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어스 4년차 CX 매니저
박채안 님의 커리어 이야기
<임팩트 커리어 실험실>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현직자와 함께 직접 실무를 경험하며 커리어를 실험해 보는 체험형 프로그램입니다. IT 서비스, 기획, 임팩트, 마케팅 분야에서 참가자들을 직접 코칭했던 현직자의 생생한 커리어 이야기가 시리즈로 발행될 예정이며, 그 첫 번째 순서로 IT서비스랩 현직자 박채안 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최근 들어 ‘CX 매니저’라는 직무가 자주 보입니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당근 같이 잘 알려진 스타트업의 CX 매니저 채용 공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죠.
헌데 CX 매니저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관리하는 직무”라는 설명만으로는 이 직무를 구체적으로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못난이 농산물 정기배송 서비스로도 잘 알려진 어글리어스. 거기서 CX 매니저로 일하는 박채안 님은 ‘CX 매니저는 어떤 일을 할까?’라는 질문에 누구보다 생생한 답을 갖고 있습니다. 팀 초창기에 합류해 고객 응대(CS) 운영 시스템을 만들었고, 이후 CX로 무대를 넓혀 CX 팀의 기틀을 만들었거든요.
올해 <임팩트 커리어 실험실>을 통해, 고객과 사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CX 매니저 실무를 코칭했던 채안 님의 커리어 이야기를 연차별로 나눠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다음 물음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어요. ✔ CX와 CS 직무의 차이는 무엇일까? |
고객의 문제 해결사, CX 매니저
Q. 채안 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먼저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어글리어스에서 4년차 CX 매니저이자 팀을 총괄하며 일하고 있는 박채안입니다.
Q. 본격적으로 CX 매니저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어글리어스는 어떤 회사인가요?
어글리어스는 버려질 뻔한 식재료를 생산자로부터 공수해서 정기적으로 ‘채소 박스’를 배송하거나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소비자 입장에선 건강한 식자재를 원하는 방식으로 소량씩 살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함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추구할 수 있죠. 이처럼 건강한 식재료를 남김없이 판매하고 소비함으로써 환경에도 이로운 식생활 구조를 만드는 게 어글리어스의 목표입니다.
Q. CX 매니저는 어떤 일을 하나요? 고객 응대(CS)와 비슷한 직무일까요?
CS는 고객의 문제를 빠르게 처리하는 역할이에요. 고객이 원하는 바를 빠르게 캐치해, 정해진 가이드 내에서 해결하는 거죠. 반면 CX 매니저의 역할은 좀 더 넓어요. CS에서 받은 고객 문의를 수집하고 분류해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일이거든요. 고객의 그 문제가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솔루션을 찾는 일에 집중합니다.
Q. CX 매니저 직무에 관해 이야기하기 앞서, 채안 님이 어떻게 CX 매니저로 커리어를 시작하셨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원래 다른 일을 하셨다고요.
대학생 때 경영학을 전공했어요. 이후 사교육 분야에서 교육 기획을 직무로 맡았고요. 하지만 마음 한편에 항상 커리어에 관한 갈증이 있었어요.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더 큰 영향력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컸죠.
마침 그때쯤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었고, 스타트업이라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임팩트를 목표로 삼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미션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저의 지향점과 맞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스스로 초기에 성장하고 있는, 혹은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에 들어가서 A부터 Z까지 경험하면서 제 역량을 제대로 키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커리어를 전환했습니다.
Q. 스타트업의 여러 직무 중에서도 CX 매니저를 지망하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디자이너든, 개발자든, 마케터든 결국 고객을 이해하고 그들이 겪는 불편함을 해결하는 게 핵심이더라고요. ‘그렇다면 고객을 안다는 게 정확히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커리어를 다시 설계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CX 매니저라는 포지션을 접했어요. 고객을 가장 잘 알면서 제품에도 기여하는 CX 매니저라면 디자인, 개발 관련 경험이 없더라도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어글리어스가 풀고자 하는 문제인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생활’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다 보니 소량으로 식재료를 사고자 하는 니즈가 제게도 있었고요.
마침 주변 지인의 소개로 어글리어스 서비스를 극초기에 접했을 때 ‘이 서비스다!’라고 느꼈던 터라, 회사의 미션이 제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라이프스타일과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해서 합류를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Q. 여러 제안 중에서 어글리어스의 CX 매니저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어글리어스에 합류했던 2022년은 초창기였어요. 초기 팀에 들어가 A부터 Z까지 경험하면서 제 역량을 쌓을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라고 봤죠.
더불어, 대표님과 회사가 CX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걸 채용 과정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초점이 맞춰진 조직이라면 고객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CX 매니저로 커리어를 시작하기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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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 매니저의 1년차, 2년차, 3년차 직무 경험
Q. CX 매니저 커리어를 차근차근 설계하셨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어글리어스에서 CX 매니저로 어떻게 첫 발을 내딛으셨을까요?
처음에는 경영 지원 업무를 겸하면서 안정적으로 고객 응대가 이뤄지는 시스템부터 세팅했어요. 개인적으로는 ‘고객을 최대한 많이 만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요.
Q. 1년차를 CS 업무와 운영 시스템 구축에 할애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고객 응대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려면 조직을 설득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그러려면 CS 문의를 통해 얻은 전체 데이터를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고 봤고요. 다만 당장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그 여력을 만들고자 1년간 CS 업무 체계를 잡고 효율화하는 데 힘을 쏟았던 겁니다.
Q. 1년차 때 프로세스를 잡고 효율적인 업무 시스템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았을 듯한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요?
대표님을 통해 ‘문제 정의’와 ‘구조화’ 방법을 많이 배웠어요. 특히 <맥킨지 논리력 수업>이라는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예를 들어, 이슈 트리를 그려가면서 제 업무를 내가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 자동화할 수 있는 일, 완전 버려야 할 일 등 4가지로 분류한 후 ‘일하는 구조’를 짜는 식으로 체계를 잡는 법을 연습했어요. 이렇게 전체 그림을 파악하면 이후 시스템을 만드는 데 무엇이 문제인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도출하기 수월해지더라고요. 나중에 CX 매니저 직무 전반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Q. 그렇군요. 2년차 때는 CX 매니저로서 어떻게 일하셨을지 궁금하네요.
2년차 때는 CS 업무에서 CX 업무로 제 영역을 확장하는 게 관건이었어요. CS 문의를 바탕으로 매월 리포트를 작성해 내부에 공유한다거나, 업무 메신저에 실시간으로 고객 문의가 공유되는 채널과 프로세스를 만드는 식으로 고객의 목소리를 조직에 체계적으로 전하기 위한 새로운 변화를 줬습니다. 고객의 목소리를 조직 전체가 더 자주 접할 수 있도록 접근 방식을 바꾼 것이죠.
또한 CX 팀이 문제를 정의하고 타 팀과 협업해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도 다양하게 시도했어요.
Q. CX 매니저가 타 팀과 어떻게 협업하는지, 구체적인 이야기가 좀 더 들어보고 싶네요!
대표적으로 ‘품질 관리’를 위해 1년 가까이 진행했던 ‘품질 관리 스쿼드’를 소개할 수 있겠네요. 당시 물류 팀과 함께 ‘고객의 불편함이 왜 해결되지 않는지’ 상황을 분석하고, 내부에서 어떻게 이 문제를 정의해 함께 해결할지 방향을 모색했죠.
- 품질 관리가 일관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 품질 관리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 품질 관리 문제가 내부에서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 품질 관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가 어떤 액션을 해야 할까?
이렇게 질문을 쪼개고 문제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품질 관리에 관한 가이드와 내부 규정에 아직 빈틈이 있다”고 문제를 정의할 수 있었어요. 이후 분기마다 품질 관리 가이드와 내부 규정을 잡는 데 필요한 작업에 하나씩 착수했고, 입고부터 출고까지 전 과정에 관한 기준을 정립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CX 매니저를 지망하는 분이 계시다면 채용, 면접 과정이나 조직에서 일하면서 꼭 ‘우리 조직이 고객을 우선순위에 두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임팩트를 만드는지’, ‘그리하여 비즈니스 성과까지 일구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하곤 한답니다.
Q. CX 매니저로서 3년차가 됐을 때 직무상 달라진 점이 있었나요?
3년차 때 가장 큰 도전은 ‘유저저니맵’을 만드는 프로젝트였어요.
유저저니맵(User Journey Map)이란, 유저가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인지하고 사용하기까지 실제로 경험하는 모든 단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인데요. 3년차 때 고객의 핵심 경험을 8단계로 정의한 후 각 단계에 필요한 데이터를 파악하고, 어떻게 그 데이터를 수치화할지 다양한 방법론을 마련해 유저저니맵을 만들었어요.
Q. 어떻게 8단계를 수치화할 수 있었는지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예를 들어, 고객의 ‘감정 점수’를 1점에서 5점으로 정한 후 각 단계마다 필요한 고객 데이터를 다양한 방법으로 모으기 시작했어요. 연관성에 따라 CS 문의를 단계별로 분류하거나 서비스 내 유저의 행동 데이터를 측정하기도 했고, CS 매니저가 직접 고객에게 연락해 불편사항을 파악하거나 유저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조사 방법론이 쓰였답니다.
Q. 2년차 때 도맡았던 CX 업무와 타 팀과의 협업도 그대로 하셨을까요?
그쵸. 고객 이탈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단계에서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3년차에도 계속 이어졌어요.
한 축에서는 타 팀과의 협업이 여전히 중요했어요. 예를 들어 CX 매니저, 데이터 분석가, 프로덕트 매니저(PM)가 하나의 스쿼드를 조직해 유저 리텐션(재방문율)을 개선하는 실험을 이어갔어요. 다른 축에서는 CX 팀이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한다’는 핵심 결과를 만들기 위해 문제를 정의하고 실험하는 업무를 소화했고요.
물론 둘 다 목표는 동일하답니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임팩트를 만든다’.
CX 매니저가 되고 싶다면 갖춰야 할 역량
Q. 만약 채안 님이 CX 매니저를 채용한다면 어떤 역량이나 경험을 중점적으로 보실 것 같나요?
아무래도 논리적인 사고와 문제 해결 경험을 중시할 것 같아요. 본인이 행동할 때, 상대를 설득할 때 그 근거가 사실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지 중요하게 보는 거죠.
CX 팀원 중에 이런 사례가 있었어요. 문화인류학을 전공했고, 박물관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한 이력이 인상 깊었죠. 전시 가이드를 할 때 방문객을 관찰하고서 ‘어, 이런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라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현실적인 솔루션을 마련해서 실제로 실행에 옮겼던 이야기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어요.
Q. CX 매니저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디자인, 개발 같이 비교적 직무가 명료한 경우와 달리 CX 직무는 그 범위와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해요. 그렇다 보니 더더욱 ‘고객의 중요성’을 중심에 두고 자기 일을 정의하고 개척하는 마인드셋이 필요하죠. CX 매니저로서 일하는 동기와 호기심도 뒷받침돼야 하고요. 업무 스킬은 나중에라도 배울 수 있다고 봐요.
또한 CX 매니저는 결국 동료들과 함께 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저 또한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언제나 기꺼이 손을 내어준 동료들, 함께 달리는 CX팀 동료들 덕분에 지금의 커리어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CX 매니저라는 커리어가 채안 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 나눠주세요.
지금도 산지나 농가에서는 ‘너무 급하다’ ‘바로 버려질 것 같다’는 연락이 자주 와요. 사소한 이유 때문에 시장에 유통되지 못하는 상품들이 그대로 폐기될 위기에 처해있는 거죠.
어글리어스는 건강하고 간결한 유통 구조를 통해 생산자도, 소비자도 유기농 상품을 남김없이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그러면서 환경 문제까지 해결하는 임팩트를 추구합니다.
CX 매니저로서 소비자와 생산자, 환경 모두에 보탬이 되는 제품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어 뿌듯합니다.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준다는 점에서 이 직무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하고요.
여전히 채워야 할 부분은 많지만, 앞으로도 성실하게 한 뼘 더 성장하는 모습으로 인사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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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편집 : 김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