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 Hunt에서 2024년 1월~6월까지 100개 이상 업보트 받은 SaaS 제품 500개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제품은 단 13개뿐. 97.4%가 망했다.
수많은 프로덕트가 실패한 이유는 "제품을 만든 다음에 고객을 찾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성공한 프로덕트들은 "제품을 만들기 전에 미리 유료고객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해석이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
"성공하고 싶으면 프로덕트를 만들기 전에 미리 유료고객을 모아라"는 조언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이건 what은 있는데 how가 빠진 거다. 마치 '살 빼려면 칼로리를 적게 섭취해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프로덕트를 만들기 전에 유료고객을 확보했다는 사실에서 우리가 추측해야 할 부분은
"프로덕트에서 나오는 가치보다도 다른 가치가 이미 형성되어 있지 않았을까?"이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보았다
"어떻게 하면 프로덕트로 가치를 보여주기 전에 먼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
물론 이미 2개의 정답은 알고 있다.
1. SNS 콘텐츠를 통해 구독자와 쌓인 유대감
2. 사회적 지위와 권위에서 나오는 신뢰감
지난 5년 동안 콘텐츠를 통해 구독자와 유대감을 쌓는 걸 시도했다. 그리고 유대감을 쌓으려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내가 만들 프로덕트 사이의 교집합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항상 그 교집합은 생각보다 너무나 작았고, 그 작은 영역에서 콘텐츠를 확장시킬 방법과 시간마저 프로덕트 개발과 분산되면서 항상 길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항상 남탓을 했다. 아직 디자이너를 구하지 못해서, 혹은 개발자가 이 기능은 구현이 안 된다고 해서, 결국엔 내가 처음부터 기획을 잘못해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실패의 원인은 '실행순서'가 거꾸로 됐기 때문이었다.
실패 vs 성공 패턴
실패 패턴: 프로덕트 방향 정하기 → 콘텐츠 소재 찾기 → 소재 고갈 → 포기
ex) 모바일 중고거래 앱 → 코스트코, 다이소 할인혜택 정리 → 몇 달 후 소재 고갈 → 포기
예상 성공 패턴: 소재 풍부한 영역 확인 → 프로덕트와 연결점 찾기 → 자연스러운 콘텐츠 제작
ex) 요리 관련 소재가 풍부함을 확인 → 음식 배달 앱과 연결점 찾기 → 레시피, 맛집 리뷰, 요리 팁 등 지속적 콘텐츠 제작
물론 소재가 풍부하다고 해서 갑자기 만들어야 할 프로덕트 방향이 짠 하고 생각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콘텐츠를 만들 소재가 풍부하다면 사람들을 끌어모아서 피드백을 받아 개선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왜냐하면 타겟고객과 잠재고객들의 피드백이 있어야 디자이너를 설득하든, 개발자를 설득하든,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가장 좋은 건 내가 애초에 만들려는 프로덕트가 있었는데 마침 사람들이 그 프로덕트와 매우 밀접한 콘텐츠 소재가 빅 트렌드를 이루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줌(ZOOM)" 서비스다. 비대면 화상회의 앱을 만들었는데 코로나가 터져서 모든 회사들에서 줌을 쓰는 경우다. 사실 이럴 경우는 콘텐츠를 따로 만들 필요도 없이 알아서 쓸 수밖에 없긴 하다.
하지만 이러한 운을 마냥 기다릴 순 없기 때문에 콘텐츠 소재와 프로덕트의 교차점을 찾는 방법을 일단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던 중 우연히 진양의 뉴스레터에서 흥미로운 사업체를 발견했다.
"HitTail" - 블로그 쓰는 사람들에게 롱테일 키워드를 기반으로 글감을 추천해주는 서비스였다.
왜 이 서비스에 꽂혔나
이 사업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2가지다:
1. 프로덕트의 키워드와 콘텐츠 키워드를 연결시킬 수 있다면 교집합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예를 들어 "예약 관리 앱"을 만든다면, "예약", "스케줄링", "시간 관리" 같은 키워드들이 자연스럽게 콘텐츠 소재가 될 수 있다. 억지로 연결점을 찾을 필요가 없어진다.
2. 롱테일 키워드는 쉽게 말하면 연관검색어인데, 콘텐츠를 같은 톤앤매너에서 쉽게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간 관리"에서 시작해서 "시간 관리 앱", "시간 관리 방법", "시간 관리 도구" 같은 식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갑자기 엉뚱한 주제로 빠질 걱정도 없다.
그런데 막상 뉴스레터를 보고 HitTail을 검색해보니 홈페이지가 나오지 않았다. 다른 서비스에 인수된 후 서비스가 종료된 상태였다.
아쉬우면서도 기뻤다. 상업적 가치가 있어서 인수된 것이니까.
인터넷 아카이브를 통해 과거 웹사이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월 $9.95부터 시작하는 요금제, "30일 무료 체험" 같은 정보들을 볼 수 있었지만, 실제 작동 방식은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3가지 의문점
하지만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1. 해외에서 성공했다고 국내에서도 될까? 검색 패턴도 다르고, 콘텐츠 문화도 다른데
2. 이미 키워드 툴들이 많은데 차별화가 가능할까? 구글 키워드 플래너, 네이버 키워드 도구 등등
3. 개발 실력이 없는 내가 SaaS를 만드는 게 현실적일까? 외주를 주기엔 비용이...
그래서 일단 검증해보기로
결국 이 모든 의문의 답은 하나다. 해보는 것.
특히 내가 검증하고 싶은 핵심 문제는 이거다:
“프로덕트 개발 중 잠재고객 확보를 위한 콘텐츠 소재 찾는데 돈을 낼 만큼 어려움을 겪을까?”
HitTail이 인수될 정도였다면, 분명 누군가는 이 문제로 돈을 냈다는 뜻이다. 과연 한국에서도 그럴까?
<Tips>
1. 종료된 서비스를 볼 수 있는 곳 : https://archive.org/
2. 진양의 뉴스레터 : https://www.jianyang.co.kr?utm_source=navbar&utm_medium=web
3. 레딧 게시글 : https://buly.kr/1c9d7J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