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꿈을 위대하게', 초기 스타트업 VC 베이스벤처스에서 발행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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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베이스벤처스 한정봉 팀장
리프라이즈, 미친 창업자가 바꾸는 봉제의 미래
“아니, 아직도 인형을 손으로 만든다고요?”
투자를 하다 보면 가끔 믿기 힘든 장면을 마주합니다.
AI가 영화를 만들고, 로봇이 식당 서빙을 하는 시대인데요.
봉제 공장에선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바느질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손으로요.
‘의식주’ 중 ‘의(옷)’은 유통, 리셀, 세탁 등
스타트업과 유니콘이 끊임없이 나오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정작 옷을 어떻게 만드는지는 예전 그대로입니다.
디자인 → 패턴 제작 → 재단 → 재봉.
이 네 단계가 여전히 일일이 사람 손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감으로 패턴을 만들고, 가위로 원단을 자르고, 미싱으로 꿰맵니다.
그렇게 만든 결과물이 바로, 우리가 매일 입는 옷, 껴안는 인형, 들고 다니는 가방입니다.
“이걸 자동화할 수는 없을까?”
질문은 단순했지만, 시작은 어려웠습니다. 봉제 산업은 그동안 자동화의 사각지대였습니다. 원단은 구겨지고, 접히고, 늘어나고, 말리기까지 하죠. 소재마다 물성도 제각각이고, 가로·세로·대각선으로 당겼을 때 텐션까지 다릅니다. 이런 걸 기계가 다루려면 정말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리프라이즈는 그 먼 미래를 보고, 지금부터 하나하나 데이터를 쌓고 있습니다.
25년 2월, 박종호 대표와 함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봉제 공장을 다녀왔습니다. 차로 3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그곳엔 수백 명의 노동자가 다닥다닥 붙어 미싱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손으로. 자동화 장비가 있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이걸 자동화한다고요?” 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걸, 현장에선 단 5분 만에 알 수 있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공장이 인건비를 따라 옮겨 다닌다는 겁니다. 중국에서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방글라데시로.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옮겨갈 곳조차 없습니다. 원부자재 수급에 1달, 생산 후 다시 미국까지 가는 데 1.5달. 두 달 반이 걸리는 이 비효율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그 도전을 시작한 팀이 바로 리프라이즈입니다.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을까?
리프라이즈가 집중하는 건 세 가지입니다 : 패턴 제작, 재단, 재봉.
이 세 단계를 AI와 로봇으로 자동화하는 게 목표입니다. 디자이너가 그린 2D 이미지를 넣으면 AI가 이를 3D 디자인으로 바꾸고, 여기서 로봇이 일하기 좋은 방식의 패턴을 자동으로 생성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패턴이 사람 기준이 아니라, 기계가 실제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된다는 점입니다.
이 기술을 가능케 하는 핵심은 시뮬레이션입니다. 여기엔 두 가지가 있죠.
- 순방향 시뮬레이션은 주어진 패턴을 바탕으로 “이걸 접으면 어떤 3D 형상이 나올까?”를 예측하는 겁니다. 쉽게 말해, 설계도대로 종이를 접었을 때 어떤 인형이 나오는지 보는 일이죠.
- 반면, 역방향 연산은 훨씬 더 까다롭습니다. 예를 들어, “이 인형 귀를 2mm 더 뾰족하게 해주세요” 같은 요청이 오면, 기계는 거기에 맞게 처음부터 어떤 패턴을 다시 만들어야 할지를 계산해야 합니다.
이건 단순히 겉을 만지는 게 아니라, 겉모양을 바꾸면 안쪽 도면까지 전부 다시 그려야 하는 수준의 일입니다. 사람도 직관으로 하기 어렵고, 기계에겐 훨씬 어려운 일이죠.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이 이승환 CTO 입니다. 서울대에서 컴퓨터 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스탠포드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거친 3D 및 물리 시뮬레이션, 물리 기반 동작 제어, 그리고 데이터 기반 동작 학습 및 생성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쉽게 말하면, 기계가 실제 세계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자연스러운지를 수학과 물리로 계산하는 사람입니다. 원단처럼 유연하고 복잡하게 반응하는 소재를 로봇이 다루기 위해선 정밀한 모델링과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기술이 실제 로봇 장비에서 구현되기 위해선, 생성된 데이터를 정밀하게 기계에 연결하고 피딩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 부분은 또 다른 공동창업자인 박종민 CPO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는 카이스트에서 전산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트위니에서 협동 로봇 플랫폼의 백엔드 개발을 리드한 경험이 있습니다. 리프라이즈가 만든 로봇용 패턴 데이터를 실제 장비에서 정확히 동작하게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 창업자는 왜 ‘미친 사람’이라 불릴까?
베이스에서는 투자할 때 늘 묻는 말이 있습니다. “이 창업자는 왜 미친 사람인가요?”
박종호 대표는 그 질문에 딱 맞는 창업자입니다.
‘조금 더 좋아지는 일’보다, ‘완전히 새로 푸는 일’에 끌리는 사람.
수아랩 시절, 대부분의 경쟁사들이 데이터를 더 많이 쌓고 모델 정확도를 1~2%씩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때, 그는 적은 데이터만으로도 즉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모델을 만들겠다며 5년을 버텼고, 결국 성과를 냈습니다.
업스테이지에서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OCR 프로젝트를 수행했지만, 그는 그보다 더 큰 갈증을 느꼈습니다. 정확도 95%에서 1%를 더 올리는 일보다,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는 일이 그의 방향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직접 문제를 설정하고, 직접 판을 바꾸기 위해 창업의 길을 택했습니다.
물론 창업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아이템은 여러 번 접었고, 팀도 흩어졌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혼자 남아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직접 고객을 만나고, 공장을 돌며, 진짜 문제를 찾아냈습니다.
미친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팀
창업자의 야망만으로 세상이 바뀌진 않습니다. 리프라이즈는 그 꿈을 구현할 수 있는 팀이 있습니다.
봉제 자동화를 위한 AI 학습용 데이터를 어떻게 정의할지, 어떤 물성이 시뮬레이션에 반영되어야 할지, 시뮬레이터와 현실 로봇의 오차를 어떻게 줄일지. 이건 단순히 코딩을 잘한다고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 팀은 그걸 할 줄 압니다. 그리고 실제로 해내고 있습니다.
봉제 산업의 역사는, 다시 쓰일 겁니다
리프라이즈는 이미 오로라월드와 같은 대형 ODM 및 롱테일의 굿즈 브랜드들과 실전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그 이후엔? 의류, 가방, 신발까지 - 우리가 입고 쓰는 거의 모든 봉제 제품의 자동화에 도전할 겁니다.
과거엔 공장이 인건비와 사람을 따라 이동했습니다. 앞으론 공장이 시장과 데이터를 따라 움직이게 될 겁니다. 바로, 리프라이즈가 만드는 변화 덕분에요.
2년 전, 박종호 대표님은 처음 만난 날 제게 말했습니다.
“돈은 벌고 싶죠. 근데 그냥 구멍가게처럼은 아니고요. 진짜 큰 문제를 풀어서 조 단위 가치를 만들고 싶어요.”
지금 그는 그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그래서 베이스벤처스는 그 미친 꿈에 투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