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는 스타트업을 어떻게 찾을까?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에서 20년 이상 벤처 캐피털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일리야 스트레불라예프(Ilya Strebulaev) 교수는 벤처 캐피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아이디어나 자본이 아닌 ‘벤처 마인드셋(Venture Mindset)’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수십년간 벤처 캐피털의 작동 원리와 투자자들이 어떻게 스타트업을 선별하는지를 연구하며,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갖춰야 할 요소들을 정리했다. 이번 글에서는 EO 글로벌 팀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발견한 ‘성공하는 스타트업을 찾는 법’을 자세히 소개한다.
벤처 캐피털, 도박이 아니다
벤처 캐피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종종 벤처 투자가 단순한 ‘도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트레불라예프 교수는 “벤처 캐피털은 운이 아니라 체계적인 의사결정 과정”이라며, 실리콘밸리의 성공적인 벤처 캐피털이 반복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기업들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우버, 에어비앤비 등도 초기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스타트업이었다. 하지만 벤처 캐피털은 이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투자하며 성공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벤처 캐피털이 투자하는 기업 중 20개 중 하나 정도만이 대성공을 거두지만, 그 한 개가 전체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원칙
1. 홈런이 중요하다, 삼진 아웃은 신경 쓰지 않는다
유능한 벤처 캐피털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벤처 캐피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홈런’이다. 스트레불라예프 교수는 “벤처 캐피털은 20개의 투자 중 19개가 실패하더라도, 단 하나의 성공이 엄청난 수익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실패보다는 성공 가능성을 더 크게 본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 벤처 캐피털이 1달러를 투자했을 때, 이를 통해 100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면 과감하게 투자한다. 실제로 교수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성공적인 벤처 캐피털들은 오히려 실패율이 평균보다 높다. 이는 그만큼 더 많은 도전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실패를 두려워해 작아지기보단 ‘홈런’을 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찾아야 한다.
*미국 실패박물관에 전시된 ‘주세로’(Juicero) 사례
: 주세로는 착즙 주스를 만들어주는 프로덕트로 주목 받은 스타트업이었다. 물론 이 제품은 성공하지 못했다. 스트레불라예프 교수는 “만약 이 제품이 일반적인 기업의 신사업 프로젝트였다면 담당자는 문책을 당했겠지만, 벤처 캐피털의 관점에서 이러한 시도는 이후 큰 성공으로 연결되는 ‘초기 실패’로 여겨진다”고 설명한다. 결국 큰 성공을 이뤄내면 사소한 실패를 만회할 수 있다는 낙관주의의 자세다.
(출처 : Juicero)
2. 책상 앞에서만 고민하지 말고, 직접 현장에서 찾아라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찾기 위해 벤처 캐피털은 사무실에서만 일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환경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스트레불라예프 교수는 이를 ‘4개 벽으로 둘러싸인 방 밖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 캐피털 중 하나인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은 위와 같은 원칙을 ‘얼리 버드(Early Bird)’ 전략이라고 부른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순위가 급상승하는 앱을 추적하고, 그 개발자들을 직접 만나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식이다.
실제로 이 전략을 통해 세콰이어 캐피탈은 앱스토어에서 급부상한 ‘왓츠앱(WhatsApp)’의 창업자를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왓츠앱에는 간단한 회사 주소 외에 어떤 정보도 없었는데, 세콰이어 캐피탈 담당자는 그 주소 근처를 걸어다니면서 여기저기 문을 두드려 왓츠앱 창업자를 수소문했다.
결국 창업자를 찾아낸 그들은 투자를 성사시켰고, 이후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하며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이러한 벤처 마인드셋의 관점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고객이나 투자자를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고 네트워크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 스트레불라예프 교수의 조언이다.
3.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잡는다
스트레불라예프 교수는 “운이 성공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사람이 운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프랑스의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의 말을 인용하며, “우연은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그는 한 학생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학생은 유명한 벤처 캐피털리스트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을 때, 단 몇 분 만에 질문에 답하며 신속하게 대응했다. 답하기 쉽지 않은, 깊이 있는 질문에도 곧바로 답변을 보낼 수 있었다. 이에 투자자는 감명 받아 곧바로 투자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기회가 왔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요지다.
스트레불라예프 교수는 천재적인 창업가와 벤처 투자자가 운명적으로 만나는 식의, 낭만적인 이야기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짚는다. 그보다는 충분히 똑똑한, 준비돼 있는 벤처패키털이 준비돼 있는 창업가를 찾아내는 식으로 성공의 패턴을 만든다는 것이다.
4. 100번 거절해야 한다
스트레불라예프 교수는 성공적인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바로 '거절'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벤처 캐피털리스트는 100개의 투자 기회를 검토하면 99개는 거절하고 1개만 투자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효과적인 의사결정의 핵심 원칙이다.
그는 "성공적인 투자자는 투자 기회를 평가할 때 먼저 '왜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질문한다. 이를 통해 빠르게 필터링하고, 가능성이 있는 기회에 집중한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처음 100개 제안을 받았을 때 10개 제안만 남기기까지 빠르게 차선책을 고르고, 이후 10개에서 1개로 최종안을 좁힐 땐 숙고하는 식이다. 이때 ‘왜 하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초반에 빠르게 제안을 쳐낼 때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단순히 모든 기회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사업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기회를 선별하고, 불필요한 요소를 과감히 배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수많은 거절 끝에 남은 한 가지 기회가 성공을 결정짓는다는 점이다.
*스트레불라예프 교수가 말하는 ‘VC에게 콜드메일을 보내는 실전 팁’
1. 때로는 제품, 사업모델보다 ‘팀’의 강점을 살려서 자신감을 드러내야 한다. 특히 “왜 창업가 당신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해 강력하게 어필할 때 콜드메일 성사율이 올라간다. 그러니 메일의 한 단락에서 꼭 창업가 본인이나 창업 팀에 대해 충분히 소개하라.
2. 자기 어필은 너무 길어져선 안 된다. 오늘날 현대인의 집중력은 매우 한정적이다. 그러므로 메일은 최대 2개 단락으로 구성하되 하나는 창업자 본인에 대해, 다른 하나는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적어라. 특히 후자(당신이 하는 일)에서 당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의) 페인포인트에 대해 포함시켜라. 가능하다면 해결책에 대해서도 2번째 단락에 짧게 언급하라.
3. 콜드메일 본문을 작성하는 데도 연습이 필요하다. 마치 유명 작가들이 원고를 쓰고 고치고, 또 고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단 본문을 작성하면 초안을 친구들에게 먼저 보여주면서 연습을 시작하라. 그들로부터 비판적인 피드백을 받은 후 메일을 고쳐서 실제 투자자에게 보내는 걸 권한다.
4. 당신의 메일을 받은 벤처투자자는 아마도 “내가 왜 30분을 더 들여서 당신과 당신 스타트업에 대해 알아야 하는가”라는 고민에 빠질 것이다. 콜드메일을 보내기 전에 본문을 점검하면서 당신이 그들의 고민에 충분히 흥미로운 단서를 제시하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체크해보길 바란다.
실패는 성공을 위한 과정이다
스트레불라예프 교수는 실패에 대한 태도가 스타트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그는 “실패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며, 이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교수는 ‘건설적인 실패’(Constructive failure)라는 표현을 쓴다. 실패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다시 도전했을 때 더 나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은 이유도 결국 실패가 나침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그는 “스타트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한 번의 시도가 아니라, 실패를 반복하면서 배우고 개선하는 과정”이라며, 실리콘밸리에서도 실패를 통해 더욱 강한 기업이 탄생한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창업자들은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이를 경험으로 삼아 더 나은 전략을 마련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실패의 챔피언’이 되길 바랍니다.” - 일리야 스트레불라예프 교수
👆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에서 20년 이상 벤처 캐피털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일리야 스트레불라예프 교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우연은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를 준다는 말이 와 닿네요 ㅎ