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전세계 농작물 10개 중 최대 3개가 버려집니다. 단순히 예쁘지 않다고요. 못난이 농산물이라 해도 막상 직접 먹어보면 일반 농산물과 비교해 맛과 신선도에 흠을 잡을 수 없었는데요.
경남 하동에서 나고 자라 농업이 친근했던 캐비지 최현주 대표는 수확과 유통 단계에서 이렇게 많은 농산물들이 버려져야 한다는 사실에 매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농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자와 소비자, 환경까지 모두가 손해를 보고 있는 비합리적 구조에 문제 의식을 느꼈고요. 그렇게 어글리어스와 캐비지 팀은 탄생했습니다.
현재 캐비지는 정기배송 서비스뿐만 아니라, 온디맨드 방식의 ‘싱싱마켓’을 운영하며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는데요. 단순히 못난이 농산물을 사고 파는 것을 너머 미래에는 더욱 더 건강하게 생산되기를, 남김 없이 소비되는 그로서리 마켓을 그리는 캐비지 팀을 만나보았습니다.
이어지는 인터뷰에서 최현주 대표와 함께 캐비지팀과 어글리어스에 대해 깊이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Q. 안녕하세요, 대표님! 간단한 자기 소개와 창업 이전의 경력을 설명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캐비지 최현주 대표입니다.
현재 친환경 못난이 농산물 정기배송 서비스 '어글리어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전공했던 건 정치외교학이었습니다. 항상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제가 하는 일을 통해 사회나 커뮤니티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영향을 끼치고 싶었습니다. 그런 다짐을 바탕으로 처음에는 공기업에 입사했어요. 하지만 일하면서 충족되지 않았고 계속 아쉬움이 남았어요.
그러다 첫 번째 창업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분야에서 창작자들이 자기 작품을 홍보하고 팔 수 있는 ‘크리에이터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었어요. 정말 열심히 했지만 결국 수요를 만들지 못해 접어야 했죠.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지금의 사업을 이끄는데 중요한 경험이 되었어요. Zero to one 하는 과정에서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고 발굴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지 뼈로 살로 흡수하며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다른 스타트업에서 2년간 PM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10명도 채 안되는 팀이 A라운드를 거쳐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함께 했어요. 그런 경험들이 모여 2021년 캐비지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친환경 못난이 농산물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어글리어스'를 시작하게 된 거죠.
Q.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농산물 유통에 백그라운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우연히 ‘못난이 농산물’ 폐기 문제를 알게 되었는데 이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어요. 전세계적으로 전체 농산물 생산량의 10~30% 가 단순히 모양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버려지고 있었어요.
우선 제 배경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경남 하동’이라는 농촌에서 나고 자랐기에 저에게 농업은 낯선 분야가 아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확-유통 단계에서 이렇게 많은 농산물이 버려진다는 사실은 더욱 큰 충격이었고요.
단순히 농업만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농부는 판매할 곳이 없어서 손해를 보고, 소비자는 오히려 더 비싼 가격을 내야 했죠. 게다가 환경적으로도 엄청난 자원이 낭비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었어요.
모두가 손해를 보는 이 구조가 너무 비합리적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직접 농가에 전화도 걸어보고, 오픈마켓에서 못난이 농산물이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지도 찾아보고 소비도 해보았어요. 이런 농산물을 체계적으로 모으고 판매하는 시장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더라고요.
이 문제를 내가 해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을 때 본격적인 창업을 하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