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티클에서는 ‘SES AI’의 창업자인 치차오 후(Qichao Hu) 대표의 인터뷰를 정리했습니다.
SES AI는 2012년 미국 보스턴에서 문을 연 차세대 리튬 금속 배터리 개발사 및 제조사예요. 육상 교통 항공운송을 망라하는 전기 교통수단(이하 EV)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개발하고 제조하며, 새로운 전해질 재료를 발견하고 EV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SES AI는 총 5억 달러(약 7300억 원) 이상 투자를 받았고 2021년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어요. 지금은 GM, 현대자동차, 혼다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및 엔비디아 등 컴퓨팅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EV 업계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잡아 가고 있고요.
치차오 후 CEO로부터 경쟁사들의 추락에서 배운 교훈과, 그가 회사를 운영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창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티클 네비게이션]
- 업계 1위 기업의 파산이 스타트업에게 준 교훈
- EV 스타트업을 상장사로 이끌며 얻은 3가지 배움
- SES AI가 딥테크 제품으로 만드는 혁신
- 스타트업으로 상장까지 경험한 CEO의 창업 조언
업계 1위 기업의 파산이 스타트업에게 준 교훈
안녕하세요 저는 치차오 후(Qichao Hu)입니다. ‘SES AI’의 창업자이자 CEO입니다. SES AI는 전기 교통수단(EV)에 들어가는 리튬 금속 배터리를 개발하고 제조하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전해질 재료를 발견하고 EV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저희는 EV 리튬 금속 배터리의 초기 프로토타입으로서 세계 최초로 자동차 A 샘플, B 샘플을 개발하기도 헀어요. 이는 기술이 실제 자동차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SES AI를 창업하던 해인 2012년, 업계에서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리튬 이온 자동차 배터리 제조사 중 미국 1등 기업이었던 A123이 파산한 사건이었어요. 당시 A123은 굉장히 크고 권위있는 회사였습니다. 제가 MIT 학부생이었던 시절, 이 회사의 창업자와 임원들이 학생들에게 경험을 공유해주는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더 가깝게 느꼈던지라 충격을 받았죠.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이렇게 큰 회사도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교훈을 얻어보기로 했어요. 그 결과 A123이 실패한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첫째, (기술 측면에서) 시대를 너무 앞질러 가버렸어요. 그들은 양극에 사용된 재료에 따라 분류되는 두 가지 유형의 리튬 이온 배터리 화학 기술 중 LFP(Lithium Iron Phosphate)를 집중적으로 개발했어요. 하지만 2009년~2012년 사이 일본과 한국 회사가 주도하는 화학계에서는 NMC(Nickel Manganese Cobalt)를 더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업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A123는 서서히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당시 자동차 제조사인 GM과 포드(Ford)가 리튬 이온 배터리를 쓰기 위해 A123의 제품과 한국 회사 및 일본 회사의 제품을 비교했는데요. A123의 경우 경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약체가 되었고 이때문에 주요 클라이언트를 잃어서 파산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죠.
둘째, 전문 CEO의 한계도 보였습니다. 창업 CEO의 경우 기술 기반 도메인을 가지고 있고 기업을 자식처럼 키우기 때문에 정성을 다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문 CEO의 경우 (회사와 관련된 기술에 관해 대략 알고 있더라도 도메인을 가진 CEO보다는 부족하기 때문에) 회사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와 풀어야할 과제가 무엇인지 깊이 알기 어렵습니다.
또한 전문 CEO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아 회사를 빠르게 확장시켜서 성과를 내면 되고 회사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A123도 그런 사례였다고 봅니다. 그들은 지원금을 받아서 미시건 주에 큰 공장을 설립했고 월 5000명을 고용했지만 3개월 후 모두 해고하고 말았어요. 전문 CEO의 잘못된 결정으로 회사가 부자연스럽게 성장했고 결국 탈이 난 것입니다.
셋째, 품질에 신경쓰지 않고 운영 관리, 마케팅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당시 A123의 탭 웰딩(Tab Welding)에 결함이 있었는데 그대로 GM에 납품했고, 추후 이것이 문제가 생겨서 LG에게 해당 계약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참고: Tab Welding은 전류를 한 곳에 모으기 위한 조립 공정을 의미합니다. (출처) |
A123의 전문 CEO는 관리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데만 신경을 썼어요. 물론 상장사에게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죠. 하지만 그들은 품질을 관리하지 못했을 때 생기는 비용을 미처 생각지 못했어요. 따라서 매출은 많이 올려도 마진은 크지 않은, 지속가능하지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됐어요.
EV 스타트업을 상장사로 이끌며 얻은 3가지 배움
한편, 저희 회사는 당시 자본금이 없었기 때문에 시리즈 A를 준비하며 프로토타입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이때 A123의 이전 직원들을 잘 알았기 때문에 그들의 R&D 시설을 쓸 수 없을지 간곡히 부탁했어요. 그 시설에는 원래 200명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8명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래서 시설에는 건조실, 실험도구, 장비 등이 다 놀고 있었고요.
저희는 염치 불구하고 그들에게 “우리가 라인을 이용해서 프로토타입을 좀 만들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죠. 다행히 허락을 받았고 A123의 R&D 시설에 남은 것은 무엇이든 활용해서 공짜로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그때 돈과 시간을 엄청나게 아낄 수 있었어요. 다른 어떤 배터리 회사도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A123의 패착에서 3가지 교훈을 얻고, 버려진 시설에서 ‘셀프 인큐베이팅’을 하며 저는 ‘SES AI는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다짐했어요. 경쟁사는 문을 닫는 아쉬운 상황을 맞았지만 저희에게는 결과적으로 이 두 가지가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더불어 경쟁사들이 경기가 좋을 때 투자를 과하게 많이 하는 현상을 보고 타산지석 삼기도 했어요.
2022년~2023년 사이, 시장 분위기가 좋았을 때 경쟁사들이 부품 회사 등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투자처들이 다 문을 닫고 있어요. 또한 다른 회사들은 설비 투자를 많이 하는데 저는 이것이 리스크가 크다고 봅니다. 상황에 따라 투자한 자산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기 쉬워서예요. 그래서 SES AI는 시장이 좋을 때 현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 하고, 신중하게 투자하고 있어요.
한편, 회사 운영 경험을 통해 자체적으로 학습한 교훈도 있어요. 그중 창업 후 여러 도전 과제가 있었겠지만 대표가 임원진과의 합을 맞추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강조해서 말씀 드리고 싶어요.
누구나 창업을 하면 어려운 도전 과제를 해결해야 하죠. 특히 상장을 하면 시장, 투자자, 주주들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 많았습니다. 시장은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고요. 투자를 받을 때도 개인 투자, 금융 투자, 전략 투자 중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심하죠. 뿐만 아니라 저희는 기술을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 파트너와의 비즈니스 거래를 어떻게 하면 성사시킬 수 있을지 늘 고민합니다. 이는 가치 있는 도전들이에요.
그러나 모든 일이 회사의 핵심 미션에 가치를 더하지는 않죠. 특히 ‘나쁜 임원진(bad board)’을 대하는 일이 가장 어려워요.
예를 들어 비상장 회사의 임원진은 투자자들인데 그 중에서 기술, 시장 등 회사가 속한 업종의 특성을 잘 모르면서 어떻게든 참견하려는 임원이 있어요. 그들은 성과를 거두어야 하는 타임라인이 있거나 출구 전략이 있어야 하거나 LP에게 압박을 받고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대표인 제게는 나쁜 임원진입니다. 이는 회사의 핵심 미션에 가치를 더하지 않는 과제입니다.
이때 대표로서 해야할 일을 다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1) 투자자를 까다롭게 선택해야 합니다. 어떤 투자자는 명망이 있어도 스타트업을 너무 좌지우지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면 대표로서는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대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투자자와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 어떤 투자자 및 임원과 일하기로 하고 동의서를 쓸 때 대표의 권한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때 대표는 예의를 차릴 필요 없이, “대표에게 힘을 주지 않을 거면 CEO를 시키지 말아라. 내가 계속 CEO를 한다면 힘을 제대로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라는 말을 단호하게 해야 해요.
임원진과의 합을 맞추는 일이 너무 복잡해지면 대표로서 집중력을 잃기 쉬워요. 특히 피봇 등 중대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시기에 대표로서 명확하고 집중적인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면 무엇이든 성공하기가 어렵습니다.
SES AI가 딥테크 제품으로 만드는 혁신
SES AI는 이렇게 여러 교훈을 발판으로 성장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EV 배터리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일은 녹록지 않아요. 특히 배터리의 품질을 검증하는 프로세스가 오래 걸리는 업계입니다. 그리고 그게 옳다고 생각하고요. 저희처럼 새로운 재료를 써보고, 제조 공정을 바꿔보고, 디자인을 수정해 보면 더더욱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SES AI는 세 가지 AI 솔루션을 개발해서 타임라인을 가속화하고 있어요. 제조를 위한 AI, 안전을 위한 AI, 과학을 위한 AI가 포함됩니다. 이러한 AI 솔루션을 활용해서 시장과 고객이 EV를 안전하고 편하다고 느끼는 시간을 빠르게 앞당기려는 것이에요. 저희는 10년 동안 실제 세계의 다양한 환경에서 배터리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했어요. 해당 데이터를 AI 모델에 넣고 돌리면 앞으로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확인할 수 있어요.
지금 이런 기술 활용이 가능한 이유는 기가팩토리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쓸 수 있게 된 덕분이고, 대규모 언어 모델을 포함한 새로운 AI 모델이 나온 덕분이에요. 둘이 합쳐져서 전례 없는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고 봐요.
따라서 SES AI는 자동차 제조사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와 같은 컴퓨팅 회사들과도 협업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EV 배터리를 위한 컴퓨터 센터를 짓고, 소프트웨어 및 새로운 모델을 빌드하기 위함이고요. 이런 컴퓨팅 및 디지털 기술과 SES AI에서 나오는 재료, 제조 공정, 자동차 데이터를 합쳐서 저희의 역량을 발전시켜나갈 예정이에요. 이를 통해 AI 생태계 중 EV 배터리 분야의 일원으로서 잘 성장해 나가려고 합니다.
이외에도 저희가 개발 중인 기술에 관해 조금 더 말씀 드리면요. EV에 관해서는 물론 육상, 항공 교통 모두 관심이 많고 관련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그런데 특히 언급하고 싶은 분야는 리튬 금속 배터리를 고도 의사위성(HAPS, High Altitude Pseudo Satellite)에 적용해보는 작업입니다.
HAPS는 약 18~30km 고도(성층권)에서 작동하는 무인 항공기 또는 공기선인데요. 이들이 도서, 산간 지역 등 육지의 기술적인 혜택을 덜 받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날아다니며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저희가 하는 일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인터넷을 보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고 흥미로운 시도라고 생각해요.
뿐만 아니라 SES AI는 현재 북극 지방에 큰 GPU 센터를 만들고 있는데요. 리튬 금속 배터리와 함께, 저희가 연구하는 다양한 과학 기술을 여러 주제에 적용해보고 활성화해 볼 수 있는 컴퓨팅 파워가 여기서 생산될 예정이에요.
예를 들어 바다 미세 플라스틱 문제, 새로운 항생제 발견 등 과학 기술 발전과 관련된 여러 사회 이슈를 다루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SES AI는 배터리 회사에서 교통 수단 에너지를 생산하는 회사, 나아가 기후 변화 문제에도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회사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으로 상장까지 경험한 CEO의 창업 조언
마지막으로 SES AI가 상장에 성공한 스타트업인만큼, 다른 창업자들에게도 두 가지 조언을 전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실패에 일일이 마음을 쓰지 말라고 조언을 드리고 싶네요. 저희는 혁신을 따르는 과정에서 보람찬 결과를 낼 때도 물론 있지만, 일상적으로 크고 작은 실패를 수없이 마주합니다. 이럴 때 사람으로서 성공과 실패에 각각 어떤 감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성공’이든, ‘실패’든 어떤 특정한 상황에 붙이는 이름표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고 담담하게 마주할 뿐이에요. 물론 실패했을 때는 금전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비용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일시적인 상황일 뿐이라고 간주하고 실패에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누군가 저를 로봇이라고 부르더군요.
다른 하나는 피봇을 빠르게 하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어요. 물론 초기의 비즈니스가 회사의 핵심 아이디어라는 생각, 그동안 어렵게 만들어 왔다는 생각 때문에 굉장히 어렵습니다. 저도 이 함정에 빠져서 ‘그때 더 빠르게 피봇할걸’하고 후회해요.
예를 들어 저희가 예전에는 드론에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드론 회사의 구성원들과 친하게 지냈고, 오랜 기간에 걸쳐 드론 배터리 디자인을 개발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EV 배터리 회사로 피봇을 하게 된 거예요. 지금까지 쌓은 관계, 개발한 디자인, 구상한 모멘텀이 다 있는데 이걸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죠. 사실 구성원 모두가 감정적으로도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모든 것들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피봇은 신속하게 해내야 합니다. 기존의 DNA, 과거의 모든 것을 다 지나 보내야 합니다. 그래야만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어요.
👆 EV 리튬 금속 배터리 개발 및 제조사이자 AI 솔루션 개발사로서 창업 10년 만에 상장한 ‘SES AI’의 창업자 치차오 후(Qichao Hu) CEO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 장혜림 에디터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