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인공지능으로 인해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개선되면서 인공지능을 잘 활용한다면 조직 개개인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소규모 조직으로도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지적인 노동의 경우에는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왔지만 인공지능 앞에서는 기존의 편견들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에 컨설팅 관련된 칼럼(https://eopla.net/magazines/34046) 하나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맥킨지 컨설팅이 인력을 대대적으로 감축하고 있는 이 상황은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특허업계와 특허법인은 어떤 방향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해야 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의 조직 파괴적인 혁신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산업 전반을 휩쓸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전례 없는 기술 혁명의 중심에 서 있다. 과거 산업혁명이 육체노동의 자동화를 이끌었다면, 현재의 인공지능 혁명은 지식 노동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세계 최고라 불리던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AI의 영향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기존의 파트너 중심의 다수 인력으로 구성되던 팀 구조를 소수의 핵심 인력과 AI가 결합된 형태로 재편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이는 단순히 비용 절감의 차원을 넘어, 지식 서비스 산업의 본질적인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느껴지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전략적 사고와 분석 능력마저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이 사건은, 비단 컨설팅 업계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 특허업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특허라는 무형의 지식재산을 다루는 우리 분야는 AI 기술의 영향력에서 더욱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에 있다. 특허 명세서 작성, 선행 기술 조사, 특허 분쟁 분석 등 변리사의 핵심적인 업무 영역 대부분이 언어 기반의 데이터 처리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허업계는 놀라울 정도로 변화를 따라가는데 다소 둔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어 온 도제식 업무 방식과 보수적인 조직 문화로 인해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더디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맥킨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변화의 물결은 우리 변리사들이나 특허법인들이 외면한다고 해서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변화를 직시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허법인의 조직적 특성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의 특허법인은 소수의 변리사와 스태프로 구성된 소규모 조직 형태로 운영된다. 이러한 구조는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술 도입이나 시스템 변화에 필요한 자원과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명확한 한계를 가진다. 대규모의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여 AI 기술을 연구하고, 업무 프로세스 전반을 혁신하는 대형 로펌이나 글로벌 컨설팅 펌과는 출발선부터 다른 것이다. 결국 개별 특허법인이나 변리사 개개인의 역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는,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체계적이고 거시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