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인간에게 남은 일이 무엇일까?”
요즘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어떻게 생활정보를 얻는지 생각해보면 AI가 빠짐 없이 들어간다는 사실에 놀라곤 합니다. AI는 마치 뱀처럼, 우리의 일상에 너무나도 빠르고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어요. 한번은 그런 생각에 너무 압도당해서, 제가 고속 열차를 따라잡으려는 것 같다는 막막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AI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정답을 찾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정답이란 없다는 걸 알지만, 단 한 줄이라도 구체적인 조언이나 심지어 명언이라도 붙잡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이 주제를 누구보다 깊게 파고 있는 사람들은 AI 시대에 어떻게 살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갈지에 관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글로벌 석학 4명이 말하는 AI 시대 생존법을 소개합니다. 일상에도 가까운 내용으로서, 여러분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티클 네비게이션]
- 포-쉔 로 “오직 사려 깊은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 제레미 어틀리 “창의력은 ‘단련’, AI는 ‘협업’”
- 조라나 프링글 “문제를 잘 ‘찾는’ 사람이 이긴다”
- 쉬나 이옌가 “AI 소비자의 파워가 더 중요해진다”
포-쉔 로 “오직 사려 깊은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포-쉔 로는 온라인에서 배우 및 코미디언과 똑똑한 고등학생(15세~18세)들, 수학과 과학을 배우고 싶어하는 초등학생(10세~13세)들을 연결하는 플랫폼 LIVE를 만들었습니다.
포-쉔 로는 똑똑하면서도 남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고등학생들이 초등학생들에게 수학, 과학을 가르치도록 장을 만들어준 한편, 그 고등학생들을 트레이닝하는 사람들로 배우, 코미디언, 연기 전공자들을 채용했습니다. 강의를 하는 고등학생들에게도 설득력을 높이는 발표 방법, 듣는 사람을 재미있게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는 것입니다.
포-쉔 로는 AI 시대의 교육이 특정 한 제공자만의 전유물이어서는 안 되고, 명석한 사람들이 사려 깊은 마음으로 서로에게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LIVE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앞으로 더 급하게 다가올 AI 시대에,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 봅니다.
“오랫동안 지구상에서 인류가 가장 창의적인 최고의 종(種)이었습니다. 그러나 범용 AI가 등장한 뒤에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류와 문명이 그러한 변화에 대응하려면 네트워크를 만들고 신뢰를 쌓으며 협업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랬을 때 살아남는 사람은 진심으로 다른 이들을 위해 어떠한 가치든지 창출해내고 싶어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사려 깊은 사람 말이죠.”
그래서 그는 학생들이 AI, 특히 LLM(대규모 언어 모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크게 우려합니다. 그들이 학습할 기회를 놓쳐서 논리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게 되는 세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것이 문제인 이유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를 놓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는 언어를 사용하는 일련의 과정, 즉, 읽고, 쓰고, 소통하고, 논리를 구축하는 과정은 사람들을 더 똑똑하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든다고 하거든요.
사실 다음 세대 뿐만이 아니라 지금 당장 AI로 인해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포-쉔 로는 이러한 변화가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해요. 왜냐면 AI가 사람들의 취향과 진실을 빠르게 빼앗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개인의 창의성도 사라져가겠죠.
이때 AI가 만드는 편견도 틈타기 쉬울텐데요. 포-쉔 로는 이에 대해 다음처럼 말합니다.
“모두 각자의 아젠다가 있습니다. 저의 아젠다는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다른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죠. 그건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다양한 의견이나 편견이 존재할수록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AI 때문에 서로 다른 목소리가 묵살되고 선택지가 줄어들면, 개인이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기 어려워집니다.
세계에는 75억 개의 서로 다른 시각과 아이디어가 있는데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AI 기술의 편견에 사람들이 좌지우지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과 그것이 지닌 가치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자율적인 사고를 하면 다른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데서 삶의 의미와 재미를 찾을 수 있게 되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니까요.
포-쉔 로는 이렇게 친절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이루어 AI가 일으킬 변화에 맞설 힘을 갖춰 나가게 되기를 바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제레미 어틀리 “창의력은 ‘단련’, AI는 ‘협업’”
제레미 어틀리는 스탠포드대학교 AI 및 디자인씽킹 겸임교수입니다. 그는 사람들이 AI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팀 구성원으로서 AI와 함께 일한다는 태도와 생각을 갖추고 있어야만 더 나은 결과를 성취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유럽과 미국에서 AI를 업무에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응답자들은 AI가 업무를 25% 빠르게 만들어주었고, 업무의 질을 40% 더 낫게 만들었다고 답변했습니다. 반면, AI와 협업하면서 생산성을 의미있게 끌어올렸다고 답변한 전문가는 10%도 채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레미 어틀리는 특정 기준 미만의 성과를 낸 사람들과 특정 기준 이상의 성과를 낸 사람들의 차이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랬을 때 저조한 성과를 낸 사람들은 AI를 도구로 본 반면, 좋은 성과를 낸 사람들은 AI를 팀 동료로 보았다고 해요.
“만약 AI가 형편 없는 결과물을 내놓았다고 합시다. 이때 AI가 툴이면 ‘역시 별로네’하면 그만이죠. 그런데 AI가 팀 동료라고 하면 피드백을 주고, 코칭을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마지막에는 ‘혹시 피드백이나 코칭에 대해 질문 있나요?’라고 물어보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AI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지만, AI를 팀 동료로 생각하면 질문을 이끌어내고자 하죠.”
제레미 어틀리는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 2가지로 제시합니다. 하나는 다음처럼 AI에게 질문을 유도하는 프롬프트를 입력해 보라고 합니다. 그는 AI가 여기에 제공하는 답변을 통해 사용자는 이전까지는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안녕하세요. AI 전문가로서 당신이 제 워크플로우, 업무, KPI 등 맥락을 다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 한번에 하나씩 질문을 해주실 수 있나요? 이후에 AI를 업무에 사용하는 방법으로서 누구라도 해줄만한 추천 10가지와, 예상 외의 추천 10가지를 알려주세요.
또 하나는 AI와 롤플레잉을 해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동료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어려워서 AI와 롤플레잉을 할 수 있습니다. 이때 AI는 사용자에게 그 동료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봐야 합니다. 동료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고 분석해야만, 사용자와 이야기를 나눈 뒤 어떻게 접근해야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할 수 있을지 접근법을 알려줄 수 있을 테니까요.
한편, 제레미 어틀리는 인간의 창의력에 관해서는 ‘단련’이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는 누구나 창의적이지만, 그중에서도 창의력을 잘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일상에서 자리잡은 루틴에서도 영감을 찾는 훈련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특히 처음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이해하거나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편견을 걷어내는 훈련을 한 사람들이 ‘창의적’이라고 하죠.
“살다보면 더 나은 대안이 있는데도 우리는 늘 하던 방식대로 행동하고 사고하는 ‘아인슈텔룽(Einstellung) 효과’라는 인식적인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즉,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대해서 꽤 괜찮은 첫 번째 해결책을 보면 만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해결책이 분명히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창의력은 아인슈텔룽 효과를 극복하는 능력입니다”
그는 이를 AI 사용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는 AI의 답변이 꽤 괜찮다고 해서 여기 만족하면 안 된다고 해요. 왜냐하면 더 나은 해결책은 AI의 답변이 아니라 그와 협업하는 사람의 목표에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목표에 담긴 의도나 생각, 철학을 끄집어 내보면 아주 창의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설명합니다.
따라서 제레미 어틀리는 창의적인 사람들은 AI를 두려워하기보다 AI와 적극 협업해서 자신의 창의력을 더 활발하게 발휘하고 싶어한다고 주장합니다.
조라나 프링글 “문제를 잘 ‘찾는’ 사람이 이긴다”
조라나 이브체비치 프링글(Zorana Ivcevic Pringle) 박사는 예일대학교 감정지능 센터(Yale Center for Emotional Intelligence)의 수석 연구 과학자이며, 현재 창의성과 감정 연구소(Creativity and Emotions Lab)의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올 5월 <The Creativity Choice>라는 책을 발행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조라나는 25년 넘게 인간의 창의력에 관해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교육했는데요. 그는 AI와 알고리듬이 사람들 대신 선택을 해주기도 하는 지금,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로 선택하라’고 말합니다.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왜 AI와 알고리듬의 선택을 따르게 되는지 살펴보면요. 그것이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늘 확실하고 안정적인 선택을 추구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창의력은 언제나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불편한 불확실성을 피하고 싶어합니다. 왜냐면 불확실성을 리스크와 연관되는 방향으로 경험해 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그는 AI와 알고리듬 그 자체보다는 오히려 거기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행동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그는 창의력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불확실하고 위험한 속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가 말하는 창의성에 관한 리스크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신이 과연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리스크입니다. 과거에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일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인 평판에 대한 리스크입니다. 자신이 창의적이라고 볼 수 있는 행동을 했을 때 관리자, 비평가,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바보 또는 미치광이로 보지 않을지 우려하는 것입니다.
조라나는 이런 리스크를 감당하는 건 늘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은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로 선택하는 순간 뿐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집니다. AI 역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도 여겨지는 지금, 사람의 창의력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사람의 창의력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조라나는 사람만이 ‘문제를 찾는 과정’을 고유하게 겪어나갈 수 있다고 합니다.
AI와 사람은 모두 온갖 지식과 정보를 다양한 형태로 수집합니다. 그 중에는 잘못된 내용도 있을 것이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며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죠. AI는 이를 통해 (최선이 아닐지도 모르는) 해결책을 바로 내놓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AI만큼 빠르게 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그 대신 사람은 문제들을 더 깊이, 다양하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대부분 문제를 찾는다고 하면 자동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조라나에 따르면 둘은 전혀 다른 여정이라고 합니다.
문제를 찾는 과정은 해결책을 찾는 과정만큼이나 순차적이지 않고 반복적인 작업의 연속입니다.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문제들을 서로 비교해보고, 정리해보고, 한발 떨어져서 평가해봅니다. 이때 특정 문제를 왜 찾았는지, 그 문제를 파악하는 데 어떤 접근법을 사용하는지 등의 질문을 지속적으로 떠올리며 창의력을 발휘하게 되죠. 조라나는 이것이 AI가 할 수 없는 창의적인 작업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이렇게 창의력을 발휘하는 과정이 늘 매끄러운 것만은 아닙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에게는 언제고 벽을 마주한 듯한 막막한 시간이 찾아올 때가 있는데요. 조라나는 이런 상황에 대해서도 AI에게 바로 달려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감정적인 동요와 압박을 먼저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그는 무언가 진취적으로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책하기 쉽다고 아쉬워해요. 정작 다른 사람이 그런 일을 겪을 때는 그들에게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말해주기 때문에요. 그래서 조라나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스스로에게도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해서, 우선 절망적인 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 후에야 생각과 마음이 열려서 실용적인 기술을 활용하거나 구체적인 절차를 밟아서 창의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쉬나 이옌가 “AI 소비자의 파워가 더 중요해진다”
쉬나 이옌가(Sheena Iyengar)는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경영학부 학과장이며, 저서 <The Art of Choosing>를 집필한 저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최근 미술 작품을 관람하고 수용하는 사람들이 AI와 창의력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본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AI가 만든 미술 작품과 사람이 만든 미술 작품을 비교하며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봤어요. 연구에서 그는 사람들에게 두 작품이 구분이 되는지 물어보거나 미리 답을 알려주었고요. 끝에는 사람들에게 작품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매길 것인지 물어봤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다수가 AI와 사람이 만든 작품을 구분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만들었다고 생각한 작품에 더 비싼 가격을 매겼다고 해요. 즉, AI가 만든 작품인데 사람이 만들었다는 라벨링을 하면 사람들은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는 것입니다.
쉬나 이옌가는 AI의 결과물이 이렇게 사람의 결과물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퀄리티를 내고 있는 이유로, 사람이 주도하는 ‘반복 개선(iteration, 이터레이션)’을 꼽았습니다.
그는 카메라가 19세기에 처음 나왔을 때 예술가들이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경쟁했고 덕분에 더 나은 결과물들이 계속 나오게 됐다고 주장했어요. 그리고 AI 역시 사용자들의 반복 개선 덕분에 품질을 개선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더불어 그는 사람들이 사람의 작품에 더 큰 가치를 매기는 이유는 의도와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작품의 요소 하나하나에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지 확인하며 거기에 감명을 받고 동감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고, 더 큰 가치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반면, AI의 작품의 경우 의도가 없고 무작위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덜 중요하다고 여기고요.
쉬나 이옌가는 연구의 결과에서 ‘결국 어떤 창의적인 에술 작품이든 감상하고 수용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관점이 중요하다’는 해석을 도출했습니다. 작품이 기술의 결과물이라도 수용자가 의미를 발견하면 가치를 지닐 수 있게 된다고 믿으면서요.
가령, 카메라 기술로 찍은 사진을 예술이라고 정하고, 카메라를 들고 있던 사람을 사진가라고 부른 것은 사람인 수용자가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AI의 결과물도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어요. 사람이 만든 기술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AI가 흥미로워하거나 의미 있는 것을 결정해서는 안 되고요.
쉬나 이옌가도 사실 처음에는 AI가 만든 작품에 거부감이 들었다고 해요. 그러나 AI가 만든 작품에서 본인이 의미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발견하며 생각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인 자신이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해요.
“저는 시각 장애인이지만 전시회에 가서 새로운 작품을 배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번은 한 전시회에 갔는데 수백만 개의 색을 쓴 작품이 있는 거예요. 컴퓨터가 만든 색들을 도화지에 칠한 작품이었죠. 컴퓨터가 사람들이 이전까지는 쓸 생각이 없었던 색깔들을 사용했기 때문에 저는 이 작품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일상에서 우리는 특정한 색깔 패턴을 보는 데 익숙하잖아요. 그런데 어떤 주체가 나타나서 그런 일상의 규칙이나 편견들을 깨버리고 다양한 색 조합을 쓴다면 매우 흥미롭겠죠. 단순히 색 뿐만이 아니고 어떤 생각이든 AI를 통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여기서 다시 한번 연구의 결과를 언급했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작품들을 보든지 의미를 찾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사람이 만든 예술을 더 가치 있게 여기기 때문에 AI 작품과는 구분을 하고 싶어할 것이라는 방향으로요. 그래서 수용자 단에서 붙이는 작품의 꼬리표가 앞으로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우리가 명작에 관해 진품과 가품 딱지를 붙이는 것을 상당히 중시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앞으로 사람들은 어떤 작품에 관해 사람이 만든 건지, 기계가 만든 건지 알지 못하면, 속고 있다고 의심을 하게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쉬나 이옌가는 새로운 기술은 계속 등장하고, 사람들은 그 기술들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고 생각할 때 두려워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술이 가진 영향력의 크기만큼, 사람들의 적응력도 강력하다고 강조합니다. 스스로를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 적응력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고 말이죠.
여기까지 AI와 창의력에 관한 글로벌 석학들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누구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고 이렇게나 빠르게 변화하는 AI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지혜를 구하려면, 정말 모든 석학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보면 좋을텐데요. 그러기엔 한계가 있어서 아쉽습니다.
그래도 여기서 다룬 이야기를 통해 AI를 쓸 때 조금 변화를 주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가령, AI 의존도를 낮춰본다든지, AI가 질문을 하도록 유도해 본다든지, 문제에 대해 바로 AI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는 다른 문제들을 더 생각해본다든지, 온라인에서 AI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결과물을 짚어내 본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그러면 어느 새 일상에서 AI가 말해주는 게 다가 아니라 우리만의 무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편집: 김지윤
- 글 : 장혜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