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검증 #프로덕트
MVP는 어느 정도 구현해야 하나요?

린스타트업(Lean Startup)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 개념으로, 저에게도 많은 영감을 준 책입니다. 이 방법론이 스타트업의 역사를 20년 앞당겼다고 표현할 정도로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서 제시하는 Build-Measure-Learn의 'Build'를 단순히 '개발'로 오해하며 적용하는 모습에 아쉬움을 느끼곤 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목적 없는 A/B 테스트나 실제 제품 개발이 필요 없는 가설까지 불필요하게 구현하는 사례를 자주 목격하며, MVP(Minimum Viable Product)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한동안 MVP의 정의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고 지내왔습니다. 그러던 중 멘토링 중 한 스타트업 대표님께서 "MVP는 어느 정도 구현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지셨고,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이 답변을 드렸습니다: "팀이 알고 싶어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시면 됩니다. 결국 위험한 것은 잘못된 방향으로 최적화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점을 조심하시면 됩니다." 

린스타트업의 핵심은 불확실성을 줄이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사업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핵심 가정을 빠르게 테스트하는 데 있습니다. MVP는 이를 위한 도구일 뿐, 반드시 정교한 제품 개발로 귀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 초반에 소개된 사례들을 떠올려보면, 드롭박스(Dropbox)는 실제 제품 대신 비디오 데모로 고객 반응을 확인했고, 그루폰(Groupon)은 피자를 직접 사서 블로그에 올리는 방식으로 가설을 검증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MVP가 꼭 '만들어진 제품'일 필요는 없으며, 팀이 확인하고자 하는 가정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형태면 충분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2010년대 초반, A/B 테스트가 새로운 개념으로 주목받으면서 린스타트업이 마치 A/B 테스트 중심의 방법론으로 오해받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이로 인해 고객의 핵심 문제나 기회를 탐색하는 본질적인 노력보다 '어떻게 측정할까'에만 치중하는 모습이 종종 나타났고, 이는 저에게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MVP는 단순히 측정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팀이 무엇을 배우고자 하는지 명확히 정의하고 그에 맞춰 최소한의 자원을 투입해 검증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결국 MVP의 구현 정도는 '얼마나 정교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알아내고자 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최적화되는 것을 피하고, 팀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MVP는 단순히 제품의 초기 버전이 아니라 학습을 위한 도구로서, 때로는 비디오, 블로그, 심지어 고객과 대화만으로도 구현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결과로 얻은 인사이트가 팀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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