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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업은 차별성도, 숫자도 만들 수 없다" : VC가 밝히는 투자 거절의 진실

이 글은 [비주류VC의 이상한 뉴스레터]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이 뉴스레터를 통해 약간은 이상하고 솔직한 VC와 스타트업 세계를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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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비주류VC"예요.

오늘은 월요일마다 발송드리는 "VC생활 10년만에 로맨틱한 사람이 냉소적인 사람이 된 이야기" 시리즈로 찾아뵙게 되었어요.

목요일에는 제가 관심있는 스타트업 산업의 인터뷰나 좋은 글들을 발송드리고 있사오니 많은 분들께 구독 주소를 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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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물 한번 째 이야기를 들려드릴께요.

최근에 한 창업자 분이 찾아와 주셨어요. 다른 VC 형님이 강추하셔서 만나뵈었는데요.

현 시점에서 투자받기 정말 힘든 상황에 놓여 계시더라구요.

제가 스레드에서 다뤘던 주제들에 정말 너무나도 잘 부합되는 사례여서 오늘은 이 미팅에 대한 에피소드를 써보고자 해요.

혹시라도 본인이 이 글을 보시면 매우 불편하실 수 있으니 사실관계는  많은 Massage를 거쳤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제가 좀 특이한 전공의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어요.

노인과 관련된 전공인데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실버산업에 관심이 많아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는 정말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요.

문자 그대로 인구구조 붕괴의 전 단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보니, 저는 당연히 이 문제점을 해결 할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겨날 거라고 예측했었던 거죠.

제가 박사과정에 입학했을 때가 2017년이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잘 나가는 실버산업 내 스타트업인 "C"사가 2019년에, "CD"사가 2018년에 각각 창업했어요. 문자 그대로 "타이밍"은 잘 맞췄던 것이지요.

위 회사들은 대부분이 "노인 돌봄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다른 분야에서도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나타났어요.

오늘 말씀드릴 업체는 장례 관련한 서비스 분야의 업체 중 하나였어요.

 

1. IR Deck 전달 및 미팅 요청 과정 - 합격

"창업자가 투자자에게 어떻게 IR Deck을 읽게 만들까요?"

https://www.threads.net/@nmsvc2024/post/DAmi_Cgyvts?xmt=AQGzHJ1AVXwwGSbD27UdaBBY33Ha48y24HL57fpbh0FQkA

최선의 방법은 "인맥을 통해 특정 VC를 소개받아 직접 전달하는 것"이고, 차선책은  "다른 VC를 통해서 전달하는 것"이예요.

왜 이래야 할까요?

VC들은 일반적으로 바빠요. 가만히 있어도 IR자료는 계속 해서 들어와요.

변명이라면 변명이지만 이 IR Deck을 다 읽을 시간은 없어요. 솔직히 저도 다 읽어보질 못해요. 어떻게든 다 읽어보려고 해도 그럴 시간이 부족한 건 사실이예요.

저도 예전에는 이 IR Deck을 만드신 대표님의 노력을 생각해서라도 성실하게 한장 한장 읽었던 시절이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그러지 못해요.

IR Deck을 읽고 피드백을 드리는 것 조차도 최소 1시간, 오래 걸리면 몇 일이 걸리는 작업이예요. 저도 이 사업에 대해서 검색을 통해 알아보거나 다른 VC들에게 물어보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문제는 이런 작업을 해도 저에게 별다른 소득이 없다는 점이죠.

간혹 정말 매혹적인 아이템의 IR Deck이 들어오긴 하지만 솔직히 100개 중 1~2개 될까 말까해요.

각 VC들마다, 각 시기마다 관심사가 다 달라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차라리 제가 관심있는 업체를 찾아가서 만나는 게 투자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창업자가 VC에게 IR Deck을 읽게 하려면 직접 자신의 인맥을 통하거나 혹은 다른 VC를 통해서라도 전달해야 돼요.

다른 VC를 통해서 온 자료라면 아무래도 어느 정도 퀄리티를 갖추고 있을거라고 믿기 때문이죠. 심지어 개인적으로 친한 VC에게서 온 자료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봐야겠죠.

이 업체는 그런 부분에서 합격이었어요.

제가 오랫 동안 알고 지낸 베테랑 VC 형님을 통해서 자료가 왔기 때문이예요. 그 형님도 제가 어떤 전공의 박사학위가 있는지를 잘 아시기 때문에 자신의 지인을 소개해 주신 거였지요.

자료를 꼼꼼히 살펴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제가 아는 VC를 통해서 미팅을 요청해 오셨기 때문에 미팅 요청 과정도 합격점을 드려야겠어요.

일단 VC에게는 콜드콜이 잘 통하지 않아요. 함부로 콜드콜을 했다가 어려움을 겪은 창업자분에 대한 에피소드인 "VC가 절대 받지 않는 콜드콜(Cold Call)의 비밀"을 쓴 적이 있거든요.

https://www.threads.net/@nmsvc2024/post/DCxrLX4yX6u?xmt=AQGzHJ1AVXwwGSbD27UdaBBY33Ha48y24HL57fpbh0FQkA

 

2. 엘레베이터 피칭 or 원 라이너 - 불합격

엘레베이터 피칭(Elevator Pitching)은 30초 안에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죠.

원 라이너(One-Liner)는 짧고 강렬하게 핵심을 전달하는 한 줄짜리 설명이예요.

저는 늘 VC를 만나는 창업자는 한 문장으로 자신의 사업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려요.

이유는 명확해요. 

한 문장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사업의 핵심과 정수만 남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자신의 사업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산업의 현황과 세부적인 내용 등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역설적인 일이 발생해요.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정리가 안 되다보니 결국 핵심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미팅 초반에 반드시 이 질문을 해요.

"대표님이 영위하는 사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서 말씀해주세요."

이 질문에 대해 바로 답변이 나오는 분이 많지 않아요.

바로 말씀을 하시는 분도 가만히 보면 본인 사업의 본질을 잘 설명을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태반이예요.

더 정확히는 "자신의 사업을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포장해서 말하지 못 한다"고 봐야죠.

그 만큼 힘든 질문인거죠.

제가 만난 업체가 딱 이런 느낌이었어요. 미팅 초반에 제가 이 질문을 드렸는데 제 기준에서는 굉장히 사업의 본질과 동떨어진 답변을 해주셨어요.

간단 명료하지 못했어요.

첫 인상이 좋지 않았죠.
https://www.threads.net/@nmsvc2024/post/DFNGeQKS8ri?xmt=AQGzHJ1AVXwwGSbD27UdaBBY33Ha48y24HL57fpbh0FQkA

 

3. 차별성 - 불합격

특별한 차별점이 보이질 않았어요.

경쟁사인 "S"사보다 질 좋은 고객군을 가지고 있다고 하셔서 매출과 이익이 굉장히 궁금해졌어요. 하지만 정작 매출은 제 예상보다도 훨씬 적었고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었어요.

"S"사는 제가 아는 바로는 최근 5년 이내에 당기순손실을 본 적이 없어요.

매년 흑자였죠.

심지어 몇년 전 받은 투자금이 그대로 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문자 그대로 "돈이 쌓이는" 회사인 것이죠.

반면, 이 회사는 "S"사를 밀어내고 우량한 업체들을 고객으로 삼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럼 이 말을 들은 VC는 당연히 매출과 이익이 "S"사와 비슷할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1/3이 안되는 매출액에 손실을 몇 년째 보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실망감이 생겼어요.

이후의 이야기는 솔직히 귀에 잘 안들어와요. 왜냐면 이미 "기대감"이 깨져버렸기 때문이죠. 

이런 경우가 소위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예요. 우리가 "S"사보다 낫다고는 하지만 정확히 뭐가 더 나은질 모르겠다는 것이죠.

"S"사와 이 회사는 같은 BM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데, 이 회사는 "S"사가 못 하는 성장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했어요. 근데 성장전략이 무슨 소용이 있나요...일단 기본 BM에서 완전히 밀리고 있는데...

정말 "S"사보다 뛰어난 고객을 가지고 있다면 기본 BM에서도 "S"사와 대등해야 된다는 말이죠.

특히나 경쟁사를 조금이라도 깎아내리는 전략을 쓴다면 당연하게도 숫자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어야 투자자도 믿을 수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심사역도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뭔가 할 말이 있어야 하잖아요?

이 회사가 왜 "S"사보다 나은지에 대해서 뭔가 말을 해야되는데, "S"사보다 우량한 고객이 있다고 했다가 매출이나 손실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면 솔직히 할 말이 없는 것이지요...

"왜 스타트업들이 차별성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에피소드가 적용되는 지점이예요.
https://www.threads.net/@nmsvc2024/post/DETmytLTuW_?xmt=AQGzHJ1AVXwwGSbD27UdaBBY33Ha48y24HL57fpbh0FQkA

 

https://www.threads.net/@nmsvc2024/post/DEbX0SAzMRk?xmt=AQGzHJ1AVXwwGSbD27UdaBBY33Ha48y24HL57fpbh0FQkA

 

4. 성장 전략 - 불합격

오늘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이 부분 때문인 것 같아요.

대표님은 미팅 시간 중 반복적으로 "S"사가 감히 시도도 못하는 것을 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이 아이템이 성장전략이고 "S"사는 흉내도 못 내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문제는 그 아이템이란 것이...

이미 수년 전부터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하고 있거나 하겠다고 주장했던 아이템이란 것이죠.

1. 고인의 가족들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추모 영상"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었어요. 이 영상을 업로드 하는 가상의 공간을 "추모 공간"으로 명명하고 매년 일정 금액의 이용료를 받겠다는 것이 그것이었죠.

2. 그리고 "S"사가 영업하지 못 한 장례식장의 안내 스크린을 컨트롤 할 수 있으므로 광고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였어요.

3. 마지막으로 장례식 도중 합리적인 가격의 장지를 찾게 해주는 플랫폼이 있다고 하셨어요.

 

"비주류VC"는 의문이 좀 생겼어요.

1. 기본 이미지나 영상은 고인들의 가족들이 제공할 것임. 사실 아이폰에서도 저장된 이미지와 영상을 자동으로 편집해 보여주는 "메모리즈(Memories)" 기능이란 것이 있음. 구지 돈을 매년 내면서 이 업체의 영상을 봐야 할 이유가 있는지?

2. 가상의 추모 공간은 문자 그대로 1년도 채 유지되지 않을 것임. 최근에는 "제사"도 많이 없어지는 추세인데 과연 가상의 추모 공간 유지를 위해서 연단위 과금에 응할 고객이 있을지? 경기도 안 좋아지는데...?

3. 동사만의 아이템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미 너무 많은 업체들이 시도해왔었음. 문제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것인데 이런 것에 비추어 보았을 때 동사만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질문들에 대한 대표님의 답변이 솔직히 만족스럽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이미 5년 전부터 이런 서비스들은 많이 있었고 그 누구도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이유가 있는 거예요.

 

"비주류VC"는 작년 11월에 아버지를 잃었어요.

그리고 제가 직접 장례식장에서 겪은 걸 토대로 생각해 보면 상기 서비스들은 전혀 실용적이지 않다는 것이죠...

일단 가상 추모공간에 돈을 계속 내진 않을 것 같아요. 납골당에 납부하는 금액 정도가 최대한인 것 같았어요.

그리고 장례를 치르는 도중 화면을 보면서 광고를 접할 정신이 없어요.

마지막으로 정신 없는 장례 도중에 인터넷에 접속해서 플랫폼으로 들어간 후 적당한 가격의 장지를 선택할 여유가 없는 거예요.

 

결국 논리적으로 저를 설득하지 못했어요.

제가 실버산업의 전문가이기 때문도 있지만 장례식을 실제로 경험한 지 4개월 밖에 안 지난 시점이어서 굉장히 개인적인 주관으로 사업을 바라보게 된 점이 컸던 것 같아요.

"스타트업은 결국 논리 싸움"이라는 글이 적용되는 지점이예요.

https://www.threads.net/@nmsvc2024/post/DGkE6o1RaNM?xmt=AQGzHJ1AVXwwGSbD27UdaBBY33Ha48y24HL57fpbh0FQkA

 

5. 대응 - 합격

대응은 굉장히 주관적인 것이라서 써야할지 망설였어요.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창업자에게 자신의 사업이 어떤 존재인지를 말이죠.

제가 사업을 해 본 적은 없지만 수 많은 창업자들과 부대끼다보니 간접 경험을 자주 하게 된 영향이 크죠.

그 분들의 불굴의 의지는 자신의 사업을 "자식"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저도 그 사업에 대해서 말씀드릴 때는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하지만 이 사업에 대해서는 저도 아는 게 너무 많았어요.

차라리 제가 잘 몰랐다면 정말 시장에서 통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과거 이런 BM을 들고 온 업체들 중 제대로 성장한 곳이 한 곳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검토는 할 수 없어요.

"S"사와 유사한 기본 BM을 유지한 채 새로운 성장 전략들을 설명해 주셨는데, 이런 성장 전략이라면 차라리 "S"사와 기본 BM으로 맞붙어서 순이익부터 내는 게 맞다고 말씀드렸어요.

이 부분에서 살짝 불쾌감을 표현하셨는데...이해는 합니다만...

자본시장이 볼 때는 이 성장전략들은 그다지 유의미하지 않거든요.

 

이걸 말씀드려야하나 말아야하나 고심하다가 말씀을 드렸는데 대응이 인상 깊었어요.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거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숫자로 증명해 보이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숫자가 나왔을 때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자칫 VC와 말다툼으로 번질 뻔 한 상황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가져가는 그 유려함은 분명히 "합격"이었어요.

 

솔직히 저 외에도 VC는 아주 많죠.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자신의 성장전략을 지지한다면 펀드레이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겠죠.

그런 맥락에서도 구지 VC랑 싸울 필요가 없어요. 어차피 헤어질 인연이라면 안 좋은 인상을 남길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대표님은 이 부분에서 상당히 노련하셨어요.

 

이번 에피소드를 정리해 볼께요.

1. "비주류VC"가 어느 날 잘 아는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시는 분을 소개받았어요.

2. IR Deck 전달이나 미팅을 잡으시는 방식 등은 모두 좋았지만 결국 사업 자체의 한 문장 정체성과 성장 전략 등의 논리가 약했어요.

3. 경쟁사를 깍아내리면서 본인의 성장 전략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매출과 이익 등의 "숫자"가 반드시 준비되어야 해요. 안 그러면 "역효과"가 날 수 있어요.

4. 자칫 불쾌하실 수 있는 말씀을 드렸지만 대표님이 노련하게 받아들여 주셔서 인상 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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