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크기"와 "인고의 시간"은 비례하는 걸까요?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와 그 과정을 담은 회고록입니다.
시리즈로 나눠 올렸던 내용을 하나의 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글이 조금 긴 편이니, 읽으실 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우리가 사는 도시, 안녕한가요?
성냥갑같은 아파트,
조화롭지 못한 도시의 건물들,
요란한 형태의 상업 건물과 덕지덕지 붙어있는 간판,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와 황급히 길을 비켜주는 이면도로의 사람들.
중학생 무렵,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며 생각했던 서울을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나이가 들며 점차 관심 범위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이 도시에 점점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대학교에서는 건축학을 전공했습니다.
무언가를 의도해서 해당 학문을 접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건물이 아닌, 좋은 건축물을 만들 수 있는 자질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회사에 취직한 이후에는,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던 소위 ‘한국형 건물’을 설계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일을 하게 되었기에 이 일에 회의감이 들었고, 1년만에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던 순간
건축을 정말 좋아했지만, ‘한국형 건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기에 해외 유학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던 중 방문하게 된 유럽에서 존경하는 건축가들의 혼이 담긴 건축물을 직접 경험하며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언젠간 나도 이런 건축물을 만들고자 다짐합니다.
건축물만큼 인상깊었던 것은 유럽의 도시였습니다.
아름다운 건물들과 수목, 오브제와 기념탑, 모든 이를 배려하는 가로 경관, 누구나 자유롭게 휴식할 수 있는 벤치, 광장에서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잘 기획되고 연출된 관광지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일상이라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이 경험 전까지의 저의 목표가 ‘좋은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었다면,
이 경험 이후로 ‘좋은 도시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됩니다.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
왜 우리의 도시에는 성냥갑같은 아파트가 많을까요?🤔
1980년대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며, 일자리를 찾아 지방에서 서울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이들을 효율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현재와 같은 대규모 아파트 시스템을 받아들였습니다.
이후에도 서울에서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수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용적률을 높이며 고층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도시로 발전했죠.
빠르게 성장한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단순히 거주하는 공간을 넘어, 자산을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투자 수단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기존의 아파트를 매각하고 소위 ‘뜨는 동네’로 옮겨가며 자산을 늘리기를 원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성 있는 디자인의 아파트보다는 획일적인 형태의 아파트를 선호합니다. 가운데 거실과 방 세 개, 남향이라는 기본 조건만 충족되면 다른 요소들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니 건축회사들의 디자인 능력 또한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상업 공간 또한 비슷한 논리로 인해 미관보다는 빠른 수익 창출과 현금화 가능성을 우선시하며 획일적인 형태로 지어졌습니다.
도로, 보도블럭, 가로수, 간판과 같은 도시의 다양한 구성 요소들도 충분한 고민 없이 무분별하게 만들어졌고, 현재까지도 이러한 도시 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결과, 획일적인 디자인의 아파트와 무분별하게 들어선 상업 공간, 조화롭지 않은 도시 경관, 자동차와 보행자가 뒤섞여 위험하게 다니는 이면도로가 많은 현재의 도시로 귀결되었습니다.
우리의 도시와 다른 유럽의 도시
한편, 제가 방문했던 유럽의 도시 환경은 우리나라와 전혀 달랐습니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일상 곳곳에서 세심한 배려와 소박한 감동이 담긴 공간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거리에는 어디나 햇볕을 즐기며 쉴 수 있는 벤치가 있고, 누군가와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카페, 마음을 정리하며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성당,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언덕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굳이 멀리 여행을 떠나거나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자신이 사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풍요로운 공간 경험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다시, 서울
럽에서의 시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모국어로 소통할 수 있고 지하철 한 번으로 편리하게 집까지 올 수 있다는 점이 좋았지만, 지하철역 밖으로 나왔을 때 느껴지는 도심의 혼란스럽고 삭막한 풍경은 저를 아쉽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어린 시절 제가 품었던 의문을 다시 떠올리게 했습니다.
자본금 200만원으로 시작해 연매출 10억원까지
유럽에서의 경험으로 인해 저의 꿈은 ‘좋은 건축물을 만드는 것’을 넘어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어떻게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 막막했습니다.
도시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 행정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에 필요한 자격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세상을 더 폭넓게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유학을 준비하며, 동시에 여러 공모전과 대외활동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시민 발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3등을 수상하며 특허 및 시제품 제작 지원을 받는 창업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창업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길이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도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작은 시작이었지만, 점차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면 언젠가 목표를 실현할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공간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의미를 담아, Collaboration(협업)과 Space(공간)을 결합해 ‘콜라보스페이스(CollaboSpace)’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3,000만원을 대출받아 첫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창업 후 1년여간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익혔고, 그 이후에는 시장 수요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외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처음 몇달간은 수백만원의 수익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모험적으로 선택한 해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이듬해 매출 1억원, 그 다음해에는 3억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바지를 편리하게 거치할 수 있는 새로운 컨셉의 바지걸이>
그리고 몇개의 정리 제품을 더 추가하며, 창업 4년차에 연 매출 1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3억원의 펀딩을 받은 옷걸이>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발생했습니다.
글로벌 판매를 위해 제품을 운반해야 했지만, 해운비가 폭등하면서 공급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동시에, 세계 각국에서 감염자가 급증하며 도시들이 셧다운되었고, 해외 판매를 주로 해온 저희 사업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몇주간의 고민 후,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코로나 확산을 막을 제품을 만들자.
당시, 서양에서는 마스크 착용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감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얼굴이 보이면서도 비말 감염을 막을 수 있는 페이스쉴드를 디자인해 킥스타터에 런칭했습니다.
이 제품은 2달 만에 10억원의 펀딩을 기록하며, 완벽한 성공처럼 보였습니다.

<FaceShield Blocc>
연매출 10억원에서 원점으로

성공도 크라우드 펀딩이었지만, 문제 역시 크라우드 펀딩이었습니다.
킥스타터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경연장이자, 소비자의 실시간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대부분의 초기 기업이 기술적 보호 장치가 부족한 상태에서 제품을 출시하기 때문에, 중국 공장에서 손쉽게 카피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도 제품을 출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십여 곳의 알리바바 공장에서 동일한 제품을 카피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자하여 각국에 특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출원했지만, 등록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등록 후에도 침해자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현지 변호사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대응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사실을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아마존에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을때는 이미 30여개의 카피제품과 가격으로 경쟁해야되는 상황이었으며, 이외에도 쇼피, 이베이, 월마트, 쇼피파이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월 수십억 원 규모로 판매되는 것을 뜬 눈으로 확인해야만 했습니다.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했기 때문에 해외 판매가 어려워지자 인력과 재고자산 등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국내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던 정리 제품 역시 다른 회사에 의해 카피되며 10억원대의 매출 피해를 입었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법원은 상대 업체의 제품이 우리의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고 인정했지만, 3심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로 특허가 무효화되면서 최종적으로 패소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복잡한 문제가 얽힌 상황에서 차기 제품으로 기획했던 제품은 기술적인 이슈로 인해 개발에 실패했고, 재정적 문제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결국, 7명까지 늘어났던 팀원들은 하나둘씩 퇴사했고,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서울을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 수 있을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제가 왜 사업을 시작했는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좋은 공간을 만들자'는 목표로 시작한 사업은 생활용품을 디자인하는 것에서 출발했고, 예상치 못한 다양한 과정을 거치며 원했던 방향대로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기획, 제조, 판매, 마케팅, 수출, 개발까지 사업의 전반적인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다방면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한편, 지난 7년간 '좋은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주말마다 전국의 카페, 식당, 스토어, 전시장 등 500여 개의 공간을 방문하며 사진을 촬영하고 기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집이든, 카페든, 사무실이든 어떠한 용도의 공간이든지, 아무리 작고 소박하더라도, 공간을 만든 사람의 취향과 안목, 그리고 공간에 대한 애착이 담긴 곳이라면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공간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되고, 그 공간을 찾는 이들이 더 많이 늘어난다면,
수요와 공급에 법칙에 따라 이러한 공간을 만들려 하는 사람이 많아져 우리 주변에 좋은 공간들이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고, 결국 우리의 도시도 점차 아름답게 변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콜라보스페이스 큐레이션에서는 우리가 설정한 네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좋은 공간을 선별해 소개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공간을 쉽게 찾고, 취향에 맞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뜻이 좋아도, 수익을 내지 못하면 사업을 지속할 수 없기에,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아래의 가설과 목표를 세웠습니다.
가장 작은 단위의 공간부터 변화시키자.
누구나 좋은 공간에서 살기를 희망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실현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인테리어 전문업체에 의뢰하면 평당 150~250만원의 높은 비용이 발생합니다.
작은 방만 인테리어를 하고 싶었지만, 진행이 가능한 최소 평수는 10평 이상입니다.
전월세로 거주하기 때문에, 인테리어를 하는 경우 집주인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인테리어를 한 후 이사를 하는 경우에는 매몰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셀프로 인테리어를 하려 했으나, 아래의 문제가 있습니다.
셀프로 인테리어를 하면 완성도가 낮을 것 같아 망설여집니다.
다양한 채널에서 검색했지만 정보와 광고가 혼재되어 있어서 내게 맞는 정보를 찾기 어렵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인테리어 스타일을 공유하지만, 전문가 수준의 체계적인 가이드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콘텐츠는 찾기 어렵습니다.
인테리어 스타일이 너무 다양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조차 고민됩니다.


위 두 공간은 같은 공간입니다.
이렇게 공간을 변경하기 위해 인테리어 전문가의 컨설팅도, 시공 작업도, 집주인과의 협의도, 많은 예산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공간을 만드는 원칙만 알면 누구나 이러한 공간의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시공 없이, 제품으로만 인테리어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사를 한 후에도 기존의 인테리어를 지속하고,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것은 3가지입니다.
취향에 맞는 공간 레퍼런스
해당 공간에 적합한 제품 추천
인테리어에 필요한 가이드
저희는 이 세 가지 정보를 기반으로, 누구나 본인의 취향이 담긴 인테리어를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이탈리아 로마를 걷다 보면, 가정집 베란다에 정성스럽게 꽃을 가꾼 모습을 종종 마주치게 됩니다.


그 앞을 지나가면서 사진을 한 장 찍고 추억을 만듭니다.
그곳에 누가 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작은 공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집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이 집 앞 골목으로,
카페를 사랑하는 주인의 마음이 카페 앞 도로로,
좋아하는 제품을 오랫동안 모아온 수집가의 진실함이 마을로,
도시 전체로 번져 나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자, 이제 우리의 도시입니다.

우리는 지금껏 공간에 대한 애정보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도시를 만들어왔습니다.
저는 도시라는 큰 공간을 변화시키는 첫걸음은 ‘내 방, 내 집’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가장 작은 단위의 공간을 변화시키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작은 공간에 애정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런 이들이 훗날 카페, 식당, 스토어, 전시장처럼 도시를 이루는 다양한 공간을 만든다면— 앞으로 우리의 도시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까요?

여기까지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콜라보스페이스에서 초기멤버를 모집합니다.
안녕하세요, 콜라보스페이스에서는 누구나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해당 서비스를 로켓처럼 성장시키기 위해 팀빌딩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세상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것에 열정을 가진 분이면서, 본인의 성향이 아래의 행동 규범에 부합하다고 생각하신다면 누구든 환영합니다.
Self-motivated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동기부여합니다.
Challenging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통해 배웁니다.
Specialist & Generalist 우리는 스페셜리스트이자 제너럴리스트입니다.
Fast Action 목표 → 계획 → 실행 → 상호 피드백을 빠르게 반복합니다.
One Team 기업의 정체성과 리츄얼에 동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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