매주 수요일 저녁에 받아보실 수 있어요 :)

한 가지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쓸모 있는" 글만을 보내드린다는 것이에요. 

어떤 경우에도 읽는 분들의 "시간을 빼앗는" 글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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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Writing>

좋은 글에는 두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하나는 글의 '문체가 훌륭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글에 담긴 '생각이 옳다'는 것입니다. 문장이 유려하고 막힘없이 잘 읽힐 수도 있고, 중요한 주제에 대해 올바른 내용을 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자동차의 속도와 색상처럼(빨간 자동차가 빨리 달리는 것은 아니니)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글의 내용과 형식이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문체가 좋은 글일수록 그 내용 또한 옳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지만 지금부터 그 이유를 한 번 설명해보겠습니다.

서로 관련 없는 두 가지를 동시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한쪽을 끝까지 밀어붙이면 다른 한쪽을 포기하게 되기 마련이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가장 듣기 좋은 문장과 아이디어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문장 사이에서 고민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만약 그런 선택을 해야만 한다면, 문장 자체의 아름다움에 신경 쓰는 건 부질없는 일이겠죠.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습니다. 어색하게 들리는 문장을 고치는 과정이 오히려 아이디어를 더 명확하게 다듬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여기서 '옳다'는 것은 단순히 '사실이다'는 것을 넘어섭니다. 아이디어를 옳게 다듬는다는 것은 아이디어를 제대로 발전시킨다는 뜻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결론을 이끌어내고, 그 각각의 결론을 적절한 수준까지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이죠. 그러니 아이디어를 옳게 만든다는 건 단지 진실을 말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장을 아름답게 다듬으려는 노력이 어떻게 이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답은 30년 전 제 첫 책의 레이아웃 작업을 할 때 발견한 경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부분이 한 페이지를 넘어 한 줄이 더 길어지는 경우가 있었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 부분을 한 줄 짧게 다시 썼습니다. 여러분은 아마 이런 임의적인 수정이 글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저는 그 반대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수정하고 나면 항상 원래보다 더 나은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제 글쓰기가 유독 엉성해서 그랬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누군가 어떤 글의 한 단락을 무작위로 지목하며 조금 짧게(또는 길게) 바꿔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이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하는 비유는, 다양한 물건이 가득 찬 상자를 흔드는 것입니다. 상자를 흔드는 동작은 의도적인 게 아닙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특정 물건 두 개를 더 가깝게 붙이려고 계산된 움직임은 아니죠. 그런데도 계속 흔들다 보면 물건들은 기가 막히게 서로 딱 맞춰집니다. 중력 때문에 물건 사이 거리가 더 멀어질 일은 없으니, 어떤 변화든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색한 문장을 고쳐 쓸 때, 그 내용을 '덜 진실되게' 만드는 방식으로 고치지는 않을 겁니다. 중력이 물건들이 위로 떠오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듯, 여러분도 그렇게는 하지 못할 테니까요. 따라서 아이디어에 가해지는 모든 변화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유려한 글이 내용 또한 옳을 가능성이 더 높은 이유는, 잘 흔들린 상자 속 물건들이 더 빽빽하게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와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작용이 있습니다. 글을 유려하게 만드는 것이 단순히 외부적인 힘으로 작용해 글 속의 아이디어를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를 올바르게 다듬는 데도 실질적인 도움을 줍니다.

그 이유는 글이 읽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글이 술술 읽히면 읽는 사람의 수고가 덜하죠. 이것이 글쓰는 사람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까요? 바로 '작가가 그 글의 첫 번째 독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글을 쓸 때 쓰는 시간보다 읽는 시간이 훨씬 더 많습니다. 어떤 부분은 50번, 100번씩 다시 읽으며, 마치 나무를 사포로 다듬듯 글 속의 생각을 되풀이하고 '어디 걸리는 부분은 없나?',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없나?' 하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글이 읽기 쉬울수록 거슬리는 부분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좋은 글의 두 가지 요소는 적어도 두 가지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글을 유려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면 무의식적으로 실수를 고치게 될 뿐만 아니라, 의식적으로도 실수를 발견하기 쉽게 됩니다. 아이디어라는 상자를 흔들어 주는 동시에 실수가 더 잘 보이게 만드는 것이죠.

그렇다면 유려한 글이 '본질적으로' 그 내용 또한 옳을 가능성이 더 높을까요?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저는 이것 역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별 단어 차원에서 연관성이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영어에는 소리가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들이 많습니다. 때로는 아주 미묘하고 멋진 방식으로 말이죠. Glitter(반짝이다), Round(둥근), Scrape(긁다), Prim(새침한), Cavalcade(화려한 행렬). 유려한 글의 매력은 단어를 조합하는 방식에 더 크게 좌우되죠.

글이 유려하게 들리는 이유는 주로 좋은 '리듬'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좋은 글의 리듬은 음악의 리듬이나 시의 운율과는 다릅니다. 그렇게 규칙적이지 않죠. 좋은 글의 리듬은 글에 담긴 아이디어와 일치해야 하는데, 아이디어는 저마다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단순해서 그대로 말하면 되지만, 때로는 미묘해서 그 모든 함의를 풀어서 설명하기 위해 더 길고 복잡한 문장이 필요합니다.

글은 다듬어진 대화처럼, 정돈된 '생각의 흐름'입니다. 그리고 생각의 흐름에는 고유의 리듬이 있습니다. 그러니 글이 유려하게 들린다는 건 단순히 듣기 좋은 리듬을 가졌다는 뜻이 아니라, 글에 담긴 생각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그대로 담아냈다는 의미입니다. 덕분에 리듬을 올바르게 맞추는 것을 아이디어를 올바르게 다듬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단지 이론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뛰어난 작가들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저 또한 종종 이 둘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냥 '음, 뭔가 어색하게 들리네. 내가 여기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하고 생각할 뿐입니다.

글의 '소리'는 마치 자동차의 색상보다는 비행기의 형태와 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켈리 존슨(미국의 항공 엔지니어)가 늘 말했듯이, '보기에 좋은 비행기는 잘 난다'는 것과 마찬가지죠.

하지만 이 이야기는 오직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쓰는 글에만 해당됩니다. 아이디어를 다른 방식으로 얻은 후 나중에 그에 대해 쓰는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무언가를 만들거나 실험을 한 뒤 논문을 작성하는 경우가 그렇죠. 이런 경우 아이디어는 글 자체보다는 작업물에 더 많이 담겨 있기 때문에, 아이디어는 훌륭해도 글은 엉성할 수 있습니다. 교과서나 대중적인 개론서의 글이 엉성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저자가 아이디어를 직접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죠. 이 두 가지 '좋음' 사이의 밀접한 연결고리는 오직 글을 쓰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때에만 존재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쯤 되면 그럴듯한데, 거짓말쟁이는 어떻게 설명할 건가?'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달변가인 거짓말쟁이가 아름답지만 완전히 거짓인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하지 않나?'라고 말입니다.

물론, 가능합니다. 하지만 '메소드 연기'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아름답지만 거짓인 글을 쓰는 방법은, 먼저 스스로 그 내용을 거의 사실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름답고 진실된 글을 쓰는 사람처럼, 완벽하게 다듬어진 생각의 흐름을 제시하는 것이죠. 다른 점은 '세상과 연결되는 지점'입니다. 거짓된 전제가 사실이라면 진실이 될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만약 어떤 기이한 이유로 한 나라의 일자리 수가 고정되어 있다면, 이민자들이 정말로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게 될 테니까요.

결국, '더 유려한 글이 진실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단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더 유려한 글이 내적으로 일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하는 것이 더 옳습니다. 작가가 정직하다면, 내적인 일관성과 진실은 결국 하나로 수렴하게 됩니다.

비록 아름다운 글이 진실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 반대는 보통 진실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서투르게 쓰인 것처럼 보이는 글은 보통 아이디어도 잘못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사실, 좋은 글의 두 가지 기준은 하나의 양 끝단과 더 가깝습니다. 그 연결이 뻣뻣하지는 않지만, 좋은 글의 '훌륭함'은 막대가 아니라 여러 겹의 연결이 얽혀 있는 밧줄과 같습니다. 한쪽 끝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른 쪽 끝도 따라 움직이게 되는 것이죠. 즉, 내용이 옳으려면 문체 또한 유려해야 합니다.

참고자료

https://paulgraham.com/goodwritin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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