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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베이스벤처스 안재구 심사역
어떤 팀에게는 집요한 실행력이라는 말조차 밋밋한 수사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베이스에 들어와서 유일하게 설득을 넘어 우겨서 투자한 스타트업, 두잇과 이윤석 대표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첫 만남, 2023년 1월
2023년 1월, 지인의 소개로 이윤석 대표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두잇팀은 관악구를 중심으로 ‘배달비 없는 배달앱’을 만들고 있었죠. 거대 기업들이 과점하는 배달앱 시장에서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일까 궁금했기에, 첫 만남부터 굉장히 많은 질문을 드렸습니다.
답변 주시는 대표님의 모습에서 고민의 깊이와 강력한 정념이 느껴졌지만, 당시의 현 사업 계획 자체는 마음 깊숙한 곳까지 납득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를 잘 실행하는 것이 정말 고통스럽고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사실 스타트업이 푸는 문제라는게 다 그렇기 마련이잖아요. 대표님과 대화를 마치고 집에 가면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이 사람이 이끄는 팀이라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하는 생각은 들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매 주 일요일에 진행하던 두잇의 주간회의와 슬랙(!)에 초대해 주셨는데요, 회사에서 중요하게 보는 주요 지표들과 각 스쿼드별 소통과 실행 결과를 조금의 필터링도 없이 공개한다는 것이기에 꽤나 놀랐습니다. 인재 채용에 그만큼 진심이고, 일하는 방식에 자신이 있구나 싶어서 지금까지도 몹시 인상적인 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두잇의 주간회의는 이윤석 대표님의 비전과 미션에 대한 공유로 시작해서, 각 스쿼드별로 맡은 OKR과 한 주 간의 progress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아직 초기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성과 중심적이고 data-driven했으며, 행동과 결과에 대한 회고가 외부인이 보기에도 이해가 쉽고 명료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무엇보다도, 전 구성원들의 들끓는 열의와 몰입도가 특히나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다시 만난 두잇, 2024년 8월
2024년 8월, 베이스벤처스 투자심사역으로 두잇을 다시 만났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2024년 초반에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이 무료배달을 선언했었죠. 그 여파로 ‘배달비 없는 배달앱’ 두잇이 크게 타격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팀이 많이 힘든 상황일거라 생각했는데, 이윤석 대표님은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이 확신에 찬 표정과 말투로 말하더라고요. “아, 저희 새로운 그로쓰 모델은 이미 찾았습니다. 설명 드릴게요.”
새로운 사업모델: 1인가구향 큐레이션 “두잇 투데이”
두잇이 찾은 새로운 사업모델은 ‘일상적으로 먹는 양질의 메뉴를 큐레이션하여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입니다.
“두잇 안 쓸 때는 식사 어떻게 하시나요?” 배달서비스들의 무료배달 선언 후, 두잇은 2030 1인가구 고객을 다시 한 번 집요하게 만나며 문제를 재정의해 나갔습니다. 의외로 대부분은 차라리 굶거나, 편의점 또는 김밥천국 등에서 끼니를 해결한다고 답했습니다. 배달비가 없어도 최소주문금액이 있기에 대부분의 배달 음식은 기본적으로 너무 비싸고, 매일 먹기에는 부담되기 때문이었죠.
저 또한 1인가구로서 매일의 끼니를 해결하는 것은 상당히 골치아픈 문제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차라리 학생 때는 영양이 고루 갖춰진 급식/학식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지만, 사회에 나가고 나면 괜찮은 한 끼 식사하기가 참 어렵죠. 식재료를 많이 사 두는것도 부담스럽고, 야근이 많은 직장에 다닌다면 요리해 먹을 에너지도 없고, 나가서 먹거나 배달 시켜 먹자니 비싸고, 그렇다고 부실하게 때우자니 건강이 걱정되죠.
팀은 기존의 옵션들이 1인가구의 ‘매일의 식사’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고객이 wow할 수 있는 지불 가능한 가격대를 먼저 찍은 다음, 어떻게든 이 가격대에 맞출 수 있는 매력적인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먼저 유휴 생산 capa를 가진 식당들을 발굴하고, 고객 반응을 실험하면서 평범한 하루하루 매일 먹을 만한 매력적인 메뉴를 함께 구성해 나갔습니다. 품질을 타협하지 않고도 빠르게 대량으로 조리할 수 있는 프로세스 또한 최적화해 나갔죠.
UX적으로도 변화를 줬는데, 이렇게 개발된 메뉴를 기존 배달앱처럼 가게별로 나열하는 대신 매일 한정된 수의 메뉴를 사용자들에게 큐레이션해서 보여 줬습니다. 마치 학식 먹으러 가면 매일 바뀌는 오늘의 메뉴가 있는 것처럼요. 결론적으로 고객들은 뭐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도 덜면서 1만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식당들은 대량 주문 수주로 유휴 capa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고, 단일한 메뉴로 주문이 집중된 덕에 비용과 조리 시간을 효율화할 수 있어서 수익을 높일 수 있게 되었죠.
유저와 식당 점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거래액과 구매 유저 수는 하락을 멈추고 가파르게 반등하기 시작했고, GMV retention은 고개를 치들고 우상향하기 시작했습니다. 두잇팀이 두 번째 성장의 단초를 발견한 순간이었습니다.
Are you betting the house?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모두를 행복하게 하지만, 성장이 멈추는 순간 문제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듭니다. 특히 대기업들이 우리 서비스를 얼마나 쉽게 모방하고 압도할 수 있는지를 팀 전체가 체감하던 순간, 누구보다 치열하게 달려온 팀에게 그 좌절감은 더욱 컸을 겁니다. 그런데도 두잇팀은 ‘고객 집착’과 ‘포악한 속도’라는 팀의 핵심 가치를 붙잡고 불과 몇 달 만에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동안의 실행의 히스토리에서 느껴지는 집요함과, 이를 통해 달성한 지표로서의 성과를 확인한 베이스의 여러 구성원들도 이윤석 대표님을 ‘베이스가 찾는 미친 창업가’라고 느꼈습니다. “시드였으면 무조건 사람만 보고 투자했을 팀”이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다만 동시에, 거대 기업들과 맞서야 하는 경쟁 환경, 운영집약적 특성, 아직 검증되지 않은 수익성 등 사업모델에 대한 합리적인 우려들도 있었습니다. 다 타당한 지적이었기 때문에 투심을 준비하며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거라면 같이 풀어보자며 뛰어들었겠지만, 투자사는 창업자의 꿈을 대신 꿔줄 수도, 대신 실행할 수도 없는 법이니까요.
투심을 앞둔 주말, 저는 이윤석 대표님의 동네로 갔습니다.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커피를 마시며 몇 시간을 함께 보냈고, 이윤석 대표님 집에도 잠깐 같이 갔습니다. 사업 얘기뿐 아니라 살아온 이야기들도 많이 나눴죠. 그러면서 이 사람이 진심으로 2030 1인가구의 일상을 바꾸고 싶어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결국 한국의 2030 1인가구인 대표 자신의 삶의 행복을 늘리는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핵심 지표 분석, 글로벌 업체 벤치마킹, 고객 및 팀 인터뷰 등등 여러 필요한 분석과 고민도 당연히 투자자로서 해야 할 일인데요, 결국 고객에게 사랑받는 서비스가 있고, 어렵지만 실행 가능한 길이 그려지고, 그걸 수행하는 창업팀이 들끓는 야망과 포악한 실행력으로 무장한 사람들이라면 종국에는 해낼 수 있지 않을까—말하자면 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베이스는 다수 투심위원이 반대하고 소수의 투심위원만 찬성 하는 경우라도 심사역의 확신이 매우 높다면 딜을 성사시킬 수 있습니다. 회사가 심사역들의 판단을 믿어주기 위해 만든 제도지만, 마지막까지 정말 많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투심에서 당연히 논리적으로 의견을 나누었지만, 돌아보면 제가 그 긴 시간동안 하고 싶었던 건 결국 ‘그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 이 미친 창업자한테 투자 해야 할 것 같다고 우기는 것’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긴 끝에, 해당 라운드의 첫 기관 투자자로 커밋하게 되었습니다.
두잇의 현재, 그리고 미래
두잇은 더이상 단순한 ‘배달비 없는 배달앱’이 아닙니다. 두잇은 1인가구의 모든 식사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F&B 산업의 밸류체인을 넘나들며 혁신하고 있습니다.
- 1인가구 매일의 식사를 위해 큐레이션한 든든한 한 끼 “두잇 투데이”
- 특별한 날 특별한 메뉴를 전하는 “두잇 스페셜”
- 건강식을 제공하는 “두잇 그린”
- 자체 PB 매장에서 제공하는 엄선된 식사 “두잇 어메이징”
이에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두잇클럽’이 더해지면서, 두잇은 이제 단순한 음식 배달을 넘어 1인가구의 식생활을 책임지는 필수 구독 서비스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유저의 50%+가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고 있으며, 빠른 배송, 전용 메뉴, 추가 혜택 등 멤버십의 가치를 더하는 기능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두잇의 비전
창립부터 지금까지 이웃을 연결함으로써 사람들의 소비와 외로움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비전은 동일하지만, 사업 모델은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회사가 고꾸라지는 위기와 무수한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두잇팀은 이 모든 것들을 딛고 오늘도 처절하리만치 집요한 실행을 매일매일 해내고 있습니다.
이토록 이글거리는 야망을 품고 포악하리만치 집요한 실행을 하는 팀은 베이스벤처스가 꼭 투자하려는 유형의 팀이고, 반드시 첫 투자자로서 함께하고 싶습니다.
야망이 식는 모습도 집요함이 꺾이는 모습도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는 두잇의 미친꿈을 위대하게, 베이스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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