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린 시절 제 꿈은 곤충 학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연애 서비스의 창업자가 되어 지난 4년간 총 3개의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큐피, 모음, 커피팅)
곤충학자와 소개팅 앱이라니 얼핏 보면 동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곤충의 멸종을 막고 싶었던 어린 시절 꿈이 저의 근본적인 시작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세상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이 글은 곤충학자를 꿈꾸던 제가 우연히 스타트업을 알게되어 3개의 연애 앱을 창업하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2.
초등학교 시절 저는 곤충에 빠져 곤충학자, 나아가 환경 지킴이를 꿈꿨습니다. 책에서 매일 1종 이상의 곤충이 멸종한다는 내용을 읽고 충격을 받아 그린 피스같은 환경 단체에 들어가서 지구를 보호하고 곤충이 사라지는걸 막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6년동안 주말마다 도서관에서 곤충 책을 읽었고 강원도 산들을 누비며 곤충을 채집했습니다. 곤충들 이름을 다 외우고 다녀서 친구들이 저를 벌레 공명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벌레 + 제갈공명)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대학이라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곤충학자, 환경 지킴이라는 꿈은 점차 사라졌습니다. 당장 학교에 적응하고 성적을 내기 바빠 대학만 보고 달렸습니다.
(우버 이츠 런칭 파티에서 연예인을 만난 신났던 기억)
3.
제가 대학에 진학한 해인 2010년에는 세계적인 스타트업들이 등장했습니다 미국에서 태동한 페이스북, 우버, 에어비엔비같은 스타트업이 전 세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스타트업들이 범지구적인 영향을 미치는걸 보면서 문득 어린 시절 꿈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 나도 한때 곤충을 지키고 지구를 보호하려는 꿈이 있었는데…’ 누군가는 이미 그런 꿈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제 마음도 동했습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이라는 형태가 환경 운동이나 학문 연구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걸 알게되었습니다
저는 창업을 하기 위해선 먼저 스타트업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당시 우버에서 일하고 있던 대학 선배의 추천으로 우버 인턴을 시작했습니다 우버 이츠 팀에 합류하여 레스토랑에 음식 배달을 제안하는 영업을 담당했습니다
그렇게 1년 반이 지났고 문득 우버가 내가 상상한 스타트업과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기대한 스타트업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곳이었지만, 현실은 숫자를 맞추기 위한 반복된 업무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매일 목표를 채우는데 급급했고 스스로 왜 이 일을 하는지 묻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전 당시 빠르게 성장중이던 공유 오피스 스타트업인 위워크로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위워크도 제가 책에서 보던 스타트업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내가 뭘 잘못 알고 있나? 책에 있는 내용은 부풀려진 얘기인가? 하고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던 중 연말을 맞이해 1년간 고생한 직장인들을 위로하는 네트워킹 파티를 준비하게 됐고 회사보다 내가 직접하는 프로젝트가 스타트업에 더 가깝다는걸 느껴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4.
위워크를 퇴사하고 무작정 친 누나가 있는 베를린으로 떠났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베를린에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문화와 영감을 받았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누나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돼 있었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외로운 유학 생활에 지쳐 대학원 졸업을 코앞에 두고 다 포기하고 돌아오고 싶다고 했었는데 제 앞에 있는 누나는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알고보니 누나를 엄청 좋아해주는 남자친구가 생긴 것이었습니다 저는 신기해서 누나에게 “ 연애를 하고 뭐가 달라졌길래 이렇게 사람이 바뀐거야? “ 물어봤고 누나는 “ 좀 안정감이 생겼다는거? “ 라고 답변했습니다
누나의 답변은 제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30살까지 모태솔로였던 누나가, 늘 제게 ‘누나 결혼은 할 수 있겠냐’고 놀림받던 누나가 20살 이후로 꾸준히 연애를 했던 저보다 더 좋은 연애를 하고 있는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마침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저에게 누나의 변화는 크게 와닿았습니다. 나는 왜 누나보다 연애를 더 많이 했는데도 안정감 있는 연애를 못했을까? 나도 누나가하는 안정적인 연애가 하고싶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도 안정감을 주는 연애를 하도록 돕고싶다는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5.
곤충학자와 환경 지킴이라는 어린 시절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여전히 세상을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본질은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기여하는 것’
그 일환으로 저는 스타트업에 도전했습니다 특히나 누나의 변화에서 영감을 얻어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안정감을 주는 연애를 하도록 돕는’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해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4년이 지났고 그동안 3개의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첫번째 아이템인 화상 소개팅 ‘큐피’ 와 두번째 아이템인 자만추 모임 플랫폼 ‘모음’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